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의 명물인 수차를 지나 구시가로, 매력적인 구시가에서 작은 강물을 따라 어제 야시장이 섰던 시타델 아래로(야시장 터에 들어서니 목하 야시장을 지탱했던 철골들을 철거하는 중이다. 하마에서 그저께까지인가 봄꽃 축제 같은 것이 열렸었는데 아마 야시장도 그 축제를 맞아 섰었나보다. 우리는 얼결에 마지막날 구경을 놓치지 않고 한 셈), 그리고 언덕 위 시타델을 오른다. 아, 우리를 보고 아이들이 몰려든다. 요 예쁜 것들. 

 

 

 

시타델에 오르니 하마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것이 제법 그럴싸하다. 우리는 언덕 꼭대기에 조성된 시타델의 휘돌아 마련된 순환로를 따라 천천히 돌면서, 때로는 경치 좋은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하마를 느긋히 즐긴다.

 

한 쪽 구석 그늘 아래 일단의 젊은이들이 이 시타델 언덕까지 올라 나무에서 익어 절로 떨어진 멀베리들을 마치 다람쥐마냥 땅에서 주워먹고 있다. 주말이라 놀러와서 이러고들 있는건지, 아니면 소문대로 젊은이들이 마땅히 할 일을 구하지 못해 하릴없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만, 우리를 발견하고는 순박하게 씩 웃으며 멀베리 맛 좀 보라고 끊임없이 주워준다.


<대체 이런 옷들은 언제 입는거야?>

 

 

 

 

 

 

하마 사람들은 워낙 우리를 호감갖고 대해주는데다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해서 이렇게 길거리를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현지인들과 뒤섞여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오늘만해도 몇 번이고 수많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있었고, 한 케밥집에서는 아저씨 사진을 찍어주고(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가 사진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이럴 때마다 항상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아쉬워진다 – 그저 찍히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 후렌치후라이까지 공짜로 얻어 먹었으니. 그들의 끼니때 우리가 주변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음식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모두가 우리를 부른다. 함께 먹자면서. 우리네 옛 어른들이 숟가락만 하나 더 놓으면 돼, 하셨던 것처럼 이들 역시 그저 그들 사이에 끼어 앉아 나눠 먹으면 된다는 듯 얼른 우리 둘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준다.

 

만약 이 근방 나라에서 장기 체류를 하게 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시리아를, 그리고 마을로는 이 곳 하마를 콕 찍어 택하련다. 근데 그럴 날이 오려나?.

 

@ 오늘 하루 방이 빈다길래 일단 하루라도 화장실이 딸린 옆 방으로 옮겼는데 이 방이 참 마음에 든다(방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여기서 퍼지기 딱 좋다 ^^;). 이 리아드 호텔에 압둘라라는 이름을 가진 친절한 사장인지 직원인지가 있다는데 오늘 우리를 상대한 약간 사시의 이 직원이 만약 압둘라라면 그는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뭐랄까, 우리를 돈이 나오는 손님으로서가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온 친절이랄까, 그런걸로 맞이하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여하간 이 사람을 통해 화장실 딸린 방을 900파운드에 하룻밤 묵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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