어제 카트만두 짱에서 포카라 짱으로 보낸 우리 배낭이 무사히 도착했다. 미리 보내달라 재차 부탁 드렸던 바 있지만, 카트만두 짱 사장님께서 좀 바쁘셨던 모양이다. 이제 배낭의 짐을 모두 재정리하여 트레킹용 두꺼운 옷가지 등을 비롯, 인도 여행시 필요가 없는 물품들은 다시 카트만두 짱으로 보내놓기로 한다. 다른건 몰라도 카트만두 짱과 포카라 짱간의 이 같은 짐 배달 시스템만큼은 우리 같은 일정(네팔 왕복 항공권을 가지고 인도 여행까지 하려는)을 가진 늙은 여행자들에게 매우 편리하다.

 

이제 짐을 받았으니 포카라 짱을 떠야지. 포카라 짱에겐 좀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 취향에는 "투숙객 대부분이 한국인들이고 포카라의 다른 숙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포카라 짱이 좀 불편하다. 결정적으로 포카라 짱 근처 어딘가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데, 공사장이 늘 그렇듯 해 뜨기가 무섭게 작업을 시작하는 터라 우리의 늦잠을 방해한다. 그리하여 오늘 오전에 할 일은 옮겨갈 숙소를 찾는 일!

 

홍금보 아저씨네에서 오래간만에 김치 뚝바를 주문, 아침으로 한 사발 들이키고(아니, 사실 들이키기엔 좀 짰다) 레이크 사이드 골목골목을 누비며 조용하고 깨끗한 숙소 찾아 삼만리 길에 나선다. 괜찮다고 알려진 숙소 리스트를 적어 들고 하나씩 하나씩 확인 사살을 해 보지만 나이 들면서 눈만 높아졌는지 그다지 마음에 드는 숙소가 없는지라 다소 심란해진다. 이래서 어디 앞으로 터프한 여행 계속 할 수 있겠어?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더 가보자, 하고 찾아 갔다가 정작 노렸던 숙소의 옆 집이 오히려 더 나아보여 그 집 먼저 들어가 보기로 한다. 오, 이 집 괜찮네. 오늘 본 집들 중 이 집이 최고야. 호텔 파노라마. 역시 간판에 일본어가 있음 일단 구경이라도 해보는 것이.

 

 

 

<사실 이 약도는 필요 이상(?)으로 심플하다. 이 약도로는 찾기 어려울 듯>

 

포카라 짱과 비교해 보자면 시설이 몇 배는 좋은 곳이다(EPL을 볼 수 있는 TV와 전화가 비치된 더블룸. 거기에 욕조까지 딸린 화장실). 이 집은 정말이지 (이 동네 대부분의 숙소가 그렇듯 이름만 호텔이 아니고) 정말 호텔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격이 상당하겠는걸? 지레 포기하고 가장 뷰가 좋은 방을 골라 레이크사이드에서 이 정도 수준의 방 가격이나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툭 던져 물었는데, 어라, 600루피란다. 응? 겨우 600루피? 정말?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진짜란다. 이 가격이라면, 물론 근방 다른 배낭여행자들 숙소들에 비해 절대치는 꽤 높지만, 상대적 가치를 비교하자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너무 뒷골목에 위치해서 그런지(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김원장에게는 오히려 장점) 제 가격을 못 받고 있는 듯. 이 방을 놓칠까봐 얼른 찜부터 해두고,

 

 

포카라 짱에서의 체크아웃을 위해 얼른 포카라 짱으로 되돌아 왔다. 포카라 짱에서 체크아웃을 할 때 보니 예상치 못했던 택스가 별도로 13%던가 붙는다더라(간혹 10%를 부르는 곳들은 봤어도). 그런데 우리는 트레킹을 짱 통해 했으니 좀 깎아준다면서 총 880루피(2박)를 청구했다. 막판까지 뭔가 찝찝한 느낌.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예약해 둔 파노라마로 돌아가면서 이 집도 택스를 나중에 별도로 청구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차 확인해 보니 호텔 파노라마는 착하게도 택스 포함 600루피라고 한다. 포카라 짱과의 갭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 

 

오전 내내 숙소를 구한답시고 싸돌아다닌 탓에 어느새 점심시간. 새로운 한식당을 뚫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한국사랑. 이름 좋고.

아래는 안 되는 것 없는 한국 사랑의 화려한 메뉴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 끝에 제육김치덮밥+백반+콜라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바깥 구경. 여전하구나.

그리고 짜잔, 음식 대령이요~

순식간에 초토화.

 

소비따네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등장하는 반찬의 면면들을 보면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김치 종류만도 세가지가 나오고 그 중 하나는 한국에서도 자주 먹기 어려운 갓김치였음을 떠올려 본다면.  

 

참,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한국사랑 식당에 있는 방명록을 뒤적이게 되었는데, 그 중 인상 깊었던 글이 하나 있었다. 인도를 여행하다 네팔에 잠시 쉬러온(여행도 나름 힘들다. 특히 장기여행은 더욱 그렇다. 인도를 여행하다 네팔에 들르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네팔에 쉬러왔다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글의 작성자도 그런 표현을 썼다) 한 여행자는 인도 여행을 하게 된 이유가 삶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그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서였다고 썼다. 그러나 긴 인도 여행에서 결국 그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그것"을 찾기 위해 (더이상 인도가 아닌) 아프리카나 남/북극을 가봐야겠다는 것이었다.

 

허허허.

 

참고로 잠시나마 아프리카를 먼저 다녀온 사람으로 말하자면, 

그 놈은 아프리카에도 없을 것 같아요. ^^; 

그리고 또 동네 산책

 

 

 

내친 김에 간만에 댐사이드까지 졸레졸레. 

 

예전에 비해서는 그래도 많이 정비(?)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나 내 취향에는 인프라가 떨어지고 차들도 더 많이 다니는 댐사이드보다는 레이크사이드의 안쪽에 위치한 숙소를 택할 듯. 김원장 말로는 결국 한 곳으로 부가 편중될 수 밖에 없을 거라는데.   

하지만 뷰가 선사하는 분위기만큼은 댐사이드 승!

 

여전히 전기가 오락가락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김원장은 EPL을 열심히 시청하고 틈틈이 PC방을 들락거리며 한국 지인들과 연락(현재 포카라에서의 인터넷 사용비는 거의 통일가가 적용된다. 15분 20루피, 30분 40루피, 45분 60루피, 1시간 80루피 식으로 15분당 20루피씩 과금)을 주고 받았다.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다음 목적지인 룸비니(소나울리)까지의 버스 요금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투어리스트 버스는 1인 8불, 그린라인 버스는 550루피(약 8,800원)를 부른다(버스 가격을 알아보다 한 여행사에서 트레킹 가격을 흥정하는 중국인 커플을 우연히 만났는데 하루에 포터 수고비로 단 5불만 지불하겠다며 그야말로 박박 우기고 있더라. 결론이 어찌날까 궁금하여 끝까지 들었는데 결국 일당 6불로 낙찰. 조금 씁쓸. 저러려면 차라리 중간에 여행사 끼지 말고 포터랑 직접 네고할 것이지). 

 

 

저녁은 또 다시 소비따네에서 만두국와 해물탕 라면. 포카라의 한인 여행객들 입맛을 완전 사로잡았는지 저녁 식사 시간에도 바글바글이다. 그 중 나이 지긋이 드신 한 아저씨가 식당에서 일하는 네팔리 직원들에게 반말로 이래라 저래라 시끄럽게 말 많은 모습을 보고 그 또한 씁쓸.

 

그러고 보면 히말라야에 뭔가를 찾기 위해서, 깨닫기 위해서, 버리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 또한 별반 소득이 없이 돌아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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