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네스쯔 골목길> 

<참신하게 생긴 루마니아의 마차>

 

어제 저네스쯔에 도착한 이래로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이다. 덕분에 우리도 Piatra Craiului National Park를 향해 하이킹을 시도했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보려다가 방에 머물렀다가… 해야 했다. -_-;

 

결국 길진 않지만 그래도 두세 시간 남짓 천천히 발치 한 바퀴 돌아보는데에는 겨우 성공!

 

 

 

  

 

 

 

  

 

 

 

  

 

 

 

날씨만 좋았어도 무지 즐거웠을 하이킹 코스같은데 – 여기서 니콜 키드먼이랑 주드 로가 영화 "콜드 마운틴"을 찍었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바로 그 영화에 나오는 풍경을 짐작해 보면 되시겠다(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저기가 대체 미국 어느 구석인가 했더니만) – 내리던 비가 잠시 개어 얼씨구나, 좋아하면 이번엔 내리쬐는 태양볕이 상당히 뜨거운지라 이래저래 쾌적한 발걸음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 유럽 대륙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려는 것일까. 지난 3개월 내내 중동에서 봄날씨를 즐겼던 것으로 우리의 날씨 운은 다한건지? 김원장 역시 이런 날씨라면 서둘러 북상, 루마니아를 벗어나 시원한 발트 3국에서 보내는 날짜를 더 늘리는 쪽으로 일정을 바꾸자고 하는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우리도 시내를 들락날락하면서 있었던 일 몇 가지,

 

1.        한국에 전화 걸기: 어디선가 루마니아에서 국제전화하는 것은 매우 비싸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예전 정보인지 액면가 5불짜리 전화카드를 사면 꽤나 오래 사용한다. 사용하는 방법도 간단해서 우선 카드에 나와있는 접속번호를 누르고, 은박을 벗겨 나오는 카드 비밀번호를 누르고, 한국으로 전화를 걸면 된다.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남아있는 돈을 알려주므로 통화 시간을 예측하기도 편하고. 내 경우 공중전화 옆 작은 부스형 가게에서 구입해서 공중전화를 사용하여 통화했다.

 

2.       PC방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 저네스쯔는 작은 마을이라서 이런저런 편의시설이 모여있는 시내라봐야 버스 정류장 주변으로 코딱지만하게 형성되어 있다. PC방도 당구장 겸 오락실 겸 뭐 그런 다용도로 이용되고 있었는데(우리 입장에선 이 작은 저네스쯔에도 PC방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 당연 한글 지원이 되질 않아서 개인 노트북을 연결해 사용했다(2레이/시간. 속도는 빠른 편). 얼마간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뒷자리에 앉아 열라 게임 중이던 한 꼬마가 후다닥, 가게 문을 열고 뛰쳐 나가버렸다. 이에 놀란 주인 청년이 서둘러 뒤쫓아 나갔으나 이미 꼬마는 근처 골목 어딘가로 모습을 감춘 다음이었다. 재미난 것은 대체 이 마을이 크면 얼마나 크다고, 오늘 도망가면 이제 내일부터는 당장 어디 가서 게임을 하려고 이렇게 휘리릭~ 도망을 가버리고 말았을까. 아니, 꼬마가 얼마나 게임이 하고 싶었으면 주머니에 돈도 없으면서 PC방에 왔을까, 그리고 도망갈 타이밍을 잡기 위해 게임을 하면서도 얼마나 주인 눈치를 살금살금 봤을까, 그러는 동안 가슴은 또 얼마나 콩닥거렸을까... 나와 김원장은 그 아이를 통해 까마득히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렸다. 나도 몇 살 때였던가, 동네 작은 가게에서 빨갛게 포장된, 아몬드가 들어있는 초컬릿을 훔친 적이 있었는데 말이지, 그 철골로 얼기설기 마련된 진열대하며 소매에 몰래 숨기기 위해 고무줄 단처리가 되어있던 상의를 챙겨입고 갔었지. 그냥 둘러보고 나가면 주인 아저씨가 의심할까봐 싸구려 껌쪼가리도 일부러 하나 들고 계산대 앞에 섰던 것 같아. 그 계산대 앞에서 새끼새 가슴마냥 퍼덕거리던 내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가 주인 아저씨한테도 들릴까봐 얼마나 쫄았었는지… 그러고보니 김원장, 아까 우리 그 애 게임비, 대신 내주고 올 것을 그랬나봐?

 

3.       저네스쯔에서 피자 먹기: PC방이 그렇듯 저네스쯔에선 레스토랑이라 할만한 곳도 단지 한 두 곳뿐. 큰 길가에 있는, 맥주 회사 협찬의 파라솔이 무지 펄럭여대는 바람에 정작 이름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레스토랑에서 마찬가지로 뜻 파악이 안 되는 메뉴판을 들고 피자 작은 것 한 판(9.55레이), 곰이 그려진, 이름조차 곰스러운 루마니아의 Ursus 맥주 한 병(3.5레이), 스프라이트 한 병(3레이), 그리고 케찹(영수증을 그림 맞추기 해보면 얘도 돈을 받는 것 같다. 1.5레이)을 먹고 토탈 17.55레이를 지불했다. 피자는 뭐라고 해야하나, 학교갔다 돌아온 뒤 책가방 아무데나 내팽개치며 엄마~ 피자 먹고 싶어, 외치면 부엌에 굴러다니는 몇 안 되는 재료를 모두 이용하여 구워낸 듯한, 전혀 정체성을 가지지 않은 맛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달걀 후라이 토핑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맥주, 김원장은 음료수>

 

하이킹이 주 액티비티인 마을에 비가 내려 발이 묶이니 김원장은 투덜투덜, 앞으로는 처음에 숙소 잡을 때 가격을 못 깎더라도 무조건 daily basis로 묵자나? 나로서는 어차피 시나이아에서 흡혈충에게 집중 공격당한 오른발 아킬레스건 부위가 코끼리 발목 마냥 엄청 부풀어 오른터라 많이 안 걸으니 좋고, 이렇게 따끈한 커피 한 잔에 비 내리는 처마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도 나름 운치있구만 ㅋㅋ

 

<왔어요~ 왔어요~ 저네스쯔에 서커스단이 왔어요>

 

@ 오늘의 다큐 : <수요기획 / 발칸, 끝나지 않은 전쟁 1부 광기의 기록, 보스니아 & 2부 증오의 땅, 코소보> 이제와선 비록 가지 않기로 한 곳이지만 워낙에는 갈 뻔 했던 나라들이라 그런가, 다큐를 보는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유달리 답답해져왔다. 왜들 그래야만 했는지, 꼭 그래야만 했는지.

 

@ 오늘의 영화 : <내 인생 최악의 남자> 눈에 띄는 몇 까메오 섭외는 각 주연배우들이 한 건가? 탁재훈의 그간 이미지가 너무 고정된 탓인지 열연(?)에도 불구하고 잘 와닿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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