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아시아에 잠깐 갔다올께.

여보, 퇴근하는 길에 유럽에서 빵 사오는 것 잊지 말아요~

이런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곳이 바로 이 곳 이스탄불이겠지.

 

우리도 오늘 이스탄불의 석양을 즐기기 위해 유럽에서 아시아로, 그리고 다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배를 타고 건넜다. 그야말로 장미희 버전의 아름다운 밤이었고. 만약 이스탄불에서 한 달 정도 체류하게 된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매일같이 낚싯대 하나 들고 해안이나 갈라타 다리 위에서 자잘한 물고기들을 줄줄이 낚아올리면서 바다 위로 내려앉는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곤 하겠지. 그리고 때맞춰 아잔이 울려퍼져 준다면, 나 역시 신은 위대하시다~ 맞장구치게 될테고.  

 

 

 

@ 오늘의 먹거리 : 론리플래닛에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도 맛집으로 알려진 Doydoy 레스토랑에서 모듬 케밥과 이스켄델 케밥을 점심 식사로 때려 먹기. 한국인 패키지팀까지 들어찬 것을 보니 도이도이 레스토랑의 맛이 한국인에게 맞는 듯(참, 술탄아흐멧의 히포드롬 광장을 걷다보면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하루에 한 대 이상 우리나라 여행사 팻말이 걸린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곤 하니까)

 

 

 

@ 오전에는 중앙우체국에 가서 일련의 물건(터키를 포함한 그간의 가이드북과 챙겨둔 여행지 관련 브로셔, 지도 따위. 그리고 인도 뭄바이에서 구입한 이래 김원장이 아끼는 모기장)을 한국으로 부쳤다. 박스 포장은 알아서 해주었고 무게를 달아보니 2.26Kg이 나왔는데 선편으로 보내는 비용은 50.7리라라고 한다. (믿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약 2주 정도 소요된다고. 역시나 물건 하나 부치는데 제법 시간을 요하더라는. 안타깝게도 하칸 말로는 우리 소포가 어제 터키에 도착한 것은 확실한데 아직도 공항에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내일 다시 전화해 보라고. 

 

 

@ 이스탄불의 석양 즐기기 : 우리의 경우 트램을 타고 종점인 Kabatas역에 내려 배(1.4리라/인. 티켓은 제톤 같은 토큰이 아니라 일반 영수증 같은 것을 끊어준다)를 타고 아시아측의 위스퀴다르로 건너갔다. 이 때 유럽측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바다에 면한 돌마바흐체 궁전이 단연 아름답다. '돌마'는 원래 고기나 양파 또는 쌀 등으로 속을 채운 롤처럼 생긴 음식의 이름으로, '뭔가로 꽉 들어차 있는 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고 '바흐체'는 정원이란 뜻이란다(이스탄불에서 이름난 홍합밥도 ‘미디에 돌마’. 대충 감이 오지?) 척 보기에 베르사이유 궁전이 떠올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행히도 ^^; 정말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해서 지었다고 한다(비록 우리는 안에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내부도 엄청 화려하다고 하던데). 보스포러스를 건너 아시아측의 위스퀴다르에 이르는데는 15분 정도 밖에 안 걸리고 우리는 다시 위스퀴다르에서 유럽측 이스탄불 구시가지인 에미뇌뉘(Eminonu)로 오는 커다란 배를 탔다(역시 1.4리라/인). 그럼 얼마간 바다를 달려 고등어 케밥 냄새가 진동하는 선착장에 하선하게 된다. 돌마바흐체보다 아름다운 건 역시 자연이 빚어낸 노을이더라. 바닷바람이 만만치 않으니 옷 잘 챙겨입고 탈 것.

 

 

 

 

 

 

 

@ 1600년의 시간이 살아 숨쉬는 이스탄불에 대한 누군가의 설명(그냥 이스탄불에 대한 개념을 잡는데 쓰면 좋을 것 같아서) :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지는 이스탄불은 신비로움의 대명사로 불리어지는 도시다. 이스탄불의 전략적 위치로 수세기에 걸쳐 이곳은 역사, 무역, 문화, 민속, 군사, 종교적으로 세계 역사의 중심이 되는 기반이 되었다. 돔과 첨탑의 조화를 이루는 모스크와 보스포러스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전경, 특히 야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657 BC 그리스의 메가리아인(Megarians)인 비자스(Byzas)에 의해 정착되어져 그의 이름을 딴 비잔티움으로 명명되어졌으며 196 AD에 내란으로 도시가 재건설되었고, 330 AD에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으로 옮기고 콘스탄틴의 도시라 하여 콘스탄티노플로 개명했다. 이때의 유산인 궁전, 수로, 저수지, 교회 등 이 그때의 융성함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453년에 술탄 메멧 2세(Sultan Mehmet II) 에 의해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스탄불은 크게 세구역으로 나뉘는데 우선 갈라타 교가 있는 골든혼의 하구를 경계로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며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뉜다. 또, 보스포러스 해협을 중심으로 흑해, 마르마라해, 그리고 골든 혼으로 이어져 있다. 이스탄불의 첫인상은 새벽에 울려퍼지는 확성기 소리에 있다. 서방의 자본은 이내 이스탄불을 서양의 모습으로 변모시키고 있고, 스카프나 터번을 두른 회교도의 모습은 수년내에 사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 오늘의 영화 : <우아한 세계> 음… 주제 파악이 안 되긴 하지만, 여하간 한편의 잔잔한 드라마를 본 듯한. 조폭도 집에서는 그저 남과 다르지 않은, 무거운 짐을 짊어진 가장에 불과하구나. 

 

@ 체리 1Kg에 (등급에 따라) 3~5리라, 방울토마토 1Kg에 6리라. 오히려 방울토마토가 더 비싸군.

 

@ 이스탄불 시내를 거닐다 우연히 마주친 여행사 광고 : 이스탄불에서 세계 각 도시로의 편도 항공권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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