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태국행 비행기는 오후 11시 15분 발, 이집션 라운지에서 꾸역꾸역 또 먹고(대체 하루에 몇 끼를 -_-; 내 돈 내고 먹는거라면 이렇게 이용하지 못했겠지) 뱅기에 올라탄다. 밤 비행기니까 내심 자리가 많이 남기를, 그래서 자빠져 갈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거의 만석. 아니, 근데 왜 이리 중국인들이 바글바글 많은거지? 알고보니 이 비행기는 카이로를 출발, 방콕에 잠시 내렸다가 다시 비행, 광저우를 최종 목적지로 삼았다 한다. 오호라, 이 사람들 모두 광저우에서 내리겠구나.

 

비행기는 예정보다 30분쯤 늦게 이륙했다. 안 그래도 장장 8시간 50분에 달하는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야 하는데... 얼른 밥 먹고 자자(김원장은 이제 거의 먹지도 않는다).

 

 

 

졸다 깨다 몇 번 반복을 하고, 밥 한 번 더 먹고. 두 번째 기내식은 조식 버전.

 

 

늦게도 떴거니와 방콕 상공에서 몇 번이고 선회하는 듯 싶더니 결국 원래의 도착 예정시각인 오전 11시 55분보다 1시간 정도 연착했다. 아이고, 힘들어라. 

 

한국에서 방콕오는 다른 비행기와 비슷한 시간에 내렸는지 방콕 수안나품 공항에 한국인이 바글바글하다. 가만있자... 오늘이 7월 3일이니까... 그야말로 방학+휴가 시즌의 시작인가. 여기저기서 뽀샤시하게 차려입은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마구 들려오자 갑자기 방콕에 잘못 온 듯한 느낌이 팍팍 든다. 이래서야 원, 얼른 태국을 떠 인도로 가야쓰것다. 수많은 한국인들과 섞여 입국 심사대에 줄을 선다. 엇, 그러고 보니 이집트 항공이 우리에겐 출입국 카드도 안 나눠줬네. 우리도 중국인인줄 알았나봐. ㅋㄷ 김원장 세워두고 얼른 출입국 카드 구해와 쓱쓱 작성을 한다. 입국 심사대에서도 내가 내민 입국 카드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지금 어디서 온 거죠? 묻는다. 앞 뒤로 한국서 온 한국인들 투성이다보니 이집트에서 온 한국인이 좀 헛갈렸나보다.

 

이제 수안나품 공항도 제법 익숙해졌다. ATM에서 돈부터 찾고(2만밧 / 1밧=32원), 연이어 택시도 쉽게 잡아탄다. 초등학생이었다면 참 잘했어요, 별 도장을 받았을 것 같다. 택시는 익숙한 하이웨이를 내달려 우리를 예약해 놓은 숙소(www.roofviewplace.com) 앞에 내려 놓는다(미터 택시 220밧+톨비 두 번 20+45).

 

숙소 프론트 언니가 우리를 알아보는 것 같다. 그래, 우리 4개월 만에 다시 묵는거야 ^^ 숙소는 고새 더욱 깨끗해졌다. 화장실의 샴푸도 업그레이드 되었고 작은 물통이 들어있는 냉장고도 좋아졌다(방 안에서 사용하는 무선 인터넷에는 여전히 50밧 사용료가 있다).  

 

몸이 좀 피곤하긴 하지만, 어차피 시차 적응을 하려면 아무래도 낮 시간에는 움직여두는 편이 좋다. 게다가 홍익여행사에 가서 인도 비자 대행도 부탁하고 인도행 항공권도 구입해야 하고 내일 출발하는 방콕발 치앙마이행 기차표도 받아와야 한다. 그런데 김원장, 일단 인도행에 대해서는 하루만 더 생각해 보자고 한다. 그래, 그럼.

 

참고로 홍익여행사에서 보내준 방콕발 치앙마이행 기차 정보   

 

치앙마이행 기차는 매일 18시와 19시 35분에 출발하게 됩니다.

18시 기차의 에어컨 윗침대는 891바트, 아래침대는 981바트,
19시 35분 기차의 에어컨 윗침대는 871바트, 아래침대는 941바트입니다.

어떤 침대칸으로 원하시는 지 말씀해 주시고, 총 가격X33.5원을 입금해 주시면

티켓을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의견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7월 4일 오후 6시 출발편으로 침대 위, 아래 한 칸씩 예약을 부탁한 바 있다 

 

카오산 홍익여행사에 들러 일단 기차표만 받아온다. 여기까지 온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우리의 방콕 여행을 완성시키는 동대문의 김치말이 국수, 콜!

 

 

사실 기내식과 라운지에서의 연이은 포식으로 배가 썩 고픈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곱배기 한 그릇 시켜서(190밧) 잘도 나눠먹는다. 역시 김치 없인 못 살아. 이 사랑스런 개운함을 그 누가 따를쏘냐~

 

 

배 안 고프다더니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오히려 모자란 것 같더라. -_-; 이후 산뜻한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연례 행사답게 카오산 골목 골목을 누빈다. 여전한 - 하긴 불과 4개월 만인데 여전한게 당연하지 - 풍경 가운데 카오산에 간식 거리로 새롭게 등장한 메뉴가 우리 눈길을 잡아끈다. 그건 다름 아닌 중동식 팔라펠 -_-; 뭐야, 우리 중동에서 많이 먹던 것 아냐?

 

결국 맥도널드 신세를 또 진다. 부익부빈익빈이라더니, 먹으면 먹을수록 위도 커지는구나. 더블 빅맥 세트를 라지로 업글. 가격은 155밧.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지불했던 가격을 떠올려보자니, 아아, 역시 태국이 저렴하구나. 착하기도 하지. 카오산을 우리 동네마냥 누비다가 끝내 내가 무지 좋아하는 팟타이도 한 접시 포장해 온다. 새우도 올려주세요~

 

 

숙소로 돌아와 내일 모레 아침에 도착할 치앙마이의 숙소부터 예약한다. 아시아룸스(www.asiarooms.com)를 뒤져 적당한 가격대에서 위치 괜찮고 그럴싸해 보이는 숙소를 하나 골라낸다. 이름은 Tea Vana(www.tea-vana.com). 조식 포함 1박에 42불이란다(홈페이지상 같은 사양의 방이 2800밧이라니까 아시아룸스 가격이 경쟁력있다). 일단 2박 걸어 놓는다.

 

그리고는 마주 앉아 인도행에 대해 고민해 본다. 김원장이 인도를 가자고 말을 꺼낸 후부터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도보다는 여전히 남겨두고온 시베리아 횡단열차+몽골이 더 큰 떡처럼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태국까지 온 몸, 이제 여기서 다시 모스크바로 돈 더 들여 날아가는 짓은 말도 안 된다(몽골이라면 또 모를까 ㅋㅋ 나는 아직 몽골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한항공 티켓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오늘 아까 태국 입국할 때 보았듯, 태국에 한국인들이 물밀 듯 밀려 들어오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그다지 반가워하는 현상이 아니다. 그러니 이왕 이리된 것, 딱히 땡기는 것은 아니지만 열흘 뒤 인도로 가자, 나는 그렇게 확정 짓는다. 

 

그러나 정작 말을 꺼낸 김원장은 인도행에 대해 심드렁(?)하다. 글쎄, 귀차니즘 때문이라고 해야하나? 인도 비자를 발급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긴 것도,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드는 것도 다 맘에 안 든단다. 그럼 뭐야, 인도 가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거면 그냥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지! 내가 불끈, 하는 모습을 눈치챘는지 김원장이 그렇담 일단 보류하자고 한다. 어차피 인도로 가기로 맘만 먹으면 그로부터 열흘 정도 뒤에는 언제든 갈 수 있을테니. 그래... 그럼 그러자. 쩝. 어째 좀 껄쩍지근하다. 홍익여행사에 비행기표 일단 취소해달라고 해야겠네...

 

참고로 미리 예약, 컨펌까지 받아둔 태국 방콕-인도 캘커타간 부탄 항공편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방콕-캘커타 : KB121편 7월 15일 04시 35분 출발, 05시 45분 도착
캘커타-방콕 : KB120편 9월 4일 10시 20분 출발, 14시 25분 도착

 

이후 김원장이 인터넷으로 뭘 저리 열심히 찾아보나... 싶어 슬쩍 봤더니 한국의 전원주택/농가주택 전세 물건 정보와 풍산견 따위를 목하 검색중이다. 뭐야... 아예 인도 갈 마음이 없는거야? 그럼 아까 댄 이유는 다 핑계였던거야? 이왕 여기까지 온 것, (6시간만 더 날아가면 되는) 한국으로 확 돌아가고 싶은거야? 그래서 이젠 내년 2월까지 남아있는 기간 동안 조용한 전원 생활을 한 번 트라이해보고 싶은거야? 풍산견 기르면서? (이건 무척 반가운 소식이지만) 흠...

 

아마도 시차 때문인지 낮에는 은근 졸렵더니 밤에는 잠이 안 온다. 결국 마트에서 사 온 라면까지 두 개 끓여 먹는다 -_-; 태국에서 이러고 있는 현 상황이 약간 심란하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에게, 특히 김원장에게 정말 필요한 건 뭘까? 그런 생각을 하다말고 갑작스레 태국발 바누아투행 여행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_-; 얼른 자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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