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지난 편을 마지막으로 2009년 6월 17일 현재 더 이상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적어둔 여행기가 남아있지 않다. 헤아려보니 벌써 거의 1년 전 이야기인데 당시 상황이 제대로 기억이 날리 만무, -_-; 앞으로는 간단히 메모해 둔 정보만으로 글을 올리게 됨을 미리 공고한다. ㅋ (뭐 자랑이라고) 

 

 

오후에 시비우를 떠나 시기쇼아라로 향하는 일정을 앞두고 오전에 시비우 한 바퀴 또 돌기, 그러다 발견한 공중전화로 아주버님께 전화 걸기 -> 저네스쯔에서 시댁에 안부 전화를 했다가 아버님께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원장이 내내 고민하다가 아주버님과 상의코저 전화를 넣었다. 아주버님 말씀을 들어보니 다행히도 별 문제 아닌데 아버님께서 엄살(?)을 부리신 것으로 판명. 아마도 오랜 시간 해외에 나와 있는 둘째 아들, 김원장이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토요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다녀야 할 골목골목은 한산하기 이루 말할 데 없고, 그나마 대광장, 소광장 근처로 다가서야 사람(태반이 관광객으로 보이는) 구경이 가능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옛날적 가이드북에서 시비우 맛집으로 소개된 빵(?)집의 빵.

여전히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인다. 소광장 가까이 위치>

 

 

<시비우 대광장에서의 마지막 휴식> 

 

시비우에서 드라큘라의 실제 탄생지라는 시기쇼아라(Sighisoara)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시비우 시내 대광장 근처에 따로 개설된 - 아마도 기차역까지 오가기 불편한(혹은 귀찮은) 시민들을 위해 만들었을 - 철도 사무실 안내 아줌마는 자판을 탁탁 두들겨 보더니 시비우에서 시기쇼아라로 가는 기차편이 하루 4편 정도 있으며 두 도시 사이의 마을인 "메디아스(Medias)"라는 곳에서 갈아타면 된다고 한다(운행편에 따라 경유지에서의 대기 시간은 20분에서 1시간 10분까지 벌어진다). 그런데 정작 끊어준 표를 확인해 보니 메디아스 조금 못 미쳐 있는 Copsa Mica에서 갈아타는거네. 뭐 두 곳 어디서 갈아타든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티켓 : 12시 57분 시비우 발->14시 10분 콥사 미카 착,

15시 12분 콥사 미카 발->16시 15분 시기쇼아라 도착 / 9.2레이/인(2등석)>

 

뜻밖에 시비우발 기차에 사람들이 무지 올라탄다. 뭔 일들일까? 알고보니 시비우 근교에 "둠브라바 시민의 숲(야외 민속 박물관)"이라는 제법 알려진 관광지가 있는데, 주말을 맞은 시비우 가족, 연인, 친지, 친구들이 그 곳으로 손에 손잡고 놀러가는 모양이다. 이렇게들 꽉꽉, 앉지도 못하고 서서 어디까지 가려고 하나 걱정스러워 했더니만, 그런 내 오지랖을 가비얍게 무시하고, 얼마 가지 않아 우르르 내려 버렸으니까. 그들이 숲 속으로 작게 난 길로 삼삼오오 무리지어 사라지는 길 끝을 바라보니 정말 그럴싸해 보이는, 큰 부지의 공원스러운 뭔가가 보이더라(누군가의 설명에 따르면 넓은 부지에 호수, 강, 농가, 물레방아, 방앗간 등을 만들어 루마니아의 전원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던데).

  

<우르르 승객들이 내리고 잠시 좌석에 여유가 생기는가 싶더니 곧 우리 맞은 편으로 거의 벗은 듯 입은 어린 커플이 앉아 눈요기가 되어 주었다. 오호, 사진이 없네, 사진이...>

 

기차는 루마니아의 한낮 풍경을 가로지르며 칙칙폭폭 달려 우리를 콥사 미카에 내려놓는다. 음, 여기서 한 시간을 개겨야 한다 이거지?

 

<놀면 뭐하나, 막간을 이용한 전화카드 다 쓰기 대작전. 이번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본다. 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매번 뭘 먹고 지내는지 궁금해 한다. 나처럼 잘 먹는 애가 어딨다고>

 

<이 역과 메디아스 모두 갈아타는 승객들이 제법 있다> 

 

<당시 이 길쭉한 청년이 맘에 들기라도 했던걸까? 왜 찍었지? -_->

 

콥사 미카에는 우리 말고도 배낭을 메고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몇 팀 더 있었다. 당근 모두들 유명 관광지인 시기쇼아라로 가려는 태세였다. 그런데 시기쇼아라로 가는 열차가 정해진 플랫폼으로 들어오네 마네, 계속 안내판은 바뀌어대고 어느덧 환승 시각이 다가오자 모두들 어수선하게 움직여야했다. 우리는 현지인 붙들고 "시기쇼아라?"를 계속 외친 끝에 제대로 된 플랫폼에서 열차를 잡아타는데 성공했지만, 콥사 미카에서 우리와 내내 시기쇼아라행 열차를 기다리던 몇 여행자들은 결국 눈 앞에서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아이고, 저 방황하는 영혼들을 어째, 쪽 좀 팔려도 막 불러서 이 열차에 태울껄...

 

시기쇼아라행 열차에 제대로 올라타긴 했지만, 언제 내려야 하는지도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주변 승객들에게 묻고, 일찌감치 승강구 앞에서 하차 준비를 한다. 그렇게 시기쇼아라 무사 도착. 엇, 유명한 동네의 역치고 생각보다 몹시 작다. 역전은 또 왜 이리 썰렁한감? (알고보니 시기쇼아라 올드타운은 역과는 얼마간 떨어진, 작은 산 꼭대기(?)에 성 citadel을 쌓은 뒤 그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이해가 빠를 듯. 역은 지도 오른편 상단에 터미널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

 

Sighisoara City Map (Harta Orasului Sighisoara)

<퍼온 곳 http://www.romaniatourism.com/romania-maps/sighisoara-city-map-harta-orasului.html>

 

<이 분이 그 유명한 '드라큘라' 백작님이시라는데 ^^>

 

그러니까 첨부한 지도에 의하면 우리는 역을 나선 뒤 우회전하여 Libertatii 길을 따라 쭉 직진하여 다리를 건넌 뒤 다리 끝단 왼편으로 난 샛길을 질러 올드타운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로 나아갔다. 사실 고 전에 Libertatii 길을 따라 걸을 때 팔에 깁스를 한 어느 민박집 아주머니가 제법 괜찮게 느껴지는 조건으로 호객을 하셨으나, 들고 있는 가이드북에 의하면 저렴하고도 멋진 숙소가 올드타운에 있다길래 낑낑거리며 산을 올랐다(차마 배낭을 지고 계단을 오르기가 뭣하여 약간 돌더라도 완만한 지그재그길을 이용해 오르기로 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정말 간판도 표식도 아무 것도 없어 주소만 가지고 찾아야 했다) 가이드북 왕추천 숙소, Bed & Breakfast Coula. 400년 이상 묵은 고택의 방들 소개 다 받고 그 중 우리가 묵을 방까지 골랐는데 막판에 황당하게도 가이드북에 소개된 룸당 15유로/박의 가격은 가이드북이 잘못 소개한 거라며 1인당 15유로라고 하더라(루마니아 화폐로는 1인당 65레이로 조식 포함시 70레이/인이라고 했다. 그럼 둘이 140레이 - 여기다 곱하기 450하면 우리돈 63,000원??? 헉 - 심지어 화장실도 별도던데...). 우리는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고 혹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_-; 하는 음모론까지 몰래 주고 받은 끝에 결국 친절한 주인집 따님께 사과하고(방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청소해 대느라 매우 부산했거든) 그냥 그 집을 나왔다. 뒷통수가 좀 따갑긴 했지만(점점 얼굴이 두꺼워지고 있는 -_-). 

 

# 아무리 유로를 쓰지 않는 나라라고 해도 유럽 내에선 가끔 현지 화폐보다 유로가 유리할 경우가 있다. 동유럽 여행 준비시 환율이 좋다면 유로화를 조금 챙겨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저렴하고도 멋지다는) 이 집만을 바라보고 예까지 삐질빼질 올라왔는데 이제 와 어디로 가야한담?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역전 근처 민박집 아줌마한테 그냥 못 이기는 척 끌려갈 것을. 지금 와 다시 산 아래 저 멀리로 내려간다는 건 좀 바보스럽지 않은가! (어차피 볼거리는 여기 언덕 위에 다 있는데 -_-) 다행히도 우왕좌왕하는 우리를 곧 발견한 청소년 삐끼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방황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작은 문제라면 그들을 따라 시타델 안 민박집들 몇 곳과 호스텔까지 모두 돌아봤지만 구경한 민박집들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 (가이드북에 소개가 되기도 한) Hostel Burg은 이미 full이었다는 것. 

 

 

# 참고로 우리가 헤맨 이유는 어디까지나 저렴한 숙소를 찾기 위해서였지, 절대 시기쇼아라에 숙소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ㅎㅎㅎ 아래 링크를 참조할 것 

http://www.romaniatourism.com/hotels/sighisoara-hotels-accommodation.html 

 

<짤즈부르크에 모짜르트가 있다면, 시기쇼아라에는 드라큘라가 널렸다> 

 

배낭 무게가 점점 버거워질 무렵, 결국 우리는 성수기때는 박당 200레이에 이르기도 한다는 한 숙소를 이틀 묵는 조건으로 110레이/박에 구했다(여기에 삐끼 수수료가 분명 포함되어 있으리라). 이 숙소를 구하기까지 꽤나 고생스러웠지만 덕분에 너무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는 ^^(이 집을 구하고 나니 처음에 들렀던 Bed & Breakfast Coula가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음이 확실해지더라).

 

우리가 꽤나 마음에 들어했던 숙소 정보는 다음과 같다(드라큘라 생가와 가깝다). 주인장은 숙소 바로 아래서 작은 기념품 가게를 하고 있으니 쇼핑도 편리할 듯.

 

 

 

방 구경 하기 시리즈 (당시 동영상 다시 보며 낄낄거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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