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든든히 먹고 로비로 나가니 몇 사람이 나와있다. 도넛을 먹고 있는 저 젊은 백인 커플일 것이냐, 백발이 성성하고 터질 듯 배가 나온 저 백인 할아버지들일 것이냐. 만약 후자라면 4명이 한 차에 타기 버거울 것 같은데… 다행히 전자 당첨 ^^

 

뜻밖에도 그 커플은 체코에서 왔다고 한다. 그간 우리가 만난 유럽 여행객들은 대부분 남서유럽인들이었는데… 이들은 26일간의 휴가를 내어 터키-시리아-요르단을 여행 중이라고. 우리도 와디럼에 도착해서는 가장 이름난 가이드인 ‘지단’을 찾아볼 예정이었는데, 이들 역시 ‘지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왔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와디럼에서 직접 지단을 만나 1인당 25디나르의 가격으로 우겨볼 예정이라길래 바로 의기투합, 오호, 일이 잘 풀리려나본데? ^^

 

경치 좋은 King’s highway를 따라 달리던 택시 운전사 아저씨도 우리가 지단을 찾아간다고 하니 미리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와디럼 입장료를 징수하는 비지터 센터에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없이 일단 와디럼내 마을 안까지 다이렉트로 달려주시겠단다(그런 분이 차 마시자며 차는 왜 세우시나 ^^;). 그렇게 해서 우리가 내린 곳은 바로 지단 아저씨네 집 앞. 인터넷을 통해 이미 사진으로나마 본 적이 있고, 방금 전 체코 커플의 두꺼운 자료 속 사진을 통해서도 얼굴을 접했지만, 이렇게 직접 지단을 만나니 참으로 훤칠한 베두인이란 생각부터 든다. 스타일 아주 좋으신 분. 

 

지단 아저씨의 안내로 집 입구에 마련된 마루(베두인식 텐트)에 들어서니 아마도 버스를 타고 왔을 다른 여행자들이 미리 앉아 차를 마시며 오전 10시에 시작한다는 투어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세상 참 넓고도 좁다고, 어제 페트라의 한적한 Lion Tomb에 앉아서 둘만의 오붓한 점심을 즐기고 있을 때 두 남자애가 워크맨 볼륨 이빠이 크게 틀어 허리에 차고 -_-; 그 골짜기 내부로 찾아 들어왔었더랬다. 풍기는 행색은 나름 세련되었지만 얼굴들은 마치 꼭 이 동네 애들처럼 생긴터라 우리는 근처 어느 잘 사는 나라에서 여행 왔나보다, 근데 저 정도로 센스있게 입고 다닐 만한 잘 사는 아랍국이면 과연 어느 나랄까? 하고 있었는데, 어라, 이 놈들이 우리가 앉아있는 것을 뻔히 보고도 엉덩이 반은 내 놓은채 동굴 입구에서 소변을 갈기는 것이다. 오호, 무슬림이라면 내 앞에서 저렇게는 안 할 것 같은데… 그렇담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르투갈이나 그리스? 그런데서 온 게 아닐까? 어쨌거나 오줌 줄기 흔적만 남긴 채 왔던 길로 사라졌던 그들이 바로 이 지단의 텐트 아래서 차를 마시고 있다니, 그리고 우리와 1박 2일간 한 팀이 될 예정이라니 ㅎㅎㅎ 

 

우리와 함께 차를 타고 온 체코 커플이 지단과 투어 요금에 대해 열심히 네고에 들어가 보지만 결국 가격에 있어서는 어제 발렌타인 인에서 얻어온 정보와 다를 것이 없다. 지단 아저씨왈, 최근 요르단의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모든 것이 다 변했다나? 결국 알고 간 정보와 똑같이 35디나르에 입장료까지 2디나르를 더해 1인당 37디나르씩을 지불한다(나는 행여 입장료는 포함시켜주려나 기대했더니만 짤없네 ^^;).

 

 

우리 이미 발렌타인에서 오늘 점심이 포함 안 되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미리 과일이며 먹거리를 주섬주섬 준비해 왔지만 다른 이들은 그마저 몰랐단다. 출발 전 지단 아저씨의 어린 사촌의 안내를 받아 마을의 작은 가게에 들러 점심 먹거리부터 구입하는데 그 가게에는 도통 먹을 만한게 없는 모양. 과일을 준비해 왔다는 우리를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다(우리처럼 미리 준비해 가는 게 나을 듯 싶다).

 

오늘 우리와 함께 개량된 4륜 구동 용달차를 타고 투어에 나갈 인원은 총 7명. 우리와 체코 커플 외에 오줌싸개 남성 둘(결국 스페인 바르셀로나 애들로 판명 ^^; 역시나 ㅋㅋ), 그리고 홀로 여행 중인 네덜란드 남성(1년에 한 달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하여 와디럼으로 낙타를 타러온 미국인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커다란 배낭은 지단 아저씨네 집에 부려놓고 1박 2일간 필요한 짐만 간단히 챙겨 아저씨의 사촌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탄다. 이렇게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와디럼으로 출발!

 

 

마을을 벗어나자 그 즉시 와디럼이 펼쳐진다. 이집트에서 방문했던 바하리야 사막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래 사막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이 그야말로 머릿속에 막연히 그려오던 사막 이미지와 일치했다면 바하리야나 와디럼은 사막이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언뜻 거칠고 커다란 캐년 바닥에 내려와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전체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크기이다. 와디럼 투어는 이 사막 중간중간에 있는 볼거리들을 차로 달려 각 포인트마다 잠시 내려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관광을 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 이동하고…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경우 오전 일정으로 맨 먼저 로렌스의 샘(Lawrence’s spring)을 들르고,

 

 

 

 

 

다음에는 Khazali canyon,

 

 


<체코 커플의 야나>

 

 

 

그리고 커다란 sand dune(우리 일행 중 스페인 남성 단 하나만이 꼭대기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한 발 한 발 오를 때마다 어찌나 푹푹 빠져대는지 우리는 반 정도 오르다 포기),

 

 

 

 

 

 

 

 

 

로렌스의 집 등을 차례로 본 뒤

 

 

 

 

 

아주 높은 곳에 자연스레 생긴 돌다리(Burdah Rock Bridge)가 보이는 곳에서 각자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같이 온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스페인팀에게서 인상 깊었던 한 대목,

-               스페인 어디서 왔니?

-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에 와 본 적 있어?

-               , 아주 오래 전에. 13년 전쯤?

-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변한 게 없거든. 아마 13년 전, 그 때 그대로의 모습일거야.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화악~ 스페인이 땡기더라는.

 

김원장과 언제고 유럽 어딘가에 짱 박혀서 어학연수(영어도 못 하는데 웬 유럽어 -_-)를 빙자하여 몇 개월 살아보자 했었는데, 1순위는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이었고, 2순위는 이탈리아였거들랑. 그런데 네덜란드, 체코, 스페인, 이렇게 3개국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각자 하는 양을 바라보자니 역시나 스페인 애들이 가장 자유분방해 보인다고나 할까. 남유럽 아이들 특유의 여유로움이랄까, 그런게 물씬 묻어나더라(페트라에서 아무데나 소변을 본 것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하나?). 그럼 우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도 할 겸, 스페인에 좀 살아볼까?

 

점심을 먹고도 한낮의 열기를 피해 한동안 푹 쉬다가 다시 차에 올라타고 와디럼의 여기저기를 마저 구경한다. 아무래도 오후 일정의 압권은 Um Frouth Rock Bridge일 듯.

 

 

 

 

 

 

비록 겁많은 나는 못 올라갔지만 당근 김원장은 자연이 빚어낸 멋진 구름다리 위로 자신있게 올라갔다 왔다(그리고나선 내게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으니 겁먹지 말라고 하더라. 그게 말처럼 쉬워야 말이지).

 

 

 

 

 

 

 

 

 

 

 

 

 

다양한 컬러를 자랑하는 사막의 풍경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다는 한 사구에 잠시 앉아 모래언덕에서 구르기도 하고 놀다가 드디어 오늘의 캠핑 장소인 지단 아저씨네 텐트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화장실까지 따로 마련된, 그럴싸한 천막촌이다. 오늘 이 곳에서 우리 팀 일곱만 자는 줄 알았더니 어제 이 곳에 도착하여 오늘은 하루 종일 주변을 하이킹한 그룹 몇이 연이어 캠프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와디럼 마을에서 여기까지 하루 종일 낙타를 타고 온 미국인과 캐나다인도 차례로 도착한다. 요리사 아저씨도 나타나 베두인 전통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우선 커다란 구덩이에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지펴 숯을 만들고 그 안에 항아리를 심은 후 항아리 안에 닭고기, 감자, 양파를 칸칸이 올린 틀을 집어 넣고 뚜껑을 닫는다. 이후 흙으로 구덩이를 덮어 약 2시간 동안 익히면 완성 ^^

 

 

 

 

 

 

 

 

 

 

 

 

 

 

 

 

 

 

 

 

 

 

 

우리가 사막의 일몰을 감상하는 동안 - 그간 뭐하다 이제야 캠프에 나타났는지는 모르지만 - 그래도 주인장의 본분을 잊지 않은 지단 아저씨는 우리에게 차를 대접하랴, 잘 자리 봐주랴, 각자의 내일 일정 체크 하랴 바쁘다. 식당 텐트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베두인족의 전통 악기를 연주해 주기도 하고. 그렇게 모두들 둘러앉아 서로의 국적을 확인해 보니, 우리 팀원들 외에도 영국에서 한 명, 프랑스에서 3명, 독일에서 3명이 더 있는지라(재미있는 건 영국, 프랑스, 독일인들도 한 자리에 모아놓으니 그 속에서 미묘하게 국가별로 민족이나 국민성이 구분간다는 것) 유럽인들만 11명에 반은 유럽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인과 캐나다인까지 총 13명의 백인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네. 우리가 쪽수로 좀 쫄리긴 하지만 명실공히 다국적팀이다.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는 공용어는 역시나 영어(아, 된장, 결국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고, 지단 아저씨의 하루 종일 굶기기 작전에 힘입어 다 같이 둘러앉아 심플하지만 맛나는 저녁 식사를 한다(쿠웨이트 동물원에서 보았던 하얗고 귀여운 사막 쥐가 텐트 안에 나타났다!). 그리고 나니 어느새 어두운 밤. 별이 쏟아지는 와디럼의 밤을 기대했는데, 흠, 낮에는 쨍하더니 밤에는 어느새 몰려온 구름에 하늘이 약간 흐려진터라 오늘 밤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별에 집착하고 있을 때, 김원장은 가장 뚱뚱한(=심한 코골이가 예상되는) 미국+캐나다 애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자기 위해 우리 잠자리 정하기에 집착하고 있구려(김원장 왈, 밤하늘의 별을 비롯, 그 놈의 일몰과 일출은 매일 일어나는 당연한 일인데 사막이라고 뭐 특별할 거 있냐고).

 

@ 와디럼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지단(Zidane Al Zalabieh) : 구글 따위에 wadi rum과 zidane을 넣고 검색하면 간단하나마 지단 아저씨의 홈페이지가 잡힌다. 전화번호 (962) 79 5506417 이메일 Zedn_a@yahoo.com 혹은 zedan_67@hotmail.com 투어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므로 미리 예약을 하거나 혹은 오전 10시 이전에 지단 아저씨네 집으로 찾아오면 된다(동네와서 물어보면 다 안단다). 앞서 밝혔듯 페트라에서 투어를 신청하나 개별적으로 와디럼으로 찾아와 지단에게 직접 투어를 신청하나 1인 35디나르로 가격은 같다(입장료 2디나르 별도). 1박 2일 투어 첫날의 아침, 점심 식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미리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 이외에도 어디선가 줏어온 정보에 적혀있는 Madallah란 가이드의 이메일 : mdallh_rum@yahoo.com (지단과의 연락이 여의치 않다면 트라이!)

 

@ 와디럼 투어 관련 찌라시 -_-; 사진 몇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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