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에 이스탄불을 떠난 기차는 예정대로 새벽 3시경, 터키측 국경에 도착했다. 출국 심사는 기차에서 내려서 받아야 한다길래 모두들 내려 심사를 받고 다시 기차에 탑승을 했는데, 마침 이 때 우리 옆 객실에 있던 한인 가족의 가장분과 이야기를 잠시 나눌 기회가 생겼다. 현재 이스탄불에 살고 계시는 분인데 본인은 체류 비자가 있으나 사모님과 아이들은 그렇지 못 해 3개월마다 한 번씩 외국(주로 그리스와 불가리아)을 나갔다와야 한다고 하신다. 평소에는 버스를 이용해 출입국을 했으나 오늘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장염에 걸려있는지라 버스가 불편할 것 같아 대신 기차를 이용해 불가리아 국경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지인이 살고 있는 소도시로 가시는 중이시란다. 잠깐이었지만 터키어도 유창하게 하시던데,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안 여쭈어봤다만, 멀다면 먼 타국에서 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예정대로라면 오전 4시에는 불가리아 국경을 향해 재출발을 했어야하는데 별로 승객도 많지도 않더구만, 5시나 되어서야 출발하더라. 다행히도 불가리아 입국 사무소측은 우리를 내리게 하지 않고 본인들이 기차에 올라와 여권을 거두어가서 심사를 한 뒤 다시 돌려주는 착한 시스템으로 졸음에 겨운 우리를 기쁘게 했다 ^^ 이렇게 하루, 기차에서 밤바다를 보고 기차에서 별을 보고 기차에서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본다. 엄마가 비행기로 보내준 -_-; 뻥튀기를 먹으면서(이쯤되면 뻥튀기도 진짜 비싸고 귀한 뻥튀기지).

 

6년 전, 처음 불가리아에 왔을 때는 유고에서 넘어와서 그랬나, 그다지 못 사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지 않았던 것 같은데(어쩜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와 그 근교만 여행해서 그렇게 느꼈을런지도)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불가리아의 모습들만을 놓고 본다면 터키와 비교했을 때 다소 처져 보인다. 경제력만 놓고 본다면 터키의 EU 가입이 당연시될 것 같은데, 터키가 그렇게 원해도 가입이 미뤄지고 있는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게로구나. 

 

 

 

불가리아 제 2의 도시라는 플로브디브(Plovdiv)에는 오전 8시 도착 예정이었으나 기차의 연착으로 9시 30분에야 불가리아 땅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호텔 체크인이 12시에나 가능할거라니 리셉션에 배낭을 맡겨두고 구시가 구경부터 나서기로 했는데 그러자니 아주 옛날, 서유럽에서 밤기차 타고 국가나 도시간을 밤새 이동한 뒤 아침녘 도착한 역에 짐을 보관해 둔 채 구내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빡세게 당일치기 여행을 하던 시절 생각이 나더라. 그게 그러니까 벌써 13년 전 이야기가 됐네. 그건 그렇고, 터키에서 드디어 명실공히 유럽이라 부를 수 있는 불가리아로 넘어오긴 했는데 그래, 그래서 대체 뭐가 달라졌지?

 

 

 

뭐가 달라지긴, 두 나라간 차이가 벌써 어마어마하게 나는구만. 일단 어디서나 일하는 여성들이 널렸고(김원장은 호텔에서 일하는 청소 아줌마들 보고도 신기해하더라는),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고(상점 주인들이 우리를 불러세우며 호객하지도 않고, 이제 내가 반바지를 입던 or 아예 노브라로 다니던 Nobody doesn’t care란 말씀), 중동 지역은 끽해봐야 복권이었는데 여기는 아예 24시간 카지노가 번쩍거리고, 잊을 만하면 알라는 위대하다 돌림노래로 외치던 아잔 소리가 사라지고, 모스크 대신 그 자리를 교회가 차지하고 있고(불가리아 정교회), 슈퍼마켓에선 돼지고기로 만든 햄이니 베이컨이니 소시지, 살라미를 팔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엉엉~ 개운한 비데가 사라졌다 -_-;

 

 

 

 

 

에라~ 기분이다, 미국에선가 웨이트리스 언니들이 야시꾸리한 똥꼬치마 입고 서빙하는 식당이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시끌벅적했던 기억이 있는데 불가리아에도 그와 비슷하게 존재하는 체인점(Be happy=Happy Bar & Grill)에 들어가 술 한 잔 걸치기로 한다(치즈 베이컨 말이 2.69+나의 흑맥주 한 잔 1.99+김원장의 생과일 주스 한 잔 3.89+그릴드 케이준 치킨 8.29=총 16.86레바).

 

<나는 흑맥주, 김원장은 과일쥬스. 메뉴 바뀐 것 아님 -_-;>  

<돼지고기(베이컨), 너 참 반갑구나야~> 

 

재미난 것은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유니폼을 입어야하는 곳이라면 진짜 늘씬하게 뻗은 언니들이 서빙을 할 텐데, 불가리아는 명색이 유럽 대륙에 있는 나라 아닌가, 언니들, 몸매와 유니폼의 상관관계를 아주 우습게 무시해 주신다. 그야말로 작은 천 조각으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려 중요 부위가 보일 듯 말 듯 해야 이 레스토랑의 컨셉에 부합하는 것일텐데 여기 언니들은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은 아기자기하니 작은데 똥배와 허벅지를 비롯한 하체가 기형적으로 너무 불거져주시는 경향이 ^^; (아, 이 부분에서 마구 느껴지는 친밀감~)

 

시리아에서 터키로 처음 넘어왔을땐 터키가 (중동이 아닌) 유럽이라 여겨졌는데 불가리아로 넘어오니 터키는 유럽이 아니라 중동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와 동시에 뭐랄까, 이제 여행하면서 긴장할 일은 더욱 줄어들겠구나, 그리고 그만큼 재미도 줄어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김원장은 한나절 플로브디브를 돌아보고 난 뒤 한다는 말이, “심심한 유럽에 다시 왔구나. 이쪽 동네, 한 달 정도만 여행하고 그냥 인도로 가버릴까?”일 정도니.

 

 

 

 

 

가이드북을 들춰보니 불가리아의 대표 음식이랄 것들이 터키의 그것과 비슷하다(불가리아가 터키 오토만 제국에 의해 약 500년간 점령된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내일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단을 보면 직접 조식부터 비교해 볼 기회가 주어지겠지. 그건 그렇고 기껏 더듬더듬 터키 문자 읽는 방법을 배웠는데 다시 키릴 문자의 세계로 진입했다 -_-; 게다가 터키를 벗어나면 안녕일줄 알고 터키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엄청난 체리를 먹어댔는데, 불가리아에 오니 그 반값에 반짝반짝 빛나는 체리를 팔고 있네 -_-; (1Kg=2.5~3레바)

 

<읽기는 참 거시기혀도 어쩐지 정이 가는 ^^; 키릴 문자> 

 

@ 불가리아의 맥도날드 지수 : 빅맥 (라지) 세트 메뉴 6.39레바(케찹은 따로. 나는 케찹 따로 파는 나라 싫더라). 맥도날드를 비롯, 뜻밖에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가 많다(어느새 터키에 이어 불가리아마저!)

 

<붉은 맥도날드 차양 아래>

 

@ 숙소 : Hotel Leipzig http://www.leipzig.bg/?act=115 론리플래닛의 탓인지 불가리아는 일반적으로 저렴해야하는 호스텔이(가이드북에 소개된) 오히려 3성급 호텔에 맞먹는 가격이더라. 그래서 구시가 안에 폭 박힌 호스텔 대신 기차역에서 가까운 이 호텔을 택했다. 리노베이션 전 트윈룸 50레바(영수증에 찍히기로는 25레바X2인). 조식 포함(쿠폰 발급), 무선인터넷 가능. 방 내부의 침대 배열은 지금까지 묵었던 어떤 방과도 다른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었는데 발끼리 맞대고 자는 형식이었다. 터키의 리라와 불가리아의 레바는 거의 같은 가치를 가지는 관계로 현재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대략 1레바가 800원~850원선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얼마 전까지 머물렀던 터키 이스탄불 숙소 펜션의 가격과 거의 동일한데, 불가리아에선 나름 별 3개를 단 호텔에서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다. ^^ 

 

 

<호텔 쿠폰에 키릴 문자로 쓰여진 김원장과 나의 이름>

 

@ 플로브디브-벨리코 타르노보(Veliko Tarnovo) : 버스로 갈 경우 하루에 4번(오전 8시, 8시 30분, 오후 1시 30분, 4시 30분), 플로브디브의 북부의 Sever 버스 스테이션에서 출발

 

@ 플로브디브-코프리브쉿차 : 버스는 하루에 한 대 오후 4시 30분, 플로브디브의 북부의 Sever 버스 스테이션에서 출발, 기차는 직행이 없는 듯, 카를로보에서 갈아타고 가야하지만 몇 회에 걸쳐 가능한 것 같다. 단, 기차의 경우 코프리브쉿차역에서 시내까지 또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여야 한다고.

 

@ 오늘의 영화 : <광식이 동생 광태> 사랑, 그 지치지않는 테마여.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요원이 다 하는 듯

 

<불가리아 플로브디브에서 울 나라 대구까지는 89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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