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불안하지만 김원장왈 자신의 상태가 (병원이 없는) 페트라를 가도 될 정도라 하니 의사 선생님 말을 믿고 ^^; 오늘은 이 근방에서 제일 유명한 페트라에 가기로 한다. 뭐야, 이거. 똥누러 갈 때랑 똥누고 나서의 마음이 다르다더니(비유를 해도 꼭 -_-;) 다시 어제 왔던 길의 상당 부분을 되돌아가야 하잖아~(나 역시 대부분의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루트를 상당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숙소에서 주는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고, 남부 터미널로 가는 택시를 잡는다. 택시 할아버지는 의사소통의 문제로 중간에 잠깐 알 수 없는 이상한 곳에 세워주시긴 했지만 이내 다시 제대로 방향을 잡고 터미널에, 그것도 아예 페트라 앞 마을 와디무사행 세르비스 버스 앞에 우리를 척하니 내려주신다(1.2디나르). 참고로 중동의 영어 발음은 아주 충실해서 service bus를 세르비스 버스라고 발음하는데(그래도 버스를 부스라고는 안 하네 ㅋ)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버스와 봉고의 중간 크기 정도되는 승합차로 승객이 차야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암만 시내를 벗어나 얼마를 달렸을까, 차는 여느 장거리 버스처럼 휴게소에 들렀는데 이후 다시 휴게소에서 재출발을 하기 전에 차비를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10디나르를 받아간 운전사 아저씨가 거스름돈 줄 생각을 하지 않네. 어제 아카바에서 암만으로 올 때 지불한 금액이 1인당 5.5디나르였으니까 그보다 거리가 적잖이 짧은 페트라는 얼추 3~4디나르면 될 것 같은데…(아카바-암만이 5시간 걸린다면 암만-와디무사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변을 두리번 둘러 슬쩍 현지인들이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 양을 훔쳐보니 3디나르 안팎이 틀림없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김원장이 운전 중인 운전사 아저씨 어깨를 살짝 쳐서 거스름돈을 요구하니 이 아저씨, 본인은 영어를 전혀 못 한다는 듯 거스름돈을 달라는 김원장의 제스처를 이해 못 한다는 시늉이다. 그러면서 계속 손가락 다섯개를 펴서 1인당 5디나르라네. 더 황당한 것은 운전사 옆에 앉아있던 승객마저 운전사와 무어라 쿵작쿵작을 했는지 우리의 배낭 두 개까지 합쳐서 총 10디나르가 맞단다. 이러니 김원장, 열 받을 수 밖에. 하지만 어쩌겠는가, 승객까지 저 모양인데, 미리 물어보지 않고 탄 우리 잘못이지. 하지만 김원장의 씩씩거림은 내 바램보다 오래간다 -_-; (요르단 정부는 나름 여행자용 핫라인을 운영하는 것 같두만 말이 되어야 말이지. 영어만 유창하다면 이런 관광객 상대의 바가지에 대해 한바닥 투덜대고 싶다)

 

와디 무사에 도착해서는(암만에서 오전 10시 30분 발, 오후 1시 30분 착) 김원장의 지친 몸과 맘을 달랠 겸 ^^;, 가이드북에 중급이라 소개된 숙소부터 찾아간다(Amra palace hotel). 그간 묵었던 숙소에 비하면 한 눈에 보기에도 포스가 철철 넘치는 곳이다(www.amrapalace.com). 그런데 방이 없다네. 뭐야, 가격 대비 무지 훌륭하기라도 한거야? 그래서 다들 엉덩이 비비적대고 있는거야? 그런거야? 그런데 가격을 들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가이드북의 소개로는 40디나르라고 했는데, 현재 65디나르가 정가라네. 그럼 거의 9만원 돈인데… 허걱(아무래도 이 호텔은 단체 패키지 손님용이지 싶다).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리셉션 아저씨는 우리에게 혹 30디나르 정도도 괜찮으시다면 -_-; 근처 호텔 하나에 연락해 둘 테니 그리로 가시라 조심스레 말을 꺼내온다. 그렇게해서 묵게 된 호텔이 바로 Petra gate hotel. 소개해 준대로 박당 30디나르에 욕실 딸린 트리플룸을 조식과 택스 포함해서 이틀간 묵기로 했다(리셉션은 뜻밖에도 필리피노 언니가 지키고 있는데 내가 아무리 이틀 묵을 테니 좀 더 깎아달라, 아침을 안 먹을 테니 좀 깎아달라 그래도 안 넘어가더라. 현재 남는 방이 마땅치 않아 우리 둘에게 트윈룸이 아닌 트리플룸을 내어준 것이고 그리하여 실제 트리플룸값은 더 비싼데 암라 팰리스 호텔 부탁으로 깎아준 거라나 뭐라나. 참고로 작은 로비에서 인터넷이 가능한데 30분에 1디나르란다. 무선 인터넷도 가능하다는데 우리가 묵는 방에서는 신호가 안 잡힌다. 여하간 무선의 경우에는 하루에 2디나르. 온수 잘 나오고 아침 일찍 페트라까지 무료 셔틀 운행하며 주인 아저씨와 직원 모두 친절하다. 저녁때는 아라빅 스타일의 전통 식사를 부페 스타일로 운영하는 것 같다. 5디나르/인).

 

 

페트라는 내일 하루만 보는 것으로 잠정 결정내리고, 오늘은 와디 무사를 구경하기로 한다. 암만과 마찬가지로 와디 무사도 언덕배기 마을이라 구경을 하자면 오르락내리락을 좀 해줘야 한다(물론 규모는 암만과 비교할 바 못 된다). 혹시나 해서 저렴하다 소개된 호텔을 들러 방 가격을 확인해보니 이 곳마저 가이드북에 등재된 가격과는 상당한 갭을 보인다. 물가가 정말 이렇게 많이 오른건가, 아니면 지금이 우리가 미처 몰랐던 특별 성수기(?)라 이런가, 혹 담합인가.

 

 

 

 

거리를 걷다 출출한 김에 식당에 들어가본다. 피자 한 판에 우리 돈 만원이 훌쩍 넘어가고 별 것 아닌 버거류도, 음료수도 암만의 두 배 이상이다. 선배 여행자들 정보에 의하면 와디 무사는 슈퍼마켓에서도 외국인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다더니 정말이지 콜라캔 하나에 2천원 가까이 부른다(그래서 이 동네 유명 백패커스에 가면 어느 슈퍼가 양심적인지 지도를 그려놓은 방명록도 있다지, 아마). 이러다보니 와디 무사의 숙소들이 조식을 제공하고 점심 도시락을 주문 받고 저녁 부페를 마련하고 그러는가 보다(우리 숙소의 경우 오늘 저녁 메뉴는 베두인족의 유명 요리, 멘사프). 숙박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식사 가격은 더욱 터무니 없는 곳이 바로 이 곳, 중동 최고의 관광지중 하나라는 페트라 입구 마을, 와디 무사다(참고로 병원이 없다던 이 곳에 일반의 선생님이 운영하는 클리닉이 보인다).

 

, 식당에서 우연히 이집트 다합에서부터 함께 했던 네덜란드 남성들을 또 만났다. 2주 휴가내서 이집트-요르단을 여행하고 네덜란드로 돌아갈 거라고 했었는데 요르단에서는 오직 페트라와 와디럼만을 여행할 예정이라 했었다. 우리가 아카바에서 이틀간 머무르는 동안 그들은 하루만 자고 페트라로 넘어와 이미 이틀간 구경을 했다고 한다. 내일이면 와디럼으로 가겠지. 우리는 그들이 이미 다녀온 페트라가 어땠는지 궁금한 반면, 그들은 우리가 다녀온 암만-그들의 짧은 일정으로는 못 가볼-이 궁금한 모양이다(그러나저러나 유럽의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네덜란드 애들은 정말이지 영어를 잘한다. 이들의 질문마다 왕 버벅거리는 나. 우울해 -_-;).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이들의 사이(?)가 궁금해진다. 나보다 살짝 어려보이는 그들, 그들은 정말 김원장의 의심(?)대로 그렇고 그런 사이였을까(뭐 이런게 다 궁금해질까 -_-;).

 

 

드디어 내일, 죽기 전에 꼭 보아야할 몇 십곳에 들어간다는 페트라를 보러간다. 그런데 어쩐지 써억~ 기대가 되지는 않네 ^^; 참, 그런데 요즘이 요르단의 무슨 명절인가, 아니면 결혼 시즌이기라도 한건가. 어제 암만에서도 불꽃놀이를 하더니, 오늘 와디 무사 한 구석에서도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는지라 아름다운 밤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장미희씨 어디 갔어? 

 

 

 

@ 역시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과일 및 야채 시장의 가격은 저렴하다. 와디 무사 숙소들에서 판매하는 점심 도시락은 부실하기로 소문나 있는데, 차라리 우리처럼 과일을 준비해서 페트라를 만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위치는 버스 터미널 바로 아랫쪽 어설픈 건물 안.

 

@ 오늘의 영화 : 김원장만 본 <주먹이 운다>. 김원장의 평으로는 아주 수작이라고. 다만 로맨스가 전혀 없어 남성용 영화라나? 그럼 얼마 전 본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일명 여성용 영화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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