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내내 매일 다른 서프라이즈 아침 메뉴로 우리를 즐겁게했던 주인 아주머니와도, 새 소리와 개울물 소리로 우리 마음을 평안하게 하던 아늑한 방과도, 우리 둘의 호흡기만으로는 넘쳐나는 피톤치드를 흡수하기 벅차던 운무 가득한 숲길도 이젠 안녕, 우리는 이제 소피아로 간다.

 

 

 

 

 

 

 

 

 

 

 

 

 

행복한 아침 산책까지 마치고 난 뒤, 김원장의 안 떨어지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소피아행 버스에 오른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는 이제 막 소피아에서 오는 중이었는데 젊은 일본 여성들이 넷이나 내린다. 행색을 보아하니 소피아에서 당일치기로 잠시 코프리브쉿차를 구경 온 모양. 우리도 예전에 이런 식의 근교 당일치기를 제법 해보았지만, 당일치기로 살짝 보고 가는 것하고 하룻밤 이상 묵으면서 보고 가는 것하고는 차이가 꽤 나는 것 같다. 이들이 만약 한국인이었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묵고 가세요, 강력 추천해 주고 싶지만 일본인이라 조용히 입을 다문다 ^^;

 

버스는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가 딱 고만고만한 시골 마을 몇을 들려 승객 몇을 태우고 또 그만큼의 승객을 내리며 소피아를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지방 간선도로만을 이용하여 소피아로 달려가는 길인만큼 속도는 고속도로의 그것과 비교할 바 아니지만, 정말이지 이제는 더 이상 봄이 아닌(지난 3개월 여행 내내 봄을 누렸던 것을 떠올리자면) 완연한 초여름 숲속과 시골길을 한껏 누리는 드라이브 길이다.

 

그렇게 도착한 소피아.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파박, 들어와 박히는 것은 Sex shop 간판. -_-; 마침 우리가 소피아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불가리아 플로브디브에 도착하면서부터 내내 우리를 따라다녔던 비가 그치려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가만, 그러니까 소피아 이 도시는 그야말로 6년 만의 재방문이 되는 셈이네. 내 평생 불가리아라는 나라를 두 번이나(?) 오게될 줄 몰랐는데,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6년 전 방문은 여권 도장 개수 늘리기용에 불과했었던 것도 같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남들의 추천이나 취향과는 다른 우리 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데 김원장의 표현에 의하면 요즘과 같은 본인만의 여행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10년도 더 걸렸다나 뭐라나…

 

다시 찾은 소피아지만 예전에 머물렀던 민박집의 위치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예전에 그리스행 버스를 탔던 터미널은 어디였던거지? 샐러드에서 애벌레가 기어나와 이 야채들이 유기농인가보다 한바탕 웃어넘겼던 근사한 레스토랑은 또 어디였지? 나는 그런 기억들 속에 파묻힌 반면, 김원장은 소피아에 있는 한식당에 택시를 타고 찾아 갔다가 택시 요금으로 엄청난 바가지를 써서 나중에 영수증을 들고 따지러갔던 인포메이션 센터며 -_-; 이리저리 쏘다녔던 길거리가 머릿속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런 김원장을 따라다니다 나 역시 소피아에서 매일 아침을 해결했던 맥도날드를 발견한다. 방가방가.

 

우리가 소피아에서 해결해야 할 일은 두 가지, 하나는 마케도니아 비자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라면을 구해보는 것이다. 전자야 이미 늦어버린 시간상 내일 시도해야 할 것이고 후자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지만 여의치 않다.

 

 

결국 소피아 최대의 재래시장이라 할 만한 Lady’s market에서 발견한 농심(?)의 수출용 라면(반가운 한글도 작게 쓰여진)으로 아쉬운대로 신라면을 대신하기로 한다(개당 0.8레바. 우리돈 650원 정도? 김치, 야채, 버섯, 매운 쇠고기, 삼계탕, 설렁탕, 새우, 돈육 등 다양한 맛이 있다). 우리는 김치랑 매운 쇠고기맛을 하나씩 골라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는데 양이 좀 적고 면발이 가느다란 것 말고는 한국적인 맛이 난다. 오케이, 이 정도면 소피아를 떠나기 전에 사서 쟁여둘만 하다.

 

 

소피아에서 끓여 먹는 라면에서 나는 티벳을 떠올린다. 그거라도 어디냐 하면서 라싸 식당에서 매일같이 먹던 새우맛 신라면. 한동안 시끄러웠던 티벳 문제는 이제 좀 진정되었으려나. 달라이 라마가 올림픽 앞두고 중국 정부와 협상을 했다나 뭐라나 하는 것 같았는데... 언제고 티벳도 다시 한 번 가야지. 그리고 이렇게 자유롭게 가야지 생각하고 또 정.말.로. 갈 수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한 인간이다.

 

@ 코프리브쉿차 – 소피아 버스 시간표 : 현재 하루에 6회 운행. 오전 6시 30분, 9시 10분, 11시 10분, 오후 1시 10분, 3시 10분, 4시 50분(9레바/인). 소피아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은데도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알고보니 시골길을 달리며 지나치는 마을마다 들르는 완행 버스. 티켓은 일단 코프리브쉿차를 떠난 차가 다음 정류장인 안톤에 서자 그 곳에서 올라탄 차장 아줌마가 끊어줬다.

 

@ 소피아 대중 교 : 트램이나 버스, 메트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회수권이 0.7레바/인/회. 구입은 정류장 근처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할 수 있다. 차에 올라탄 뒤 본인 스스로 알아서 벽에 붙어있는 기계에 회수권을 넣고 구멍을 내야 한다. 회수권이 없이 타거나 유효하지 않은 회수권을 가지고 있을 경우 사복을 입은 검표원에게 들키면 벌금 7레바.

 

 

@ 소피아의 숙소 : 우리 같은 부부 여행객의 경우 소피아 호스텔들에서 비싼 도미토리를 이용하느니 차라리 돈 좀 더 쓰더라도 저렴한 중급 호텔의 더블룸이 경쟁력 있을 것 같아 가이드북 추천의 Stivan-Iskar라는 호텔을 찾아갔다(www.hoteliskar.com) 현재 더블룸 가격은 59레바라는데 예약을 안 하고 온 탓에 방이 없어서(이 호텔은 방 개수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호텔이다) 근처의 자매 호텔을 소개받아 그 곳에 묵기로 했다. 우리가 소개받은 곳은 마찬가지로 방이 8개 뿐인 Hotel Pop Bogomil(www.bulgariabedandbreakfast.com). 더블룸 60레바(조식 불포함/조식 포함시 요금 추가).

 

 

작지만 발코니도 딸려있고 보통 로비에서나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여타 호텔들과는 달리 우리가 고른 방이 위치한 2층에도 따로 공유기를 달아놓아 방에서도 무선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힌다(다른 건 몰라도 진짜 인터넷 분야만큼은 여행할 때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음을 팍팍 느끼게 된다. 속도는 물론이고 오르기 마련인 일반적인 물가에 비해 PC방 요금만큼은 오히려 예전보다 저렴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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