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다시 찾아갔던 문어 호텔(우리 둘이 옥토퍼스 호텔을 이렇게 부르면서 둘만 낄낄거리며 좋아라 하고 있음 ^^;)엔 오늘도 방이 안 난다고 한다. 소문에 친절하다는 나이 지긋한 매니저 나세르 아저씨는 자리에 없고 통통한 청년 지기가 리셉션 일을 맡아보고 있었는데 우리가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찾아오니 나름 미안했는지 내일은 확실히 방이 난다며 우리에겐 특별가로 조식 불포함 조건으로 100파운드에 더블룸을 주겠다고 한다(엥? 알고 온 가격보다 비싼데?).

 

문어 호텔엔 방이 없고 대신 묵었던 <다합의 보석> 호텔은 별로니(어째 호텔 이름들이 번역해보니 영~) 오늘 일단 하루라도 방을 옮겨보자. 어제 방을 찾는답시고 들렀던 여러 호텔 중에 바닷가에 위치한 Sea View 호텔이 가격은 좀 세지만 가격대비 가장 훌륭한 듯 싶었던지라 고민 끝에 이 곳을 택한다.

 

 

@ Sea View 호텔 : 해안을 따라 형성된 다합의 상권을 기준으로 놓고 설명해보면 거의 남단에 위치. 현재 더블룸 정가가 조식포함 200파운드라고 하는데 160파운드로 알아서 깎아줌(여기저기서 하도 스페샬 프라이스라고들 하는 통에 신뢰도가 좀 떨어지긴 한다만). 방에는 TV와 에어컨(그러나 창과 문을 열어두면 엄청난 맞바람이 쌩쌩), 발코니가 있고 발코니에선 홍해가, 그리고 그보다 더 믿기지 않는 어감을 선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인다. 작은 수영장(다합의 특성상 잠수풀)도 있고 신호가 약하긴 하지만 발코니에선 무선 인터넷도 사용 가능(다합 PC방은 호텔보다 속도가 빠르지만 시간당 8파운드를 받는다. 알렉산드리아의 4배 수준 -_-;). 방에 따라 뷰가 좋은 방이 있고 아예 뷰라는게 없는 방이 있으니(그러나 뷰가 없는 방도 같은 가격. 우기면 깎아줄런지도) 방을 잘 골라야 할 듯. 우리는 비록 하룻밤이지만 전망 좋은 120호에 둥지를 틀었다. 분위기 와방 좋음. 직원들도 친절. 참, 어제의 숙소도, 그리고 오늘은 좀 나은 편이지만 어쨌거나 오늘의 숙소도 물을 틀면 짠물이 나온다. -_-; 온수 사용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다합의 물 사정은 좋지 않음(이 동네 세탁소에서 옷을 짠물로 빨지 않는다고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

 

 

좋은 방 잡고는 그야말로 디비지기. 아웅, 넘 좋다. 어제 다합의 첫인상은 좀 실망이었는데 말이지, 오늘 이러고 있으려니까 정말이지 그럴싸한 휴양지에라도 온 것 같네. 김원장의 닥달에 수영장에서 왔다리갔다리 수영도 하고 –정작 수영하자고 꼬시던 김원장은 선베드에 느긋하게 기대어 무선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접하는데 여념이 없는지라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수영장 턱에 대롱대롱 매달려(잠수풀인지라 나에게는 매우 깊다) 코 앞의 홍해와 바로 보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땅을 바라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구나.

 

휴양지라고 해도 여기는 이집트, 무슬림의 땅. 하루에 다섯번 아잔이 울리면 신심이 깊은 이집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향해 절을 올린다(내가 보기엔 홍해 바다에 대고 ^^;). 하지만 홀라당 벗어제낀 금발의 여성이 지나갈 때마다 이집션 남성들의 시선이 쫘~악 그녀에게 꽂히는 것을 어찌 막으리오...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살랑살랑 지나가고 그녀의 몸짓을 따라 이집션 남성들의 끈적한 시선이 오가는 것을 발코니에 앉아 보고 있노라면 이 곳이 이렇게 개발되어서는 안 되는 게 아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로간의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말이지(여기서 내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김원장이 남자친구냐고 물어오는 것이다. 어쩔땐 아예 묻지도 않고 김원장을 그저 남자친구로 간주하고 나를 가볍게 여기려 들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가만 있자… 이 장면 말이지, 이국의 멋진 바닷가에서 수영하고 따가운 햇살 아래 편안한 선베드에 누워 (비록 알록달록 칵테일은 없다만) 무선 인터넷으로 전세계 주가나 확인해가며 휴가를 즐기는 모습 말이야… 영화나 TV에서 많이 본 듯한, 부자들의 전형적인 휴가 모습 아녔어?

 

@ 다합에서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 몇 가지 :

 

1.          현재 오픈워터코스는 180유로 정도한다. 대부분의 표기를 달러가 아닌 유로로 해놓은 것으로 보아 여기는 주로 유럽권 아해들이 오나보다. 뭐, 하긴 여기가 유럽과 가깝긴 하지.

2.          이상하게 러시안이 많이 보인다. 러시아어로 광고하는 글도 쉽게 볼 수 있고. 그러고보니 몰디브의 모 여행사에서도 자기네 여행사는 러시아인들이 주고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추워서 오나, 돈이 많아서 오나, 바다가 없어서 오나, 특가 항공권이라도 있나, 아님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걸까?

3.          이집트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개가 많다. 물론 어딜가나 볼 수 있는 고양이는 여기서도 빠질 수 없다만, 그래도 간만에 개들을 보니 (별게 다) 반갑다.

 

 

4.          우리 숙소를 비롯, 괜찮은 숙소들 뿐만 아니라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다 내건 식당들이 제법 된다. 다합에서는 무선 인터넷을 즐기시라.

5.          사실 다합은 휴양지라기보다는 ‘다이빙의, 다이빙을 위한, 다이빙에 의한’ 마을에 가깝다. 현재 Seven Heaven 뿐만 아니라 옥토퍼스 호텔에도 한국인 다이빙 강사가 있으니 다이빙에 관심이 있다면 다합에서 자격증을 따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

 

@ 현재 묵고 있는 시뷰 호텔이 다합 ‘바닷가’ 남단에 위치해 있다면 다합 ‘시내’의 남단에는 Sun 레스토랑이라는 식당이 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보아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태극기와 일장기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한국인과 일본인을 주타겟으로 삼은 식당인 것으로 사료된다(주인은 이집션이라고 하던데). 한 번 가본다 가본다 하면서도 못 가보고, 대신 어느 분이 Sun 식당보다 우리 입맛에 맞는다는 다합 중심 경찰서 옆 바닷가 식당인 알케팍인지 알라케팍인지 하는 곳에서 닭 가슴살이 얹어진 볶음밥을 먹었는데 나름 맛있었다(참고로 다합에는 중국식당도 두 개 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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