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 맑음

@ 이동구간 : 브라가(3,360m)-마낭(3,540m) / 180m 상승

@ 총 소요시간 : 기어서 ^^; 40분

 

어제 오후, 고소를 맞고 나 죽네~ 쓰러진 김원장, 타이레놀을 먹고도 4~5시간을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더니, 그래도 늦은 저녁부터는 배고프다는 말도 하고 아니, 그 말 뿐만 아니라 내가 먹다 남긴, 이미 거의 얼어가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먹기도 하는 것으로 이미 부활을 예고한 바 있다. 

 

상태가 좀 나아진 김원장이 내게 던진 한 마디.

 

"네가 로우 피상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이제야 정말 알 것 같아"

 

뭐야, 그럼 그 날,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했단 말이야? 버럭. 

 

하긴 직접 겪어보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말이 안 되는 듯도 싶지만, 여하간 이리하여 우리 부부는 각자 고산병과 함께한 지난 이틀을 보내며 서로가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모종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고산병이라는 놈이 신체 어느 부위를 수술한 것처럼 직접적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을 그토록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새삼 놀라울 뿐.

 

<브라가 옛 마을 전경>

 

여하튼 김원장이 어느 정도 멀쩡해진 오늘, 일정을 어떻게 꾸려야할라나. 워낙 3,500m 선에서 고도 적응을 하면서 하루를 더 보낼 계획이었던데다가 어제 김원장마저 고산병을 겪기도 했으니 오늘의 선택은 두 가지, 하나는 이 브라가(Braga)에서 하루 더 쉬었다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천히 가도 여기에서 불과 20여 분 거리라는 마낭(Manang)으로 이동하여 그 곳에서 하루 더 머물며 고도 적응을 하는 것이다. 사실 어제 고산병으로 허우적거릴 때만 해도 집에 가자던 -_-; 김원장이었지만 저녁 때 증상이 완화되면서는 여기 브라가에서 1박을 더 하는 것으로 마음을 돌렸다가 결국 오늘 아침, 우리는 브라가보다 고도가 180m 더 높은 마낭으로 조금이라도 더 고도를 올리는데까지 마음이 동한다. 만약 오늘 브라가에서 묵는다면 내일의 목표인 4,018m의 야크 카르카(Yak Kharka)까지 아무래도 그만큼 더 힘들어질테니까. 풀만이 마낭 물가가 비싸다고는 했지만, 뭐 하룻밤 머무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리고 네팔 기본 물가가 있는데, 사실 아무리 비싸다고 해봐야 한국과 비교해보면 깨갱인 수준이잖아.

 

어쨌거나 오늘 여기 브라가에 머물지도 모른다고 했다가 다시 마낭으로 가겠다고 하는 팔랑 우리들 때문에 풀만까지 갈팡질팡이다. ㅎㅎ 그젯밤 이후로 급 친해진 이스라엘팀들은 어제 upper trail을 밟은 뒤 대부분 맛이 갔는지 -_-; 오늘 마낭까지 못 가고 브라가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단다. 우리만 고산병으로 허우적거린게 아니라는데서 오는 이 묘한 안도감은 대체 뭐냐.

 

어제는 160m를 올리는데도 5시간이 걸리는 긴 길이었지만, 오늘은 조~오기 내다보이는 윗 마을 마낭까지 180m를 올리는데 20분이면 간다니까 평소처럼 일찍 길을 나설 필요도 없다. 오히려 너무 일찍 가면 방 정리가 채 안 되어 있을테니 브라가에서 최대한 늘어지다 가야지. 아침으로 핫케이크를 주문해 방으로 들고 내려가려는 내게 주인집 아들이 아는 척을 한다.

 

"남편분 몸이 안 좋은가봐요?"

"예, 고산병이 왔나봐요"

"무슨 증상이 가장 심하데요?"

"두통이요"

"그럼 물을 많이 마셔요. 두통에는 물을 마시는게 최고 좋아요. 낮에 3리터, 밤에는 1.5리터 정도 마시면 좋아질거여요"

 

그의 친절한 충고가 고마워서 물 한 병 더 주문한다. 이제 물 한 통에 125루피나 하는구나. 그건 그렇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럼 하루에 4.5리터를 마시라는 소리인데, 헉, 그건 너무 심한 양 아닌가? 하루종일 소변 볼 일 있나... 아니면 내가 또 잘 못 알아 들었나? -_-; 이리도 겸손한 영어 실력이라니.  

 

아직 완벽한 몸 상태로 돌아오지 못한 김원장은 여전히 식사를 제 양껏 하지 못 하는 모습이다. 쩝. 아쉬운 척 기쁘게 내가 다 먹어치운 뒤 -_-; 이미 떠날 사람은 모두 떠나버린 롯지에서 전망 좋은 2층의 야외 식탁에 앉아 광합성 놀이를 하기로 한다. 

 

<브라가 옛마을의 곰파. 많이도 티벳스럽다>

 

보이나니 낯설고도 이국적인 설산 풍경이요,

들리나니 오직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들 뿐.

어찌나 조용한지 새 날갯짓 소리마저 귓전에 울려오는데,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이런 데 살면 어떨까, 생각이 절로 모락모락 나더라. 물론 곧 이성을 되찾고 -_-;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는 평소 주장으로 되돌아 왔지만(현재 내 싸이 대문에 걸린 글 역시 世與靑山何者是 春光無處不開花). 

 

브라가의 한 숙소에서 한국을 떠나 네팔에 도착한 뒤로 가장 평안한 시간을 얼마간 보내고 난 뒤, 이제 드디어 마낭으로 출발.

 

 

 

보시는 바와 같이 브라가-마낭 구간은 (거리 자체가 멀지도 않지만) 대부분 평탄한 길로 이루어져 있고, 마낭에 거의 다 와서야 경사길을 오르게 된다.

 

 

 

 

'천천히 가도 20분'이면 이른다는 길을, 김원장이 어제의 괴로웠던 기억 때문인지 젖먹던 힘을 다해 기.어.가.느.라. 40분이 걸렸다는. ^^;

 

 

풀만 먼저 우리 배낭을 맨 채 마낭으로 입성하고,

 

 

마낭에서도 네팔리 인사 나마스테~ 대신 티베탄 인사 타쉬델렉~으로 맞아주는 센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나마스테~ 인사에는 나마스테 답인사를 받곤 했는데 타쉬델렉~으로 던지는 인사에는 아무도 반응을 안 해주시더라는. 정녕 내 발음이 엉망이었던겐가(그래도 티벳에선 먹혔는데), 아님 다른 사연이라도 있는겐가.

 

 

<지도상에 우리가 마낭에서 묵었던 Hotel Yeti 가 보인다. 트레킹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수많은 롯지들의 이름이 하나같이 재미나게 의미심장하다는. 그건 그렇고 마낭에 정말 Yak Hotel이 있긴 있는데 어제 우리가 묵었던 브라가의 New Yak Hotel과 관련이 있을까?>

 

 

마낭을 들어서는데 HRA라고 히말라야 구조대(?)에서 만들어놓은 고산병(AMS) 관련 표지판이 있더라. 말 그대로 해발 2,500m에서부터 증상이 올 수 있으니, 2,500m 지점부터 잘 보이는 곳에 만들어 세워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여하튼 트레킹을 하다가 두통, 식욕부진, 어지럼증, (별 짓 안 했는데도) 쉽게 오는 피로감 따위의 증상을 느낀다면 더 이상 고도를 높이지 말고 쉬면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할 것. 하루 지내보면서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고도를 높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산. 더욱 심한 증상으로 피로감이 심해지고 심한 두통, 술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걷는다거나 구토 등이 일어나면 얼렁 하산! 하산! 하산! 하라네(이 표지판을 본 이후로 저 디센드! 디센드! 디센드!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유영해 다니더라).

이외 내가 예전에 중국 쿤밍에서 겪었던, 고산병으로 의심되는 마일드한 증세로는 오심(속이 울렁울렁),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등이 있으며, 티벳 카일라스 여행시 일행이 겪었던 심한 증세로는 피 섞인 가래 기침(객혈이라 해야하나 토혈이라 해야하나)이 있고, 이외 다른 분들이 겪었다고 말씀하시는 기타 증세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이유없이 눈물을 흘린다거나, 화를 낸다거나 등 -_-) 한다고.

 

고산병에 관한 정보를 뒤적이다 보면 그 밖에도 너무 다양한 증세가 등장하는지라 우리는 평소와 조금 다른 짓을 할 때마다 서로 고산병이 왔구나, 또 고산병이 왔어, 하면서 끊임없이 놀려대곤 했다. ㅋ

 

마낭에서 우리가 묵은 숙소는 다음과 같다.

 

명칭 : Yeti Hotel (나는 왜 이 이름이 그리 웃길까. 이 동네가 아니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이름이라는 생각에 -_-)  

트윈룸 숙박비 : 300루피 (화장실 딸린 방) 브라가에서 오전 9시 50분 출발, 마낭에는 그로부터 40분 후인 10시 30분에 도착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낭에 도착해 이 숙소에 들어섰을 때는 시간상 당연하게도 우리가 이 집의 첫 손님으로, 그동안의 일정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한, 비어있는 방들을 다 구경하고 가장 맘에 드는 방을 골라 묵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2층의 가장 볕이 잘 드는(그래서 따쓰한), 삼면으로 창이 난 방을 선택했는데, 방도 넓은 편이고 화장실도 딸린데다가 그 삼면으로 보이는 풍경이 하나같이 맘에 들어서 이 집의 이 방을 지금까지의 여정 중 가장 좋은 방으로 매기는데 서로 동의했다.   

샤워실 :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방에 딸린 화장실의 수도에서 따뜻한 물이 나온다. 3,500m 이후로는 고산병 때문에 머리도 감지 말라는 말이 있으므로 마낭에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호사되시겠다(방에서 머리를 감기는 카트만두를 떠난 이후 처음!). 

특이사항 : 오후 5시부터는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돌린다. 배터리 충전 가능(시간당 50루피). 그 밖에 숙소 입구에 빵집이 딸려있는데 여기가 히말라야 산중마을 마낭임을 고려한다면 거의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나다(마낭에는 빵집이 몇 개나 있다). 분위기도 좋고. 참고로 빵집 안쪽으로 인터넷 카페도 있는데 가격은 터무니 없이 비싼 편이다(분당 25루피/한 시간에 1200루피).

 

 

우리 방 (아마도) 남쪽으로 난 창으로는 브라가 방면에서 열심히 올라오는 트레커들 모습을 모두 볼 수 있고,

 

 

서쪽으로 난 창으로는 강가푸르나(Ganggapurna 7,454m) 줄기로 생각되는 설산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고,

 

 

북으로 난 창으로는 이렇게 성과 속이 어우러진듯한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마낭에 도착, 얼마간 쉬더니 이제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식욕을 찾은 김원장, 점심으로 김치라면과 맛있는라면 하나씩 먹기로 하고 라면 익기만을 기다리면서 창 밖 구경 - 엇, 쟤는 그 때 걔 아냐?, 어, 쟤네들 또 여기서 만나네... 슬슬 익숙한 얼굴들이 마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맛있게 식사를 한 뒤에는 볕 들어오는 자리 졸졸 따라다니며 양말 뽀송뽀송하게 말리는 작업에 돌입.

 

그리다 슬슬 마낭 탐색에 나선다. 우선 여기서 구입하기로 했던 선글래스부터 찾아나서 봐야지. 선글래스는 숙소와 붙어있는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몇 개 모델 중 하나를 선택했다. 가격표에는 500루피라고 쓰여 있었는데 300루피만 받으시니 어쩐지 땡잡은 느낌. 그닥 좋은 물건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마을의 고립 정도를 고려해 볼 때는 저렴한 가격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숙소 맞은편에 위치한 롯지. 베시 사하르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면서와 참제에서 잠시 쉴 때 만났던 한국인팀이 한 분씩 한 분씩 멀리서 보기에도 조금은 힘겹게 마낭으로 걸어들어오시더니 이 숙소로 들어가셨다. 나중에 보니 우리와 이미 안면을 튼 중국인팀도 이 숙소에 자리를 잡았더라. 힘겹게 숙소로 들어가시나 싶었던 한국분들은 다시 차례로 한 분씩 한 분씩 나와 당신 침낭들부터 나란히 햇볕에 널어주시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우리는 빙그레.

 

 

그리고 만난 작은 점방. 정겨운 한국어, 안나푸르나 숍과 그 아래 Cheaper가 또 한 번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그래, 앞으로 마낭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여기서 다 구입하자. 굳이 Cheaper라 쓰지않아도 일본어로 뭐라뭐라 쓰여있으면 보통 다른 곳보다 저렴한 곳이 많더라.

 

 

 

마낭이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마을이라더니 뜻밖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삐뚤빼뚤 영어 스펠링 속에서 찾아낸 익숙한 영화 몇 편, 제목 몇 개만 봐도 어찌나 "여기"스럽던지 ; 인투 씬 에어, 티벳에서의 7년, 쿤둔, 버티칼 리미트 등등. 이 정도라면 정말이지 어지간한 문화 생활도 가능하겠는데?

 

 

남들은 마낭에 머물면서 고도 적응을 위해 근교 여기저기를 다녀오기도 하던데, 이미 한 차례 고산병으로 생고생을 한 우리 부부는 겁이 나서 차마 어딜 더 다녀오겠다는 욕심을 못 부리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늘은 일단 이 고도에서 벗어나지 말자, 우울한 합의를 본 뒤 그냥 이 지도를 사진으로 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에 오면 말이지 - 이 막연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가정, 다음에 다시 온다면 - 마낭에서 며칠이고 묵으면서 마낭 주변 사방 팔방으로 저 표지판에 소개된 12개의 코스를 다 밟아보자고! 

 

 

마낭이 사실 제법 커서 그렇지, 차가 다니는 길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가(내겐 오늘로 걷기 시작한지 벌써 7일째다). 그런 걸 가만히 떠올려보자면 이 골목길을 까르르 웃으며 지나다니는 아이들이나 동네 우물가에서 긴 생머리를 거꾸로 풀어헤친 채 머리를 감는 아낙네나 촛점을 잃은 듯 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노인들이나 지금 이 자리를 매일같이 지키며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살아왔을 것이고, 저기 저 할머니는 산너머 어딘가에서 시집을 오셨을지도 모르고, 지금은 세상 모르고 삼삼오오 어울려 해지는 줄 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들은 언제고 이 곳을 벗어나 어지간해선 다시 이 곳 고향을 찾아오기 어려운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지. 그들의 일상 모두에 빛이 가득하길.

 

그러나저러나 이 골목 한켠에 현지인들만이 찾는 작은 식당겸 카페 같은 게 있다. 다음엔 이 집을 한 번 시도해 봐? 머무는 시간이 길어야 그들과 좀 더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을텐데, 오늘 같아선 그 깊숙한 공간 속으로 아쉬운 시선 잠깐 던져보고 돌아설 수 밖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마낭 마을을 벗어나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이름도 멋진 '강가푸르나 호수'가 나를 맞는다. 때깔 한 번 죽이는군. 둘레를 도는 코라 코스라도 있다면 멋질 것 같다.

 

 

정면으로는 내일 우리가 가야할 길, 야크 카르카 방면. 제법 경사가 되어 보이는터라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벌써부터 살짝 긴장이 된다. 과연 내일, 저 길을 별 탈 없이 오를 수 있을까? 흠... 눈 앞에 보이는 저 마을이 마낭과 고도차가 400m 가량 벌어지는 군상(Gunsang)이라면, 어쩜 저 군상에서 내일 하룻밤 신세를 져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라리 저 길을 미리 보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나... 잠시 생각. 에라, 잊자! 가능하다면 -_-;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길,

 

 

그들에겐 이 풍경이 더 이상 경건하다거나 신성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신비스럽다거나...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거라는게 오히려 더 신기한. 그렇다고 그 반대로 지겹다거나 척박하다거나 지긋지긋하다거나 삭막하다거나... 그렇게만 느끼신다면 나는 좀 우울해질지도.  

 

 

 

돌아오는 길에 낡을대로 낡아버린 마니차들을 만나다. 마니차를 뭘로 만드나, 그간 궁금하게 여긴 적은 없었으나 경전으로 둘러싸인 겉옷을 잃어버린 속내를 보게되자, 어라, 이건 분유통?

 

 

숙소로 돌아오다 이스라엘팀 한 무리를 만난다. 알려준 대로 오늘은 브라가에서 고도 적응차 묵고 있지만, 내일을 위해 연습 삼아 마낭까지 나들이를 나왔다고 한다. 역시나 빵가게를 전전하며 먹을 빵들 구입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가 걱정했던(=우리와 함께 아랫길을 택했던) 여성 팀원 하나는 오늘도 얼굴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여전히 고생 중인가보다. 쯧쯧. 여하튼 우리도 빵순이에 동참, 거금을 들여 초코 브라우니 한 쪽을 먹고(85루피), 

 

 

이후 이 맛을 못 잊어 또 한 쪽 사러 나왔다가, 브라우니 매진 사태로 인하여 초코 데니쉬 한 쪽 더 ^^ (70루피) 먹어치운다. 왜 이런 데서 먹는 빵은 더욱 맛있을까.

 

방으로 돌아와선 <상사부일체> 관람. 캐스팅은 화려한데 어째 내용이 예전 시리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김원장은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간만에 영화 본답시고 집중한 탓인지 다시 두통이 오는 것 같다나 -_-; 영화를 보다보니 삼겹살 먹는 장면이 나와서 삼겹살에 꽂힌 우리, 얼른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올라갔으나(이 숙소 식당은 꼭대기층에 위치) 비슷한 메뉴는 당연 안드로메다에. 우리 한국 가면 꼭 삼겹살 먹자~ 아니, 아니, 포카라에서도 판데.

 

결국 오늘의 저녁 메뉴로 김원장은 맨 밥 한 접시, 뜨거운 물을 주문하여 북어국에 고기볶음 캔 따서 반찬 삼아 먹고, 나는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국수는 거의 툭바에 어울리는 칼국수 비슷한 놈에 소스는 정체불명. 거의 국적불명의 비빔국수를 먹었다. 역시 밥 만큼은 어제 브라가 의 New Yak가 최고였어.

 

깜깜한 계단과 복도를 되짚어 어두운 방으로 돌아오자(헤드랜턴은 왜 하나만 준비해 와가지고 내내 번갈아 어둠의 자식으로 살아야했던 우리),

설산과 어우러진 별밤, 달빛이 환하게 비춘다.

 

어디 보자, 오늘 너는 반달이구나. 

 

토룽 라를 오르는 날도 오늘처럼 밝아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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