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뭔 짓을 하고 이스탄불 시내를 돌아다녔는지, 원.

 

오전 9시부터 업무를 보리라 예상했던 이스탄불의 마케도니아 영사관(Consulate General of the Republic of Macedonia, 주소 Inonu cad. Ucler apt.20/3 Ayaspasa/Taksim). 기껏 시간 맞춰 찾아갔더니 10시부터 시작이라고. 30여분을 기다려 사무실안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문간 앞에 나온 영어가 되는 여성과 대화를 시작, 마케도니아 비자를 받으려면 세가지 서류가 구비되어야 하는데 첫번째는 초청장이요, 두번째는 마케도니아행 항공권, 세번째는 여행자보험이란다. 그래서 가볍게 포기. 어쩔 수 없이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다시 시도해보는 수 밖에.

 

 

두번째 목적지는 Dolmabahce 궁전.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돌마바흐체 궁전이 월요일이 휴관이라는 사실을 몰랐단 말이냐 -_-; 결국 이 곳도 겉에서 보는 것으로 패스. 사실 뭐 꼭 봐야하겠다는 생각도 없었기에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됐다 싶기도. 우리야말로 여행이랍시고 하면서 입장료를 내본지 어언…

 

 

 

세번째 목적지는 오르타쿄이. 지도상으로는 2Km 남짓 되어보이길래 호기롭게 산책 삼아 룰루랄라 나섰는데 잘은 모르지만 한 4Km는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보스포러스 해협의 바닷가변으로 길이 나 있었으면~하는 나의 바램과는 달리 대로변으로 길이 나 있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소음에 취약한 김원장은 몹시 괴로워하다.

 

 

 

 

그래도 오르타쿄이에서는 오븐에 구워낸 커다란 통감자에 원하는 토핑을 얹어먹는 쿰피르(Kumpir/7리라)를 먹어보는데 성공. 우리나라 배낭여행자들은 오르타쿄이가 예쁘다고 호들갑이던데 우리는 늙어서 그런가, 대체 이 곳 어디가 그렇게 남다른지 모르겠더라고. 음… 나름 아기자기한 카페촌 같긴 하던데 우리같은 노땅의 취향은 아닌 듯(오르타쿄이는 벼룩시장이 선다는 일요일 오전에 갔어야 했을런지도 -> 어제부터 계속 헛다리 짚고 다니고 있다).

 

 

 

 

 

다음 계획으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보스포러스 다리(여기 말로는 보아즈 다리)를 걸어서 건너면서, 혹자의 말처럼 다리 한 가운데 팔 벌리고 서서 이스탄불 구시가를 바라보며 왼쪽은 아시아고, 오른쪽은 유럽이다!를 외쳐보고 싶었는데… 이거야 웬걸, 다리가 저렇게 길어서야 -_-; 그래서 그냥 다리 아래에서 아시아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원 계획은 다리를 걸어서 건너고 건너편 아시아에서 버스를 타고 위스퀴다르(Uskudar)까지 간 뒤 그 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다시 유럽, 즉 이스탄불의 구시가지로 돌아오는 것이었으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전면 수정할 밖에.

 

 

이후 우리는 오르타쿄이에서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의 명동이라나 충무로라나 하는 탁심(Taksim) 구경에 나섰다. 

 

 

 

 

탁심에 서자 과연 이 곳이 내가 상상하던 이스탄불이던가,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번잡한 보행자 중심 거리(Istiklal Caddesi)가 나타났다(딸랑거리며 지나가는 장난감 같은 전차는 열외로 치고).

 

 

이스틱클랄 거리를 따라 거닐며 서점이란 서점이 눈에 뜨일 때마다 들어가 원하는 책이 있는지 구경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이스탄불의 신시가와 구시가를 잇는 갈라타(Galata) 다리.

 

 

비록 이제 다리는 좀 아파오지만 걸어서 건너기 아주 좋은 다리다.

 

 

 

게다가 이 곳이 바로 이스탄불의 명물, 일명 고등어 케밥(Balik Ekmek 발륵 에크멕)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완전 고등어 굽는 고소한 냄새로 동네방네 진동을 해대는 부둣가. 그 중 한 곳에서 우리도 고등어 케밥을 먹어보기로 한다(4리라). 비린내가 난다는 말보다 맛있게 먹었다는 평이 더 많은 것처럼 우리도 제법 그럴싸한 맛의 고등어 케밥을 즐겼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맛있지도 않았지만 ^^; 이 곳이 아니면 또 어디서 구운 고등어를 빵에 넣어 먹어보랴.

 

 

 

 

오후의 중요한 미션으로 우체국에서 엄마가 보내준 짐을 찾는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고새 온몸에 배어버린 고등어 냄새를 풀풀 풍기며 근처 우체국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제 한 번 찾아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우체국까지는 잘 갔는데, 명색이 국제 소포를 취급하는 곳이고 우리말고도 찾아온 손님의 반은 외국인이더만, 어쩜 아무도 영어가 안 되어주신다니… 물어물어 줏어든 단어 몇 개는 이 곳에는 소포가 없고, 모든 커다란 소포는 여기 중앙우체국이 아닌 다른 곳에 모인단다. 거기가 어딘데? 여기서 트램을 타고 Topkapi역까지 가면 트램 진행 방향의 오른편 어딘가에 있다고? 내 아무리 주소를 중앙우체국으로 작성해 보냈어도 터키에선 정녕 먹히지 않는단 말이냐? 그래, 내 열 번 양보해서 톱카프역인지 뭔지 거기 수화물 보관소까지 어찌어찌 찾아간다하더라도 내 소포가 거기 없으면 그야말로 시간+돈 낭비아닌가! 

 

그러나 그래도 거기까지 가봐야지 별 수 있나. 흑. 

 

중앙우체국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톱카프역에 가 내리니 역은 무슨 굴다리 아래인데다 올라가보니 어쭈구리, 완전 허허벌판 한복판이다. 때마침 광장(?)을 순회하던 경찰 비슷한 애가 보여 페테테(PTT, 여기서는 우체국을 이렇게 부르는 듯 싶다)를 외치니 방실방실 웃으며 뭐라뭐라 오른편을 가리키긴 하네(그 역시 무지 친절하기는 한데 내가 터키어를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 알려준대로 나아가니 이번엔 대로를 가로지르는 육교가 나타난다. 육교를 건너면서 보니 저~어기 우체국이 보인다. 저긴가 보다!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찾으러 왔다고 하니 Kim이라는 성이 너무 많아(정말?) 성명만 가지고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영어가 몇 마디 되는 친절한 직원 하나(이름은 Hakan)가 열심히 찾아봐주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대신 송장 번호를 알아와 준다면 더욱 찾기 쉬울 것 같다며 자신의 전화번호(0212 5010177)를 적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괜한 발걸음할 필요 없이 다음부터는 전화를 하라며.

 

오전에 신나게 싸돌아다닌 탓에 오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예상치 못한 뺑이를 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수확(?)은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송장 번호를 따기도 했으니 잘하면 내일 하칸에게 전화를 걸어 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모레에는 터키를 뜰 수 있겠지(어찌 주객이 전도되어 꼭 짐을 찾으려고 이스탄불에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참으로 미안하게도)

 

 

@ 흔히 터키를 일컬어 이스탄불 및 몇몇 대도시를 빼고는 아직 전통적인 이슬람식 풍습과 관행이 압도적인 국가라고 하지만, 터키에 머무른지 거의 2주가 되어가는 지금까지 (너무 관광지와 대도시에만 있었는지) 익히 들어온 대로의 터키 모습과 제대로 못 만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조만간 이 아름다운 이스탄불을 마지막으로, 터키라는 나라를 뜨게 될텐데 그런 점에서 터키 여행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부실(?)하게 진행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김원장은 아니라지만 -_-;) 좀 아쉬움이 남는다. 터키의 장점은 누구나 꼽듯 아시아와 유럽의 혼합된 문화, 고대 역사와 현대 기술의 교차점, 소아시아 히타이트 문명으로부터 파생된 유산과 기독교의 체계를 세운 곳이자 대를 잇는 대제국들이 남긴 셀 수 없이 많은 유적들, 다양하고도 놀라운 자연환경, 잘 갖춰진 인프라, 세계 3대 요리중 하나에 꼽히기도 한다는 터키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까지 여행지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할만큼 훌륭하나, 안타깝게도 우리와 같은 장기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보다도 비싸게 느껴지는 여행자 물가가 부담스럽고, 그만큼 관광지화 되었기 때문에 어디를 가던, 누구를 만나던, 지나온 중동 국가들에 비해 때가 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남들은 매력이라 느끼는 유럽과 중동 문화의 혼재가 우리 부부에게는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니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사람들의 말대로 터키는 분명 여러 면에서 풍요롭고 풍부한 나라지만, 그리하여 중동이란 곳을 여행해 보고는 싶지만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 여행자들에게는 분명 1순위로 추천하고픈 나라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연, 이번 터키 여정에 아쉬움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다시 오고 싶어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김원장 계획대로라면 언제고 프랑스에서 차를 리스하여 예까지 다시 빨빨거리고 오기야 하겠지만). 내가 그간 터키에 너무 기대를 했었거나, 아님 너무 늦게 왔건 간에 말이다.

 

 

@ 오늘의 영화 : <웰컴 투 동막골> 스티브 대위(또다른 라이언 일병 -_-;) 구하기? 혹 이 영화 주제가 반미인가? 주인공이 모두 죽다니 허참.

 

@ 보너스 동영상~ 아마도 식당을 빌려 결혼식 피로연이라도 벌이는 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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