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2성급 호텔이라고 조식은 나름 부페식으로 운영한다. 게다가 주스가 마련되어 있어 몇 잔이나 가져다 마신다(하여간 공짜일 때 일단 먹어두자는 이 심리는...) 

 

 

어제 오후, 종일 가지안텝을 싸돌아 다녀보고 늦은 저녁, 우리가 가고자 했던 동부의 여러 도시에 대한 정보들을 유심히 섭렵한 결과, 김원장은 오늘, 동부 여행을 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카파도키아를 향해 곧장 가잔다. 동부 여행에 있어 남아있는 것이, 그리고 기대할 만한 것이 오직 친절이 넘치는 현지인들뿐이라면, 그간 만나온 수많은 추억 속의 다른 중동인들로 만족하자는 얘기지. 비록 불과 며칠간만 보아온 터키지만, 여기서 우리가 터키에 오기 전, 터키에 대해 그려왔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이미 터키가 이만큼 변했다면, 우리 또한 터키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 좀처럼 적응 안 되는 터키의 고물가에 굴복한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카파도키아행을 결정하는데 있어 다른 문제가 하나있다면, 그건 바로 식중독이다. 뜬금없이 웬 식중독이냐 할텐데, 현재 카파도키아 근교에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심각한 식중독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 터키 당국에서는 이미 식중독에 걸린 수천명의 환자들을 어떻게 격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피해가는 것도 모자라 아예 뛰어들어? ㅋ 그래, 걸려봐야 설사 아니겠냐. 혹 식중독에 걸리더라도 우리는 젊으니까 -_-; 며칠 고생하는 것으로 개겨보자. 정 힘들면 병원 가지, 뭐.

 

우리가 묵고 있는 Yunus hotel은 명색이 론리에 소개된 곳인데 영어하는 staff이 없다. 그래도 우리가 카파도키아 지방의 큰 도시인 카이세리(Kayseri)에 가고 싶다는 의견이 어찌어찌 전달되어서 사무적으로만 친절해보이던 리셉션 아저씨가 영어를 하는 누군가를 불러와 우리와의 본격적인 대화를 시도한 끝에 결국 오전 11시발 카이세리행 버스를 전화로 예약해 주기까지 한다. 구매는 오토가르에서 해도 되지만 바로 호텔 근처의 버스 회사 사무실에서도 할 수 있다며 그 영어 몇 마디 하는 청년을 그 사무실까지 안내하도록 붙여주어 구매도 쉽게 하고. 오호, 터키 버스 여행에 있어 또 하나의 팁을 몸으로 배웠다. 시내의 버스 회사 사무실에서도 티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예약해준 버스 회사 Devran, 25리라/인. 가지안텝에서 카이세리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흠, 어제와 오늘 가격으로 미루어볼 때 대략 1시간 주행 거리에 5리라, 즉 4000원 정도 받는 것 같다. 돈 쓸 때마다 시리아를 그리워하고 있는 우리 -_-;)

 

 

버스에서 점심 대용으로 먹을 바나나를 사고 오토가르!를 외쳐 시내버스에 올라탔는데, 이 버스, 주택가를 빙빙 돌아 우리 애를 태웠으나 그래도 발차 전 여유있게 오토가르에 도착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승차장에 앉아있는데 벌어진 일 하나, 우리 옆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중 여자아이들 둘이 우리를 또 신기하게 바라본다. 어른들은 우리가 신기해도 어른답게 시선을 거둘 줄(혹은 숨길 줄) 아는데, 어디나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그러지도, 그럴 필요도 없다. 이 아이들 역시 우리에게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는지라 결국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지.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쪼르륵 내 옆으로 오네? 이럴 때 역시나 요긴하게 쓰이는 터키 회화책, 몇 살입니까? 문장를 짚어 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니 열 손가락 한 번 피고 이어 두 손가락을 펴 12살이라고 한다. 이름이 뭐냐, 만나서 반갑다를 책을 통해 나누고 나니 뭐라뭐라 질문을 하는데 이해가 가야 말이지. 결국 옆의 어른(역시나 영어 실력이 매우 겸손한)을 데리고 와 하는 질문이 어디 가냔다. 아하, 카이세리! 그러자 모두들 반갑게 일행 중 한 사람을 가리키며 쟤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카이세리를 간다네? 알고보니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청년 하나를 배웅 나온 것. 아마도 여기 안텝이 고향일 이들 가족 중 한 아들내미가 일이 있어 카이세리로 떠나는가 보다. 그야말로 온가족 식구들이 다 모여 볼을 부비고 안고 악수하며 심지어 떠나려는 버스 안에까지 올라와 마지막 순간까지 애정어린 사진을 찍네 마네 배웅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아이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터키식 볼인사를 청하고 우리와도 사진을 찍겠단다. 정말 귀여운 아이들이 아닐 수 없다. 서로의 이메일을 적어주고 연락 계속 하자~ 했는데 음… 영어로 써서 보내도 어떻게든 번역해내겠지?

 

 

오늘 터키의 짙은 가족애를 엿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카이세리를 향해 달리던 차가 잠시 작은 마을 Kahramanmaras 오토가르에 멈추어 섰을 때였다. 어찌 된 일인지 듣도 보도 못한 이 작은 도시의 터미널에 사람이 무지 많이 나와 있었는데, 이들의 독특한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터키 깃발을 흔들고 나팔을 불고 큰북을 치고… 그러더니 젊은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헹가래치고 무등을 태워 버스에 승차시키는 것이 아닌가? 이게 대체 뭔 시추에이션이지? 주변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할텐데… 아이고, 답답해라, 하다가 문득,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입대 장면이 떠올랐다. 혹시 터키의 젊은 청년들도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하는 것은 아닐까, 혹 오늘이 이 도시 젊은이들의 입대일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

 


나의 가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머리를 짧게 자른 젊은 청년들의 모습과 계속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는 스카프를 두른 어머니들, 그리고 높은 버스 창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보여주고 인사를 나누고자 아기들을 들어올리던 사람들… 나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찡해오는데, 김원장은 터키가 더욱 발전하려면 이런 가족애, 혈연애, 지연 따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나 뭐라나.

 

 

 

 

 

어찌되었던 간에 이런 일련의 경험으로 인해 또 다른 터키의 모습을 본다. 터키에 들어온 이후 며칠째 여기가 과연 서양(유럽)이냐, 동양(중동)이냐하는 의문이 떠나지를 않았는데, 어쩜 터키는 여러 모로 유럽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는 현 환경 속에서 아직은 무슬림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나라일런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동(양)쪽에서 서(양)쪽으로 나아가는 여행을 하면서 더욱, 사람들이나 풍경들이 조금씩조금씩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각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결국은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 가지안텝에서 카이세르 구간 : 5시간이면 간다고 했는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총 6시간 30분(중간 경유지에서의 정차 시간과 휴게소에서의 휴식 시간 포함). 시내에서 예매할 때 티케팅해 주시는 아저씨가 우리를 이쁘게 봤는지 맨 앞좌석은 아니어도 뒷문에 바로 연이은 좌석을 끊어준지라 편하게 왔으며, 카이세르 외곽에서 버스 회사가 연계 운행하는 무료 세르비스(service) 승합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다 적당한 곳에서 내림으로써 카이세르 시내까지 무사 진입했다. 덧붙여 이 구간에 있어 Kahramanmaras와 Goksun 사이의 풍경이 끝내준다.

 

 

 

 

 

 

@ Hotel Sur : 세르비스를 타고 들어오다 성곽 같은 것이 보여 중심부가 맞구나, 하고 얼른 내리긴 했는데 찍어놓은 숙소의 주소를 보여주니 여기서 걸어가기엔 멀다네. 결국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근처 저렴한 호텔을 하나 소개받아 묵기로. 어제와 마찬가지로 60리라 부르는 것을 55리라로 깎음. 더블+싱글의 트리플룸(터키는 주로 3인의 가족끼리 다니나? 아니면 같이 자든, 따로 자든 맘대로 하라는 소린가?), TV, 조식 포함(근처 무선 인터넷 신호는 많이 잡히지만 암호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회선들 뿐이다).

 

 

(참고로 저녁 산책 중 우연히 시내 뒷골목에서 Hotel Alba라는 곳을 발견했는데 호주에 살다왔다지만 그다지 영어는 잘 하지 못하는 매니저 아저씨의 호객에 못 이기는 척 구경삼아 따라 들어갔더니 50리라에 주겠다고 한다. 방은 수르 호텔보다 괜찮은 편이나 다소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음. 여하거나 호텔이라고 해도 네고가 가능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