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고 스쿠터 끌고 치앙마이 최고 관광지 중 하나라는 도이수텝(Doi Suthep)을 향해 달린다. 김원장 말로는 예전에 치앙마이 왔을 때 가 본 곳 같다나 뭐라나. 열심히 달려 - 나는 물론 뒤에 매달려 - 도이수텝을 향해 오르다가 동물원 지나 큰 불상이 있고 주민들이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있는 곳에서 잠시 정차. 우리가 현지인과 구분이 안 되는 건지, 부처님께 올릴 공물들을 파는 상인들이 우리를 붙들고 호객을 해댄다. 주변을 둘러보니 엇, 웬 폭포 안내판이? 우리 폭포 구경하고 가자!

 

 

입장료가 있는겐가 없는겐가 입구에서 어리둥절해하다가 남들따라 그냥 진입, 

 

 

목에 걸고 있는 명찰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공원내 안내인이거나 뭐 그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 같은데 하릴없이(혹은 할일없이 -_-;) 개울에 사는 커다란 붕어들에게 빵을 던져 주고 계시더라. 먹이에 미친 듯 달려드는 붕어 구경에 잠시 빠져든 김원장.  

 

 

 

이 폭포가 오늘의 주인공? 뭐야? 넘 허접인데?

 

 

어느새 김원장은 폭포고 뭐고 다 신경끈 채 물 속 작은 생물들의 삶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옛날에 연애(?)할 때 서해안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나한테는 신경끄고 바닷가 생물들의 삶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었지. 당시 내가 뭐라고 했던가.

"그들만의 소우주를 파괴하지 마세요" 뭐 그런 식으로 완곡하게 투덜거렸던 것 같다. 그런 생각에 젖어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나, 김원장이 문득 정신을 차리더니 안내 표지판에서 공원 뒷편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View Point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나를 질질 끌고 산에 오른다. 이 역시 내가 원하는 사양은 아닌데 -_-;  

 

 

등산이라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얼마 걷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까 오토바이로 이미 좀 고도를 높여둔 까닭에, 전망대다 싶은 곳에 올라 치앙마이 시내를 바라본다. 오호, 치앙마이가 보인다~ 예의상 잠시 감탄을 날려주고 돌아서려는데,  

 

 

아니, 이 소리는 뭐지? 고즈넉한 산 중에 들려오는 싱싱한 *^^* 남정네들의 외침! 그 소리를 따라 부지런히 길도 아닌 바윗길을 타고 오르니(이럴 땐 또 잘 올라가요), 오호라, 이게 웬 떡이란 말이냐!

 

 

앗, 웃통까지 벗어제치고... 이쯤에서 줌 한 번 안 땡겨줄 수 없지!

 

 

막상 줌으로 땡겨보니 싱싱하다기 보담 -_-; 풋내가 나는 어린 아해들이었는데 고딩인지 아님 대딩 신입생인지 잘 파악이 안 되는 가운데, 갑자기 이들이 벌이는 이상한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흠냐, 저 짓은 아무래도 신입생들 군기 잡을 때 하는 것 같은데... 조금은 겁에 질린듯 차례로 어설프게 물 속으로 뛰어드는 청춘들을 바라보며 키득거리다가 여기서 너무 시간을 보내는 듯 하여 하산.

 

 

 

날씨가 그저 흐린가보다 했는데 다시 공원 출구에 다다르자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워낙은 폭포를 나와 산길을 더 타고 올라 도이수텝 여기저기 마저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김원장 왈 이러다 빗발이 굵어지기라도 하면 스쿠터를 타고 꼬불꼬불 내리막길 주행하는 것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단다. 그럼 돌아가야지.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누나. 

  

 

기껏 잘 타고 돌아와서는 예전만큼 오토바이 라이딩이 재미없다는 김원장. 김원장도 늙었구나.

스쿠터를 반납하고 다시 일식을 먹으러 간다. 김원장은 찌라시 스시, 나는 돈까스+냉메밀소바.

 

 

 

 

부른 배를 두들기며 이후 우리가 다음 목적지로 삼은 빠이(Pai)행 준비하기

 

㉠ 빠이 숙소 예약하기 : 이건 미리 여기저기 뒤져서 빠이 도착 후 초반 이틀간 묵을 숙소에 일단 예약을 걸어 두었는데 오늘 확답을 받았다. 오케이.

㉡ 김치 사기 : 빠이에서 먹을 김치를 치앙마이 수퍼에서 미리 잔뜩 사가지고 갈 것! 그런데 팍 쉬어버리면 어떡하지? -_-;

 

㉢ 빠이행 차편 예약하기 : 치앙마이-빠이간 이동 수단에는 로칼버스, 여행자용 VIP 미니버스, 비행기 등이 있는데 우리는 이 중 미니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치앙마이 시내를 거닐다보면 AYA service 미니 버스 회사의 대행 업무를 한다고 안내문을 걸어놓은 가게들을 여럿 볼 수 있는데, 우리도 숙소 근처의 한 업소(Sixty house. Thaphae soi 4 입구쪽에 위치. 게스트하우스와 PC방, 여행사 등을 동시 운영하고 있다)에 인터넷하러 갔다가 이 집도 아야 서비스 대행 업체라길래 신청. 편도 180밧/인(알고보니 직접 예약하면 150밧). 오전 10시 버스로 예약을 했더니 오전 9시 30분경 우리가 묵는 숙소로 (무료) 픽업을 올거라고 하더라.  

참고로 Sixty house가 있는 thaphae soi 4 입구에는 치앙마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로티 가게가 밤마다 선다.

 

㉣ 한식으로 막판 불사르기 : 빠이가면 한식당이 없을테니 있을 때 먹기 어려운 메뉴들로 먹어두자. 그리하여 코리아 하우스에 가서 오징어 볶음이랑 콩국수를 시켰는데(각 130밧), 야~ 정말이지 감동의 연속이었다. 쌀이야 좀 그렇지만 반찬은 한국을 능가하는구나. 그냥 콩국수도 아니고 검은콩국수를 치앙마이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여기는 날이 더우니 콩국수를 사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ㅋㅋ

 

 

 

오전에 비 좀 맞으며 스쿠터 타고 달렸다고 김원장이 몸살기가 돌기 시작한다는데, 맛난 한식 먹고 힘내라구! 내일 먼 길 가는데 아프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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