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여행이 종종 터키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불리워지는데는 나 역시 이의가 없다(물론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는 터키의 지중해도, 에게해도 모두 제낄 예정이지만). 이런 곳이니만큼 당연 여행 인프라도 빵빵한 곳일 수 밖에. 괴레메에서 할 수 있는 투어의 종류는 무척이나 많지만, 그 중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레드 투어와 그린 투어라 할 수 있다(현재 각 50리라/인).

 

 

 

쉽게 말해 레드 투어는 하루 종일 괴레메 부근 관광 spot을 도는 것이요, 그린 투어는 좀 더 멀리 떨어진 관광 spot을 커버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여행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카파도키아에 이틀을 머문다면 이 투어 프로그램을 한 번씩 하고 떠나고, 이틀 이상 머문다면 그린 투어는 참여하고 레드 투어지역은 스스로 돌아보고 떠나라는 추천글을 읽기도 했다).

 

카파도키아 지도를 쫘~악 펼쳐놓고 레드 투어가 가는 지역과 그린 투어가 가는 지역을 하나씩 짚어 나름의 동선을 그려본 뒤, 게 중 우리가 가고 싶은 지역만 골라내 본다. 어차피 우리는 시간이 많고(돈은 없고 ㅋㅋ)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과 섞여 설명을 듣고 우리 맘대로 일정 조절을 못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지역은 골라냈으나 이번엔 이동 수단이 문제다. 가까운 레드 투어 지역이야 벌써 어제와 그제의 트레킹 일정으로 얼추 커버가 되었으나 그린 투어가 커버하는 곳까지는 거리도 상당하고 개별 교통 연결편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ㅎㅎ 스쿠터 당첨!(참고로 괴레메에서는 산악 자전거, ATV, 스쿠터, 오토바이, 자동차까지 모두 빌릴 수 있다. 자동차도 잠시 생각을 해보았으나 터키는 기름값만 비싼 것이 아니라 자동차 렌트비 역시 상당한지라) 스쿠터를 한 대 빌려 오늘은 관광객들이 안 다니는 마을길을 한 번 내질러 달려보고, 오늘 재미있으면 내일도 하루 더 빌려 그린투어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데린쿠유(Derinkuyu) 지하도시(Underground city)에 다녀와야지.

 

혹시라도 스쿠터를 타다 안 좋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우방을 만들어 놓기 위해 숙소 주인에게 책임 분산 목적으로 -_-; 스쿠터 렌탈업체 하나를 추천해달라니 오토가르 근처의 Hitchhiker Tour를 권한다(www.cappadociahitchhiker.com). 흠… 히치하이커라. 다른 숙소들도 이 업소를 추천한다고 하던데 정말 믿을만한 업체라서일까, 아니면 히치하이커 사장이 숙소 주인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로비를 했나? -_-; (우리 숙소 주인 말로는 렌탈 제품들 상태가 좋고, 주인도 괜찮은 사람이고, 우리 숙소 이름을 대면 약간의 할인까지도 가능할 거라며 추천)

 

상태가 가장 좋아보이는 야마하 스쿠터를 골라 6시간 계약(40리라/기름값 별도)을 하고 숙소 주인 아저씨 말대로 가격을 깎을 태세에 돌입하려는 순간, 히치하이커 주인 아저씨왈 본인은 한국인이 너무 좋아 -_-; 정해진 6시간에 한 시간을 더 줄 테니 7시간을 타라며 계약서를 정정한다. 아이고, 타이밍을 놓쳤네. 김원장 역시 어차피 스쿠터란 물건, 오래 타기 어려운 거라며 가격을 깎는 쪽으로 갔어야 하는거라나? ㅋㅋ 어쨌든 7시간 동안 이제 빠른 발이 생겼다. 이제 김원장 뒤에 매달려 “오빠~ 달려~”만 외쳐주면 만사 장땡이라 이거지.

 

 

 

자동차와는 다르게 오토바이나 스쿠터에는 개방감이 주는 자유가 있다. 비록 그만큼 위험은 더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타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그 해방감 때문이겠지. 주말에 한적한 지방도를 달리다보면(우리는 스스로 인정하는 지방道 애용족) 할리를 끌고나와 그 기분을 만끽하는 모터사이클 동호회분들을 종종 만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김원장이 느끼는 심한 유혹의 불길을 과부틀 들먹이며 잠재우던 나. ^^; 하지만 나 역시 이렇게 뒤에 매달려만 있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이 기분이 참 좋다. ㅎㅎㅎ

 

비록 김원장의 체력이 예전만 못하고, 김원장의 모터사이클링에 대한 흥미 또한 예전만 못하여(이젠 이 짓도 전만큼 재미가 없다나?) 역시나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반납을 하긴 했지만, 기이한 모양들의 바위들이 가득한 카파도키아에서 시원한 바람을 가르고 꽃향기를 맡으며 푸르른 시골길을 신나게 달려대던 기억 또한 앞으로 한참을 가져갈 추억으로 남겠지.

 

@ 계획했던 오늘의 스쿠터 루트 : 간식거리 싸가지고 Goreme 출발-Rose Valley-Aktepe-Urgup-Soganli-Sahinefendi-Cemil-Damsa Dam-Mustafapasa-Sunset point-Goreme museum-Goreme 도착하기(김원장이 총 주행거리 100Km 이내로 짜라고 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나의 작품 ㅋ). 그러나 실제로는 -_-; Goreme 출발-Rose Valley 트레킹 -Pasabagi 잠깐-Zelve museum 입구에만-Urgup 제법 한참-Mustafapasa 레스토랑에서 점심(준비해간 간식거리는 찬밥 -_-;)-Sunset point 슬쩍-Goreme museum 입구에만-Zemi Valley 트레킹-Goreme순으로 대략 작게 한 바퀴 돌아 기름 2리터 사용(7리라)

 

이하 사진으로 보는 오늘의 일정~ 

 

김원장 혼자 스쿠터 타고 한 바퀴 돌아보며 감을 잡은 뒤 나까지 태우고 드디어 내달리기 시작 

어제는 빨빨거리며 산길을 통해 걸어왔던 파사바에 오늘은 스쿠터를 타고 큰 길을 달려 다시 이르다

여전히 기묘한 버섯 모양 바위들 

엇, 돌아댕기는 스쿠터가 또 있네! 사실 우리가 빌린 스쿠터는 저 뒤의 파란색.  

파사바를 떠나 이른 곳은 젤베 오픈 에어 뮤지엄 

젤베 오픈 에어 뮤지엄 앞. 벌써부터 햇살이 따가운지 스쿠터를 그늘에 주차시키는 김원장 

들어가볼까, 말까, 파사바랑 비슷한 것 같지 않아? 결국 입장료에 또 굴복하고 만단 말이냐! 

돈 안내고도 절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카파도키아엔 참 많다 ㅋㅋ 

참, 이 즈음에서 벌어진 일, 우리가 스쿠터 보관함을 열어 헬멧을 넣고자 애를 쓰는데 도무지 열리지가 않아서 동네방네 스쿠터 모는 아저씨들 하며, 나중에는 경찰관 아저씨까지 나타나 우리 스쿠터를 두고 모두들 고심, 결국 한 아저씨가 우연히 여는 방법을 발견해 내고서야 모두들 한바탕 웃으며 헤어지다. ㅎㅎ 

스쿠터 세워놓고 위르굽 구경. 마을 수퍼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사먹기. 역시 배낭여행자들에겐 위르굽보다 괴레메가 더 정감가~ 

작은 시골 마을 무스타파파샤의 한 레스토랑. 손님이 그나마 있어보이길래 들어갔는데 맛은 그냥저냥. 그래도 야외 탁자에 앉아 노닥거리는 분위기는 좋았음 

레스토랑 소속(?) 강아지 

일요일 한낮 같이 조용한 무스타파파샤

다시 무스타파파샤를 떠날 시간  

일본인 패키지팀이 바글거리던 선셋 포인트  

그런데 이 멋진 광경을 뒤로하고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 김원장 -_-; 

화장실 찾아 삼만리~ 

그는 먼 길(?)을 떠나고... 

나는 여전히 선셋 포인트 근처에서 사진 찍기 놀이 

좋구나~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한 김원장과 함께 다시 선셋 포인트로. 

호주나 남아공에서 보던 피나클 같기도.  

이제 괴레메 뮤지엄으로 다시 출발~

 

괴레메 오픈 뮤지엄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 위에 서서.

 

 

 

이제 여기도 뜨자~ 엇, 내리막길 경사가 제법 심하다. 나는 일단 먼저 걸어서 내려가기로 하고, 김원장은 이후 혼자 스쿠터를 타고 내려오기로.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트레킹 코스, 제미 밸리로 달려라 달려~ 


제미 밸리 트레킹 중.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 오늘 우리의 동굴방을 내어주고 반 동굴방 같은 곳으로 옮기다. 오늘 날짜로 우리 동굴방이 이미 예약되어 있었다나? 김원장은 원래의 6번 동굴방에 심히 애착을 보이고 있었는지라 잠시 숙소를 바꿔볼까, 고민하다가 반 동굴방인 10번 방을 10리라 싼 30리라/박에 준다길래 그냥 방만 바꾸기로. 그런데 김원장은 아직도 새 방이 퍽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네.

 

@ 오늘의 영화 : <황진이> 다소 황망한 내용을 떠나 송혜교는 이쁘더라. 참, 어제 <싸움>을 보고난 뒤 김원장에게 물었지. “김태희 이쁘냐?”, 김원장의 답. “가만 있으면 이쁜데 소리지르니까 얼굴이 이상해진다”

 

@ 굴러다니는 브로셔에 나와 있는 웹주소 한 개 http://rosetour.com/cappadociatour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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