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를 떠나 찾아간 곳은 지중해와 면하고 있는 라타키아(Lattakia). 사막이 연상되는 중동의 시리아가 바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 바다를 찾아가는 길, 바다를 향한 여느 길들이 그렇듯 이 길 위에서도 마음이 설레여 온다.  

 

 

<하마의 유명한 먹거리라는 하마롤. 음... 조금은 밀가루 반죽틱한 겉껍질 안에 부드러운 크림이 한가득 들어있다. 위에 뿌려주는 고명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뿌려줄 때 상당부분 저지에 나선 탓에 조만큼만 묻혀왔는데, 실상 맛을 보니 견과류를 분쇄한 듯. 많이 뿌려와도 좋을 듯 싶었다. 생각보다는 맛났지만 그렇다고 내내 생각나는 맛도 아니었던>

 

하마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홈스를 거쳐 라타키아로.

중간에 Tartus였던가, 그런 해변가 도시에서 잠시 정차하기도.

 

라타키아의 버스 종점. 우리에게 몰려드는 택시 아저씨들의 호객을 저 멀리 뒤로 하고 찻길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택시 하나를 잡아 마음에 두었던 숙소 Hotel Al-Atlal로 향한다. 나름 머리를 굴려 주행 중인 택시를 잡아탄 것인데도, 정작 아저씨가 길을 못 찾는 바람에 이리저리 헤매고, 결국 아저씨의 진심이 의심스러웠던 나는 지도상 근처라 생각되는 지점에 차를 세워 직접 찾아가는 편을 택한다(여행하면서 생긴 전 세계 택시 아저씨들에 대한 이 의심증 -_-).

 

낑낑거리며 찾아간 숙소는 생각보다 어둡고 썰렁하여 김원장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주인 할아버지가 호기롭게 내세운 가격은 1,000파운드(화장실 별도의 트윈룸).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의 TV에서 KBS world 채널이 잡힌다는 사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 (할아버님께서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이 채널을 찾아 틀어주시다) 현재 투숙객도 아무도 없더만, 가격도 안 깎아주고 해서 일단 후퇴.

 

 

배낭을 지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Safwan Hotel. (론리플래닛의 설명대로 이 숙소 주인 아저씨는 프랑스 만화던가, 땡땡의 열렬한 팬이다) 첫 숙소에서 이 숙소까지는 우리 배낭을 메고 걷기에 제법 지칠만큼 떨어진 거리였던지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늘은 무조건 이 숙소에서 자기로 마음 먹고 들어섰다. 첫인상부터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_- 이 방 저 방 구경한 끝에 결국 꼭대기, 커다란 배들이 꽉꽉 들어찬 바다가 조금이나마 보이는 트리플룸 선택(700파운드). 처음 숙소보다 가격 경쟁력은 있었지만 방 상태가 지저분한 것은 어찌 극복이 안 되더라. 갑자기 하마의 리아드 호텔이 확 그리워지네.

 

<방 발코니에서 바라본 지중해. 사실 항구가 바로 보여 기대했던 바닷가 숙소 풍경은 아니다>

 

하마에서 이 라타키아의 지중해 바닷가까지 열심히 달려오긴 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중동 한복판에서 벗어제끼고 늘어지는 분위기를 나홀로 창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자연스럽게 그들과 섞이는 방법은 아무래도 골목골목을 싸돌아다녀보는 것. 론리플래닛 시리아 라타키아 지도 부분에 손가락 하나 끼워놓고 소개된 곳 찾아다녀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그러다 문득 배가 고파져 찾아 들어간 곳은 하드락 카페 스타일이라는 Express café. 시리아에서 웬 하드락 카페 스타일이란 말이냐 싶었지만, 여하튼 그래도 서구식 식단이 그리워질땐 이런 곳의 존재가 감사할 따름이다. 

 

<에스프레소 쉐이크 75+프렌치샐러드 160+치즈버거 160+팁/택스 10% 40 = 435파운드>

 

바닷가라 그런가, 분위기는 그간 시리아에서 접한 여느 식당보다도 훨씬 개방적이었지만, 동양인인 우리를 힐끗거리며 호기심에 가득찬 수줍은 웃음을 날려오는 사람들은 여전하더라. 다만 팁을 기대하는 티가 팍팍나던 웨이터 하나는 좀 부담스럽더라만.

 

@ 오늘의 영화 : <미스터 주부 퀴즈왕> 영화라 하기엔 그저 흔히 보는 드라마 같은. 간만에 보는 반가운 한석규의 얼굴, 요즘 뭐하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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