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어제 웨이터 아저씨는 분명 조식이 룸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리고 실제 중동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볼 때 당연 룸서비스가 가능할텐데, 오늘 아침 리셉션 아저씨는 안 된다고만 하네. 곧장 레스토랑으로 전화를 넣어볼 것을(그 웨이터 아저씨에게 팁 몇 푼 쥐어주면 만사 OK일 것 같음). 나름 3성급 호텔인데 군대도 아니고 조식을 뭔 철제 식판에 준담? 

 

두번째, 다마스커스 시내에서 하마로 가는 버스 터미널까지는 택시를 타기로 한다. 시리아도 이란처럼 택시 비용이 저렴하다니 처음 탑승시 미터를 잘 작동시키는지, 그리고 미터 요금이 터무니없이 올라가진 않는지 정도만 뚫어져라 바라봐주면 별일 안 생기겠지. 우리가 요구하기도 전에 미터기를 켜고 달려주는 센스만점 아저씨, 우리 행선지를 잘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이상한 곳에 차를 세우다. -_-; 아저씨, 여기가 아닌 것 같은뎁쇼? 다시 의사소통을 시도(?)한 뒤 터미널을 향해 재출발(다행히 터미널 가는 방향의 중간 어디쯤에 차를 세웠던 듯). 택시 미터 요금은 5파운드에서(기본 요금이 우리 돈 100원이라니) 시작하여 59파운드에서 멈췄는데, 아저씨는 75파운드를 챙겨간다. 잔돈은 좀 주는게 예의라고는 하던데 실 요금이 너무 저렴하여 어느 정도가 적절한 선인지 잘 감이 안 온다. 어쨌거나 우리는 실 미터요금에다 300원 가량을 더 지불한 셈. 그래도 여전히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세번째, 터미널은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는 완전 정신없는 곳이다. 각 버스회사 사무실마다 직원들이 나와 행선지를 외치면서 호객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버스회사가 너무 많아 어느 회사 버스가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출발하는지 알아보기가 막막하다. 어리버리 서있으니 누군가 영어로 “도와줄까?” 말을 건네며 다가온다. 그것도 여성의 목소리로. 뒤돌아보니 그녀는 백인, 것도 독일인이라네. 둘의 관계야 모르겠지만 현재 독일에 거주중인 시리아 남성과 함께다. 시리아인 남성이 아랍어가 가능하니 우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곧 출발하는 하마행 버스회사를 알아봐주고 요금을 체크해주면서(두 종류의 버스가 있는데 우리네로 따지자면 일반은 150파운드, 우등은 200파운드란다. 우리는 먼저 출발하는 우등을 타고 가기로 했다) 절대 이 요금 이상 내지 말라고 친절히 챙겨주기까지 한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커플이 현재 시리아 남성의 고향인 알레포로 가는 길인데, 우리보고 알레포에는 언제나 올지를 물으며 혹 본인들이 시리아를 떠나 독일로 되돌아간 뒤에라도 알레포에 도착해서 어떤 일에든 도움이 필요하면 자기 형에게 전화를 하라며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것이다. 친절도 이런 과분한 왕친절이 있나. 덩달아 독일인 여성까지 이 동네서 동양인보기 어려운데 먼 길 왔다며 따뜻한 관심을 끊임없이 베풀어준다. 친절도 전염이 되는 것일까? 

 

네번째, 우리가 탄 11시 30분발 하마행 우등버스는 근사하다. 비용이 일반 버스보다 비싸서 그런지 비즈니스맨들이 대부분이다. 터키 버스 서비스가 그렇게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옆 나라라서 그런지 시리아의 그것도 매우 흥미롭다. 차장 청년이 일일이 승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물, 사탕, 물티슈, 초코웨하스, 환타 등을 차례로 서빙한다. 오호, 이거 아주 기분 좋은데? 2시간 30분 남짓 달려 하마 터미널에 도착한다.

 

다섯번째, 터미널에서 찍어둔 하마의 숙소까지는 어정쩡한 거리이다. 걸을까 택시를 탈까 하다 택시를 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가이드북왈 25파운드면 간다니 500원 아닌가, 그렇담 택시를 타야지 ^^). 그런데 터미널 대기조 택시 아저씨들이 50을 불러제낀다. 흥, 내가 그 가격에 탈 줄 알고? 몇 발짝 걸어 터미널 외곽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중 젊어보이는 택시 청년과 흥정 끝에 30파운드에 가기로 한다. 이러는 와중에 아까의 대기조 택시 아저씨중 하나가 우리에게로 다가오더니 우리 청년과 시비가 붙었다. 잘은 모르지만 이 청년이 손님을 빼앗아갔다고 여기는 것 같다. 고성이 오가는 듯 싶더니 순식간에 멱살잡이 싸움 -_-; 이 난리를 일으킨 원인 제공을 한 꼴인 우리로서는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다행히 다른 택시 아저씨들 덕분에 더 이상 몸싸움이 크게 번지진 않았지만 우리 택시 청년의 얼굴에는 할퀴어진 자국과 함께 피가 맺혀있다. -_-; 고작 400원 때문에 그리 피를 봐야 하는가. 택시에 올라타 숙소를 향해 가는 우리의 마음이 심히 착잡하다.

 

여섯번째, 하마의 숙소에서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 여행을 함께 했던 일행중 한 명과 다시 재회하다. 터키까지 우리와 여정이 비슷한지라 굳이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길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되리라 예측은 했었지만, (우리는 그 곳이 그녀가 다이빙 자격증 취득을 위해 며칠 머무르게 될 거라는 이집트 다합이 유력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리아 하마에서야 만나게 되다니... 뜻밖의 만남은 그만큼 반가움으로 이어진다. 그녀에게서 지나온 여행 이야기도 듣고,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도 듣는다. 내일, 이 숙소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과 함께 열려있는 국경을 통해 내전 중인 레바논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이런, 내 아무리 말려봐야 소용이 없다. 물론 별 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그래도 마음 한 구석 걱정이 많이 되네.
“내가 오늘 바짓가랑이 붙잡고 가지 말라 부여잡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하지 않게끔 부디 몸조심해 다녀오세요”
내게 이런 인사를 들어야하는 그녀도 마음이 편치는 않겠지 ^^;

 

일곱번째, 숙소 방명록 정보를 토대로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140파운드)를 사다먹고(중동에서 전기구이 통닭 요리는 흔한 편인데 정작 후라이드 치킨 먹기는 쉽지 않다) 밤마실 삼아 하마 거리를 거닌다. 완전 가족 공원삘이 나는 커~다란 수차 근처를 구경하고, 맛있다는 케이크집과 저렴하다는 미니 수퍼마켓도 지나고, 중국 상품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도 지나고(우리가 구경 들어가니 점원이 우리보고 너희 나라 제품들이란다 ^^;) 사람들 발길 모이는 곳을 따라 걷다보니 어라, 시타델 아래로 야시장이 잔뜩 들어서있네. 어느 나라나 그렇듯 야시장이 들어선 곳은 거의 반 축제 분위기이기 마련. 어린 아이들을 앞세운 가족들이 빽빽하게 들어앉은 코끼리 열차가 지나가고 솜사탕 따위 노점상들도 손이 무척 바쁘게 움직인다. 우리도 여느 가족들처럼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앉아 알록달록 현란한 조명을 단 미니바이킹을 탄 여성들이 소리지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여기가 시리아가 맞나 싶은데…

어느 순간 빗방울 한 두 개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진다. 어이쿠, 혹여 빗줄기가 굵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이미 깜깜한 밤인데다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나섰던 길이라 이 길이 지름길이겠지 하고 방향잡아 들어섰는데 그 길이 오히려 도는 길이었나보다. 대체 여기가 어디야? 이럴 때 친절하다 소문난 시리아 사람 덕 좀 봐야지 ^^ 김원장이 아무 가게나 열고 들어가 숙소 이름을 대니 말이 안 통해도 열심히 손짓발짓 설명해 준다(게다가 그 청년, 참 잘 생기기까지 했네. 쩝). 알려준 방향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익숙한 풍경, 하마의 명물 수차가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어쩐지 이 하마가 좋아지려고 한다.

 

@ 숙소 : Riad Hotel. www.syriaphotoguide.com/riadhotel 하마에서, 아니 시리아 전역에서, 어쩌면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레바논 등을 통틀어 가장 이름난 호텔중 하나(물론 이름 그대로 휘황찬란한 호텔을 떠올린다면 좀 곤란하다). 명성대로 화장실 딸린 방은 오늘 full인지라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발코니 딸린 트윈룸을 700파운드에 잡다. 아직은 이 숙소 좋은지 잘 모르겠으나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청소하는 것만은 확실. 게스트북에 한글이 가득하다. 혹자의 말로는 이 숙소의 게스트북이 중동 여행 정보의 산실이자 나눔의 장이라나(아래 첨부한 게스트북의 알레포 맛집 지도를 보면 이해가 빠를 듯. 이 자리를 빌어 작성하신 분께 감사 ^^).


 

@ 오늘의 다큐 : SBS특선다큐 문명의 교차로 터키 1부 <신화에서 역사로>, 2부 <신은 터키의 기적을 만들었다>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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