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바라본 마차푸차레>

 

어제 소비따네 근처에서 낮술(http://www.natssul.com/)이라는 근사한 야외 식당을 발견했다. 낮술이라는 식당 이름으로 미루어볼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임이 분명했지만, 근처의 다른 한국 식당들과는 달리 어디에 내놓아도 먹힐 듯 보이는 멋진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내가 가진 식당의 첫 인상이, 이 정도면 론리 플래닛 네팔편 다음 버전에 소개되겠군, 이었으니까. 하지만 바깥에 내걸린 가격표를 보아하니 그에 상응하게끔 제법 비싼 편이었던지라 가 볼 생각을 감히 안 하고 있었는데, 소비따네에 들락날락하면서 분위기를 탐지해보니 평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 배낭 여행자들이 이성과 어울리게 될 때는 아무런 가격 저항 없이 가는 곳처럼 보였다. -_-;   

 

하여간 몇 번이고 한 번 가볼까 말까 하면서 끝내 못 가보고 온 곳인데, 모든 여행이 다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놀랍게도 그 낮술이 방희종님께서 한국을 떠나 포카라에 연 가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맙소사! 방희종님 가게인줄 알았으면 포카라에 머무는 동안 내내 갔을텐데!

(소개가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 탓에 어느새 내 예언대로 ^^; 론리 플래닛에 이미 소개가 된 곳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쭈욱, 잘 풀리셨으면 좋겠다. 다음에 포카라 가게 되면 그 땐 꼭꼭꼭! 가야지)

 

 

소비따네에서 아점 비슷하게 꽁치김치찌개를 먹었다. 다른 때보다 조금 늦게 방문했는데도 여전히 드문드문 뉴 페이스의 어린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싱그러운 그들을 바라보면서 김원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돈과 명예냐, 젊음과 시간적 여유냐. 둘 중 하나여야만 한다면 너는 과연 무엇을 선택하겠나. 

사진은 소비따네에서 식사를 마친 뒤 나름 잘 차려놓은 근처 베이커리에 가서 후식으로 먹은 레몬 케이크(50루피에 10% 택스 별도). 맛은 별로. 파리바게트 일인천하가 되어가는 한국 상황이 절대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기대하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예상 외로 맛이 없는 빵은 여전히 날 투덜거리게 만든다. 내게 빵은 여전히 밥과는 다른 그 무엇(그 증거 중 하나 : 밥 배 따로 빵 배 따로). 썸씽 스페샬.

 

우리가 묵었던 방 바로 앞에 위치한 공용 베란다.

<그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이 대략 이렇소>

 

전망 좋은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오늘은 레이크사이드 외곽 마을로 방향을 잡고 산책길에 나섰다. 예전에도 한동안 포카라에 머문 적이 있지만, 그 쪽으로 걸어서 진출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 나온 김에 지금 지도를 찾아 확인해 보니, 숙소에서 대략 북동쪽(참고로 저 빨강 원 안을 이리저리 신나게 돌아다니다 김원장은 삘 받아서 이 길로 사랑콧까지 걸어가네 마네 발동 걸렸었는데 지금 보니 사랑콧과는 방향도 다르고 거리도 상당하다. 당시 그냥 끌고 돌아오기를 잘했다 ^^;).

 

 

 

 

지도만으로는 파악이 잘 안 되지만 외곽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완전 현지인들이 사는 농촌 마을로 변하는데, 외국인 트레커들을 주로 상대하는 포카라 번화가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인지라 이런 변화가 얼떨떨할 정도다. 

야트막한 산에 오르는 일도 상쾌하고(하지만 높은 산은 절대 사절 ㅎㅎ), 작은 수로를 따라 형성된 마을 뒷길을 깡총깡총 건너 뛰며 걷는 일도 즐겁고, 낡은 페트병들 이고지고 물 뜨러 다니는 현지인들과 섞이는 일도 반갑다. 우리만의 보물 산책 루트를 발견한 듯한 느낌.   

 

 

 

 

날씨가 썩 좋지 않았던지라 나머지 마을 탐방은 내일로 미루고 한동안의 산책을 마친 뒤 포카라 시내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김유신의 말처럼 우리도 모르게 발길은 자연스레 소비따네로 향했는데 손님이 많아 오래 기다릴까봐 어제 갔던 한국 사랑을 다시 찾아갔다(한국 사랑엔 안 된 일이지만 우리에겐 다행스럽게도 때마침 손님이 없었다). 은근 배가 고파오는지라 3인분을 시켰는데(돈까스+김밥+백반) - 사실 이 동네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도 아니지만 - 기다려도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질 않았다(돼지를 잡으러 갔나, 아님 한국으로 김 사러 간거 아니야? 우리끼리 막 그랬다는 -_-). 서비스로 나온 팝콘 쪼가리만 줏어 먹다가 꼬르륵에 지쳐 더이상 짜증을 참지 못하고 아무거나 먼저 되는대로 내달라고 외치려는 순간!

 

주방에서 땡~ 음식이 나왔으니 가져다 드리라고 벨이 울렸다.

 

(나 역시 아직도 멀었다)

 

<사진 색이 개떡같이 나왔는데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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