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으로는 다합 버스 터미널에서 공용 버스를 타고 항구가 있는 누웨이바(Nuweiba)로 간 뒤 빠른 선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아니면 우리가 속았거나 -_-;) 공용 버스가 제 시간을 지키지 않는지라 배편을 놓쳐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여, 문어 호텔에서 소개해주는 미니버스를 타고 편하고 안전하게 -하지만 비싸게- 누웨이바 항구까지 가기로 했다(40파운드/인).

 

봉고 같은 승합차에는 이미 4명의 백인 남성이 타고 있었는데 그 중 둘은 우리와 함께 바에서 프리미어리그를 같이 보던 아이들이라 얼굴이 익다(그러므로 영국 애들일 가능성이 크고). 나머지 둘은 누웨이바를 가던 중 바깥 풍경을 사진 찍다 경찰한테 걸리는 바람에 자연스레 국적을 알게 되었는데 네덜란드인들이고.

 

승합차는 우리를 항구 옆 매표소 앞에 내려주었다. 이집트와 요르단을 잇는 빠른 선편의 가격은 70불. 실제 뱃삯인 60불에 이집트 출국세로 50파운드가 추가되어 매표소에서 알아서 70불을 받아간다(티켓에 출국세를 지불했음을 알려주는 스탬프를 찍어준다). 현지인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매하는 것도 같지만, 이집트를 떠나는 마당까지 외국인 대접(?)을 받는 우리들.

 

표를 구입한 후에는 항구 벽을 따라 입구까지 걸어야 했고 경찰 아저씨들이 손짓하는 대로 따라따라 짐 검사를 받고 또 따라따라 출국 도장을 받고(뭔 출국 도장도 이리 찾아다니며 받아야 하는지, 원) 이후로는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 실제 배 출항 시간은 오후 2시라고 하지만(그리하여 매표도 2시간 전인 정오까지만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절대 2시에는 출발하는 일이 없다지, 아마? ^^;

 

기다리는 동안 남은 이집션 통화를 환전해보려고 항구 내를 쏘다녀보는데 항구 내 은행 환전소들 말이 이 곳에서는 외화를 이집션 파운드로만 환전해주지, 이집션 파운드를 외화로 환전해 주진 않는다고 한다(정 원한다면 항구 밖 누웨이바 마을의 은행을 찾아가라나). 뭐 그런 일방적 환전이 다 있나. 어쩔 수 없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요르단에 건너가 하는 수 밖에. 

 

어느 순간 대기실을 둘러보니 현지인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외국인들만이 남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대기 중이다(심지어 패키지 팀도 몇 있는 것 같다). 동양인을 세어보니 우리 둘 외에 일본인이 셋, 중국인이 셋으로 백인들의 수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방학 때가 아니라서 그런가. 어쨌거나 이렇게 기다리는 외국인이 많으니 굳이 언제 배가 떠나는지 목 빼고 확인해 볼 필요가 없다. 내 할 일하다 대세에 따라 움직이면 될 듯.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서고, 사람들을 따라 셔틀 버스에 오른다.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서 내리고, 표 확인을 받고, 큰 짐을 배 아래 부리고(와, 맞다. 이 배에 패키지팀용 버스마저 실렸다), 여권 확인 뒤 캐빈에 이르기까지 졸졸졸… 오후 3시, 이 정도면 그다지 많이 지체된 시간도 아니군. 승무원들은 외국인들을 모두 뒷좌석에 앉힌다. 앞좌석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한 바퀴 둘러보니 대체 언제 이 많은 현지인들이 탄 거지? 아마도 우리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하고 현지인들 탑승 수속부터 먼저 한 모양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현지인들 탑승이 모두 끝난 뒤 가장 나중에 몰아서 태운 듯.

 

외국인들까지 모두 배에 오르자 출항이다. 동시에 외국인들이 몰려 앉아있는 칸의 매점 셔터가 올라가는데 우습게도 미니 면세점이다. 외국인들은 아무도 이용을 안하는 반면, 앞 칸을 차지한 현지인들이 몰려와 담배들을 사느라 아우성이다.

 

느린 페리와는 달리 빠른 배는 갑판으로 나갈 수 없기에 운치면에서는 빵점이지만, 대신 속도로 보상해준다. 1시간 30분 만에 요르단의 아카바(Aqaba)항에 도착이다. 이번엔 반대로 빨리 내리고 싶어하는 현지인들이 마구 밀려나오는 앞칸 출입구를 완전 봉쇄해버리고 -_-; 외국인 탑승객부터 하선 조치를 취한다. 어찌 보면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 출입구를 막는 사람은 이집션이 아니고 요르단인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누군가는 하선 전에 여권을 걷어가 요르단 비자 발급 뒤 돌려준다고 했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내내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막상 하선하려고 하니 스탬프가 있느냐 묻더라. 없는데? 하니 그럼 여권을 배에 두고 내리라네(참고로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된 아카바로 입국하는 경우에 한해 요르단 비자비가 무료라고 한다). 여권을 그에게 맡기고 하선, 쟁여두었던 배낭을 찾아 둘러메고 육지를 밟는다. 흐음, 여기가 요르단이라 이거지? 별로 실감이 안 나는데?

 

입국장에 도착하니 배에서 모아온 여권 정리를 하느라 입국사무소 직원은 한참 정신이 없다. 슬쩍 보니 우리 여권이 가장 바닥에 깔려있다. 아니나 다를까 스탬프를 받는대로 직원이 나와 호명을 하며 여권을 나누어 주는데 우리는 거의 맨 마지막에나 불려진다(일본인 셋 중 한 명은 나홀로 여행객이었고, 중국인 셋 중 두 명은 국적이 호주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일본인의 경우에는 비자가 아예 면제인가? 미국, 프랑스와 더불어 거의 우선 순위로 여권을 받아 나가버리네).

 

어쩌다보니 아침에 다합에서 누웨이바로 올 때 동승했던 네덜란드 남성들과 막상막하 꼴지로 요르단 입국 심사를 받은 덕에 아카바 시내까지 타고 나갈 택시도 함께 이용하게 된다(이런, 1등으로 나갔던 프랑스인들이 아직도 합승할 동승객을 구하지 못해 기다리고 있네). 그들이 알아온 항구에서 시내까지의 택시 요금은 대당 3디나르이지만, 당근 택시 아저씨는 10디나르를 고집한다. (우리는 뒤로 물러선 채) 네덜란드 애들이 열심히 흥정을 걸어보지만 결국 8디나르에 낙찰. 1인당 2디나르씩 지불하기로 한다. 어느 나라나 택시 아저씨의 횡포(?)는 존재하는 법, 아무리 사람 좋은 중동이라도 예외일 수 없지 ^^

 

숙소를 잡고 침대에 누운 김원장의 이마를 짚어보니 제법 열이 난다. 오늘의 이동이 무리였는지 어제 오후부터 약한 몸살기가 있던 김원장의 증세가 더 악화된 것이다. 김원장 왈, 30대 여행이 다르고 40대 여행이 다르다는데… 역시 젊어하는 여행이 체력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늙어하는 여행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_-;

 

<아카바에서 구입한 요상한 음료. 오렌지, 바나나, 딸기를 섞은데다 것도 모자라 우유까지 -_-;>

 

@ 요르단은 JD라고 부르는 요르단 디나르를 사용한다. 시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ATM을 이용, 시티은행의 현금카드로 출금이 가능하다. 아직 정확히 계산해 보진 않았지만 1디나르가 우리돈 135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 요르단은 왕국이다(정식 국명 The Hashemite Kingdom of Jordan). 다큐에서 보았던 파란 눈의 압둘라 국왕 사진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요르단의 왕가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멧의 직계손으로도 유명하다. 21세기의 정교일치 국가랄까.

 

@ Moon Beach Hotel : 시내와 떨어져 있어 나름 조용할 것이라 예상했던 바닷가 근처의 숙소. 오히려 바닷가 앞이라서인지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몰려나와 노느라 시끄러웠다. 하룻밤 묵을 경우에는 35디나르, 이틀밤 묵을 경우에는 박당 30디나르인 중급 숙소(조식 불포함. 에어컨과 TV 포함). 나라를 넘나드는 이동도 했겠다, 김원장 몸도 안 좋겠다 해서 중급으로 잡았는데 가격 대비 가치를 따져보자면 시내의 Amira Hotel(20디나르/박, 조식 불포함)이 더 나은 것 같다. 숙소 창문 밖으로 이스라엘의 에일랏(Eilat)과 이집트 시나이 반도 타바(Taba)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물론 이 곳 아카바에서 사우디아라비아도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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