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다합에서 여행자로서 즐길 수 있는 옵션은 이집트 어디에 내어놓아도 꿀릴 것이 없는 수준이지만(그저 참고용 사이트 www.king-safari.com / www.kingsafaridahab.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우리처럼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는 곳이 또 바로 다합이기도 하다(어째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내는 것에 대한 변명처럼 들린다 -_-;).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시나이산 투어(남들은 밤에 하는데 우리는 특이하게 낮에 해볼까)와 블루홀 스노클링 정도는 해주고 다합을 뜨려고 했는데, 김원장은 그마저도 싫다니(아시다시피 김원장이 현재 여행에 대한 열정이 확 식은지라) 그냥 뒹굴뒹굴 노는 수 밖에.  

 

 

 

며칠 머물렀다고 어느 레스토랑(TOTA 레스토랑/다합을 거닐다보면 눈에 확 띄는 배 모양의 식당)에서 일요일에는 1+1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줏어듣고 거기 가서 스테이크와 닭고기를 때려먹고(일요일, 다합에 머물고 있다면 강추), 어제처럼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 경기도 챙겨 한 편 봐주고 하다보니 하루가 무지 잘 간다. 다합에선 이렇게 특별한 일없이 얼마간이라도 지낼 수 있겠군(김원장왈 이제부터는 열심히 싸돌아다니지만 말고 만만한 곳을 만나면 그 곳에서 얼마간 체류를 하는 여행 스타일로 바꿔보자나?). 

 

 

하지만 정말 이렇게 퍼져도 될까? 김원장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더 이상 퍼질 수만은 없다며 슬슬 다합을 뜰 준비를 한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요르단. 이스라엘을 경유한다면 육로로도 갈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우리 여권에 이스라엘을 거쳤다는 증거가 남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레바논이나 시리아는 방문하지 못 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역시 남들이 그리하듯, 배를 타고 홍해, 엄격히 말하자면 아카바만을 건너 요르단에 가기로 한다.

 

이번 여정을 짜면서 최대한 배는 안 타는 방향으로 –뱃멀미에 무지 취약한 김원장- 루트를 만들었지만, 이집트-요르단 구간을 운행한다는 느린 페리와 빠른 하이드로포일 중 후자를 선택한데다가 이미 그 선편을 이용한 선배 여행자로부터 전혀 멀미기를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터라 걱정은 덜었다. 어디를 가야할지도 정해져 있겠다, 어떻게 가야할지도 정했겠다, 그럼 내일 가자!

 

다합에 얼마나 머물게 될지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다합을, 이집트를 뜨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고보면 이집트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6년 전, 아테네에서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그리스에서 이집트까지 내처 달려갔을 것이고, 이집트에서 여정을 마친 뒤 귀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 6년이 흐르고 이제서야 결국 이 땅에 올 수 있었고, 그렇게 왔건만 처음 계획했던 여정과는 달리 뜻하지 않았던 곳들에서 시간을 보내다 내일이면 다른 나라로 간다. 그런 연유로 이집트는 다시 오게, 다시 올 수 밖에 없는 나라가 되었고, 그 땐 이번에 가보지 못했던 룩소르와 아스완, 시와 오아시스와 뭔가 빼놓고 가는 듯 섭섭한 다합을 다시금 여행하리라. 아, 아무리 바가지를 씌워대는 이집션이라고 해도, 이제 이런 착한 물가마저 안녕이겠지. 안녕~ 잘 있어~

 

@ 이집트와 요르단을 연결하는 배편 중에 (알려진 느린 페리와 빠른 하이드로포일 말고도) ‘사설 페리’라는 것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양국을 연결하는 배편이 느린 선편이건 빠른 선편이건 제대로(시간표대로) 운항되지 않아 여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반면, 사설 페리를 이용하면 돈은 좀 더 들지만 대신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집트에서 파키스탄 현지에 계시는 복마니님과 실시간 채팅을 하여 ^^; 알려주신대로 세븐헤븐의 요르단에서 온 다이빙 강사라는 사람을 만났다(이 사람이 밤에 일을 하고 낮에는 잠을 자는 바람에 세븐헤븐을 3번이나 찾아 갔었다. 우리가 무슨 제갈량 꼬시러가는 유비도 아니고 -_-;). 결론은 그 사설페리라는 것이 안타깝게도 없어졌다는 것. 아니, 이집트-요르단-이집트를 잇는 왕복편은 가능하나 이집트-요르단 편도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현재로서는 빠른 선편 외에 대안은 없는 셈.

 

@ 오늘의 다큐 : 놀랍게도 요르단의 현 왕인 압둘라가 직접 가이드가 되어 요르단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더라. 대체 어느 빽 좋은 방송사가 이런 다큐를 제작했지?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디스커버리 채널’이라는데). 굳이 왕이 이런 방송에 나와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과연 뭐겠나?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나라니 요르단에 놀러오(셔서 돈 좀 뿌리고 가)세요~”겠지. 여하간 누군가 요르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번은 챙겨서 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요르단의 알려진 볼거리 뿐만 아니라, 중동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주변국에 비해 서구적 성향이 강한 요르단의 숨겨진 모습을 엿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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