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딱지만큼 살짝 비가 내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래도 걷기 끝내주는 날씨였던지라 아침 식사후 오전 내내 산책.

일명 물길 따라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보기.

 

 

 

 

 

 

 

 

 

 

 

나른한 행복은 현실의 꼬르륵, 배고픔에 맥없이 사그라들고.  

주린 배를 채워줄 점심 식사 장소로는 어제 갔던 산마루로 결정.

지난한 고민 끝에 마침내 내일, 드디어 포카라를 뜨기로 결정했기 때문에(포카라발 바이와라행 그린라인 버스표 구매 1인당 550루피

마치 사막에서 며칠을 헤매다 물을 만난 낙타라도 된 심정으로 한식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식 막가파 주문. 제육덮밥+잡채+두부김치 콜.

(써놓고 나니 언제는 안 그랬었나 싶기도)

 

(밥도 반찬도 제대로라 감탄했던 식단. 다만 두부 김치는 좀 짰다. 이렇게 배터지도록 먹고 10% 택스 포함 715루피 지불/우리돈 11500원)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나홀로 범띠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안나푸르나 트레킹 하시면서 내내 음식을 거의 못 먹다시피해 자그마치 허리띠 네 칸(본인 말씀으로는 재어보니 대략 10인치. 허허, 어쩐지 제게는 조금 부러운 수치네요)이 줄어들었다고 하신다. 허릿살이 그 정도로 줄어들었다면 10Kg는 너끈히 빠지셨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조만간 네팔에 도착할 아내(그봐! 여자들은 대부분 트레킹을 좋아하지 않는다고!)가 몰라보게 수척해진 본인을 못 알아보는 건 아닐까 걱정하실 정도. ㅎㅎ

어찌나 혼이 나신 모양인지 이제 다시는 히말라야 트레킹 안 하실거라고, 아니, 아예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을거라며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고 계시던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잘 챙겨먹고 왔으니 새삼 그것도 복이였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인도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시던데... 아저씨, 인도도 만만치 않으실 것 같네요 ^^;).

 

내일의 긴 이동에 대비해 저먼 베이커리 가서 빵도 좀 사 두고, 한국 라면도 구할 수 있을 때 4개 더 구입해 둔다(더불어 휴지랑 샴푸랑 치약도 구매). 참, 인도로 들어가기 전 자물쇠 -_-; 도 쓸만한 놈으로 하나 더 샀다(125루피). 아마 중국산이겠지? 아프리카 현지 시장까지 휩쓴 중국산의 위력. 더불어 인도 여행을 마치고 다시 네팔로 돌아와 카트만두발 방콕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므로, 이번엔 인도 여행에 필요 없을 두꺼운 옷가지들을 모두 따로 담아 카트만두짱에 보내놓을 준비도 마쳤다. 그리고 앞으로 또 몇 년은 그리워하면서도 마실 수 없을, 홍금보 아저씨네 바나나 라시를 먹어두기 위해 저녁은 홍금보 아저씨네에서 먹었다(김치만두+수제비). 그럼 이제 모든 출발 준비가 다 끝났나? 그렇담 정말 마지막 절차, 대충 예산 정리를 마친 뒤 가지고 있던 네팔 루피도 대부분 인도 루피로 환전을 했는데(8150 네팔리 루피 = 5000 인디안 루피),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환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둘이 어찌나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던지(레퍼토리도 거의 같다. 우리 국적 확인 -> 가족/친척/지인 중 한국에 나가 일하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 -> 본인들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내심 표명 -> 본인들을 초청해줄 수 있냐는 간절한 부탁) 입장이 조금 난처해지기도 했는데, 환전을 하러 방문했다가 본연의 업무는 잊고 그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들이 너무 한국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참다 못한 내가 폭로(?)를 하고 말았다.

 

- 한국에서 일하는 게 소문만큼 좋지 않아요. 일을 얼마나 많이 시키면서 돈은 얼마나 적게 주는데요!

 

그랬더니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 여기선 한 달 내내 이렇게 밤 늦게까지 일하고 겨우 3000루피(우리돈 5만원) 벌어요! 

 

(아놔, 나 진짜 부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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