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먹고 알먹고 모토를 충실히 이행하고자 기차표도 살겸 산책도 할겸 (뿌라스 돈도 아낄겸 ^^;) 숙소에서 치앙마이 기차역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기왕이면 기차역까지 가면서 치앙마이에 도착했던 첫날, 기차역에서 툭툭을 잡아타고 숙소로 갈 때 보았던 그 재래시장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그다지 복잡할 것도 없는 뒷골목 같거늘 고 위치를 좀처럼 잡아내질 못한다. 이른 아침에만 반짝 서는 시장인가? 

 

 

 

꼬불꼬불 기차역까지 찾아갔는데 - 생각보다 멀었고 보기보다 더웠다 - 오호라, 오늘 표가 없단다. 어쩌지? 그럼 내일은? 내일 표도 없단다. 그럼 모레는? 모레 표도 없는데?

 

어라, 이런 시츄에이션에는 미처 대비를 해두지 않았는데... 갑자기 황당 모드에 돌입한 우리. 이 난국을 어찌 타개해 나가야 할꼬? 현재 태국은 나름 우기이고(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성수기가 아니고) 기차는 길고 (좌석이나마) 편수도 아주 적지 않거늘 우리가 원하는 치앙마이발 방콕행 침대 열차 위아래 두 자리 구하기가 이토록 어렵다니(물론 내일 이후 표라면 객실이 떨어져서 한 좌석씩 둘 다 윗침대로는 구할 수 있었다). 가만히 머릿속을 더듬어봐도 이 기차편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며칠의 여유를 두고 미리 구입해 두세요, 란 정보를 본 기억이 없었다(사실 정보를 뒤져볼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헝가리에서 인터넷으로 방콕에 있는 현지 여행사를 접촉하여 그들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티켓 구매 대행을 부탁했었으니까 이런 직접적인 절차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창구의 여자인지 남자인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인지 성별이 애매모호한 직원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유창한 영어로 자판을 이래저래 두들기고 표가 없다는 간단한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이를 어째?

 

뒤로 늘어서는 줄 때문에 일단 후퇴하기로 하고 역내 휴게실로 대피했다. 침대에 누워갈 수 있는 기차가 안 된다면 그냥 (떨어져) 앉아서 가는 방법도 트라이해 볼 수 있을테고, 정 기차편이 여의치 않다면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널린(?) 저가 항공사를 컨택해 비행기를 탈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난 버스는 싫어, 그리고 아무리 저가 항공사라 하더라도 당장 떠나는 비행기 티켓은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닐텐데? 흠냐...

 

 

이런저런 의견 개진 끝에 결국 내일, 따로 떨어져서라도 침대 기차를 타거나 - 물론 신혼의 단꿈에 젖어 둘이 찰떡처럼 붙어 있길 원한 것은 아니었다. 다소 불안한 배낭 보관, 함께 먹고 마시고 할 때의 귀찮음, (김원장이) 윗 침대의 상대적 불편함 등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 - 혹은 좌석 기차라도 구해 그냥 앉아가되, 허리가 끊어지고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기 전 아무 중간역에서나 내려 하루 묵고 가는 대안으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아까 당황해서 이 날짜 저 날짜 물어봤던 우리를 기억하던 그 애매모호한 성별의 직원이, 방금 한 외국인이 내일 출발하는 침대칸 두 자리를 취소하고 간 덕분에 대신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렇게 좋을데가! 얼른 그 표를 구입한다. 아까 기차표를 구입하러 올 때는 내일표는 안중에도 없었고 당연히 오늘밤 출발하는 놈을 타야지, 하고 온건데, 향후 며칠간의 표를 구할 수 없다고 하니까 이제는 내일 출발하는 표라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얼른 집어들게 되는구나. 사람 맘이란, 참. 

 

여튼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괜시리 역사를 휘젓고 다니다가, 

 

 

 

이번에는 골목길이 아닌, 대로를 통해 숙소로 돌아온다. 잠시 가랑비가 지난 뒤라 그런가, 어쩐지 아까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아님 잠시 걱정거리였던 기차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

 

 

치앙마이를 내일 뜨기로 했으니 일단 오늘 하룻밤 숙소를 더 연장해 두고 다음 할 일을 헤아려 본다. 내일 저녁 기차를 탄다면 모레 아침 방콕에 도착할테니 모레 하룻밤은 방콕에서 묵는다는 전제 아래 방콕의 숙소를 예약하는 것과 연이어 글피에 태국을 떠나는 인천행 항공권을 구하는 게 급선무일 듯 싶다. 얼른 인터넷하러 가자!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찻집에 가서 메일부터 열어보니, 이번엔 또 다른 큰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문제는 아닐 듯 싶었던, 대략 9월이나 10월경으로 예정되어 있던 일이, 우리가 있어야 하는, 그것도 8월 4일로 정해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처음 여정을 짤 때는, 원한다면 올 한 해 1년 내내 외국에서 굴러먹어도 상관이 없었지만(하지만 이미 루마니아를 여행할 당시 한국에서 김원장 대신 점방을 봐주시는 선생님이 약속보다 한 달 일찍 일을 그만 두시겠다는 연락을 해온 바 있다), 이제는 8월 4일 이전에 꼭 귀국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변경이 된 것이다. 

 

이 TV 프로그램만 보고 공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뒤에서 표독스런 목소리로 당장 네 방으로 가서 공부해! 외친다. 이럴 때 보통 학생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방금 전까지 당장 3일 뒤 태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구하려했던 우리 마음은 어떻겠는가. 손가락 들어 헤아려보니 오늘이 7월 14일, 우리가 방금 타의로 정해진 8월 4일까지 해외 체류 일정을 만땅으로 채워 여행한다해도 불.과. 20.일. 밖.에. 남지 않았다. 순식간에 우리 마음은 백짓장처럼 하늘거리고 팔랑거린다. 어어, 20일 밖에 안 남았단 말이지? 우리가 "외쿡"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정녕 20일 밖에 안 남았단 말이지? 

 

순간 우리의 머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놀랍도록 빠르게 돌아갔다. 일단 방콕가는 기차표는 사두었단 말이지, 그런데 앞으로 20일 뒤면 한국으로 끌려 -_-; 돌아가야 한단 말이지, 방콕에서 20일씩 있긴 싫단 말이지, 그럼 어디로 가야하지? 주여, 어디로 가야합니까? 어디서 그 시간을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난단 말입니까?

 

답도 빨리 나왔다. 방콕처럼 번잡한 대도시는 싫다. 시원한 곳으로 가자. 그럼 바닷가로 가는거야. 휴양지 느낌 물씬 나는 바닷가. 방콕에서 제일 가까운 바닷가 휴양지라면... 그래, 파타야! 

 

그래서 우리는 방콕 도착 다음날, 인천 바닷가 말고 파타야 바닷가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 이후는 그 다음 생각하면 될 일이다. 일단은 파타야로 가는거야, 그리고 거기서 코사멧으로 가던지 하는거야. 어느새 손은 파타야 추천 숙소를 알아낼 만한 사이트의 주소들을 쳐대고 있다. 그리고 휘리릭~ 훑어본 결과 현재 파타야의 "괜찮은" 숙소 두 개를 골라낼 수 있었다.

 

벨라 빌라 프리마(Bella Villa Prima)

홈페이지 http://www.bellavillapattaya.com/prima.php

2008년 7월 현재 레터박스(http://letterbox.co.kr/)에서 박당 1450밧,

아시아룸스(http://asiarooms.com/)에서 박당 1476밧에 판매 중

 

빌라 통부라(Villa Thongbura)

홈페이지 http://www.villathongbura.com/

낫티 티여우(http://www.natteetour.com/zbxe/)에서 박당 1900밧에 판매 중

 

그리하여 매번 신세를 지는 방콕의 루프뷰 플레이스 예약에 이어 일단 파타야의 벨라 빌라 프리마까지 예약을 걸어둔다. 휴우~ 이제 한시름 놓은건가?

 

 

빠이보다 훨씬 선택의 폭이 넓은 치앙마이의 인프라 속에서 먹고 마사지 받고 뒹굴다 저녁 늦게 다시 인터넷 카페에 들러보니 오호 이런, 루프뷰 플레이스도 원하는 날짜인 모레에는 방이 없고(이 시점에서 글피에 방이 난다는 얘기는 왜 해줘?) 벨라 빌라 프리마 역시 글피는 커녕 그 이후로도 한참 방이 동났다는 연락이 와있다. 어찌 두 곳 모두 방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바야흐로 한국 대학생들의 방학 시작에 따른 미니 성수기에 돌입한건가? 우리가 싫어하는 득시글 왁자지껄 성수기? 아아, 그렇담 이번엔 또 어디로 가야하나?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옳은 선택이었단 말인가? 오늘도 돌고 돌아 제자리...

 

@ 치앙마이에서 차를 빌려 태국 북부를 여행하고 싶다면, www.northwheels.com 을 방문해 볼 것.

 

 

 

 

 

@ 오늘의 영화 : <예의없는 것들> 요즘은 칼로 후비고 쑤시지 않으면 영화가 안 되나? 피 안 튀기는 영화가 보고 싶다. 김원장왈, 영화를 보는 중에 절로 우울해진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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