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마케도니아 비자를 받으러 갔다가 (이스탄불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 김원장, 결국 마케도니아를 접겠단다. 안 그래도 요즘 시국이 흉흉하기까지한 마케도니아 한 나라쯤 우리 일정에서 뺀다고 해서 뭐 큰 문제냐마는,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마케도니아가 그 다음 방문지로 예정하고 있는 알바니아에 이르는 최적의 경유국이라는 것. 만약 우리가 마케도니아를 안 거치고 알바니아에 가려면, 이 곳 불가리아에서 다시 남하하여 그리스로 빠진 뒤 그 곳에서 알바니아 남부로 빙~돌아 들어가는 방법이 하나요, 여기서 세르비아를 거쳐 알바니아 북부로 들어가는 방법이 또 다른 하나가 되겠다. 후자에 있어서 마음 찝찝한 구석이 있다면, 그 루트가 바로 코소보를 거쳐가야 한다는 것인데, 코소보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정부에서 여행을 자제해 주십사 부탁하는 곳이 아닌가.

 

 

나야 이왕 이렇게 된 것, 다시 릴라 수도원을 거쳐 포도주로 유명한 멜니크 마을에서 며칠 묵다가 그리스로 넘어가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코르푸도 살짝 ^^; 구경하고 알바니아로 넘어갔으면 딱 좋겠구만, 김원장은 이동 거리를 줄이면 줄였지, 더 늘리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오는지라 결국 후자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하지만 코소보를 안 거치면서 알바니아에 들어가자니 몬테네그로에서 알바니아를 들어갔다 되짚어 다시 나와야하고, 그러자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동선이 그려진다. 그럼 마케도니아에 이어 알바니아도 제낄까? 그냥 불가리아에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크로아티아-보스니아-다시 세르비아-루마니아식으로 이어나가는 거지.

그러나 기차역에 가서 세르비아 '니쉬'로 가는 표도 알아보고, 근처 여행사에서 '니쉬'행 버스표도 알아봤으면서 김원장은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는 모양이다. 도대체 왜.

 

<동양인 여행객인 우리를 마냥 신기해하던 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막 구워낸 도넛의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 

 

우리는 다음 루트를 쉽게 그리지 못한 채 ‘아시아’라는 중국집에서 마파두부를 시켜먹고(워낙 소피아는 양이 많고도 저렴한 중국음식점이 많기로 유명하다) 재래시장을 한 바퀴 더 돌고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소피아 시내를 여기저기 걷는다.

 

 

그러다 틈날 때마다 가이드북이며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김원장이 결국 특단의 결정을 내리는데, 아예 옛 유고연방 국가들을 모두 제끼고 그냥 불가리아를 충분히 즐기다 루마니아로 가잔다. 더 이상 여기저기 명승지를 찍지도 말고 우리 마음에 들 것 같은 마을만을 골라 최대한 이동거리를 줄이는 동시에 그런 마을마다에서의 체류 기간을 좀 더 늘리는 방향으로.

 

 

그리하여 순식간에 대여섯 나라가 우리 루트에서 제외되는 대신, 그만큼 여정을 꾸리는데 있어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아쉬움만큼 여유로움을 벌었다고 해야하나. 더불어 내 말마따나 옛 유고 연방 국가들을 이번에 남겨둠으로써 다시금 발칸반도 여행을 할 구실을 벌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는 내일, 워낙 향하던 서쪽을 등뒤로 돌리고 다시 불가리아 여행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는 벨리코 터르노보를 향해 동쪽으로 간다. 전혀 뜻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불가리아 체류일이 제법 길어질 것 같은 예감.

 

 

@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마케도니아 비자 받는 방법 : 대사관 주소는 다음과 같다.

Embassy of the Republic of Macedonia
Frederic Joliot-Curie 17
Block 2, Floor 1, Suite 1
Phone: 359 2 870 15 60 or 359 2 70 50 98
Fax: 359 2 971 28 32

우리는 숙소에서의 조언대로 콜택시를 타고 갔는데(불가리아는 택시 바가지가 큰 문제이므로 택시를 잘 골라타야 한다. 가장 평판이 좋은 것은 OK 택시인데, 요즘은 OK 택시도 짝퉁이 많으므로 택시에 쓰여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고 타야 한다는 교민분의 조언 글을 본 적이 있다. OK 택시의 경우에는 973-2121, 이외 추천을 받는 다른 회사 택시의 전화번호는 91280과 91119. 우리 숙소에서 불러준 택시도 91119) 오전인데도 교통 체증이 심해 숙소에서 대사관 근처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요금은 6.6레바(아저씨가 알아서 7레바 받아 챙기는 시스템 -_-; 일단 대사관 위치를 파악했으므로 돌아올 때는 당근 버스를 타고 왔다. 대사관 근처 정거장에서 시내 방향으로 아무 차나 잡아타고 적당한 곳에 내리려고 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우리가 올라탄 버스가 숙소 바로 앞을 지나가더라)

 

비자 관련 업무 시간은 오전 10시~12시. 마케도니아 비자를 받으려면 여권, 여권 사본(대사관측에서 이건 자기네가 해주겠다 하더라만), 사진, 자그마치 47개의 질문을 채워야하는 Application form을 비롯, 결정적으로 마케도니아 첫 도착지의 호텔 예약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현지 호텔에 소피아 주재 마케도니아 대사관 팩스 번호를 알려주고 예약 확인서 발송을 부탁해도 된다고). 발급 비용은 22유로/인. 접수 익일 오후 4시 수령 가능.

 

 

 

@ 불가리아 소피아~세르비아 니쉬(Nis) : 국제선 기차는 오후 9시 20분 1회/일, 가이드북 추천업소인 Matpu(www.matpu.com 기차역 바로 앞 여행사가 모여있는 Traffic Market내 사무소. 업소명이 키릴문자로 쓰여져 있으므로 잘 찾아볼 것)에서 알아본 같은 구간 국제선 버스는 오전 7시 30분에 한 대, 오후 4시에 한 대 있었는데 오전의 경우 7시 30분 소피아발, 오전 10시 니쉬 착. 이후 니쉬에서 옛 유고 연방 전역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탈 수 있음

 

(예를 들어 소피아에서 오전 7시 30분 차로 니쉬에 10시 도착한 후, 당일 오후 7시 버스로 몬테네그로의 Podgorica를 간다면 익일 새벽 4시 30분 도착. 6년 전에 몬테네그로에서 밤새 차를 타고 니쉬에 새벽에 내려 터미널에서 기다리다 불가리아 소피아로 넘어온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 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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