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 Elif Hotel에서의 아침 식사> 

 

체크아웃을 하는데 프런트데스크 직원이 아침은 먹고 가냔다. 나참, 내 또 떠나는 마당까지 그런 걸 챙겨주는 호텔 직원은 처음이네(물론 당근 먹었지. 내가 그런 걸 안 챙겨먹고 갈 인간이냐 -_-).

 

오늘 드디어 이스탄불로 간다. 어쩌다보니 오늘이 5월의 마지막날로 대략 우리 6개월 여정의 중간 지점으로 삼은 날인데, 명목상 오늘로 아시아 대륙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나름 의미 부여중).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타고 갈 버스는 Metro라고, <2007년, 올해의 coach>상인가를 받은 회사인데 놀랍게도 여성 차장이 동승한다. 터키가 비록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나은 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일하는 모습은, 특히나 지방에선 아직도 흔히 접하기 어려운데, 아무리 이 곳이 수도인 앙카라라고 해도 버스에 차장으로서 여성이 동승하는 모습이 어느덧 중동 여행 3개월차 우리에겐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긴 차장으로서의 역할은 아무래도 섬세하게 챙겨주는 여성이 더 낫지. 아암, 그렇고 말고.

 

아줌마 차장 말고도 또 다른 남성 차장이 타고 있다는 것은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렇다면 이 버스 내에 차장이 둘? 그래서 차비가 비싼건가?(35리라/인. 터키 버스 회사들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터미널 입구에서 호객을 한다거나 저렴한 비용을 내걸어 승객들을 꼬신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배낭여행을 하는 학생들은 여러 회사의 가격을 각기 비교해보고 가장 저렴한 회사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이 비싼 데에는 다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는 전제 아래 -_-; 그냥 우리 편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버스라면 가격을 크게 따지지 않고 아무거나 이용했다. 물론 좋은 버스를 타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고급 버스를 골라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우등버스 타듯).

 

<얼마나 달길래 이름부터 '단 케이크'인가 -_-; (아이 썰렁해~ㅋㅋ)> 

 

이유야 어찌되었든 진짜 서비스는 참 좋다. 아줌마 차장이 잊을만하면 물을 주고, 커피나 차, 콜라나 환타 따위의 음료수를 챙겨주고, 손에 향수를 뿌려주고, 미니 케이크를 주고… 지금껏 터키에서 타 본 버스 회사 중 가장 탁월한 것 같다. 게다가 어제 미리 맨 앞좌석을 예약해 둔 덕에 전망도 끝내주고 워낙 흔들림이 없으니 거의 비행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오늘 이스탄불 도착을 마지막으로 터키에서의 장거리 버스는 끝일텐데(터키에서 불가리아로는 한 때 이름을 날렸던 오리엔트-익스프레스 기차를 이용, 그 분위기라도 살짝 누려볼까 고려 중인 관계로) 오히려 그 점이 아쉬울 정도로...(오전 10시 30분 출발/오후 5시 도착. 메트로 회사 버스가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차내 서비스가 좋고 중간의 전용 휴게소에서는 화장실 무료 사용이 가능한 점 등은 나름 세심하게 신경을 쓴 듯 하다)

 

이스탄불이 가까워지면서 마르마라해(Marmara)가 슬슬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도로의 차량 소통량이 터키에선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어제의 앙카라 따위는 까불지말라는 듯, 엄청난 양으로 늘어난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인지(그렇다, 터키는 무슬림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 쉰단다) 이스탄불 외곽으로 빠지는 차량들이 들어가는 차량보다는 많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드디어 커다란 다리를 하나 건너자 교각 말단에 보이는 환영 문구,

Welcome to Europe”.

 

우리는 그렇게 유럽에 도착했다. 누구나 익히 알다시피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에 양다리를 걸친 도시, 그 양다리 이스탄불의 물가가 워낙 살인적(?)이라하여 어제 앙카라에서 PC방에 들러 미리 저렴한 숙소 하나를 찾아 주소를 적어 두었는데 전세계 여행자들이 모이는 술탄아흐멧(Sultanahmet) 지역에서 약간 외곽쪽으로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3개월간 중동 여행을 마치고 유럽에, 그리고 터키에서 가장 매력적인, 아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라는 이스탄불에 도착한 기쁨은 잠시 뒤에 누리도록 하고, 우선 이 숙소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 되시겠다.

 

이스탄불 오토가르에서 하차하면서 남성 차장 아저씨에게 지하철(Metro) 타는 곳을 물어 오토가르와 연결된 메트로역으로 찾아간다. 역에서 우리의 승차권에 해당하는 일반 동전(구멍 안 뚫린 토큰?)처럼 생긴 제톤을 4개(1.3리라/개) 구입, 악사라이(Aksaray) 방면으로 지하철을 타고 종점인 악사라이역으로 간다. 악사라이역에서 하차하면 대세를 따라 ^^; 열차 진행 방향의 출구를 이용하여 메트로 밖으로 나온다. 바로 오른편에 있는 지하도를 건너 역시나 사람들 꼬리를 물고 다시 왼편 골목으로 졸졸 따라가니 전면에 차도를 만나면서 오른편으로 육교 같은 것이 보인다. 이 육교의 가운데에서 바로 Yusufpasa 트램역으로 내려갈 수 있다. 트램을 타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투입구에 제톤을 넣고 승차장으로 들어가면 OK. Kabatas 방면 트램에 올라탄 뒤 술탄아흐멧역 하차. 그리고 주소를 따라 지도에 표시된 골목길로 찾아 들어가니 원하는 숙소 간판이 보인다. 흠, 이거 너무 쉽군. 역시 여행도 짠밥인가.

 

 

적어온 정보는 화장실 불포함 2인실이 20불/박이었는데(그래서 열심히 찾아왔는데 -_-;) 그건 비수기인 겨울 요금이라고 한다. 성수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의 요금은 25유로(그것도 말로는 원 가격은 30유로지만 한국인 특별요금이라 25유로라고 -_-;) 화장실이 없는 방이긴 하지만 바로 맞은편 한발짝 거리에 있으니 그다지 불편할 것 같지는 않고 우리 둘이 쓰는 방이지만 실제로는 4인룸(더블1개+싱글2개)으로 공간이 넓은데다 조용한 정원을 향한 작은 베란다가 있고 조식까지 포함한 가격이라니(로비에서 무선 인터넷 가능), 그래, 여기가 바로 그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이스탄불’임을 고려할 때 agree할 수준은 되는 것 같다(참고로 우리가 숙소로 정한 Turkmen hotel & Pension은 이름 그대로 펜션과 호텔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데 마르마라해가 보이는 전망좋은 호텔룸의 경우에는 원 가격은 50유로이나 40유로까지 깎아주겠다고 한다. 나야 당근 펜션보다는 호텔방이 마음에 들었으나 김원장은 방이 좁고 덥다며 펜션을 택했다 http://www.turkmenhotel.com.tr/).

 

 

숙소를 잡고 이스탄불 맛뵈기에 나선다. 아아, 이렇게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대도시가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었지? 기대를 하고 오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지만, 이스탄불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임이 틀림없다. 김원장 말로는 프라하 정도가 이에 비할만한 것 같다고 하는데, 이스탄불에는 프라하에는 없는 출렁이는 바다까지 있다. 이스탄불…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가 생기게 만드는.

 

 

@ Tree of Life :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가장 저렴한 숙소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일본애들이 이스탄불에서 주로 가는 숙소가 아닐까 싶다. 입구에 일본어로 작성된 안내문이 붙어 있어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10유로/인/박이라기보다는 10리라/인/박이 아닐까 싶다. 술탄아흐멧 트램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Cemberlitas 트램역에서 가깝다. http://ttis.jp.org/treeoflife/index.htm -> 2009년 3월 20일, 글 올리면서 혹시나 찾아보니 역시나 소개글 잡힘. 뭐야, 도미토리 1인당 5불이였어? 정말 싸네...

 

@ 늦은 밤 숙소 근처에서 불꽃놀이며 커다란 음악소리가 그치질 않아 김원장이 사태 파악에 나서다. 알고보니 내일 이 근처에 클럽(?)이 오픈하기 때문에 오늘 전야 행사 따위를 하는 모양. 김원장왈, 내일부터 이렇게 밤마다 시끄럽다면 숙소를 옮길거란다. 나야 좋지 ㅎㅎㅎ

 

@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세운 계획은 6월 내내 코카서스 3국과 터키를 여행하고 동유럽을 7월 한 달간만 여행하려고 했는데, 현재의 변경된 루트로는 동유럽에서 두 달을 보내게 생겼다. 이에 동유럽 Lonely Planet 가이드북을 한 권 구입하는 것이 나으리라 여겨져 카파도키아에서부터 책방이 있으면 LP 동유럽편을 구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가격이 60리라로 너무 비싸서 결국 이스탄불 술탄아흐멧에 오면 중고로라도 저렴하게 구할 방법이 있겠지,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다. 아니나다를까 중고를 취급한다는 서점이 있어 술탄아흐멧 숙소밀집지구의 그 책방을 찾아나섰는데, 이런, 기껏 찾아가보니 그 책방 망했더라 -_-; 참고로 오늘 들어가 본 이스탄불 책방에서도 60리라에 팔고 있었다. 이걸 사,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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