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김원장과 함께 장기여행을 하면서 내가 붙여준 별명이 ‘예끼’인데 이는 ‘민한 토’의 준말이다. -_-; 예끼 김원장은 지난 밤 내내 코골이 합주 속에 괴로운 밤을 보낸터라 아침부터 심기가 썩 편하질 않다(반면 나는 이런 침낭 속 김원장을 번데기 마냥 냅두고 사막에서의 일출을 본답시고 동트기 전부터 설레발떨며 왔다리갔다리 해대고).

 

일행 모두들 오늘 오전 10시 버스를 타고 카이로로 이동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전 일정을 조금 서둘러야 했다(사실 우리는 이 곳에서 투어를 마친 뒤 비조를 타고 사막을 가로질러 룩소르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영선씨왈, 동행이나 비용 문제는 둘째치고 요즘 엄청난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철이라 위험할 수 있다고 하시며-그래서 카이로에도 그리 바람이 불었나?- 카이로로 되돌아가 룩소르로 갈 것을 권하시더라. 그래서 우리도 다른 이들과 함께 카이로로 일단 후퇴하기로 했다). 이집트식 빵과 잼류, 과일과 차 등으로 풍성히 차려주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캠프를 거둔 뒤 하룻밤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준 백사막을 뒤로 하고 다시 바하리야 오아시스 마을로 향한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핫스프링에 들러 대충 씻기도 하고.

 

미리 예매를 부탁해두었던 카이로행 버스표를 영선씨로부터 받아들고, 영선씨의 귀여운 아들 미도(그래서 미도 트래블이라 이름 붙이신 듯)와도 빠이빠이를 하고 바하리야발 카이로행 버스에 오른다(25파운드/인. 배낭당 1파운드. 카이로에서 올 때는 살짜쿵 바가지를 쓴 건가 -_-). 예끼 김원장은 이 곳에 올 때처럼 내심 맨 앞자리를 기대한 모양인데, 우리에게 주어진 좌석은 거의 중간쯤이다. 실망한 김원장이 그래도 처음에는 그럭저럭 차 안에서 어제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가 싶더니 이내 덜커덩거리는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약하게 멀미를 겪기 시작한다(아닌게 아니라 복도쪽 내 좌석 바로 옆으로 이미 오래 전에 그 기능을 상실한 중간 출입구가 있었는데 뒷좌석 승객 하나가 그리로 와서 계속 게워내는 바람에 나 역시 스테레오로 괴로웠다 -_-). 게다가 카이로 외곽에서부터는 계속 차가 막히는지라 김원장의 불쾌함이 증폭된다.

 

카이로에 내리니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그 길로 이미 오늘 밤 룩소르행 기차표를 예매해 둔 여성동지 두 분은 서둘러 박물관으로 가시고, 아직 표를 구하지 않았다는 남성동지 두 분은 우리와 함께 내일 오전 룩소르행 기차표를 예매하러 가까운 기자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한다(어제 확인해보니 일행 모두의 다음 행선지는 룩소르/아스완이 있는 상이집트였다). 김원장은 뭐가 뒤틀렸는지 지하철역에서 그들과 함께 패스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끊더니 정작 개찰구에서 우리는 숙소로 먼저 돌아가 쉬었다가 이후 기차표를 예매해야겠다며 기차역으로 가는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헤어진다. 내 김원장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제 코골이의 주범인 그들에게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어서 이후로도 계속 같은 일정으로 엮이기 싫었던게 아니었을까. ㅋㅋ

 

결국 다시 원래 묵었던 킹스팰리스로 기어 들어온다. 체크인시 아침이 좀 부실한 면이 있어 조식 불포함의 조건으로 방 가격을 깎아보려 시도하지만 그리는 안 된다네. 대신 지난 번 묵을 때 140파운드라던 발코니 딸린 방을 기존에 지불했던, 발코니 없는 방 가격인 120파운드와 맞춰 준단다. 처음엔 발코니 딸린 방이 좀 시끄러울 것 같았는데, 막상 지내보니 나름 머물만 하다. 무엇보다도 발코니에서 내려다보이는 골목의 광경이 중동의 어디라기보다는 유럽의 뒷 골목 어드메 분위기가 풍긴다.

 

- 우리 내일 룩소르 안 가? 가려면 오늘 미리 표를 예매해야 할텐데?

- 좀 더 생각해 보고.

 

오늘의 짧은 이동도 쉽지 않았는데 룩소르를 간다면 (비록 기차이긴 하지만) 근 두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긴 이동 자체가 부담스러운지 김원장이 저녁 산책 중 여행사에 들러 국내선 비행기를 알아본다. 가이드북에 언급된 고가와는 달리 국내선 가격은 나름 합리적인 수준이다(특히 이용객이 적은 새벽 비행기가 저렴한데 카이로-룩소르 300파운드, 카이로-아스완 320파운드 정도란다). 그럼 또 비행기를 타는건가? 이번에 에티오피아에서 이집트로 오면서 비행은 이제 당분간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물어본다.

 

-  그럼 우리, 비행기타고 내일 룩소르로 가?

-  좀 더 생각해 보고.  

 

아무래도 내일 룩소르 가긴 글렀지 싶다. ^^; 예끼의 증상이 언제나 풀리려나?

 

@ 바하리야 오아시스 투어에 관한 정영선님의 글(작성시기 : 1년 전쯤)


[사막] 바하리아 버스 이용방법과 사막투어 선택요령

 

바하리아 오시는 버스는 주로 투루고만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아침 7시, 8시 두 버스를 많이 이용하고 계시는데요. 이 버스는 시내 이곳저곳을 빙빙 늑장 운행하여 1시간뒤 문입 버스정류장을 거쳐서 바하리아로 옵니다. 문입 버스정류장에서는 8시와 9시에 타실 수 있는거죠. 문입 버스정류장은 기자 메트로역이나 기자 기차역에서 택시로 5분 내외이며(교통체증시간은 제외), 버스 티켓 예매도 가능합니다. 투루고만에 비해 도저히 버스정류장같이 생기지 않은 고가다리 밑 주차장같은 곳이니 첨 도착하셔서 놀라지 마세요. ^^ 오후 2시,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며, 이 버스는 투루고만 출발이 아닌 문입 출발입니다. 오후 6시 투루고만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아침버스를 놓치신 경우 문입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마이크로버스(봉고)정류장으로 가셔서 수시로 출발하는 마이크로버스로 바하리아에 오시는 방법도 있어요. 가격은 버스와 동일하게 주시면 되구요(외국인 25파운드). 정규버스보다 조금 일찍 도착합니다.
차에 타기 전 기사에게 꼭 가격을 확인해야하며, 바하리아 도착후에 말을 바꾸어 돈을 더 달라거나, 커미션을 주는 투어캠프로 데려가는 경우가 있으니, 원하시는 캠프를 미리 말씀하시고, 돈을 더 달라고 하면 경찰서로 가자고 하세요~ 바하리아 경찰서장 아저씨는 외국인에서 아주 친절합니다..^^

마이크로버스는 정원 10명~12명이 모여야 출발하니, 좀 지출을 하고라도 시간을 절약해야하는 사정이라면 마이크로버스를 전세내는 방법도 있어요. 비용은 250~300파운드정도이고 3시간가량 소요됩니다.

정규버스는 투루고만에서 바하리아까지는 5시간 가량이 소요되며,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번 쉬었다 옵니다. 이곳 휴게소는 무척 바가지가 심하니 조심하세요. 홍차는 1파운드, 작은 유리병에 든 과일쥬스가 2.5파운드가 현지인 가격이며, 외국인에게는 2~5배를 부르니 잘 흥정해서 사세요~

바하리아에 도착하면 투어관련 현지인들이 주위를 뺑 둘러싸 호객을 하며 엄청 싼 가격을 불러댑니다. 싼 가격을 선택하면 정비 안 된 차량과 부실한 식사, 불친절한 가이드(팁을 당연 안줄꺼라 생각하니까^^)에다가 부실한 투어 프로그램(아스팔트로를 쭉 따라가 올드 화이트 데저트만 조금 보여줌)이 당연히 뒤따르니, 적정가격(바하리아 기본가격 4명기준 1인당 150파운드)을 주시고 차량상태를 확인하시고, 투어프로그램도 확인하시고(오프로드인지), 생수, 치킨, 3끼 식사제공, 과일, 시샤 등이 포함되는지 후불로 지불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참 여름에는 아이스박스가 있는지,아이스박스에 아이스가 있는지도 확인하세요..ㅋㅋ

혹 여성여행자들로만 이루어진 팀의 경우 가이드가 터무니없이 싼가격을 제시한다면...
분명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은 것임으로 절대 따라가서는 안 된답니다. 대사관이나 현지 경찰을 통해 들으니 간혹 사고가 있는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애교 많은 한국여학생들의 흥정방법을 현지인들이 오해하는 수도 있어요(자기에게 관심있다고..^^) 문화적 차이가 크니, 조심하세요~


그리고 투어에서 친절한 가이드를 만났다면, 헤어질때 가이드에게 적정한 팁을 잊지마시길…

이슬람에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희사를 하는 것은 의무같은 것이죠.
이집션들은 부자들만 해외여행을 하므로 여행자들은 아주 부자인셈이죠..
익숙치 않은 팁문화라 잊으시는 분이 많은데... 야박한 한국인들이란 말을 많이 한답니다.ㅠㅠ

카이로로 돌아가시는 버스시간표는 06:30, 10:00, 12:30, 15:00, 00:30의 5차례가 있습니다.
낮 12:30과 밤 00:30은 다클라출발 버스로 좌석 예매가 안되어 버스승차후 표를 사야하니 입석을 끊으실 확률이 높아요. 1박 2일 투어를 하신 경우 오전 10시 버스나 오후 3시 버스를 많이 이용하시는데 10시버스를 타실 경우 카이로에 오후 3시경 도착하여 카이로일정을 좀 더 늘릴수 있구요. 대신 사막에서 좀 일찍 일어나셔야 해요. 오후 3시의 경우 사막투어가 11시~12시경이 끝나니 점심식사(투어 불포함)후 바하리아오아시스를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전날 백사막 출발전에 버스정류장에서 표를 꼭 확보하세요. 가격은 22파운드에요. 카이로 출발은 25파운드인데 왜 다른지는 저도 아직 이유를 못찾았어요.^^

바하리아에 오시면 저희 투어를 하시지 않더라도 시간나시면 들러서 차 한잔 하시고 가세요~
제 말동무도 되주시구요.^^ 언제라도 환영이랍니다. 다녀가신 손님들이 출국하시면서 백사막에서의 밤이 최고 하이라이트였다고 전화주실때마다 제 사막도 아닌데... ^^ 아주 뿌듯하답니다. 여러분도 이 매력을 꼭 느껴보시길 바랄께요.

 

@ 참고로 투어후 팁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출발전 영선씨댁에서 식사를 할 때까지는 우리과 그들이 각기 다른 팀으로 대우를 받았지만, 출발후에는 차에 탄 인원수만 달랐지, 마치 한 팀처럼 일정도, 식사도, 잠자리도 함께 한 사이였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따라온 현지인 3분(드라이버 3+악사1)에 대해 팁을 각자 얼마나 걷고 어떻게 배분해 주어야하는지 살짝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그 쪽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물어보니 1인당 5파운드씩 걷어 20파운드(우리 돈으로 4000원이 채 안 된다)를 만들어 본인들 팀의 드라이버에게만 주기로 했다면서 우리에게 살짝 미안해하는 눈치다. Okay, 돈 많은 -_-; 우리가 총대를 매자. 일행 중 누군가는 부모님께 받는 한달 30만원의 용돈을 아껴가며 이번 여행의 경비를 만들었다지 않은가? 우리가 다른 두 명을 모두 책임지기로 하고 각자에게 5불씩 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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