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히 일어나 숙소를 또 바꾸다. 어제 라타키아 시내를 쏘다니며 미리 봐둔 바 있는 Hotel Lattakia. 론리플래닛에서 이 숙소를 일컬어 The cheapest and probably the best of the backpacker options in town, 이라 표현했기에 지레 인간들 많겠구나 짐작하고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껴두었던 곳이었는데 막상 어제 살펴보니 생각만큼 득시글대지도 않고 말처럼 괜찮은 곳이더라고 -_-; 게다가 시내로 진출하기 편한 입지면서도 아주 시끄럽지도 않은데다가 가격도 600파운드로 저렴하기까지. 이번에도 잔머리 굴리다 괜히 몸만 고생한 꼴이 되었다. 

(그건 그렇고 이 숙소 맞은편 큰 길 너머로 삐뚤빼뚤 한글로 적어둔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있던데... 거기는 한국이랑 무슨 관계일까?) 

 

 

시리안 아랍 리퍼블릭, SAR. 이름은 멋지다. 내일 알레포(Aleppo)로 뜨기 위해 기차역에 예매하러 오가다가 찰칵. 생각보다 기차역에 사람들도 많고 줄들도 제대로 안 서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도와줄 여력들이 안 되는 모습들이라 예매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만, 역시나 창구 아저씨는 우리에게 엄청 친절을 베풀며 예매를 도와주셨다(게다가 학생증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는데 성공 ^^).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차역을 찾아가면서 미리 봐 둔 과일가게에 들러 체리를 이따만큼 사들고 신나게 흔들며 거리를 누비다.

 

점심은 Zekrayat Restaurant. 라타키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당이라길래 찾아갔는데, 론리에 표시된 자리에 없었던지라 몇 번이고 그 동네를 빙글빙글 돌다가 근처 옷가게, 장난감가게에 들어가 묻고, 지나치는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찾아내다(찾아내고 보니 론리플래닛 지도상 Al-Boustan cafe 근처로 안내된 위치와 비교해 볼 때 제법 편차가 크다). 다행히 유명하긴 한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고 덕분에 여러 라타키안들과 바디랭귀지를 섞는 기쁨을 누리기도. 

 

끼때가 한참 지나서인지 손님이라곤 우리 외엔 없었기 때문에 가장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골라 착석하고, 가이드북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주문을 한 뒤 설정샷 한 장씩. ㅋㅋ

 

<웃음을 못 참는 나와(설정은 역시 무리야 ^^;)> 

 

<딴 데 보는데 맛들인 듯한 김원장>

 

 

우리의 주문 내역 : 시리아 최고라는 mouhammarah(호두와 석류 시럽 딥 소스)와 muttabal(가지 퓌레와 마늘+소금+레몬즙의 타히니, 요거트, 올리브유등을 섞은 소스), 그리고 뭔 과일 칵테일이었던 듯. 시킬 때까지도 몰랐는데 막상 주문한 것들이 등장하고 나서야 우리가 요리가 아닌 "소스"들만 시켰다는 걸 알게 되었다 -_-; 빵은 따로 안 시켰지만 우리가 시킨 게 오직 소스(?)뿐이었기 때문인지, 아님 워낙 빵은 어디에나 딸려나오는 것이었는지 여하튼 한 바구니 가득 얇다란 이 나라 빵을 가져다 주었기에(빵값은 워낙 저렴하니까 ^^;) 열심히 찍어먹음.

 

사람 없어 조용하고 앉은 자리에선 라타키아 주민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음식맛도 그럴싸하고 식당 분위기 좋고 직원들 친절하고... 흠... 좋아좋아~ 그러다 문득 식당 맞은 편 2층에 숨어있는 듯 자리 잡고 손님을 맞던 미용실 발견! 저 미용실에선 모두들 머리칼을 내 보이겠지?

 

 

 

<베란다석에서 들여다 본 식당 내부>

 

그리고 또 하릴없이 라타키아를 쏘다니다가,

저녁은 우연히 발견한 패스트푸드점 Dixy에서(http://www.dixychicken.co.uk/syria/) 후라이드 치킨 뜯기. 역시 우리 입맛엔 그래도 후라이드야~ 하면서.

라타키아 딕시점은 재미있게도 옆 레스토랑과 한 공간을 같이 쓰고 있었다. 주인이 같은가? 어쨌거나 두 가게 모두 손님이 별로 없어서 주인 속 좀 쓰리겠다 싶었다.  

 

<후라이드 치킨 3조각+스트립 2개+라지 세트=285파운드>

 

저녁 먹고는 바닷가길 오가며 사람들 구경하기. 역시 연애하는 젊은이들은 모두 공원에 나와 있구나. 중년의 우리 부부도 -_-; 그들처럼 공원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다시 숙소로.

참,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PC방에 들러 구경해 봤는데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성업 중이더라. 라타키아에 PC방을 차려야할까? 다만 담배 연기 때문에 환기 기능만큼은 무지 빵빵해야 할 듯. 

 

역시나 라타키아에서도 걷다 먹다 또 걷다 먹다한 것 말고는 딱히 한 일이 없었던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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