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은 운동(?) 삼아 숙소에서 터미널까지 걸어가려고 했으나 어제 저녁부터 다시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는 것 같아 숙소 사장님께 미리 부탁해 두었던 콜택시를 타고(이젠 이런 옵션도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 뿌~듯) 우아하게 터미널에 도착했다(버스 출발 시각이 6시 30분이라 6시로 콜택시를 부탁해두고 여차해서 택시를 못 만나기라도 하면 터미널까지 그냥 걸어갈 심산이었는데 칼같이 숙소 앞에 6시에 도착하더라. 팁 포함 3레바 지불).

 

Map of Romania

<론리플래닛에서 퍼옴>

 

독특하게 생긴 미니버스(그래도 명색이 벤츠)에 달랑 5명이 타고 루마니아로 고고씽. 불가리아 루세이에서 다뉴브강을 가로지르는 멋진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곧 루마니아땅에 들어섰다(출입국 심사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하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모아 건넨 승객들의 여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양국 각각의 출국과 입국 도장이 찍혀 -그것도 직관적인 EU 스탠다드 방식의 스탬프- 우리에게 돌아왔다. 루마니아 전역에 주인없는 개떼가 문제라더니 국경부터 개들이 어슬렁어슬렁).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모두 EU에 가입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째 국경 넘기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진 것 같다.

 

루마니아에서 처음 맞는 국경 마을 Giurgiu에 들어서자마자 불가리아보다는 밝은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연이어 확 눈에 들어와 박히는 (라틴) 알파벳! 그러니까 (다뉴브) 강 하나 건너는 것으로 이젠 비슷하게나마 읽히는 대로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나라로 돌아온 것이다. 도로 사정은 타국과의 국경에서 수도인 부쿠레슈티(Bucharest)를 향하는 길이라 하기엔 좀 떨어지는 수준.

 

근교부터 누가 수도 아니랄까봐 월요일 출근길 교통 체증을 보이던 부쿠레슈티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 30분, 그러니까 약 2시간 만에 한적한 불가리아의 국경 마을에서 루마니아 최대의 도시 부쿠레슈티에 발을 내딛은 셈이다.

 

지도를 살펴보니 미니버스 아저씨가 부쿠레슈티에 다 왔다며 우리를 내려준 곳이 마침 환승지하철역 중 하나인 올드시티 남단의 Piata Unirii 역 앞이다(가이드북에서 루마니아발 불가리아행 maxitaxi가 출발한다고 소개된 Autogara Diego와는 동쪽으로 약 500m 가량 떨어진 곳). 우리가 다음 행선지로 삼은 부쿠레슈티 북역(Gara de Nord)이 워낙 치안이 안 좋기로 악명 높은 곳 중 하나이니 일단 하차장 바로 앞 환전소에서 차비 정도만 환전을 하기로 한다(1유로=3.63레이 lei 혹은 RON이라 표기, 즉 1 RON이 우리 돈 450원 정도 하는 셈).

 

바글바글 우리나라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출근 인파와 뒤섞여 지하철 티켓을 구입하고(지하철 표 판매소가 개찰구에 딱 붙어있는 걸 모르고 티켓 부스가 어디있나 좀 헤맸다. 장당 2.2레이/2회. 나는 이 표가 두 번 사용이 가능한 표인줄 모르고 두 장을 샀는데 이렇게 한 번만 사용할 줄 알았으면 두 명용으로 한 장만 구입할 것을 그랬다. 김원장은 진작 알고 있었다는데 정작 내가 표를 구입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나) 한 번의 환승을 거쳐 부쿠레슈티 북역에 도착했다. 사실 지하철 타는 건 어느 나라나 비슷해서 갈아탄다고 해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혹시나 헛갈리는 일이 있다고 해도 주변엔 항상 친절한 현지인들이 있으니 뭐. ^^

 

<지하철 패스>

 

마침 오전 9시 42분에 시나이아(Sinaia)로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고 한다(27레이/인/2등석. 루마니아의 기차표 가격은 운행 거리, 기차 속도, 객실 등급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루마니아 철도청 홈페이지 http://www.cfr.ro/ 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부쿠레슈티에서 시나이아까지 121Km를 달리는데 우리돈 12,000원 정도니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서 막연히 좋은 열차겠거니~ 기대했는데 한 컴파트먼트에 마주보고 3명씩, 총 6명이 앉아가는 열차로 그다지 유별나게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복도쪽으로 내 앞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김원장보다도 소음에 취약한 모양인지 귀마개를 하고도 창을 닫아달라 부탁을 해서 창쪽에 앉아있던 뚱뚱함이 지나치게 넘치는 아저씨는 내내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는. 쩝.

 

<위의 티켓은 불가리아 루세이-루마니아 부쿠레슈티간 버스표, 아래 티켓은 부쿠레슈티-시나이아간 기차표>

 

손목에 차고 있던 고도계가 시나이아를 향해 갈수록 조금씩 높아지다가 800m 대에서 왔다갔다 하는 듯 하더니 곧 시나이아라고 한다(11시 35분 시나이아 도착 예정이었으나 10여분 가량 연착). 

 

그러니까 말하자면 오늘 우리는 불가리아에서 루마니아로 넘어오면서, 루마니아의 수도이자 최대의 도시인 부쿠레슈티를 그저 차편 갈아타는 용도로만 들른 셈이 되는데 불가리아와는 달리 루마니아가 우리 둘 모두에게 처음 와보는 나라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오늘 우리는 여행에 있어 나름 큰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남들이 관광지라 여기는 곳 과감히 뛰어넘기, 한 나라의 수도를 그냥 제껴버리기, 뭐 그런 짓을 한 것이지.

 

루마니아 최고의 휴양지라는 명성과는 달리 시나이아역은 매우 작다. 그러나 구내로 들어서자마자 우르르 몰려드는 민박집 삐끼 아줌마 아저씨들을 보니 맞게 내리긴 한 것 같다.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호객하던 아줌마 한 분에게 슬쩍 펜션에 관심이 있다고 흘려본다. 일단 호객꾼들을 통해 펜션 구경을 해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민박/펜션집을 소개해 준다는 여행사로 찾아가보지, 뭐. 시나이아 시내가 역보다 더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했으니 아줌마 차를 타고 시내까지 편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코딱지만한 작은 차에 우리 둘을 비롯, 삐끼 아줌마가 셋이나 탄다. 아직 비수기인게야, 우리 한 건으로 셋이 나눠먹으려는 것을 보면.

 

처음 보여준 1박 70레이 짜리 펜션은 그냥저냥 수준.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는 삐끼 아줌마들에게 이 집이 마음에 안 든다, 다른 집을 보고 싶다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쉽진 않다(집 주인 아줌마는 좀 나을 줄 알았더니 뜬금없이 불어 할 줄 아냐네). 두번째로 찾아간 집은 첫번째 집에 비해 훨씬 낫다. 주인집과는 다른 손님용 별채 건물에 마련된 우리 방은 매우 큼지막하고 커다란 창들이 기역자로 돌아가며 나 있어 밝은데다가 2층 우리 방으로 둥글게 돌아 올라가는 계단도 나름 마음에 든다. 다만 화장실이 마주보는 앞 방과 공용인데, 현재 앞 방이 비어있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 같진 않다. 이틀을 묵는 조건으로 박당 80레이 부르는 방을 70레이로 깎았다(TV, 커다란 탁자 및 의자, 화장실과 냉장고는 공용).

 

부쿠레슈티에 도착하자마자 겨우 20유로 정도 환전한 돈으로는 이틀간의 숙박비를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아 ATM을 찾아 시나이아 시내로 나선다. 산 아래 휴양지라는 분위기가 비슷해서 그런지 마치 폴란드의 자코파네를 떠올리는, 그러나 기억속 자코파네보다는 좀 더 아늑한 맛이 떨어지는 시나이아는, 작다는 말을 듣고 왔지만서도 정말이지 시내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도 휴양지답게 여행자에게 필요한 인프라는 모두 갖추어져 있는지라(웬 호텔이 그리도 많은지 시내를 관통하는 대로를 따라 걷노라면 한 집 건너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돈을 찾기도, 돈을 쓰기도 어렵지 않은 곳이다. 김원장 표현에 의하면 간만에 만난 최악의 햄버거를 하나 먹고 어슬렁어슬렁 시내를 노닐다 천천히 숙소로 돌아와 주인 아주머니께 숙박비를 지불하러 가보니, 아뿔사, 아직까지 삐끼 아줌마가 안 가고 계셨네. 아직 두 분 사이의 정산이 끝나지 않은 모양.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찾자마자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을 것을.

 

이렇게 루마니아에서의 첫 날이 간다. 지난 해 GDP는 불가리아나 루마니아나 비슷하다고 하지만 여행자로서 겪는 인프라는 루마니아쪽이 더 편하게 세팅되어 있는 것 같다(쓰여진 글자를 머리 안 굴리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어디냐 ㅋㅋ 다만 그만큼 여행자 물가도 불가리아의 그것보다는 좀 비싼 것 같다. 예전에 유럽에 왔을 때는 불가리아가 루마니아보다 조금 더 잘 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새 따라잡은건가?). 두 나라간 사용하는 말도 분명 다르고 즐겨먹는 먹거리도 조금은 다른 것 같지만 아직은 불가리아 사람들의 생김새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오히려 불가리아보다 입지적으로는 유럽쪽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거리를 걷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검은 색의 머리칼들 때문인지 좀 더 동양적(서남아인들과 비슷한)인 얼굴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갑자기 집시가 생각나네. 

 

<출처 http://www.bigdoggalleries.com/travel/images/Romania/sinaia1.jpg

 

@ 루마니아 시나이아에서 우리 펜션 찾아가기 : (상기 첨부한 지도의 왼편 구석 참조)

 

1. 시내를 관통하는 Blvb. Carol I 대로에서 수직으로 나 있는, 아래와 같은 골목길 이름을 확인하고 기어 들어간다(시내 중심부 기준으로 남쪽) 

 

 

2. 그 골목끝 전면에 아래와 같은 호스텔이 있다면 맞다 

 

 

3. 골목의 중간쯤 왼편으로 아래와 같은 하얀 2층집이 바로 우리 숙소 

 

 

4. 아마도 주소는 그 골목의 5번지? 

 

 

5. (아래 위로 여러 개의 방 중에) 우리가 택한 2층 오른편 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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