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공장 수준으로 빵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빵집에 빵을 사러 들어갔다가 역시나 아저씨 눈에 띄어 지하로 내려가 빵을 만드는 공정을 살펴 보았다. 친절히 안내해주고, 이렇게 빵 반죽 모자 삼아 사진 찍자고 하고, 그러다 뽀뽀해 달라고 하고... 정신없이 우리를, 특히나 여성인 나를 굴리더니 결국 나중에 헤어질 땐 구경 잘 시켜줬으니 돈 좀 달라고 하더라>  

 

<그 빵집에서 당하다. 김원장이 옆에 있거나 말거나 나를 꽈~악 터져라 끌어안더라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김원장의 상태부터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어제보다 많이 호전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안심하기엔 이른지라 그래도 일단 예정대로 암만으로 가기로 한다. 호전되었다고 방심하고 오늘 페트라나 와디럼으로 갔다가 오후에 다시 악화되기라도 하면 그 동네에선 병원 가기가 난감할테니.

 

어제 아카바 시내를 싸돌아다니다 보아두었던 터미널에서 암만행 버스에 오른다(5.5디나르/인). 이 곳 역시 아프리카 여느 나라들처럼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이 승객이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대형 버스였지만 때마침 승객이 거의 찬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가 맨 뒤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는 암만을 향해 출발한다.

 

암만을 향해 버스가 달리는 동안 김원장에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중동의 남자들은 술을 안 먹어서 그런지 대신 대부분 끽연가인데, 어린아이와 여성들이 타고 있는 버스 안이라고 해서 그 예외가 없다(그래서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담배 인심이 좋다는 것? 흡연자 옆에 앉아있노라면 본인 담배를 꺼내 꼭 권한다 ^^;). 우리가 맨 뒤에 앉은 탓에 앞자리의 남성 승객들이 돌림노래로 끊임없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를 고스란히 맡을 수 밖에 없어 이번엔 김원장이 그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게 된 것(내가 김원장이 예민하다는 이야기는 벌써 몇 번이고 했지? -_-).

 

5시간 남짓 걸려 암만에 도착했을 땐 김원장의 화가 거의 머리 끝에 이른 수준이었다. 그런데 숙소까지 잡아탄 택시 운전사 청년마저 우리와 말도 잘 안 통하면서 커미션을 주는 호텔로 우리를 데려가려고 안간힘을 써대는 바람에 김원장의 짜증을 더 사고 만다. 결국 숙소를 잡고 침대에 눕자마자 타이레놀을 먹고 마는 -_-;

 

하지만 이 와중에도 좋은 소식이 있다면, 우리가 걱정했던 김원장의 증상이 이제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나아졌다는 것이다(그래서 타이레놀도 복용한 것이고). 물론 여전히 가장 유력한 의증은 마일드한 말라리아였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여하튼 걱정을 덜었으니 이제는 다시 여행 모드로 접어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일은 어디로 가야하나?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 페트라로 가야하나, 아니면 만에 하나라도 발열 증세가 되풀이 될 수 있으니 이스라엘로 들어가봐야 하나(요르단의 암만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은 지척지간인지라 오히려 페트라보다도 가깝다).  

 

 

 

암만 다운타운을 여기저기 거닐다 PC방에 들러 현 이스라엘 상황을 찾아보니 이스라엘이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부시까지 내방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그간의 세월이 굴욕의 60년이나 마찬가지인지라 이 때를 노린 테러 위험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한다. 안 그래도 이스라엘에 입국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데 테러 위협이 있는 대규모 행사에다 부시까지 온다니 더욱 그 절차가 엄격해질테지. 물론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모두의 성지인 예루살렘만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만, 사실 비종교인의 예루살렘 방문이 ‘찍기’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하여튼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다(김원장은 이번에 몸이 안 좋은 것을 계기로 중동에 대한 흥미가 더욱 떨어졌는지 차라리 프랑스로 날아가 푸조 리스로 차를 빌려 터키와 유럽 여행을 하자고 하는데 이 역시 생각해 볼 문제다 -_-;).

 

@ 오늘의 영화 : 흔들리는 암만행 버스에서 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한동안 잊고 살다 이 영화로 인해 다시금 한국 중년 남성들의 삶이 떠오르면서 새삼 ‘행복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더라는. 그리고 또 한 편, <누구나 비밀은 있다>. ㅎㅎㅎ 웃음이 절로 나던.

 

@ 아카바에서 암만으로 오는 길에 아카바 시내를 마악 벗어나면서 도로를 막고 제법 깐깐하게 세관 검사를 한다. 아마도 물건을 면세로 구입할 수 있는 아카바에서 사재기를 할까봐 그러는 모양. 하지만 우리 같은 외국인은 열외인지 차에서 안 내려도, 가방을 안 열어도 OK

 

@ Palace Hotel : 아카바를 비롯한 요르단 남부에서 암만으로 드나드는 버스는 시내 남쪽의 터미널에 서는데 터미널에서 택시를 탔더니 1.8디나르가 나왔다(좀 돌았나?). 욕실 딸린 트윈룸 24디나르(조식 포함, TV). 온수 잘 나오고 낡은 건물인데도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직원들은 친절한 직원과 썰렁한 직원이 혼재

 

@ 암만은 로마처럼 몇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는 다운타운 지역은 걸어서도 웬만큼 다닐 수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언덕을 넘나들어야 하는 관계로 걷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암만의 택시는 미터로 운행하며 시내에서 어지간한 곳이면 2디나르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저러나 암만은 제법 쌀쌀하다. 아카바는 더웠는데 말이지.

 

@ 참고로 요르단의 물가가 최근 엄청 오른 모양이다. 아카바에서 암만으로 버스를 타고 올 때 김원장 옆 좌석에 앉았던 중장비 운전사 알리의 말에 의하면, 원래 요르단은 이라크로부터 저렴하게 석유를 수입해다 썼는데, 이라크전 이후로 석유 공급이 끊겨 요즘엔 사우디로부터 수입해 쓴다고 한다. 이라크전 이전에는 휘발유 1리터가 우리돈 600원 미만이었는데, 요즘은 1000원 가까이 한다나? (이후 주유소에서 확인해보니 경유가 800원, 휘발유가 950원) 안 그래도 요르단 영자신문 1면에도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문짝만하게 게재되는 것을 비롯, 가이드북에 나온 모든 요금보다 보통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예상을 해야한다(내가 내내 옴팡 바가지를 쓰고 다니는게 아니라면 ^^;).    

 

@ 알리는 우리에게 현재 우리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한국인들이 들어와 일하는 건설 현장으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도 알려줬지만, 도로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높다란 벽을 가진 건물들이 감옥이라는 사실도 가르쳐 주었다. 문제 있는 사람들은 다 저기에 가둬놓기 때문에 요르단이 안전한 나라라나?(하지만 그 말을 들으며 오히려 내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이란, 요르단이 문제 있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 나라인거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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