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가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보다 가까운 루세이>

 

오늘 그냥 루마니아로 떠날까 어쩔까 하다가 어쩐지 불가리아를 떠나기가 아쉽기도 하고 게다가 이렇게 떠나버리면 볼가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다뉴브강을 낀 루세이를 너무 무시하는 대접인 것도 같아 ^^; 하루 더 머무르기로 한다(참고로 다뉴브, 즉 도나우강은 독일에서 시작해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을 거쳐 흐른다. 그러니까 유럽, 특히나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 강 한 번 안 만나고 가기도 쉽지 않은 셈).

 

 

<장미가 유명한 불가리아, 정말 꽃들을 참 좋아하는 모양이지>

 

루세이 올드타운을 어슬렁거리는 것 이외에 오늘 우리가 특별히(?) 한 일이 있다면 바로 루마니아의 렌터카 회사를 열심히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김원장 말마따나 그 시작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오만과 더불어 루마니아에서는 막연히 차를 빌려 여행해야한다고 당연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숙소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기에 가이드북에 소개된 루마니아의 추천 렌터카 업체에 들어가도 보고, 따로 검색엔진을 통해 가격 비교를 해보기도 한다(그 결과 가이브북에 소개된 www.dvtouring.ro라는 회사는 19%에 달하는 VAT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을 사이트에 공시하고 있어 실제로는 www.primarentacar.ro가 더 저렴한 것 같다).

 

문제는 차를 반납하는 장소가 부쿠레슈티 혹은 부쿠레슈티 근교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차를 빌려 여행한다면 우리의 다음 여행 예정지인 우크라이나로 부드럽게 넘어가기가 매우 껄쩍지근해진다는 것과 아무리 저렴한 업체에서 차를 빌린다 하더라도 본전을 뽑으려면 -_-; 우리가 원하는 체류형 여행 스타일에서 벗어나 쉬지 않고 달려라 달려~ 찍고 턴 스타일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었다. 물론 차를 빌린다 하더라도 적게 이동하고 체류형 스타일로 여행을 꾸려나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형편으론 그림의 떡에 가까운 소리다. 아직까지 우리는 어느 조용한 시골 구석에 빌려온 차 며칠이고 세워두면서 매일 돈이 (새어)나가는 것을 마음 편히 바라볼 수준이 되어있지 못하니까. -_-;

 

 

김원장과 머리를 맞대고 렌터카 업체도 알아보고 그에 맞춰 그럴싸한 루마니아 여행 루트도 짰지만 결국 상기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장고끝에 루마니아 렌터카 여행을 포기한다. 대신 나중에 다시 유럽에 오게 된다면 그 때 장기로 차를 리스하던지, 아니면 아예 중고차를 구입하던지 하는 방법을 이용해 여행하는 것으로 이번의 아쉬움을 채우기로 한다.

 

<불가리아에선 터키식 음식이 (당연?) 흔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있으랴! 초코시럽에 찍어먹는 도넛>

 

어제는 껄렁거리는(뭐 정말 껄렁대는 건 아니고 워낙 스타일이 그렇게 보이는 듯. 참, 불가리아 사람들 역시 인도인들처럼 긍정을 뜻할 때 고개를 젓고 부정을 나타날 때 고개를 끄덕이는데, 거기에 더해 불가리아어로 ‘아니오’가 ‘네’이기 때문에 이들이 네~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자꾸 긍정으로 해석하려 든다) 종업원이 서빙해주는 중국식당을 갔었는데(그러고보니 루세이에는 불가리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국집들 외에 일식집까지 있더라), 오늘은 가이드북 왈 루세이 최고의 불가리안 레스토랑이라는 Chiplika에서 불가리아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내기로 한다.  

 

  

 

 

<루세이産 샤도네이 한 병> 

 

<토마토, 오이, 후추, 양파, 치즈, 파슬리가 들어가는 불가리아 대표 샐러드 SHOPSKA SALAD>

<돈까스, 베이컨, 치킨 휠레, 닭다리살, 각종 야채 등으로

꼬치 구이스럽게 요리한 BABBINA CHERGA>

 

종업원 언니에게 물어 달달한 화이트 와인을 하나 추천받아 작은 놈으로 주문했는데 큰 병을 가져와 따버리는 바람에 얼결에 예상했던 것보다 와인을 들이켜야 ^^; 했던 것을 제외하면, 가이드북에 추천될 만큼 음식도 분위기도 매우 만족스러웠다(숍스카 샐러드 3.2 + Babbina Cherga 8.7 + 와인 9.9레바).

 

안주 좋겠다, 와인은 알딸딸할 정도로 마셨겠다, 인테리어 멋진 레스토랑의 커다란 통창 밖으로는 비가 다시 흩뿌리겠다, 그러자 스멀스멀 일어나는 이 넘의 객기. ㅋㅋ 김원장이 나보고 옆 테이블에 가서 담배 좀 얻어오란다. 왜 꼭 그런건 날 시켜? 투덜투덜거리다가 “지금의 네가 대학생이라고 생각해 봐”하는 말에 힘을 받아 ^^; 결국 내가 옆 테이블은 좀 그렇고 여기 식당 직원 중 누군가에게 담배를 한 개피 얻어오면 불은 김원장이 스스로 얻어오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둘 다 취하기라도 했었나? 그냥 한 명이 담배와 불을 동시에 얻어오면 되었던 것을,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나눠서 -_-;).

 

나는 아까 와인 주문을 실수했던 언니가 만만할 것 같아 그녀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로 하고 그녀가 사라진 뒤쪽 홀로 따라들어가보니 어랍쇼, 때 마침 그녀는 본연의 업무를 뒤로 한 채 다른 언니랑 마주앉아 열라 흡연 중이시다(불가리아가 술담배 하기 정말 좋은 나라라니까 ^^). 딱 걸렸어. 어렵지않게 담배 두 개피나 얻어오는데 성공 ^^ 나는 임무 완수! 얻어온 얇다라한 두 개피를 김원장 앞에 당당하게 내미니 이번엔 김원장이 옆 테이블로 불을 얻으러 간다. 김원장 역시 으쓱대며 담배를 꼬나물고 돌아오는구나. 김원장 말로는 그 쪽에서 담뱃불을 붙여주며 쎄쎄, 하길래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정정해주고 왔다는데, 그 쪽에서 호의로 인사랍시고 건넸을텐데 불 얻으러간 형편에 그냥 중국인인척하지 뭘 그리 까딸스럽게 굴었어? 하니 그때서야 김원장이 그럴걸 그랬나? 한다. 아직까지 우리는 중국인으로 취급받는 것을 언짢아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그들이 우리를 일본인으로 여겼어도 과연 언짢아했을까?(경험상 관광지에서는 일본인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관광지에서는 중국인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을 통해 이런 걸 완전히 깨고 갈 수 있음 좋으련만.

 

 

@ 불가리아 루세이~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기차 : 새벽 3시 15분, 오후 3시 / 하루 두 대로 어지간하면 기차를 타고 넘어가고 싶다만 시간대가 모두 맘에 안 든다.

@ 불가리아 루세이~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미니)버스 : 오전 6시 30분, 오후 2시, 4시 30분 / 2시간 가량 소요 / 1인당 20레바 / 기차역과 나란히 붙어있는 터미널에서 Ovanesovi라는 이름의 버스회사가 루세이와 루마니아를 잇는 미니버스 노선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對 불가리아 레바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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