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하루 종일 다마스커스 싸돌아 다니기. 다마스커스의 old city는 그간 여행했던 나라들의 어떤 구시가에 견주어도 절대 쳐지지 않는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이번 여행만 놓고 비교해보자면 이란의 에스파한이 가진 매력과 삐까빠까할 정도랄까(음… 그래도 사나의 올드 시티가 가진 독특함만큼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만).
 


    <중동에서 제일 유명한 아이스크림집, Bakdash. 손님이 미어짐>

 

 



 


<다마스커스 우마이야드 사원. 이제 이런데는 안 들어가는 경지(?)>

 

 

가이드북 추천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시리아 음식을 맛보는 경험도 즐겁다. 6년 전 여행 때만해도 배고프면 맥도날드를 갔지, 레스토랑을 찾아간 적은 별로 없었는데, 요번 여행때는 그 때보다 두 배는 찾아다니는 것 같다. 한식거리를 준비해 온 덕분에 매일 하루에 한끼는 한식을 먹는 호사를 누리는터라 하루에 한 번 먹는 한식도 맛있을 뿐더러 외국에서 찾는 맛집에서의 낯선 음식도 맛나게 먹을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쏘냐(뿌득뿌득 살 찌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먹은 시리아식 소시지도 맛있고 닭꼬치구이도 맛있고 스테이크도 맛있고 샐러드도 맛있으니 ㅎㅎㅎ 다만 쫀득거리기로 유명한 다마스커스의 Bakdash 아이스크림 맛은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별로 맛있는지 모르겠더라(이 평은 어디까지나 내 입맛에 따른 것이고 나와는 달리 김원장은 이틀 연속으로 먹었다).

 

 

 

 

 

 

 


                                      <살라딘의 늠름한 동상. 여기는 시리아>

 

 

 

 

 

어제 막 시리아에 들어온지라 아직 소문처럼 시리아 사람이 좋은지는 겪어보질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기억나는 두 사람을 소개해 보자면, 우선 과일 행상 청년. 다마스커스에 한인 민박집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한인 민박이 있다는, 배낭여행자들이 몰리는 거리를 찾아갔다가 만난 청년이다. 난생 처음 보는 과일을 리어카에 한 가득 쌓아두고 팔고 있길래 호기심이 동한 나. 그 과일로 말해보자면 살구만한 크기지만 색은 연두빛이고 겉에서 보기에는 마치 자두와 같은 광택을 띄고 있었는데 무수한 과일 더미에 꽂아져 있는 종이에 50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경험상 이 동네서 과일은 Kg 단위로 판매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흠, 1Kg에 50파운드인 모양이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노스 킬로(half kilo)”를 자신있게 외치고 500g에 해당하는 과일을 받아든 후에 25파운드를 내밀었는데, 어라, 이 청년 보게, 25파운드가 아니라며 김원장이 손에 들고 있던 100파운드 지폐를 얼른 가져간다. 어허… 얘가 얘가 또 잔머리 굴리네. 이게 100파운드 어치라면 안 먹을란다~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들고 있던 과일을 내려놓으니 25파운드 동전을 하나 건네주며 OK, 그럼 75파운드, 됐지? 한다. 장난하나... 우리와 이런 식으로 몇 번의 실갱이를 거치고서야 결국 제대로 된 가격 25파운드만을 주고 과일을 받아들 수 있었다. 아마 외국인이라 아라빅 숫자를 읽을 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건 몰라도 숫자만은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게지.

 

 

 

 

두번째 사람은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구시가내 멋지구리한 카페의 매니저쯤 되는 청년이었다. 이란에서 묵었던 대상의 저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근사한 카페에서 맛있는 주스(중동은 이게 문제야. 이렇게 멋진 곳에서, 게다가 기본으로 깔아주는 주전부리는 모듬 견과류로 딱 안주구만, 이 상황에서 술을 안 먹는다는 것이 -_-)를 마신 것까지는 좋았는데, 계산서를 확인하고 돈을 지불하니 이 매니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딱 50파운드(우리돈 1000원 가량)를 쓱싹한 채 나머지 거스름돈만을 주네. 이 상황에서 내가 가만있을 수 있나, 어이~ 청년~ 하고 다시 그를 불렀지. 미안하지만 내가 계산서 금액을 제대로 못 본 것 같은데 다시 보여줄래? 하니 이 오빠, 얼른 분위기 파악하고 내 손에 쥐어준 거스름돈을 세어보는 척 한다. 그러더니 호들갑을 떨며 자기가 잘못 거슬러줬다며, 어디까지나 실수였다며 50파운드를 더 내어주면서 오버스럽게 사과를 한다. 짜식, 이쁘게 가만 있었으면 그냥 그만큼 팁으로 가져갈 수도 있었을텐데 잔머리 굴리다 아랫 직원들 앞에서 쪽을 팔리냐…(뭐 이쁘게 가만 있었다고 팁을 주진 않았겠지만 ^^;)

 

시리아에 발을 내디딘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애들을 만나고 나니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데 있어 좀 움츠려드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가 나름 관광지라 할 수 있는 다마스커스라서 그런가? 지방으로 들어가면 좀 나아지려나?

 

, 오늘 본 또 하나의 신기한 풍경. 극장이 있음직하지 않은 한 골목에서 난데없이 극장을 발견했는데, 극장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이 범상치가 않다. 음… 나 어릴 적, 우리 집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도 이런 극장이 있었는데… 거 왜 하루 온종일 몇 편씩 상영하면서도 제목도 배우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당시) 아저씨들 혼자 들어가 보는 영화 말이다. 놀랍게도 이 곳 시리아에, 그러니까 사회주의 국가이자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이 곳에서 남성이 여성의 치맛속, 벌린 다리 사이를 들여다보는 포스터라니!

 

누군가 우리나라가 그랬듯, 시리아의 대통령이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일부러 대민 정책의 일환으로 3S(Sex, Sports, Screen)를 깊숙히 심고 있다더니 그게 정말일까? 시리아… 흥미로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시리아의 젊은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뭘 믿는다는건지>

 

@ Kertaja hotel : 어제의 알 함라 호텔에 이어 오늘도 가이드북 추천과는 전혀 상관없는 호텔 하나를 뚫어 묵다. 3성급 호텔로 10% 택스 포함 트윈룸 가격이 1650파운드(3만원 남짓). 제법 괜찮은 조식 포함. 자기네 선전 문구로는 딜럭스 퍼스트 호텔이니 뭐니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여하튼 어제의 별 두개짜리 호텔보다는 확실히 고급스럽다. 위치는 론리플래닛에 소개되어있는 Afamia hotel을 등에 지고 오른편으로 나아가 찻길을 건너 나 있는 Sh. Al-Furat상에 있으며 바로 앞 맞은편에 경찰이 지키고 있는 이민국 같은 건물이 있어 찾기 편하다.

 

 

 

@ 간만에 김원장이 군사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쩝,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화요일은 휴관이란다. 내일은 하마(Hama)로 뜰 계획이니 아무래도 박물관하고는 인연이 없는 모양 ㅋㅋ

 

@ 다마스커스의 한인민박 (일명) ‘코리아하우스’ : 다마스커스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의 십중팔구는 아마도 Al-Rabie 혹은 Al-Haramain hotel로 갈텐데(평은 고 근처의 Ghazal house가 나은 것 같다만) 한인민박도 바로 고 골목에 위치해 있다. 아마도 현재 무허가 영업 중이신지(허가 얻기가 쉽지 않으시겠지) 간판이 없는 상태지만 알 라비에 호텔 바로 맞은 편, 오리엔트하우스인가 하는 간판이 달려있는 가게의 바로 옆집이라고 한다. 전화번호 963 (0)11 232 1706 / 핸드폰 963 (0)966 938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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