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크라팅 조식>

 

그 놈의 돈이 뭔지, 하룻밤 35불의 반 크라팅에 결국 더 머물지 못 하고, 우리 평소 수준에 맞춰 -_-; 숙소를 다운그레이드하기로 한다. 그런데 어제 본 그 수많은 숙소들 중 대체 어디로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 끝에 압축된 후보는 빠이린과 브룩 뷰.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내와 멀지 않으면서도, 시내 중심부의 번잡스러움과는 떨어져있는 그 입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만약 빠이린의 방갈로가 비어 있었다면 아마도 그 곳으로 보다 쉽게 결정내릴 수 있었겠지만, 결국 최종 낙찰을 본 곳은 브룩 뷰. 포장 김치를 싸들고 다니는 우리로서는 단독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체크아웃 시간 꽉 채워가며 반 크라팅에서 뒹굴다가 반 크라팅의 무료 드롭 오프(drop off) 서비스를 이용해서, 다행히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지 않고도, 편히 숙소를 옮길 수 있었다. 어제 꼭 올 것처럼 반약속을 했던 빠이린을 지나치려니 조금 마음이 불편했지만, 빠이에 오래 묵는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가 묵을 기회가 올테니 이런 마음은 일단 접어두자구.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명함 앞면>

 

Brook View 브룩 뷰 (어제의 리뷰)

홈페이지 : www.maehongsontravel.com/brookview

가격 : 에어컨룸의 경우 뷰가 형편없어서 아예 가격을 안 물어봤고, fan이 달린 독채 방갈로가 맘에 들었는데 500밧이라고 했다.

특이사항 : 방이 깨끗하고 모기장이 설치된 침대와 냉장고가 구비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빠이린과 거의 비슷할 듯(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빠이린쪽 뷰가 나은 것 같다)

 

상기와 같이 어제 이미 방을 둘러본 경험이 있으므로 비어있는 몇 개의 독채 방갈로 중 하나를 골라(3번방) 짐을 풀었다(500밧. fan룸, 냉장고, 야외 로비에 비치되어있는 차와 과일 등은 보너스). 

 

 

 

브룩 뷰의 명함에 소개된 대로라면 Beautiful wooden cabins are overlooking the river & green mt. scenery 여야 하는데, 분명 앞에 흐르는 강이 빠이 강은 맞지만 강폭이나 수량으로는 '리버'와 숙소 이름 그대로 '브룩'의 중간 사이 어디쯤이라고나할까... wooden cabins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뷰티풀에 가깝지만, 건축 재질인 나무의 특성상 very clean & nice 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나무가 풍겨내는 분위기만큼은 매우 좋지만, 불행히도 사방팔방에서 스며드는 각종 벌레/설치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내가 벌레를 썩 안 좋아한다는 -_-; 사실이 더해지고(세상 어디서나 나무로 만들어진 숙소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벌레의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보는 일이 그다지 유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어지간해서 그 벌레가 떨어질 일은 없겠지만), 아무리 우기라도 한낮의 더위는 fan만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있기 때문에 나나 김원장이나 이래저래 새 숙소에 그다지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아니, 이 모든 문제는 우리가 빠이에 도착한 뒤부터 지난 이틀간, 반 크라팅이라는 고급 숙소에서 묵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좋은 곳에서 지내다 왔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찾아온 새 숙소가 마음에 쏙 들 확률이란 지극히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는 브룩 뷰 게스트하우스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우리의 문제"란 거지. 아아, 인간 본성에 다시금 좌절하는 우리.  

 

 

다행히(?) 그간의 경험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방법 역시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하나는 다시 이전, 높은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고(물론 이 경우 그만큼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다른 하나는 그냥 참고 지내는 것이다. 다시 이 수준이 익숙해질 때까지. 도로 적응이 될 때까지.

 

보통때라면 후자의 경우를 택했겠지만, 오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나보다도 김원장이 더 괴로워하는 것 같아 새로운 고급 숙소 물색에 나서본다. 오늘밤 숙박비는 이미 지불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보다 쾌적한 내일을 위해! 

 

빠이에서 고급 호텔이면서도 가장 시내와 접근이 용이한 곳, 그 곳은 아마도 더 쿼터(The Quarter)가 아닐까? 더 이상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시내를 왔다리갔다리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입지를 우선적으로 놓고 쿼터를 찍어 찾아가 본다. 

 

The Quarter 더 쿼터

홈페이지 www.thequarterhotel.com

가격 : 한 채당 이층으로 이루어진 현대식 독채. 2008년 7월 현재 프로모션 중으로 walk-in 가격이 1800밧이라고 한다. 아시아룸스에서 57불(대략 1900밧 이하)에 예약이 가능하므로 쿼터의 경우 오히려 직접 컨택하는 편이 경쟁력 있다. 

특이사항 : 시설은 지금껏 빠이에서 보았던 그 어느 숙소보다 월등히 좋다. 다만 각 건물이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 객실에 묵을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가 좀 있을 것 같다. 오픈된 욕실은 모기의 공격을 막지 못 할테고. 입지나 시설을 고려한다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쿼터 부지/뷰가 전체적으로 좀 답답해 보이는 건 역시 반 크라팅이 눈에 밟히기 때문?

 

쿼터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다고 하룻밤에 1800밧을 지불하기는, 그 누가 대체 빠이까지 와서 왜 그런 고급 숙소에 묵는거냐 더 이상 묻지 않는다고 하여도, 마음이 편치 않은 선택이었다. 구구절절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뭐 있나. 그냥 비싼 돈에 굴복한거지. -_-;

 

쿼터까지 구경하고 난 뒤 다시 브룩 뷰로 돌아오니, 우리의 브룩 뷰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쿼터가 얼마를 부르던 확 지를 것을 그랬나? 방으로 돌아와서도 의견이 분분하던 우리, 다시 쿼터를 찾아가 내일부터 이틀간 예약을 해버리네 마네 하다가, 그건 앞으로 우리의 남은 인생에 있어서도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라는, 아주 거창한 이유를 들먹거리며, 브룩 뷰만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그 장점부터 점점, 그러나 빨리, 우리에게 익숙해지기를 바래본다.

 

오늘도 시내에서 밤 늦도록 싸돌아다니다 돌아와야겠구나. 저 천장의 벌레가 잘 보이지도 않고 신경쓰이지도 않게끔 말이지. 

 

@ 오늘의 영화 : <스카우트> 아~ 이 영화 좋네. 야구 영화인줄 알았더니. 근데 흥행은 안 되지 않았던가? 건주, 많이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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