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버릇 남 못 준다고, 금방 지저분해진 우리 방>

 

김원장을 공격했던 벼룩의 주거지를 찾아냈다. 우리는 처음 시나이아역에서 펜션을 구할 때 얻어탔던 삐끼 아주머니의 낡은 자동차 안이 유력하다 의심하고 있었는데 결론은 매우 안타깝게도 이 집 침구 -_-; 였다. 어제 김원장과 자리를 바꿔 잔 내가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오른쪽 다리를 중심으로 완전 작살이 났다(결국 꼼꼼한 김원장이 한 마리를 찾아내 극형에 처하긴 했지만 이 엄청난 가려움이라니, 도무지 분이 안 풀린다).  

 

<내가 좋아라~하는 번데기 김원장 사진. 물론 김원장은 안 좋아한다> 

<시나이아 시내 풍경> 

 

<어라, 이 사진엔 나도 있네. 공짜 무선 인터넷 신호를 찾아 삼만리> 

 

(첨부한 지도상 오른편 세 동그라미 참조) 

<Peles 성 가는 길의 시나이아 수도원(manastirea sinaia).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http://www.manastireasinaia.ro/index1.html>

 

시나이아를 떠나기 전에 루마니아 국보 1호라나, Peles 성을 구경하기로 한다. 국보 1호답게 들어가는 길의 관광지스러움하며, 견학을 오는 수많은 학생들까지… 아주 익숙한 분위기.

 

 

 <기분 좋은 숲길을 지나 두둥, 드디어 동화 속의 성이 등장!>

 

성은 뭐랄까, 그야말로 동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그 성의 화려한 외관(내부는 들어가보질 않았으니 ^^;)보다 오히려 성이 자리잡은 입지가 더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명색이 왕(카롤 1세)의 (여름 별)궁인데 바로 이 자리, 본인은 시나이아 협곡의 전망을 즐길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협곡 속에 포옥~ 틀어앉아 좀처럼 그 존재를 알리지 않는 이 자리를 택했다 이거지. 나중에 우리가 살 집을 구할 때 참고할 일이다.

 

 

 

 

 

 

 

 

이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 뒤 시나이아를 떠난다. 일단 다음 목적지는 브라쇼브(Brasov). 부쿠레슈티에서 브라쇼브를 잇는 버스 노선이 시나이아를 지나친다는 것은 알겠는데, 아무래도 역 앞에서나 타야하는 것 같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 관계로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역 앞까지 가볼까, 했는데 소심한 우리, 승객들에게 민폐를 끼쳐가면서 말 안 통하는 운전사 아저씨 붙들고 물어보기도 뭣하고 해서 결국 그냥 걸어서 역까지 가기로 한다. 그리고 역 앞에서 다시 몇 명에게 묻고 물어 역전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브라쇼브행 미니버스가 종종 지나간다는 정보를 접한다. 그렇게 현지인들과 뒤섞여 브라쇼브행 미니버스에 올라타는데 성공.

 

시나이아에서 브라쇼브를 향하는 길, 산맥 아래로 줄줄이 휴양지 마을이 펼쳐지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꼭 시나이아를 고집하지 않더라도 카르파치아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 만약 차를 빌려 루마니아를 여행했다면 지난 남아프리카 여행 때처럼 시나이아처럼 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마을 외곽의 조용한 숙소들을 주로 이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어제 산행의 여파로 오늘 피곤하면 브라쇼브에서, 괜찮으면 브라쇼브 근교 작은 마을로 기어들어 가보기로 했는데 마침 브라쇼브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터미널과 붙어있는 역에서 찍어둔 마을 Zarnesti로 가는 기차가 떠나기 일보 직전이다. 일단 올라타 보는거야! 무엇보다 차를 타고 시내를 관통하면서 얼핏 바라본 브라쇼브가 너무 큰 도시스럽다. 브라쇼브 터미널에서 브라쇼브 올드타운까지의 거리도 제법 되는지라 다시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좀 귀찮고. 그리하여 오늘도 얼마전 부쿠레슈티에서 그랬듯, 루마니아에서 제일가는 관광지라는 브라쇼브를 그냥 허브로써 이용한 셈이다. 물론 나중에 저네스쯔에서 나갈 때 다시 브라쇼브로 와야만 하니 여지는 남겨둔 셈이지만.

 

 

브라쇼브와 저네스쯔 사이의 작은 마을들에 사는 현지인들 말고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듯한 칙칙폭폭 기차내 분위기는 아주 가족적인 분위기가 난다. 결코 길다고 말할 만한 구간은 아니지만 시내 한복판을 가로 질러 달리는 버스와는 달리 기찻길 주변은 보통 초록색의 자연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버스 여행과는 다른 맛에 살짝 여흥이 돋는다. 어쩐지 본격적인 루마니아 시골 마을로 찾아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저네스쯔 기차역에 내려서나 시내를 따라 들어가는 길에서 정말 아담한 시골 마을에 들어왔음을 절로 느끼게 된다. 이른 시간인데도 몇 안 되는 상점들마저 대부분 문을 닫았고(혹 쉬는 시간인지?) 그런 상점들을 대충 훑어보자니 경쟁이 되는 동종업종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간혹 마을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오기도 하는 이 곳. 우리가 잡은 2층 숙소의 발코니 창을 활짝 열어두니 간혹 지나가는 차 소리보다도 오히려 자주 독특한 루마니아식 길다란 마차를 끄는 커다란 말들의 우렁찬 말발굽 소리가 귓전에 와 닿는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가 아이젠을 안 챙겨 가지고 왔다고 걱정하실 정도니 이 동네를 굽어 내려다 보고 있는 Piatra Mica가 높고 험준한 모양이다. 게다가 산에 올라가면 매우 춥다는 것을 온 몸을 이용한 바디랭귀지로 열심히 설명해 주시누나. 이 동네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모두 Piatra Craiului National Park에서 하이킹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인가 보다(http://www.pcrai.ro/engleza/parcul_istoric.html). 그러나저러나 날씨가 다시 이렇게 흐려져서야 이 동네에서 뭘 할 수 있으려나…

 

@ 시나이아->브라쇼브 : 기차가 생각보다 뜸하게 있어 미니버스 이용(부쿠레슈티와 브라쇼브간을 잇는 미니버스가 시나이아에 서는 것 같다) / 시나이아 기차역 앞에서 매 30분마다 / 1인당 7레이

 

@ 브라쇼브->저네스쯔 : 브라쇼브에서 저네스쯔로 오가는 방법으로는 버스도 있고 기차도 있다는데, 저네스쯔행 버스를 타려면 우리가 시나이아에서 타고 온 버스가 내린 오토가라(Autogara : 터미널) 1에서 시내버스로 몇 정거장 떨어진 오토가라 2까지 가야한다고 했다(역 바로 앞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가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 받을 수 있다). 때마침 오토가라 1과 붙어있는 기차역에서 하루에 예닐곱번 운행하는 저네스쯔행 기차가 마악 떠나려던 참이라 그냥 기차에 뛰어올랐다. 티켓은 승무원 아저씨에게 구입. 1인당 3.2레이. 브라쇼브에서 저네스쯔행 기차는 짧지만 정감가는 기차 여행을 선사한다.

 

 

@ 저네스쯔 기차역에서 내리면 사람들 대부분이 걸어가는 방향이 바로 시내로 향하는 방향이다. ^^; 1Km 남짓 그들을 따라 걷다가 찍어둔 숙소 Pensuine Fabius 간판을 발견하고 찾아가보니 현재 목하 공사중이더라. 그래서 버스 정류장을 기준으로 Pensuine Fabius가 남쪽에 있다면 그만큼 북쪽으로 떨어진 한 펜션에 자리를 잡았다(화장실, 발코니, TV가 딸린 제법 근사한 더블룸이 조식 불포함 1박 80레이라 공시되어 있는데 규모가 제법 되는 펜션임에도 불구하고 비수기라 손님이 아무도 없길래 70레이로 깎아서 이틀 묵기로. 조식을 원할 경우 1인당 10레이씩 추가.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는 영어를 거의 하시지 못하지만 이 집 아들이 몇 마디 구사 가능).

 

  

펜션의 이름은 Pensuinea Garofita (Pietrei Craiului). 현재 우리 방 맞은 편 건물 지붕에서 아마도 우리 처마 밑에 둥지를 튼 한 쌍의 새가 갑자기 자기네 구역을 침범해 들어온 우리 때문에 둥지로도 못 들어가고 매우 안절부절 중이시다.

 

 

@ 오늘의 영화 : <어깨너머의 연인> 이미연과 이태란이 벗는 걸로 승부를 건 영화인가? 어찌 내용은 얼마 전 최진실과 이태란이 자매로 나오던 유명 드라마 한 장면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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