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0일 일요일, 장소는 태국 파타야, 이 곳에서 우리의 본격적인, 그리고 나름 규칙적인 생활, 즉 "일상"이 시작되었다. 일찌감치 일어나서 조식 배불리 챙겨먹고, 1차 수영 하고, 한식으로 점심 차려 먹고, 2차 수영 하고, 외출해서 맛사지 받고 산책하고 외식으로 저녁먹고, 귀가해 영화 한 편 보고... 하는 식의. (당시엔 몰랐는데 이렇게 써놓고 나니 매우 럭셔리 비육 모드 -_-)

 

때마침 일요일이라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쇼핑몰, 로터스(Lotus)에서 하기로. 저녁 먹고 나와 일요야시장 구경을 하면 시간상 딱, 일 것 같다. 메뉴는 MK 수끼. 김원장의 놀라운 젓가락 신공을 보시라(끝내 본인의 촬영 실력에 대해서는 함구).

 

 

 

 

 

수끼는 오래간만에 먹어서 그런지 나쁘지 않았다. 빙수 비슷한 것으로 마지막 입가심까지 하고 여느 때처럼 여기선 뭘 갖다놓고 파나~ 쇼핑몰을 쫘악 둘러봤는데, 이 정도 수준의 스톡이라면 외국인이 파타야에서 장기체류하는데 별 문제 없을 것 같더라. 굳이 부족하다면 한인 특유의 먹거리 정도를 꼽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태국이 우리나라랑 멀지도 않고 방콕 뿐만 아니라 파타야에도 한인이 경영하는 식료품점이 따로 있으니 그 부분도 노프러블럼일 것이다(태국의 한인식품점 정리해 놓은 화일이 어디로 갔더라... 부스럭).

 

로터스를 나와 테프라짓 로드를 따라 걷노라면 왼편 소광장을 메인으로 야시장이 쭈욱 펼쳐진다. 이젠 야시장을 봐도 놀랍다거나 참신할 것이 별로 없다만(이제와 보니 수끼 먹은 사진은 있어도 야시장은 사진 한 장 안 찍었네. 이미 외국의 야시장보다도 수끼 한 끼 사먹은 일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시점이었나 보다), 여하튼 여전히 넘쳐나는 잔 주전부리들을 만들고 파는 양을 구경하는 것은 언제봐도 즐겁다. 개인적으로 한 번 보면 안 사먹고는 못 배기는 옥수수와 유달리 요즘 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알록달록 즉석 스시들이 눈에 띄누나.

 

쇼핑몰 구경에 야시장 구경까지 마치고 숙소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다리도 이미 무거운데다가 늦은 시간인데도 제법 더워 썩 쾌적하지 못했다. 결국 지나가는 쏭태우를 잡아타려고 했는데 이미 야시장쪽에서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오느라 잡기도 쉽지 않았고. 파타야에서 머무는 동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로터스쪽으로 진출할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김원장 꼬셔서 쏭태우 타고 나다녀야겠다. 오늘은 피곤해서 영화 관람 생략. 


2008년 7월 21일 월요일, 

 

오전/오후 대부분의 시간은 어제와 거의 동일하게 보냈다. 다만 오후에 휘트니스룸에 가서 한동안 워킹머신을 이용했는데 - 참고로 우리가 이용할 당시 통부라의 휘트니스룸은 그 크기가 작고 운동 기구 종류도 몇 없었지만 도통 이용하는 이가 없어 참으로 썰렁했다 - 땀 흘릴 정도로 열심히 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 여행을 시작한지 어언 OO년... 그동안 좋은 숙소에 묵을 때마다 호텔 휘트니스룸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는가 했더니만... 어쩌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네, 쩝' -_-;

 

갑자기 몰디브 그 좁은 섬에서 조깅하던 사람들이 떠올라 쿨럭. 그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얘네는 바다 좋은 여기까지 와서 왜들 (물질 안 하고) 뛰어댕기고들 난리야'

이제야 알겠다. 너희도 몰디브에서 하루이틀 묵고 있던 게 아니었구나.

 

오늘 저녁 시간은 아예 파타야 메인으로 뛰어들어 보내기로 했다. 밤에 피는 장미 파타야!  

 

 

저녁 식사 메뉴는 일식. 뭔 찌라시 정보를 뒤져 찾아낸 일식당 중 하나, 오사카

 

 

 

메인 거리와는 좀 떨어진 곳, 그것도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오가다 간판 보고 들르기는 어려울 것 같고, 파타야 거주/장기체류 일인들이나 현지인들이 주 고객일 성 싶은 곳이다. 우리로서는 별 기대없이 찾아갔다가 바로 여기야, 했던 곳. 일본인 주인 아저씨만 보고 있노라면 정말 오사카 한 식당에서 먹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분위기는 좀 칙칙하지만 맛도 가격대도 나쁘지 않아서 다음에 또 와야지, 했던 곳.  

 

@ 오늘의 영화 : <금지된 왕국>

 

아니 이게 웬 여름방학특집 어린이 영화란 말인가! 거기에 1인 2역까지 -_-; 그래도 성룡과 이연걸을 한 화면에서 본다는 기쁨만큼은 무시할 수 없구나.


2008년 7월 22일 화요일,  

 

내 욕심은 대체 언제나 줄어들까?

 

이미 밝혔듯이 며칠 전 낫티님을 직접 만나 통부라에서의 숙박을 이틀 더 연장할 때까지만 해도 이번 연장이 끝나면 좀 더 저렴한 숙소를 찾아 옮길 생각이었는데, 결국 오늘 아침 급하게 다시 이틀을 연장하고야 말았다. 나름 정당한 사유랍시고 들먹거리며 재연장을 했지만 결국 마음 기저에는 깨끗하고 넓고 시원한 숙소를 두고 자발적으로 지저분하고 좁고 더운 숙소로 옮기는데에 대한 반발심이 컸던 까닭이다. 

 

- (사뭇 당당한 어조로) 내 그러려고 (=쓰려고) 열심히(?) 돈 벌었지!

- (웃기다는 듯) 돈 벌어 쓰는 분야가 결국 일신의 안락 말고 더 있어?

- (급 깨갱모드) ...

- (연이은 뒤돌려차기) 일신의 안락이 생에 도움이 되든?

- (기 팍 죽어서) 안 돼.

- (선생님 톤으로) 그러니까 일부러라도 지출의 폭을 늘려선 안 되는거야.

- (일단 우겨보자는 식으로) 이씨... 그럼 돈은 왜 벌었어!      

 

맨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네버엔딩 스토리... 

 

@ 오늘의 영화 : <1번가의 기적>

 

제목에선 따뜻한 뭔가를 기대하게 하더니 실제로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아이들이 토마토로 맞는 장면은 정말이지 우울했다. 이게 무슨 스페인 토마토 축제도 아니고, 원. 해피엔딩이야 반가운 일이지만 조금은 성급해 보이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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