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에서도 그랬듯 벨리코 터르노보의 안경점에서도 김원장의 흔들리는 안경 다리를 무료로 고정해 주었다. 내친 김에 김원장은 아예 여기서 안경을 하나 사볼까, 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그를 말리는 중. 어지간하면 말 통하는 ^^; 한국에서 바꾸고 정 필요하게 된다면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예를 들어 지나온 불가리아의 소피아나 앞으로 갈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따위)에서 try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아닐까 해설라무네.

 

 

 

어제 친절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구입한 하이킹 지도를 들고 근처 산을 넘어 사원에 다녀오기로 한다. 나는 제법 더워지는 한낮은 피해 움직이고 싶은데, 김원장은 부득불 일찍 하이킹 다녀온 뒤 오후에는 유로 2008 축구 경기 볼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나 뭐라나. 그리하여 질질 끌려 산으로 산으로!

 

 

 

 

 

 

 

 

 

 

 

 

그러나 어제 흩뿌리던 빗방울이 그친 뒤라서인지 오늘 낮은 최근 여느 낮에 비해 꽤나 덥다. 결국 산에 올라 어느 정도 능선을 타다 포기하고 후퇴, 이제 정말 여름이 온 건가. 물론 언젠가 한여름과 만나게 되겠지만 벌써부터 계속 이런 기온이라면 남은 일정을 고려해 볼 때 좀 곤란한데…

 

 

 

 

 

 

 

숙소 앞마당에 예쁘게 자리잡은 테이블에 나란히 둘러 앉아 맞은 편 언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가 막히게 잘 익은 체리를 먹는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지리산. 워낙 결혼 전부터 지리산에 들여박혀 사는 삶에 대해 몇 번이고 이야기를 해온 바 있는 김원장이지만, 그 때의 지리산속 삶이 막연한 계획에 불과했다면, 몇 년 전부터는 그 모습이 점차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 해당 지역을 답사해보기도 했었고. 그러나 남들이 흔히 꿈으로 삼는 세계여행을 만 3개월 넘게 해오면서, 김원장에게는 일종의 ‘꿈’이었던 지리산 삶 역시 기대했던 썸씽 스페샬에 못 미치는, 그저 ‘환상’이 아닐까...하는데까지 생각이 이르다.

 

김원장이 오랜 세월 꿈꿔오던 지리산 삶을 결국 환상으로 규정짓던 말던, 내 입장에선 어차피 이래도 한평생, 저래도 한평생, 찝찝하게 미련을 남길 바엔 차라리 질러봐라~ 주의라서, 그래도 한 번 직접 그 속에서 부딪히고 살아보면 더욱 확실하게 깨닫지 않겠냐, 김원장에게 말을 던져본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지리산 근처에 어디 괜찮은 농가주택이라도 물건이 나온 게 있는지 또 찾으러 다녀봐야지. 기왕이면 지금의 이 숙소처럼 작은 마당이 있어 나도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놓고 틈나는 대로 푸르른 산을 바라보고 살고 싶다. 그러고보니 지리산 남쪽에 살면서 산을 등지고 넓은 벌을 바라볼 생각만 해왔는데, 이렇게 (지리산 북쪽에 살면서) 산을 바라보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볕만 잘 든다면 말이지). 

 

 

 

 

, 저녁 산책길에 수십마리의 반딧불을 보았다.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해대는 무주에서 반딧불 축제 크게 내걸고 행사하는 것을 봐 온 우리로서는, 공기 맑고 때묻지 않은 시골처럼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이 곳, 벨리코 터르노보가 반딧불 천지라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김원장이 잡아든 반딧불>

  

 

  

 

@ 먹거리 이야기 : 요즘 중동에서 유럽에 온 티 내느라고 베이컨 팍팍 먹어주고 있다. 벌써 3일 연속으로 먹고 있는데 그간 돼지고기에 굶주리기라도 했었는지 아직도 안 질리네 ^^; (120g들이 팩이 2레바 정도), 

 

<오늘의 김원장 작품 : 매콤한 베이컨 짜장밥>  

 

참고로 콜라 한 캔의 가격은 CBA 수퍼에서는 0.8레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1.4레바까지 받는다. 불가리아인들이 아침 식사용으로 많이 찾는 시큼한 치즈가 듬뿍 들어간 패스츄리인 ‘바니짜’는 종류에 따라 0.5~1레바를 넘나드는데, 아침에 갓구워낸 바니짜 사다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불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도시별 장기체류 모드(?)로 진입했기에 물 3리터(!!!) 들이 큰 통을 구입했는데 1.3레바를 지불했다.

 

<농심의 묘한맛 라면>

 

 

@ 오늘의 다큐 : <걸어서 세계속으로/영욕을 넘어 희망을 품다 – 루마니아>

6년 전, 이 동네(=동유럽)를 여행하면서도 가장 흥미로울 것 같았던 루마니아를 쏙 빼놓고 못 가본 것이 무지 아쉬웠는데, 오늘 다큐를 보니 흥미로와 보이는 ‘그 넘의 무언가’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직접 가봐야 그 실체를 알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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