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에서 머물면서 한 일들,

 

1. 시리아 알레포에서 터키 안타키아로 넘어가는 버스편 알아보기

 

여느 배낭여행자 숙소가 모인 지역이 그렇듯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숙소 역시 가격대가 저렴하고, 마찬가지로 가벼운 지갑으로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이 풍부하고, 알려진 볼거리들과의 접근성이 편리하고, 터미널과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도를 보고 김원장과 터키로 넘어가는 터미널 위치를 파악한 뒤 차가 마구 달려오는 찻길 몇 개를 아슬아슬 건너 그 곳에 이르다(이상하게 사람들은 친절한데 운전 매너들은 어쩜 하나같이 이 모양이라니). 작은 주차장에 여러 대의 버스가 서 있고 주차장 2면 반 정도를 둘러 차지한 각 버스 회사의 사무실들에서 터키로 넘어가는 버스표를 판매하고 있다. 몇 군데 들러 대략의 시세를 파악해 보니 버스 회사마다 운행하는 시간대와 버스 종류가 다르고 그에 따른 가격은 대략 200~350파운드/인. 일단 대충 분위기 파악은 됐으니 나중에 시리아를 뜨고 싶을 때 와서 표를 사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현재로서는 굳이 예매할 필요까진 없어 보임)

 

2. 신발 냄새 처리하기

 

요근래 김원장이 신발을 안 신을 때마다 열심히 볕에 말려도 신발에서(그로 인해 발에서) 매우 안 좋은 냄새 -_-; 가 계속 나고 있다. 때마침 우리가 즐겨 보는 방희종님의 블로그(http://www.howasia.net/index.html)에서 이럴 땐 알콜을 사용해 보라는 정보성 글귀를 얻어내어 우리도 알콜을 구해 적용해 보기로 한다. 알레포는 비누가 매우 유명한 곳인지라(인터넷으로 검색 한 번 해 보면 와르르 관련 정보가 잡힐 것이다. 실제로 직접 보니 정작 유명세에 비해 겉모습은 너무 어설프다. 아마도 외유내강형 비누인가보다), 널리고 널린 비누 가게와 비누 가게 사이에 숨어 있는 약국 비슷한 곳에서 서로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가운데 어찌어찌 의사 소통을 하여 알콜을 구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신발 깔창을 꺼내 소독용 알콜에 적신 뒤 알레포산 따끈한 햇볕에 말려 보기로 한다. 부디 이 방법이 성공해야 할텐데. 

 

3. 알레포 시내 걷고 또 걷기 

 

그러면서 들어가 묵지도(혹은 먹지도) 않을 거면서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모든 숙소와 레스토랑의 문 앞까지 가보기 -_-; (어느 한 곳은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원하는 메뉴는 고르기 어렵고, 그에 비해 원하지 않는 메뉴를 시키자니 돈이 아까워 실례를 무릅쓰고 도로 기어 나온 적도 있다), 마찬가지로 볼거리로 소개된 모든 관광지 앞에까지 찾아가서 슬쩍 눈에 바르기, 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현지인용 주전부리가 나오면 무조건 들이대고 사먹어보기(이렇게 달콤한 것들만 내리 집어먹다 당뇨라도 오는게 아닐까), 현지인들만 득시글한 시장 돌아다니며 쇼핑 하기(실한 견과류나 달콤한 과일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가격), 배낭여행자들에게 알음알이로 알려진 맛집 찾아가 이것저것 챙겨 먹기...etc.

 

 

@ 론리플래닛 알레포 부분에 소개된 고급 숙소 Mandaloun Hotel (http://mandalounhotel.com/) 바로 입구쪽에 시리아식 아이스크림집이 하나 있는데 이 집 아이스크림, 아주 맘에 든다.

 

아래 사진은 알레포의 Christian Quarter에서 찰칵한 것. 굳이 어려운 시리아 종교사를 뒤적이지 않아도 지난 날 어느 시점에, 지금은 이슬람의 땅인 이 곳에도 십자가가 굳게 박혔던 시절이 있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랐을지도 대략 짐작. 

 

 

 

똑같은 알레포인데, 윗 사진과 아랫 사진 중 어느 한 장을 택해 대중에게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안 가본 이들에게 알레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4. 그러고보니 인상 깊었던 또 한 가지 추억,

 

김원장이 새로운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지으며 <이비인후과 개원의 협의회 사이트>에 여행기 비슷한 것을 올리는지라, 이번에도 그 건을 위해 알레포의 한 PC방을 방문했다.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 바로 옆 컴에 앉은 현지인이 말을 걸어 오더라.

 

- 나, 방금 여기 알레포에 도착했는데 너희는 어디 묵고 있니?

- 우리? 저 건너 어디쯤에 묵고 있어(갑자기 발동한 경계 모드). 

- 그 숙소 괜찮아?

- 음... 그냥 그래. 우리 숙소 말고 이 근처에 다른 숙소들도 제법 많아(여전히 의심 모드. 대체 우리 숙소를 왜 묻는거지?)

- 나는 자전거 여행자야(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키며). 오늘 하루 종일 달려서 지금 이 시간에야 알레포에 도착했는데, 알레포 숙소 정보를 알려주기로 한 사람과 연락이 안 되네. 

 

오오 이런, 그는 우리가 평소 경탄해 마지 않는 자전거 여행자였던 것이다(이 부분에서 이미 내 마음은 반이 넘어갔다). 

 

- 그래? 그럼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길이야?

- 나는 이란 사람이야(그리고 이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넘어갔다 ^^;).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 이란을 출발, 이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지.

- 어머, 이란인이야? 살람~(이란식 인사) 우리도 얼마 전 이란을 여행했었어(급 방가방가 모드).

- 그래? 내 고향은 쉬라즈야. 쉬라즈에도 왔었어?

- 그럼, 쉬라즈에도 갔었지. 우리가 쉬라즈를 여행했을 때가 바로 노루즈였어. 블라블라.

 

그는 그의 조국 이란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우리들을 너무나도 반갑게(역시 그가 이란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맞아 주었고, 우리에게 이 PC방이 함께 운영하는 빵집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대접하겠다고 했으며(대체 왜 우리에게 -_-; 만약 굳이 이 상황에서 누군가 대접을 해야하는 분위기였다면 널럴한 우리가 빡세게 여행해 왔을 그에게 대접을 했어야지), 언제고 쉬라즈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자기를 꼭 찾아달라며 초대 -_-; 까지 했다. 이 와중에, 다시 말해 본인은 당장 오늘 밤, 지친 몸을 뉘일 공간을 못 찾아 PC방에 들러 숙소 정보부터 구하러 왔으면서, 우연히 PC방 옆자리에서 마주친 우리에게, 그것도 말을 섞은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집으로 초대부터 하는, 아아, 그는 정녕 내가 겪어왔던 이란인이 맞구나.

 

그가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샤워라면서 우리가 묵고 있는 방에 화장실이 있으면 잠시 들러 샤워부터 하고파 했지만, 아쉽게도 우리 역시 화장실이 없는 방에 묵고 있는지라, 그와의 인연은 일단 그쯤에서 접어야 했다. 물론 그의 홈페이지 주소는 고이 받아든 채로(생각난 김에 오늘은 그의 홈페이지에 들러 영어 공부나 좀 해야겠다).

http://www.cyclist.ir/aleppo-halab/ (링크된 부분은 우리와 만났던 알레포)

 

어떤 여행지를 떠올렸을 때, 그 곳의 유명한 관광지보다 이름도 모르는 그 곳 사람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기억들을 가진 나는,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여행자가 아닐까.

 

그들이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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