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숙소에서 우리와 함께 다마스(커스)를 간다는 일행은 두 명의 프랑스 아저씨였다. 쌍둥이 형제인가? 둘이 어쩜 머리가 까진 부위며 모양까지 이렇게 닮았을까? ^^; 2주 정도의 일정으로 요르단과 시리아, 두 나라를 여행하고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우리의 6개월 일정을 대단하다며 추켜 세워준다(그러고보니 시리아를 프랑스가 한 때 먹었었지, 아마?). 이런 우리 앞에 세르비스 택시라며 도착한 차는 다름아닌 벤츠. 우와, 오늘 호강하겠는데? 뚱뚱한 아저씨에게 앞 자리를 양보하고 우리 부부는 뒷좌석에 앉았는데 김원장 왈, 이럴 때 시승한 셈치고 벤츠의 승차감을 누려보자나? ㅋㅋ (벤츠라는 생각에 기대가 커서였는지 승차감은 그다지 우리나라 차량과 구분을 못하겠던데 ^^;).

 

요르단에서는 우리나라 차를 제법 많이 볼 수 있는데(한글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중고차들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카이아, 현다이, 삼숭, 심지어 다이우까지 들먹거리며 좋은(?) 나라에서 왔다고 인사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꼭 덧붙이기를 I like Korea ^^;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에게도 똑같이 그 나라 메이커 이름으로 반응한다는 사실. 그럴 경우 맨 마지막 문장은 I like Japan이고). 우리의 벤츠 운전 기사 청년도 프랑스 아저씨들의 차가 좋다는 칭찬에 우리 양국의 국적을 확인하더니 프랑스도 한국도 좋은 차를 많이 만드는 나라라며 맞받아쳐준다.

 

우리의 벤츠는 오전 9시 숙소 앞을 출발, 복잡한 암만 시내를 벗어나 북쪽, 시리아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접어들더니 10시 15분경, 요르단과 시리아를 잇는 국경 지대에 도착한다(시리아와 요르단 사이 육로 국경은 두 곳으로 데라Dera-람타Ramtha 국경과 나십Nasib-자비르Jabir 국경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후자를 이용했다). 우선 요르단 출국하기부터.

 

먼저 요르단 출국 사무소 건물을 들어가자마자 왼편으로 있는 Custom이라 쓰여진 방으로 들어가 맨 오른쪽 창구에서 departure tax 스탬프부터 구입한다(5디나르). 다시 방을 나와 건물 중앙부에 보이는 심사대에 여권과 스탬프를 제출하면 아저씨가 휘릭 둘러보고 스탬프를 여기다 붙이라며 다시 여권과 스탬프를 건네주더라. 풀이 없으니 침발라 붙이라는 곳에 스탬프를 붙이고 내밀면 고 자리에 도장 받고 끝(참고로 우리의 경우에는 운전사 아저씨가 미리 출국세용으로 5디나르를 환전해 두라며 국경 전 가게 앞에 세워주었지만 국경이라면 어디서나 그렇듯이 출국 사무소에서도 환전이 가능하긴 하다. 요르단에서 시리아로 육로 출국할 때는 출국세 5디나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다시 차에 올라타 얼마간 달려 이번에는 시리아측 국경에 도착한다. 프랑스 아저씨들의 경우 이미 시리아 비자를 받아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 때문에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서둘러 비자를 받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버벅댄 듯 싶다. ^^; 우리가 시리아 입국을 위해 헤맨 순서를 소개해 보자면, 시리아 출입국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입구 테이블에서 출입국 카드부터 작성을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출입국 카드와 여권을 들고 외국인용 심사대로 가니 아저씨왈 한국인의 경우 비자 비용이 33불인데 여기서는 돈을 받지 않는다며 은행을 들렀다 스탬프를 구입해서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라 알려주더라. 아저씨의 손끝 방향을 따라 은행을 찾아 나섰는데 엥? 은행이 보이질 않는다. 알고 보니 출입국 사무소 건물 밖 별도의 다른 건물 내부에 있었다(역시 친절한 누군가의 도움으로 은행을 찾음). 이제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이집트인도 요르단인도 아닌 시리아 사람들일텐데 여전히 사람들은 줄을 제대로 안 서고, 은행 직원들은 담배를 꼬나 물고 일을 보고 있더라. 줄을 무시하고 새치기를 해대는 아저씨들 틈에서 “33불, 2명!”을 외치며 겨우 70불을 직원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은행 직원은 66불에 해당하는 3천 (시리안) 파운드와 환전 영수증(1달러=45.75파운드), 그리고 거스름돈에 해당하는 나머지 4불은 마저 파운드로 환전하여 건네줬다. 다음은 그 돈으로 스탬프를 살 차례. 역시나 이 부분에서 또 헤맸는데 3천 파운드와 환전 영수증을 들고 출입국 건물과 은행이 있는 건물 뒷편의 입국장쪽으로 가면 두 건물 사이에 작은, 초소스러운 단층 사무실에서 스탬프를 판매하고 있다(2인용으로 500파운드 짜리 6장 구입). 스탬프를 사들고 원래의 심사대에 여권과 함께 제출하면 15일짜리 국경 비자 쾅! (같은 줄에 서서 비자 받을 차례를 기다리던 다른 외국인들도 제대로 된 안내없이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하게 만들어놓았다고 시스템에 대해 투덜투덜. 아마 우리만 헤맨게 아닌 듯. ^^ 시리아의 첫 인상은 이렇게 살짝 구겨져 버리는가).

 

양국의 출입국 수속을 모두 밟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우리는 다시 11시 15분쯤 시리아측 국경을 떠나 다마스커스 방면으로 출발했는데, 요르단을 떠나 시리아에 들어오면서 안 변한 듯 변한 점이 몇 가지 눈에 들어왔다. 우선 한 인물의 사진, 요르단의 사방팔방에서 볼 수 있는 그가 파란눈의 요르단 왕 압둘라라면, 시리아에도 그만큼 널린 사진속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시리아의 대통령, 초록눈의 아싸드.

그렇다, 시리아는 ‘대통령’이 왕과 같은 권력을 가지고 휘두르는, 공식명칭이 Syrian Arab Republic인, 일명 공화국이다(대통령이 되기 전엔 안과 의사였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 확인 들어가 볼 일이다). 그와 더불어 촌스러운 군복의 시리아 군인들과 더불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바로 초록색의 나무들. 비록 침엽수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요르단보다 수종도 그 수도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우리가 메마른 사막지대를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알려나 주려는 듯(하나 의문점은 한 방향으로 제법 누워있는 나무들. 시리아 바람이 그토록 매서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옆에서 김원장은 피곤해서 누워있는 거라는데 -_-;)

 

우리 차는 12시 30분쯤 다마스커스 외곽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그렇다, 두 나라의 수도가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의 벤츠 택시 운전사가 마지막까지 인심을 써서 숙소 앞에 우리를 내려주면 좋으련만, 달랑 다마스커스 외곽 어딘가에 내려주더니 여기서부터는 본인이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가란다. 연결시켜준 택시 가격은 1인당 2불. 어째 터무니없는 가격 같지만 편하게 오겠답시고 버스를 타고 오질 않았으니 여기가 대체 어딘지 감이 잡혀야 말이지. 결국 우리 모두 그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다마스커스에 찍어둔 숙소 근처로 이동한다(역시 찍어둔 숙소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였다. 여기도 짜고치는 고스톱인가).

 

택시에서 내려 프랑스 아저씨들은 가이드북 소개 강추의 술탄 호텔(Sultan Hotel)로 갔지만, 시리아 물가가 요르단보다 저렴하다니 우리는 근처 중급 호텔을 노려보기로 한다. 그렇게 찾아간 Afamia Hotel은 자그마치 40유로(55불)를 부른다. 프랑스 아저씨들의 불어판 최신 가이드북에서 최근 가격이 40불로 오른 것을 확인하고 갔건만 그새 또 올랐네. 하긴 방이라도 마음에 들었으면 55불을 지불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보여준 방은 가격에 비해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아마도 가이드북에서 소개를 잘 한 탓에 overprice로 가격을 책정해도 장사가 되는 모양.

다시 술탄으로 돌아가 프랑스 아저씨들이랑 엮이기도 좀 부담스러운데다가(그러나 결국 모든 여행자들이 모이는 Umayyad mosque 앞에서 우연히 그들을 또 만나게 되더라는 ^^;) 짐을 들고 왔다갔다 하기도 싫어서 아파미아 바로 옆에 보이는 Al Hamra hotel이라는 곳에 짐을 부리기로 한다(달러로 지불할 경우 24불/시리안 파운드로 지불하면 1000파운드라길래 근처 은행에서 환전한 후 파운드로 지불한다. 온수도 잘 나오고 TV도 있고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

특이하게도 시리아의 호텔이나 레스토랑 앞에는 별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우리가 잡은 알 함라 호텔은 별 2개짜리) 예전에는 등급에 따라 가격도 정해준 모양이다. 별 붙여주는 거야 몰라도 가격 지정제였다니, 아마도 사회주의의 잔재인 듯 싶은데, 실제 잠시나마 거닐어 본 다마스커스의 모습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찾기란 이제 쉽지 않다. 환전을 위해 들렀던 은행에서는 번호표를 뽑아 주고, 다른 은행들과는 다르게 저녁 늦게까지 영업을 하니 많이 이용해 달라는 선전 문구도 달아놓은 것이, 아마도 빠른 속도로 개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추천 숙소들(Sultan, Salam)은 똑같이 별 2개를 달고 있어도 현재 우리가 묵고 있는 안 알려진 숙소에 비해 거의 두 배의 가격인 40불을 부르고, 그보다 등급이 높은, 그러나 마찬가지로 안 알려진 3성급의 그럴싸해 보이는 한 호텔에서는 조식 포함 1500파운드(10% 택스 별도)를 부르니 이제 자본주의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나 할까. 개방의 물결인지 사회주의 잔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르단에 비해 오히려 일하는 여성이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괜시리 반갑다. 참, 한국산 차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냥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차들만 바라본다면 마치 한국 어드메 같은.

 

요르단에 비해 여행자 물가는 대략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 같지만, 막연히 이 근방 국가들 중 가장 못살 것이라 생각했던 바와는 달리, 오히려 이집트 카이로의 시민들보다 다마스커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나아보이기도 한다. 물론 지방들도 마저 여행해봐야 조금 더 자세히 느낄 수 있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국민들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나 있는 시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는 불량 국가니(깡패 국가?) 테러 지원국으로 여겨지는데다 우리나라 역시 재외 공관도 없고 시리아와 북한과의 막역한 관계 때문에 남한인이 시리아 비자를 받아 여행하기란 불과 몇 년 전까지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리아의 개방에 따라 국경 비자를 수이 받을 수 있는 덕에 터키에서 일정을 늘리기만하면 어렵지않게 방문할 수 있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빠르게 밀려 들어오고 있는 시리아. 앞으로 내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련? 

 

@ 아, 젠장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제 김원장을 공격했던 그 넘의 벌레가 어찌어찌 내게로 옮겨온 모양이다. 아니면 혹시 벤츠에 벌레가? 여하튼 왼팔에만 스무군데 가량 물렸는데 가려워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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