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 창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 

 

<햐~ 날씨 좋고>

<베란다에 나가 바라보면 다뉴브가 직빵. 건너편 부다(Buda)도 손에 잡힐 듯>

 

이제나 저제나 항공권 컨펌이 나기를 기다린다. 나는 어제 그렇게 쇼를 해서 힘겹게 예약을 마치고 컨펌 메일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김원장은 여기저기서 들고 온 렌트카 회사 브로셔들을 펼쳐놓고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워 보느라 바쁘다. -_-; 한 업체에서 제일 작은 토요타 Suzuki 모델의 경우 일주일 빌리는데 196불이라나. 다음엔(엥? 다음 언제?) 헝가리에서 그런 차를 빌려 불가리아+루마니아+터키를 돌겠다는 둥, 아니면 헝가리+옛 유고연방+터키를 묶어 다녀보겠다는 둥... 하고 있다. 이게 다 뭔 소리야? 더 이상 유럽이 싫어서 이 대륙을 뜨겠다면서! 나 이미 방콕행 뱅기 예약도 걸어놨다구!

 

# 참고로 김원장이 들여다보던 헝가리 렌트카 업체 중 두 곳의 홈페이지   

www.autoeuropa.hu

www.avalon-rent.hu

 

 

아침녘부터 노트북을 들고 무료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지점으로 들락날락, 마침내 expedia에서 컨펌 메일을 보내줬다. 만세이~ PC방에 들러 e-ticket 대용으로 컨펌 메일마저 출력해 놓는다. 이제는 반가움을 담은 눈인사까지 나누게 된 PC방 주인 언니. 특별한 일이 없는한 이번이 마지막 PC방 방문이 될테니 내 멋지게 이 나라 말로 고맙다 인사하고 떠나고 싶었는데 헝가리 말 발음이 엔간히 어려워야 말이지(헝가리어는 우리나라처럼 우랄알타이계 언어라나 뭐라나 해서 유럽 내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문법이야 우리나라랑 비슷한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발음하기는 영~).

 

여하튼 컨펌된 우리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이집트 에어를 이용, 카이로에서 1시간 반 정도 기다린 뒤 비행기를 갈아타는 셈이니 경유 시간도 적당해 보인다.

 

Budapest (BUD) to Cairo (CAI) 7/02/08

  5:00 pm -

  9:30 pm

Egyptair
Cairo (CAI) to Bangkok (BKK)

7/02/08

7/03/08

  11:15 pm -

  11:55 am

 

 

Egyptair

유럽을 뜨게 되는 날이 7월 2일이니까 오늘까지 앞으로 네 밤 남았다. 그 나흘 동안 뭘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모든 게 예정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방콕에서 인도 비자를 받는 동안 며칠 디비지긴 하겠지만, 그 후 인도로 간다면, 그렇다면 이 유럽 대륙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소고기, 돼지고기 허벌나게 먹어두기? 보행자 전용 도로를 산책하며 수 많은 거리 공연 보기? 착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맘껏 벗어제껴주신 젊은이들 구경하기? 노브라, 핫팬츠로 싸돌아다니기? 당장 생각나는게 뭐 이런 것 밖에 없냐 -_-;

 

 

헝가리 지도를 펼쳐놓고 내일부터 3일간 머무를만한 근교 시골 마을이 있는지 들여다 본다. 부다페스트 근처로 3일 이내 여행할만한 곳이라면 역시 헝가리 북부 다뉴브 강변(The Danube Bend)이 우리 취향엔 딱 일텐데, 6년 전 이미 그 동네를 헤집고 다닌 적이 있어서(http://blog.daum.net/worldtravel/10849878) 그다지 땡기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김원장 왈, 바로 앞 부다도 다시 가기 싫은데 거기까지 가는 것도 다 귀찮다고. 그래, 여기서 평생 사는 사람도 있을텐데 우리 그냥 부다페스트에서 내내 개겨보자.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부다페스트에 이리 오래 있어보겠냐.

 

그렇담 모든 일에 앞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는 이 숙소가 마음에 들지만, 김원장은 다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뉴브 강변과 너무 가까워 늦은 밤까지 야외 카페에서 들려오는 생음악 연주가 마음에 안 든다고 -_-; 좀 더 조용한 주택가로 옮기고 싶단다. 시계를 보니 거의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그래서 얼렁 다시 찾아간 IBUSZ 여행사. 이번엔 항공권 담당이 아닌 숙소 담당 부서.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다소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두꺼운 폴더를 펼쳐가며 아파트 소개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10000포린트 선에서 "조용한" 방을 구하고 싶다고 하니 조건에 맞는 박당 11000포린트 짜리 아파트 하나가 비어 있단다. 약도를 그려주며 키 하나 내 주면서 직접 보고 오란다. 어라? 우리 둘만? 확 키 가지고 날라? ㅋㅋ 약도를 들고 찾아가보니 우리가 원래 묵던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고 메인 시내 거리와는 엎어지면 코닿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숙소가 들어있는 건물의 ㅁ자 구조상 중정을 바라보고 있는 숙소는 현재 묵고 있는 숙소보다 좁고 어둡긴 해도 세련되고 조용하다는 점에서 김원장에게 점수를 딴 것 같다. 

 

돌아가 방이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하자 얼마나 묵을 것인지를 묻는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이미 지불해 놓은 숙소가 있으니 내일부터 3일간 묵겠다 답한다. 그러자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집주인들이 최소 4일씩 묵을 것을 요구한다며 계산기를 두들긴다. 

 

박당 11000포린트 숙소 3박(33000포린트)에 요구사항인 최소 4일 숙박에 못 미치니 추가 요금 10%(3300포린트), 그리고 택스 3%(990포린트)까지 합하여 37290포린트를 찍어 보여준다. 엥? 추가 요금은 그렇다치고 웬 듣보잡 택스? 직원 설명으로는 여행 관련 상품 구매시 무조건 택스 3%가 붙는다고 한다. 그렇담 어제 베스트 호텔 서비스는 대충 뭉뚱그려 계산한 모양이네. 예산이 박당 10000포린트라니까? 되풀이하자 그 직원, 자기네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저렴한 아파트먼트가 박당 10000포린트인데 그 경우에도 4박이 아니니 33900포린트를 지불해야 한단다. 흐미~

 

너무 비싸다, 그렇담 안 되겠구나, 예산을 훌쩍 초과하는데 더 저렴하게 묵을 방법은 없는거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던진 질문인데 어랍쇼, 미끼를 물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는건지 어딘가 전화를 넣어보더니 그럼 너희가 방금 보고 온 박당 11000포린트 짜리 숙소를 박당 9000포린트로 깎아줄께, 한다. 얼쑤~ 그리하여 9000포린트X3박+10% 서플먼트+3% 택스=총 30510포린트로 맞춰 계약한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더니, 오늘 37290-30510=6780포린트를 벌었다(?). 여하튼 결론은 경우에 따라 IBUSZ에서 네고도 가능하다는 것. 아줌마는 곧 사무실 문을 닫고 퇴근할 예정으로 내일 영업을 안 하니까 내일이 체크인 날짜라고 해도 오늘 미리 키를 받아가라고 한다. 아까 집이 비어있는 것을 봤고 이미 키까지 받았지만 착한 -_-; 나 "내일 체크인 시간이 따로 있니?" 물어본다. "아니, 내일 아무 때나 가능해~"

 

 

방도 지정가보다 싸게 구한데다가 이미 키까지 손에 넣었으니 원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금 들러 차분히 새 숙소 구경을 해 본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긴게 손에 넣기 전에는 이것저것 다 좋아보이더니, 막상 돈 지불을 끝내고 나니 이젠 이런저런 단점이 더 많이 드러나보인다. 이런 걸보고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는건가. 여하튼 이제 내일부터 이 새로운 숙소에서 세 밤을 보내고 난 뒤 우리는 짜잔~ 방콕으로 가는거다.

 

오늘은 우리 집이 두 채다, 각자 한 채씩 차지하고 자도 되겠다, 낄낄거리며 나선다(일말의 양심과 새가슴 때문에 그 집을 미리 이용하진 않았지만). 이제 배도 출출한데 장 보러가자~ 어제에 이어 또 방문하는 Great Market(http://www.piaconline.hu/).

 

  

 

 

시장 2층 먹거리 코너에서 가이드북 추천 간식거리 Langos도 사먹고(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호떡처럼 기름에 거의 튀기다시피 지져낸 뒤에 여러 토핑을 맘대로 골라 얹어 먹음) 이런저런 부식을 잔뜩 구입한 뒤 김원장과 봉다리 흔들면서 룰루랄라 숙소로 컴백. 

 

자, 그럼 이제 다음 해결해야 할 일은 뭐지? 그래, 방콕의 한인 여행사에 인도 여행 문의를 해 봐야지. 다시 노트북을 들고 단골 홍익여행사(hanasia.net/hit)에 글을 남긴다.

 

안녕하세요?

7월 3일 정오경 헝가리에서 방콕에 도착합니다. 도착하는대로 인도 비자 대행과 인도 비자 발급 즉시 출발하는 항공권을 구매하고 싶은데 ;

1. 인도 비자 구비 서류 및 소요 기간, 비용
2. 방콕-캘커타 왕복 항공권 비용(유효기간 1개월/3개월)
3. 방콕-델리in, 뭄바이-방콕out 항공권 비용(유효기간 1개월/3개월)
4. 방콕-델리 왕복 항공권 비용(유효기간 1개월/3개월)

상기 사항에 대해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뵙겠네요. 건강하세요~

 

오케이~ 이제 이 부분은 답변을 기다리면 되겠고, 가만있자... 그 다음에 할 일은? 

 

 

태국으로 가면 이제 한국 라면 구하기는 쉬울테니 불가리아에서 산 짝퉁 한국 라면은 여기서 묵는 동안 다 먹어 치우는 것으로 하고, 교체 구입 시기가 다가오는 어지간한 생필품들은 최대한 아껴쓰다가 물가 저렴한 태국에서 새로 구입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내리고, 요르단에서 함께 와디럼 여행한 것을 계기로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던 어여쁜 체코 커플에게도 다음에 유럽 다시 오면(김원장 말로는 유로 2012할 때 다시 오겠다는데 과연) 그 때 꼭 들르겠다 메일 날려주고, 그리고 그리고...  

 

 

언제 우크라이나를 꿈꿨냐는 듯 착착 인도행 준비를 신나게 해나가는 나(와 김원장). 김원장은 이런 나를 보며 여행지는 자신이 다 정하는데 어딜가나 결국 즐기는 건 본인보다 나인 것 같다며 낚인 것 같다는 둥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ㅋㅋ 

 

오늘 저녁 메뉴는 김원장표 카레. 인도에 가면 카레 비슷한 것(?)은 원없이 -_-; 먹을 수 있으니 비상용 카레 또한 아낄 이유가 없다. 낮에 장봐온 신선한 야채들과 베이컨까지 듬뿍 넣어 완성. 설겆이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김원장이지만, 여행 나와서는 점점 요리에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군(칼질할 때보면 집중도 열라 높다). 요즘 그렇게 심심한거야? ㅋ   

 

 

<인도가면 베이컨도 없어, 있을 때 많이 먹어둬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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