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불려놓은 쌀부터 앉혀 밥을 지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 이후 숙소에서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오전 7시 30분, 숙소 주인 아저씨 승용차를 타고 페트라로 간다. 우리와 동승한 백인 할아버지는 오늘이 이틀째 페트라 방문으로 현재 푸켓에 살고 있단다(쓰나미때 산꼭대기로 대피해 있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우리가 한국인이라니까 푸켓에 한국인 관광객이 엄청 온다며 아는 척을 한다. 내가 태국에 사는 백인 할아버지들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모르겠지. 어쨌거나 와디무사 마을에서 페트라까지의 택시 요금은 1디나르인데 어제 페트라를 보고 숙소로 돌아오려니 자그마치 5디나르를 부르더라면서 당신은 3디나르로 깎아 돌아왔다며 너스레를 떠신다.  

 

 

할아버지의 안내로 매표소를 찾아 1일권을 끊고(21디나르/인. 페트라 입장권으로는 1일권, 2일권, 3일권이 있으며 1일권에 5디나르씩을 더하면 날짜를 늘릴 수 있다. 학생 할인 불가) 드디어 페트라에 입장이다. 짜잔~(입장하며 김원장은 택시를 타고서라도 좀 더 일찍 도착했어야 했다며 투덜거린다. 페트라를 더욱 조용히 즐기고 싶었다나?)

 

 

 

  

 

 

 

 

 

 

 

 

 

 

 

 

 

 

페트라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몇 가지만 첨언하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의 페트라’는 Siq라 불리우는 1.2Km의 멋진 협곡을 지나쳐 드라마틱하게 등장하는 ‘알 카즈네’까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실제로 장밋빛 알 카즈네를 대면하는 순간은 정말이지 인상적이다). 하지만 페트라 유적지에는 알 카즈네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겪고 보니 알 카즈네는 극히 입구의 일부분에 불과하더라. 알 카즈네를 뒤로 하고 계속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약 2000년 전 주민들의 주거지, 제단, 극장, 왕족들의 무덤, 시장터, 사원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는데 그 규모가 오죽하면 매표소에서 3일권을 판매할까.

 

 

 

 

 

 

 

 

 

 

 

 

 

하지만 사실 (인걸은 간데없고) 터만 남은 유적지는 그다지 우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반면, 박물관을 지나 알 데이르까지 오르는 길은 간만에 기분 좋은 하이킹이었고, 알 데이르 자체가 주는 웅장함도 가슴 뿌듯했으며, 무엇보다도 알 데이르 너머 마련된 여러 곳의 view point에서 바라본 페트라의 전경이야말로 페트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이었다.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은 하느님이 만드신 것만 못한 것일까.

 

 

  

 

 

 

 

 

 

 

 

 

 

 

 

 

 

 

 

 

 

 

 

 

 

 

 

 

 

 

 

 

 

 

 

 

 

 

 

 

, 맛있었던 점심도 빼놓을 수 없지. 아침에 부산을 떤 덕에 오늘 점심은 김밥이었다. 물론 단무지 한 조각 들어가지 않은 김밥이지만, 그래도 페트라 한 구석, 사람들이 거의 찾아들어오지 않는 Lion Tomb 앞 그늘진 바위에 자리잡고 앉아 소금뿌려 참기름에 구운 김으로 찬밥을 싸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르단 페트라에서 즐기는 멋진 경치에 맛있는 식사라,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지 않은가. 

 

 

 

 

 

점심까지 챙겨먹고 왔던 길을 되짚어 나아가니 이런, 엄청난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몰려 들어오고 있다(대부분 유러피안으로 보이는 백인 패키지팀이다). 아침에 김원장이 우리보다 먼저 온 다른 관광객들을 보며 그들과 페트라를 나누기 싫다고 투덜거렸던건 지금의 인파에 비하면 정말이지 배부른 소리였다. 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나타났지?

 

이집트야 그렇다치고 요르단에서 며칠 지내보니 요르단이 주변의 짱짱한 국가(요르단은 이집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름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어느 곳 하나 만만한 곳이 없다)들 속에서 나름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화약고 한 복판이라 할 수 있거늘 예상 외로 여행 중인 백인들이 무지 많다. 마치 우리가 동남아 나들이하듯, 이들에게도 중동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가 저렴하고 이국적인 곳인가 보다(지난 수천년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알 수 있듯 유럽과 이 동네는 사실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아니, 그들간 공유하고 있는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히려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중동=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정작 지들은 이렇게 여행다니고 있다니 뭐랄까, 약간 치사하다고나 할까 ㅎㅎㅎ

 

 

페트라 최고의 인기, 알 카즈네 앞은 아예 미어진다. 이집트 카이로의 박물관에서와 같은 다양한 인종과 그만큼 다양한 언어들이 이리저리 엉켜 내 곁을 지나간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다시 협곡을 질러 페트라를 빠져 나온다. 늦은 오후이건만 계속하여 몰려드는 사람들.

 

아침에 푸켓 할아버지가 말해준대로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 같은 택시 아저씨들은 입을 모아 와디 무사까지 3디나르를 부른다. 에이, 몹쓸 것들. 와디 무사가 오르막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그렇지, 거리로는 코 앞이구만. 조금 더 걸어나와 흥정해봐도 현지인 가격이라는 1디나르로는 잘 안 내려간다. 결국 2디나르에 합의를 보고 투덜투덜 택시를 타니 달리다 말고 아는 사람을 만나 한참 수다다(결국 그 사람도 우리 차에 탄다. 우리에겐 아무런 양해도 없이). 뭐 사실 이제 이런 풍경이 익숙하기도 하다. 그간 중동에서 차를 타면서 만난 운전자들은 주행하다 말고 주유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본인의 개인적 볼일을 보는 일이 허다했으니까.

 

페트라도 이제 안녕이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이라는 와디 럼이다.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서의 기억이 100% 좋지만은 않은 김원장은 또 사막에 간다는 것에 대해 그다지 땡겨하지 않는 눈치지만, 김원장의 말마따나 이미 내 페이스에 말려버렸으므로 우리는 와디 럼 투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페트라의 가장 유명한 배낭여행자 숙소이면서도 평이 안 좋은(숙소 주인이 여성 투숙객을 성추행하려고 했다나 뭐라나) 발렌타인 인을 찾아간다. 가지고 있는 예전 정보로는 1인당 25디나르에 와디럼 1박 2일 투어가 가능하다더니 어느새 요금이 35디나르로 올라있다(차량, 저녁식사, 숙박, 익일 아침식사 포함). 거기에 와디무사에서 와디럼까지의 편도 버스비 5디나르와 와디럼 입장료 2디나르까지 별도라니까 1인당 최소 42디나르나 드는 셈이다. 발렌타인에서 안 묵는다고 혹시 덤탱이 씌우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하고 여행사에 들러 와디럼 투어 가격을 알아보니 4륜 구동 차량이 우리 둘만 데리고 1박 2일 투어를 하는데 1인당 75디나르를 내라고 한다. 어째 판이 계획대로 돌아가질 않네. -_-; 결국 우리가 묵는 숙소의 친절한 필리피노 언니를 통해 일단 택시로 와디럼까지 이동해 보기로 한다. 가서 맨 땅에 헤딩해 보는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뭐(언니가 다른 투숙객 중에 내일 와디럼 갈 사람이 더 있는지 알아봐 준다고 한다. 총 4인이 모일 경우 버스와 같은 가격인 1인당 5디나르를 내면 된다고 하니 오히려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게다가 발렌타인 인의 오전 6시 30분발 버스를 이용할 경우 조식을 못 먹지만, 택시를 이용한다면 오전 7시 출발이라니 숙소 조식까지 챙겨먹고 갈 수 있다 ㅋㅋ 참, 실제 와디무사-와디럼간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은지라 3디나르 정도로도 충분할 수준이지만, 이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에서 외국인에게는 짤없이 5디나르를 받아낸다고 한다. 이집트보다 요르단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바가지가 적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집트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났는지 어째 요르단의 바가지가 오히려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와디럼 현지에서도 정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한다면, 그냥 확 그 자리에서 암만으로 돌아가 버릴까보다. ㅋㅋ

 

, 중요한 말을 빼먹을 뻔 했네. 페트라를 보고난 뒤 김원장의 한 마디 평은 다음과 같다.

“이제 더 이상의 유적은 우리 일정에 없다!”

 

 

 

@ 오늘의 다큐 : 총 3편 , , . 김원장 좀 보소, 첫 편은 너무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이집트를 바보 취급한다며 화내고, 뒤의 두 편은 레바논에서 여태 저렇게 전쟁질한다고 또 화내고. 내내 씩씩거리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PLO, 하마스, 헤즈볼라 등에 대해 확실히 개념을 잡는 소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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