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그러니까 근 새벽 5시까지 봉춤 추는 언니들 때문에 김원장은 단 한숨도 못 잤다(물론 나는 깜빡 깜빡 잘도 잤다). 5시가 넘어가면서 음악 소리는 이제 잦아 들었지만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난 김원장이 씩씩거리며, 더 이상 이 숙소에 있기조차 싫다고, 당장 나가자고 하는 바람에 덩달아 죄없는 마누라까지 꿀맛같은 새벽잠을 놓쳐가며 여명빛 하늘 아래 일찌감치 그 숙소를 나서야 했다. 


어차피 우리가 차를 타야 하는 지점은 숙소에서 몇 발짝 안 떨어진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내 원 계획은 최대한 숙소에서 개기다 시간 맞춰 체크아웃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 당연 몰랐겠지 - 분이 영 안 가라앉는 김원장은 어젯밤 일로 유럽에 온갖 정이 다 떨어진다고 한다. 중동과는 다르게 (이렇게 드러내놓고) 문란하게 노는 것도 싫고 - 정말일까? 그럼 한국에선 왜들 그러고 노나? ㅋ - 중동과는 다르게 외국인에 대해 손님 대접 안 해주는 것도 싫고 - 언제는 중동인들의 넘치는 호기심이 부담스럽다더니? - 물가 비싼 것도 싫고 - 하긴 이 부분은 나도 그닥 - 하여간 유럽의 모든 것이 다 싫단다. 모조리, 몽땅.

 

화가 진짜 많이 났나보다.

 

이 일 때문에 안 그래도 우크라이나가 별로 안 땡긴다며 요 며칠 고민해오던 김원장은 결국 이 대륙(!)을 뜨기로 마음 단단히 바꿔먹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행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김원장의 뜻대로 이 유럽 대륙을 벗어나 원하는 인도 아대륙으로 간다한들 - 그렇다, 김원장이 갑자기 다시 인도를 들먹거리고 있다 - 과연 김원장이 행복해질까.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보건데 김원장은 지금 일상화 되어버린 여행 자체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는 거지, 여행하고 있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과감히 100원 건다.

 

그리하여 나는 설득에 들어간다. 우리가 여기서 인도로 가나 or 예정대로 우크라이나를 거쳐 발트 3국을 지나 러시아로 들어간 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나 똑같다고. 다만 김원장이 무지 화나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의 설득은 약하디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게 한계라면 한계다. 아니, 설득이라기 보담 눈치나 살살 보면서 흘리듯 소심하게 제안을 이어갔다는 편이 맞겠다.

 

김원장은 어느 나라를 여행하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내 말에 짐짓 동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큐레슈티에서 인도 비자를 받고 인도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한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인도 비자를 받고 인도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한지 가이드북을 뒤져 보고 있다(김원장의 결론에 따르면 인도 비자 문제는 몰라도 항공권은 단연 부다페스트가 유리하단다). 에효, 마음이 확 떴구나. 내가 한국서 러시아 비자를 얼마나 힘들게 받아왔는데... 흑.

 

숙소에서 일찍 체크아웃 한 탓에 주차장에서 꽤나 기다리다 오전 6시 45분, 드디어 헝가리행 봉고차에 오른다. 전면 행선지에 달랑 부다페스트라고 쓰여져 있다. 아저씨에게 혹 중간에 Nyiregyhaza는 안 들르는지 물어본다. 지나치긴 하지만 안 선다고 한다(정확하진 않지만 6시 45분 배차 차량에 한해 해당하는 말인 것 같기도). 결국 이래저래 일단 부다페스트로 가야겠구나.   

 

# 루마니아 사투 마레 - 헝가리 부다페스트간 편도 요금 : 60레이/인

어제 사투마레에서 가까운 Nyiregyhaza로 갈 줄 알고 대략의 예상 차비에 여유분 조금 남겨놓고 루마니아 화폐를 다 써버린 터라 -_-; 부다페스트행 2인 요금에 해당하는 120레이 지불하기를, 70레이+20불+2유로로 처리(당시 환율 1USD=2.254RON, 1euro=3.63RON)했다. 우리 편의를 내세운 지저분한 지불이었지만 정작 운전사 아저씨는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영수증 의무 발급 규정 적용을 안 지켜도 된다는 생각에 그저 좋아하는 듯 했다. -_-; (다시 말해 우리 차비는 아저씨가 in my pocket 한다는 야그) 참고로 공식적으로 이 구간 차비는 루마니아 화폐, 헝가리 화폐, 유로 모두 지불 가능하다.

 

봉고차는 곧 루마니아 국경을 넘어 헝가리에 들어섰다. 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Nyiregyhaza가 눈 앞에 보인다. 김원장 마음만 좀 풀렸으면 운전사 아저씨를 졸라서라도, 시내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근처 어디선가 차를 세워달라 부탁했을텐데... 김원장 표정은 여전히 서늘하다.  

 

Nyiregyhaza를 기준으로 이전까지의 길은 꼬부랑 시골길이었는데, 이후는 갑자기 고속도로스러워진다. 나는 우리 뒤로 점차 멀어져만 가는 우크라이나가 아쉽게 느껴지는 동시에, 오늘 일단 부다페스트로 가긴 하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김원장이 마음을 바꿔 우크라이나로 가겠다고 하면, 이 길을 또 다시 지나가야 할텐데, 하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에너지 낭비를 걱정한다. 

 

헝가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쉰 것 - 헝가리 돈 한 푼 없으면서 잠깐 매점 구경을 했는데 헉, 헝가리 물가가 장난 아니야. 루마니아에서 생필품 싹쓸이 해 올 것을 ㅋ - 을 제외하곤 차는 열심히 달렸는데, 앞선 구간의 도로 상황이 별로여서 그랬는지, 하여간 예상보다 늦게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오전 11시 30분 조금 못 미쳐(참, 헝가리는 루마니아보다 1시간 느리다. 헝가리는 GMT+1, 루마니아는 GMT+2, 울나라는 GMT+9), 기억이 모락모락 날랑말랑하는(우리 부부는 6년 전 헝가리를 여행한 적이 있다. 김원장은 12년 전에도 여행했었고) 부다페스트의 Keleti 역(헝가리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라면 한번씩은 들리게 되는 역, 東역 Eastern Railway St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처에서 모두 하차. 

 

우선 역 안에 들어가 은행 ATM 찾아 돈(헝가리는 '포린트'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당시 환율은 은행 통장을 뒤져봐야 해서 귀찮은 관계로 -_-; 2009년 7월 현재 환율이라도 참고 삼아 소개해 보자면 1HUF = 6.4원 정도 한다)부터 뽑은 뒤, 역 내 인포메이션 센터 두 곳을 들러본다. 센터에서 가이드북에 나오는 숙소에 대해 예약해 줄 수 있는지를 물으니 두 곳 모두 (겉보기와는 다르게) 자기네는 사설이라 우리가 원하는 곳을 예약 해주기는 곤란하다고 한다. 커미션 때문에 계약된 업체만 소개해 주는 그들이 치사한건지, 아니면 예약 전화 한 통 공짜로 해보려고 했던 우리가 치사한건지. 막상막하 ㅋㅋ 여하튼 이 때문에 휴게소에서 잠시 마음이 누그러졌던 김원장은 다시 화를 내고.    

 

어차피 페스트(Pest)쪽 중심부와 가까운 숙소를 구해야 구경다닐 때 몸이 편할테니(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을 경계로 서편의 부다와 동편의 페스트로 나뉘어진다) 우리가 직접 발품을 팔아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시내 안 숙소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6년 전엔 '외갓집'이라는 한인 민박집에 묵었었는데 - 당시 협찬 받은 노트북이 고장을 일으켜 노트북을 새로 배송 받는 문제 때문에 한인 민박집 신세를 졌었다 - 그 집은 여성과 남성이 방을 따로 이용해야 하는데다가 이제는 우리도 한식을 밥 해먹고 댕기니 이번엔 당근 패스(그런데 나중에 얼핏 보니 민박업을 접은 것 같기도 하더라).

 

역과 연결된 지하철을 타고(270포린트/싱글. 놀랍게도 출구에서 지하철 표검사를 하고 있었다. 요즘 몰래 공짜로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가? 아님 랜덤에 걸려든 우연의 일치?) 

 

<부다페스트 지하철 패스>

 

<부다페스트 교통 요금>

 

마음에 두었던 Red Bus Hostel을 찾아간다(http://www.redbusbudapest.hu/). 지도가 좀 이상해서 근처에 있던 경찰들과 함께 헤맨 뒤 겨우 찾아낼 수 있었는데, 거대한 규모의 건물 안에서 호스텔로 사용하는 층을 찾아 올라가보니 담당 데스크 언니는 투숙객으로 보이는 청년과 히히덕거리며 목하 수작 중이었다(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영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작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참 웃긴게, 우리나라 같으면 수다를 떨다가도 다른 손님이 오면 수다를 빨리 끝낸다던지, 아니면 우리보고 앞 손님 볼 일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달라 양해를 구하던지 뭐 그럴 것 같은데, 이 여인, 전혀 그럴 기색이 없다. 때문에 다시 김원장은 붉으락푸르락. 결국 그들의 수다가 완전히 끝나고 난 뒤에 방 안내를 받을 수 있었는데 불행히도 우리가 원하는 사양의 룸은 다 나가고 없고 오직 도미토리만 남아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씨부렁씨부렁거렸다는. 

 

럼 이제 어쩐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본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메인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Tourinform)가 보인다. 그래, 여기는 유럽 아닌가. 공식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면 어떻게든 일이 풀릴 것이다. 그리로 가 보자. 

 

메인 인포메이션 센터(http://budapestinfo.hu/en)에서는 숙소 부분은 직접 담당하지 않는다며(정말?) 또 다른 전문 업체를 소개해 준다. 근처의 "베스트 호텔 서비스"라는 업체(www.besthotelservice.hu)가 자기네 대신 캠핑장부터 호텔까지 원하는 사양의 숙소를 연결시켜 줄 거라네(아래 허접한 홍보 찌라시를 보면 호텔, 펜션, 아파트, 민박, 호스텔 등 숙소 소개를 비롯 다른 여행 관련 업무도 한다).

 

 

메인 인포메이션 센터를 나와 알려준 베스트 호텔 서비스 방향을 바라보니 맥도날드 싸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숙소는 아직 정하지도 않고 맥도날드부터 기어들어가는 여유만만 우리 부부. 빅맥셋트 라지로 하나 시키고 케찹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1180포린트에 케찹 비용이라며 80 포린트를 더 받아간다(케찹이 크긴 했다 -_-;). 뭐야, 이건? 자그마치 8,000원 돈이잖아. 컥, 욜라 비싸네. 헝가리 물가가 왜 이렇게 되버린거야?

 

그래도 김원장, 짐 내려놓고 편히 앉아 빅맥 먹으니 이제야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맥도날드 야외 테이블 너머 보이는 작은 광장에서 들려오는 꽹과리 소리. 엇, 한국에서 온 어느 팀이 공연하나 보다. 그간 여행한 나라들도 그렇고, 여행한 시기도 그렇고 한국인들 보기가 어려웠는데, 이제 대학생들 방학도 했을 것이고 조만간 서유럽엔 득시글거리게 되겠지. 봐봐, 벌써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한복판에서 우리나라 농악대 공연도 볼 수 있잖아.

 

베스트 호텔 서비스 사무실에서 페스트 시내에 묵을 만한 방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 하니 얼마나 묵을 예정이며 생각 중인 예산이 얼마인지부터 알려 달란다. 일단 아무리 빨리 (확실히 정해지지도 않은 -_-) 다음 목적지에 대한 이동 수단을 강구한다 해도 최소 이틀은 걸릴 것 같아 "이틀 숙박 예정이고 박당 10000포린트 이하요, 화장실은 물론 부엌이 있으면 좋구요!" 하니 마침 적당한 아파트먼트가 있다며 함께 직접 구경가 보잔다. 우리 둘의 몸집을 합하면 그녀와 비슷해질라나. 우리처럼 배낭을 안 메고도 땀 뻘뻘 흘리는 그녀 뒤를 따라 다뉴브 강변쪽으로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코 앞에 다뉴브강이 흐르는 강변 도로가 나오더니 바로 그 강변 가까이 위치한 건물 안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입지 하나는 끝내주는군. 웅장하게 지어진 옛 건물은 현재 현지인들의 아파트나 사무실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듯 하다. 그야말로 완전 구식인, 그래서 좀 불안하면서도 매력적인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린 뒤 왼편에서 두번째 현관 문 앞에서 벨을 누르니 방이 막 비었는지 때마침 아파트를 청소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가이 문을 열어주신다. 흠,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환한 방이 마음에 든다. 침대도 넉넉하고 위성 TV에 화장실도 부엌도 따로 있고(http://www.besthotelservice.hu/en/accommodation/63). 게다가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이 곳을 택하자. 뽕같은 호스텔보다 가격 대비 훨씬 낫다.

 

일단 청소 중이기도 했던지라 김원장은 숙소 근처에서 배낭들을 지키며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다시 베스트 호텔 서비스 사무실로 돌아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돈을 지불한 뒤 돌아와 만나기로 한다. 김원장을 숙소에 남겨둔 채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되돌아가는 길, 혹 이따가 혼자 돌아올 때 길 못 찾을까봐 두리번두리번, 주변의 건물들을 눈에 익히며 간다. 그레텔 버전.  

 

 

박당 10000포린트에 오늘밤부터 이틀을 묵기로 최종 합의를 본다. 이것저것 우리 인적사항에 대해 알려준 뒤 2만 포린트를 지불한다. 영수증도 받고 이런 저런 주의사항도 듣는다. 만약 연장을 원한다면 체크 아웃 하루 전날 오전 10시 이전에 미리 알려주고 체크 아웃은 오전 11시이며 키 반납은 사무실로 하되 본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고 등등등.  

 

혼자서 숙소로 무사히 ^^ 돌아와보니 어느새 청소가 끝났는지 김원장이 우리 배낭을 방으로 다 옮겨 정리해 두었다. 둘이 다니니까 이런 점은 좋네. 이제 오늘의 중요한 일 중 하나(숙소 구하기)가 끝났구나.

 

 

 

숙소에서 뒹구는 것도 잠시, 김원장은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보러 나가야 한다고 성화다. 갑자기 인도도 아니고 웬 태국? 김원장 왈 요즘 인도 비자를 해외에서 받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태국 방콕에서 인도 비자를 받은 뒤 캘커타로 입국하는 편이 비자를 받는데 들이는 노력이나, 항공편 가격면에서 모두 경쟁력 있을 거란다. 보너스로 태국에서 며칠 쉬었다(그럼 지금까지는 일했나?) 갈 수도 있고. 솔직히 그 직전까지도 우크라이나행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던 나, 결국 깨끗이 포기해야 할 시점임을 깨닫는다. 포기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포기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또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준비하는게 나다 -_-; 김원장과 함께 지도를 뒤져 헝가리에서 알아준다는 IBUSZ 여행사(www.ibusz.hu)로 찾아간다. 국제선 항공권 취급하는 부서에 가서 as soon as possible, 헝가리에서 태국으로 가는 항공편 문의를 해보니 헝가리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해 방콕으로 들어가는 핀에어를 알아봐주는데 자그마치 편도 요금이 2012불이란다. 켁. 장난하나? 한국에서 인터넷을 뒤지다 가끔 왕복 요금이 편도 요금에 비해 싸게 나오는 요상한 경우를 본 적이 있어 미친척 왕복 요금을 물어본다. 그랬더니 얼씨구, 1400불이란다. ㅎㅎ 분명 편도보다 한참 싸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 가격이다.

 

다른 여행사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건 아니지 싶어 PC방을 찾아 나선다. 숙소 근처 가장 번화한 대로에서 자기네 요금이 저렴하다 선전하는 한 PC방을 발견, 인터넷을 뒤져본다. 그렇지, 7월 1일 헝가리를 떠나는 이집트 항공편이 1인당 편도 634불로 가장 저렴하다(여기저기 찾아봤는데 결국 www.expedia.com이 제일 저렴했다). 차라리 내가 헝가리에 여행사를 차리는 편이 낫겠네, 명색이 헝가리 최고의 여행사라는 곳에서 저런 터무니없는 요금을 소개해 주다니. 직원 대부분이 늙은 아줌마들이라 경쟁력이 떨어지는겐가? (나 역시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지라 일순 동병상련을 느낀다). 아니, 회사 정책이 그런 걸지도 모르지.

 

 

저렴한 가격 찾아냈다고 김원장 앞에서 잘난 척 하는 것도 잠시, 인터넷을 통해 예약 및 결제를 하려는데 요구하는 보안 사항이 많다. PC방 컴퓨터를 바꿔가며 시도해 보지만 자꾸 다운되며 더이상 예약 진행이 안 된다. 하긴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여러 명이 사용하는 PC방에서 일을 계속하기도 찝찝한 노릇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우리 노트북을 들고 온다. 그리고 예약 및 결제 시도를 다시 한다. 앗, 이번엔 들고 온 카드로는 결제가 안 된다(이 회사 카드의 경우 별도로 뭔 안전 거래 번호인가를 넣으라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에잇, 짜증이다. 숙소에서 다른 회사 신용카드를 가져와야 한다.

 

이왕 이리된 것, PC방 들락날락하며 가져다 바치는 돈도 솔찮고 해서 우리 노트북을 들고 free wifi service 지역을 찾아 삼만리 한다. 부다페스트 한복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공짜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지점을 찾아낸다. 문제 없는 신용카드로 들고 나왔겠다, 차근차근 예약을 진행해 나간다. 비행기 좌석까지 지정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어디가 좋을까 고민까지 한다. 그런데 아뿔싸, 이러다 큰 실수를 저지른다. 내가 느긋히 일을 진행하는 동안, expedia 측에서 예약 가능한 날짜가 하루 뒤로 넘아가 버린 것이다. 헝가리 시간은 아직 어정쩡한 오후에 불과하지만, 어느 순간 미국의 날짜 변경 기준 시간이 지나버린 모양이다. 럴수럴수이럴수가. 졸지에 7월 1일 출발이 7월 2일 하루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별 일 아닐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고작 비행기 좌석 지정에 연연하다가 딱히 할 것도 없고 체류비마저 비싼 헝가리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만 하는 꼴이니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다. 자책 또 자책.

 

여하튼 하루 늦게라도 예약은 했다. 지불 완료된 화면을 열어둔 채 노트북을 들고 다시 PC방으로 간다. 그곳에서 프린터와 연결하여 일단 증거 화면 1차 출력. 이제 컨펌 메일을 기다리면 된다. 

 

그런 와중에 자연스레 구경하게 되는 부다페스트, 6년 전보다 엄청 많이 밝아졌다. 이젠 부다페스트의 분위기도 점차 서유럽화 되어가는가. 거리마다 엄청 쏟아져 온 돈을 여기저기 발라댄 흔적이 역력하다. 6년 간격으로 이번이 부다페스트 3번째 방문인 김원장은 더욱 감개무량한 모양이다(아마도 김원장이 유럽에서 3번을 머무른 도시는 부다페스트가 유일할 것이다). 12년 전은 말할 것도 없고, 6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얼마간 못 산다고 느꼈었는데, 지금은 헝가리 물가가 더 비싼 것 같다(12년 전에 헝가리에 투자했다면 짭짤했을 듯). 여기저기서 무료로 배포하는 관광 안내서의 존재 자체도 놀랍거니와 그 책마다 에스코트걸 광고나 라이브 섹스쇼 광고를 해대니 황당하기까지 하다. 헝가리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이 물고 빠는 광경마저 예전 기억 속의 부다페스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장 보러 나온 Great Market>

 

# 위에서 소개한 여러 사이트들 외에 www.thecity.hu 에서도 부다페스트 관광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헝가리의 여행 관련 웹사이트들이 이렇게 발전한 것도 놀라운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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