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Szechenyi Lanchid (Chain Bridge) 넘나들며 재미있는 야시장 구경. 아마도 주말에는 차들의 통행을 막고 다리 위와 양단으로 야시장이 서나보다. 여러가지 먹거리와 볼거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리 난간쪽으로 전시 중인 사진들이었는데, 헝가리 여러 지방의 시골 노인들이 공통적으로 부다페스트의 상징인 부다의 Castle Hill을 배경으로 찍은 것들이었다. 재미있는 건 실제로는 이들 대부분이 헝가리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방문한 적이 없는 노인들이라는 사실인데, 사진 작가는 이 사진을 얻기 위해 캐슬 힐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그들의 집 앞 마당에 이 배경 사진을 펼쳐 놓고 그들을 그 앞에 세운 후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헝가리가 한 때 유럽사에 이름을 날렸던 나라이긴 하지만 현재 면적으로는 고작 우리나라 정도 크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파파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도록 부다페스트 한 번 안 와보셨다니 ㅎ

혹 우리나라에도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들 많이 계실라나?

 

여하튼 주말에 차다니는 메인 도로를 막고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유럽의 문화만큼은 정말 부럽구나.

 

 

느긋느긋 아침을 지어먹고나니 어느덧 체크아웃 해야하는 11시가 다가오는지라 서둘러 이사를 한다. 다행히 양 숙소간의 거리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지라 이사는 일사천리로 후다닥. 마찬가지로 구닥다리 방식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새 집으로 올라갔는데 이 건물 역시 층마다 몇 채의 소규모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우리 집 주인이 소유한 또 하나의 아파트와 대문(?)과 전실을 공유하고, 각 아파트마다 개별 현관이 따로 있는 식이다. 개별 현관을 열자마자 오른편에 부엌, 그리고 맞은 편의 화장실이 보이고 왼편으로 작은 방이 하나 있으니 사실 아파트라고 말하기엔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좁은 공간을 참으로 알차게도 꾸려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방이기도 하다. 여하튼 무사 이사를 축하하며 건배! (대낮부터 술인거야~ 그런거야~)   

 

<인도에선 맥주도 소시지도 먹기 어렵다나 뭐라나. 정녕 그래서 먹는거냐>

 

태국 가서 인도 비자 받아내는 며칠 동안 뭘하고 놀까? 방콕은 좀 지겨울 것 같고... 김원장이 문득 막간을 이용하여 치앙마이에 다녀오자고 한다. 아주 옛날에 다녀오곤 그 이후로 다녀온 적이 없다며. 고것 참 좋은 생각이다. 나도 언제고 한 번 꼭 가보고 싶던 곳인데. 

 

인터넷을 두들겨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저가 항공편을 알아본다. 우리가 7월 3일 방콕 도착 예정이니까 하룻밤은 쉬고 7월 4일 출발하는 놈으로. 비행시간은 1시간 남짓 걸리고 비용은 1인당 1728밧이라 잡힌다. 저가 항공은 많이 저렴할 줄 알았는데, 출발일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일단 인도 비자 문제가 확실해지는대로 이 부분은 재차 고민해 보기로 하고, 생각난 김에 7월 3일 밤, 방콕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지난 3월,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쿠웨이트로 갈 때 잠시 들른 방콕에서 묵었던, 루프 뷰 플레이스(http://www.roofviewplace.com/)에 일단 1박 예약 신청을 해둔다(http://blog.daum.net/worldtravel/12454869).

 

 

뭐 그러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여기저기 뿌려놓은 메일에 대한 답장들만 기다리면 될 뿐. 

이럴 때면 김원장은 좀처럼 가만히 방에 머물지를 못 한다. 산책 가자!!! 내 그럴 줄 알았지. 귀찮긴 했지만 어두컴컴한 방에서 바깥으로 나오니 날씨가 좋긴 좋구나! 남들은 이런 유럽보러 이제 막 날아오고들 있을텐데 나는... 쩝. 다음 사진들은 부다페스트 시내를 뱅뱅 돌면서 찍은 몇 장.

 

 

 

<Great Market 앞은 공사중. 오늘은 일요일이라 시장 문도 닫는다. 어째 여기에 매일 출근일세>

 

 

 

 

 

우리 같은 관광객들 말고는 하릴없이 골목골목 돌아댕기는 현지인들은 별로 없는 듯(당연한 이야기인가?). 부다페스트에 지난 6년간 엄청난 돈이 쏟아져 들어왔구나, 다시금 확인해 보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앞서 여행한 불가리아 복덕방들도 난리였고 루마니아 휴양지들도 공사판이었던걸까.

 

각자 연주하는 이유야 다르겠지만 어딜가나 음악 소리가 들려와 그건 참 좋다. 아아, 나는 유럽에 와 있다네(비록 뒹굴거리고 있지만).

 

<오늘의 김원장표 저녁 메뉴 : 김치수제비> 

 

@ 오늘의 다큐 : <수요기획 2004.10.27 딸들의 나라 핀란드의 꿈>

내 비록 핀란드는 이번에도 방문하지 못 한다만. 기다려라, 핀란드여. 휘바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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