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 유럽인들에게 태국이 주는 이미지는 거의 유토피아에 가까운 그 무엇이 아닐까. 광합성하기 좋고 물가는 무지 싸고 바닷가 넓고 누런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상냥해 보이고 따뜻한 남쪽 나라 특유의 이국적 풍경이 가득하고(남자라면 이런 말에 익숙할지도, "Thai girls, Wonderful!")...따위의 조건 말고도 거기에 더해 이제는 "태국 병원으로 오세요!" 찌라시까지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태국에 와서 노후를 보내세요, 태국으로 와서 성형 수술 하세요, 태국으로 와서 치과 치료를 받으세요, 태국으로 와서 성 전환 수술 받으세요... 우리 태국 병원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훌륭한 의료진이 삐까뻔쩍한 진료실에서 영어나 너희 나라 말로 친절히 진찰해 준답니다. 너희 나라로부터 태국까지 오는 항공료에 진료비, 수술비, 입원비, 간병비 다 더해도 너희 나라에서 받는 그것에 비해 훨씬 싸니 진료 받으러 와서 관광도 하고 님도 보고 뽕도 따니 얼마나 좋아요? 라고 그들은 꼬시고 있는 것이다.

 

하긴 태국의 의료 개방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09년 현재 상황으로는 우리나라도 준비한답시고 떠드는 것 같은데, 여하튼 2008년 여행 당시 우리나라의 의료 개방은, 콕 찍어 대외국민 대상 의료 서비스 부문은 태국 뿐만 아니라 인도, 남아공, 헝가리, 이스라엘, 쿠바 등에 비해서도 한참 처지는 수준이었을 것이다(헝가리마저 근처 서유럽, 가까이는 바로 이웃나라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진찰 받으러 오세요! 열심히 공략을 하고 있더라). 여하튼 동남아에서도 태국이란 나라가 가진 장점은 참 많은 것 같다. 아니, 내가 가본 곳 중에 태국만큼 놀러가기 편한 나라도 없다고 생각한다. 발리도 그에 못지 않은 휴양 인프라를 갖추고는 있지만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오직 한 섬의 이름인데 반해 태국에는 발리에 필적하는 곳이 푸켓 이외에도 몇 곳 더 있으며 무엇보다 발리가 주변을 뱅~둘러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데 반해 태국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넘어 중국으로, 말레이지아를 지나 싱가포르 등지로 사방팔방 쫙쫙 뻗어나갈 수 있다는 막강한 장점이 있으니 어찌 비교가 가능하랴. 

 

잡설이 길었는데 여하튼, 그 태국에 있을 수 있는 날도 이제 불과 20일 안짝이다.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끼니를 일식으로 해치운 뒤, 

 

 

 

방콕으로 향하는 기차에 다시 오른다. 이제 다시 남으로, 바닷가로 우리는 간다.   

 

  

<기차가 후졌다고 욕하지 말라. 메이드 인 코리아이니라>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올 때와 같은 과정을 차례로 다시 겪고 오늘도 나는야 2층, 김원장에게 경로우대 차원에서 1층 침대를 양보한 채 , 덜커덩덜커덩 잠이 든다.

 


 

다음날 이른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부시시 김원장(이때만 해도 덜 깨서 그런지 얌전 모드였음) 

 

 

 

생각보다 두번째 기차 여행은 좀 지루한 편이었다. 다음에 치앙마이 갈 때는 미리 예약하는 저가 항공편을 적극 고려해 봐야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일신의 안락만을 추구하려 드는 내 모습이 맘에 안 드는구나.

 

여하튼 지루한 시간이 지나 드디어 방콕에 도착. 이른 시간인데도 출근/등교 시간이랑 겹치기라도 하는지 역전은 인산인해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어제 카오산의 루프뷰 플레이스(http://www.roofviewplace.com/)에 예약을 시도했다 방이 없다는 연락을 받은 후로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채 방콕에 발을 내딘 우리. 그렇담 낫티님 리뷰에서 보았던 라차다의 "와타나 맨션"(http://www.natteetour.com/zbxe/26184)으로 가볼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지하철역 위치를 가늠하고 신호를 기다렸다 횡단보도도 건너고 뭔 테러 위험이라도 있는지 짐 검색까지 대충 받고 역사로 내려갔는데, 갑자기 김원장, 이 모든 절차가 짜증이 났나보다. 

 

"나, 라차다 안 갈래. 카오산으로 가자. 카오산 가서 비행기표가 있으면 오늘밤이라도 당장 한국 가자"  

 

헉, 이 인간 또 시작일세. -_-; 다시 김원장 뒤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기차역으로 돌아와서 줄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카오산을 외친다(지금 생각해봐도 난 참 말 잘 듣는 착한 아내다 -_-;). 지하철표를 사기 전에 김원장 마음이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카오산에 도착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홍익 여행사는 열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출발한다 해도 밤 비행기일 확률이 높으니 일단 방부터 잡고 좀 쉬자. 예기치 않게 비행기표 사러 카오산에 오게 된 것도 어리둥절할 일인데, 이번엔 숙소까지 잡아야 한다. 이게 얼마만에 해보는 <카오산에서 배낭메고 숙소 찾아 땀빼기>란 말이냐. 일단 이름이 기억나는 곳들부터 시계 방향으로 찔러보기로 하는데, 

  • 람푸 하우스 http://www.lamphuhouse.com/ 역시 방이 없었고(여긴 갈 때마다 방이 없다),
  • 에라완 하우스 http://www.erawanhouse.net/ 방이 있긴 한데 매우 좁구나, 
  • 나발라이 http://www.navalai.com/index.html 새로 생겨 깨끗하고 개장 기념 프로모션 중이라 자체적으로 내건 가격도 나름 경쟁력있는데(그래도 가격면에선 동대문에서 바우쳐 받아가는 쪽이 더 유리하긴 하지만) 구경한 낮은 두 등급 The Serene Corner(Deluxe Side View)와 The Scenic City (Deluxe CIty View) 모두 시끄럽구나. 그리고 이건 페인트 냄새인가? 새집증후군도 있을 수 있겠군.  
  • 만인 http://www.bhimaninn.com/ 그 새 이리 낡았구나. 이 수준에 가격을 이렇게 받으면 섭하지~

한바퀴 돌아본 뒤 결국 우리의 선택은 에라완 하우스.

 

워크인 가격 850밧(인당 70밧의 조식 포함) / 참고로 동대문에서 바우쳐 받아가면 750밧정도

보증금 500밧은 별도. 체크아웃시 꼭 챙겨가자!

방과 화장실 둘다 매우 좁다

냉장고 없고 TV도 높은 곳에 위치(침대에 누워 봐야 자세 나옴)

프런트에서 암호를 받아 무선 인터넷 사용 가능

(고로 이것저것 고려해보면 가격은 에라완 하우스나 루프뷰 플레이스나 거의 같은 수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좁다면 좁지만 넓다면 넓은 카오산의 몇 숙소를 싸돌아다니다보니 나 역시 짜증 게이지가 올라간다. 귀국행 비행기표 사정에 따라 하룻밤을 지낼지 아니면 겨우 오늘 한나절을 지낼지 모르지만 고 짧은 시간,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리 쇼를 해대는고? 에라완 하우스에서 잠시 몸과 맘을 식힌 뒤 김원장과 함께 홍익여행사로 향한다. 이제 쇼들도 다 끝이다. 비행기표 사서 한국 갈거다.

 

그런데 잘 걷던 김원장, 홍익여행사 문 앞에서 망설이는 듯 싶더니 결국 안 들어가고 잠시 더 생각해 보겠단다. 뭘 또? 하여간 몇 시간 더 생각해 보고 싶단다. 어차피 오늘 하루 카오산에 묵고 있을테니 언제든 다시 사러올 수 있다면서. 그래, 그러슈.

 

아마도 긴시간 기차 타고 오느라, 기차 안에서 잠 제대로 못 자고 설쳐대느라, 그리고 내려서 갈 곳 안 정해 우왕좌왕하느라 짜증이 났던 김원장, 다시 익숙한 카오산에 돌아와 코딱지만한 방이라도 짐을 풀고 나니 다시 여유가 좀 생기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과연 그 속을 누가 알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다시 한국행을 접고, 내일 파타야로 가기로 했다. 낫티님께 다시 연락(www.nattee.co.kr)해서 내일부터 3일간 통부라 빌라(http://www.villathongbura.com/) 예약을 부탁드린다. 

 

"나, 파타야 통부라 빌라 예약한다! 돈 낸다구!! 김원장, 이젠 절대 말 바꾸면 안 돼!!!"

 

김원장에게 확실하지 않은 확답을 받고 -_-; (김원장의 표정은 이랬다. '내가 또 바꾸면 그때 가서 네가 어쩔건데?') 해당하는 만큼의 숙박료를 지불한 뒤 바우처를 받는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본 통부라가 근사해서 기왕이면 아침 차편으로 일찍 이동, 이른 체크인을 하고 싶은데 내일 오전 8시발 카오산에서 파타야로 향하는 미니 버스는 이미 만석이란다. 뭐야, 정말 성수기 시작인거야?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다음 시각인 오전 11시 출발편으로 예매(350밧/인) 완료.

 

 

카오산 숙소 앞에서 편히 떠나는 파타야로 향하는 차편을 구했는데도,

파타야의 그림 같은 좋은 숙소를 구해 놓았는데도,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 어쩜 우리 여행은 빠이를 떠나면서 진작에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방콕에서 새로 여는 호텔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http://bangkokcityhotels.com/index.html

요즘 막 오픈한 듯 보이는 카오산의 새 숙소

http://www.villachacha.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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