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버스표를 예매해 두지 않은 탓에 조금 일찍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택시를 흥정해 잡아타고 투르고만 버스 터미널로 간 뒤 바하리야행 버스 티켓 매표소를 찾아가니 오늘은(오늘만? 영어가 잘 안 들린다 -_-;) 버스 안에서 그냥 표를 사라고 한다. 탑승장으로 내려가니 여기저기서 우리를 향해 바하리야를 가냐고 먼저 물어오며 승강장 번호를 알려준다. 그 승강장 앞에서도 누군가 서서 얼른 오라 손짓하고 있고. 분위기가 왜 이래?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니 우리 짐을 받아들어 이미 정차하고 있던 버스에 후다닥 싣는다(짐값조로 배낭당 2파운드). 그리고 우리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그냥 부르릉~ 출발!

 

? 어제 바하리야측과의 통화로는 카이로발 바하리야행으로는 7시와 8시발 버스가 있고 이 중 8시 차를 타고 바하리야에 오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가 분위기에 휩쓸려 확인도 제대로 안 해보고 허겁지겁 올라탄 버스는 7시 30분, 투르고만을 떠난다(27파운드/인). 이게 대체 몇 시 버스지?

 

소문대로 투르고만에서 발차한 버스는 카이로 시내를 가로질러 문입 (간이) 터미널에 또 한 번 정차하는데, 터미널간 전산화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지 분명 미리 티켓 예매를 해 온 사람들 몇이 앉을 자리가 없어 운전사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게 중에는 어린 아이와 할머니, 여성들이 섞여 있는지라 예매도 안 하고 그냥 버스에 올라타 편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우리로서는 조금 가책이 느껴진다(결국 그들은 복도며 차장 자리등에 대충 앉거나 서서 가는 모습이다).

 

카이로를 벗어나니 곧 사막지대다. 이래서 나일강에 대한 찬사가 그 긴 세월 동안 그리도 구구절절 많은 거겠지. 차선은 넓지 않지만 소통량 또한 많지 않은지라 버스는 무서운 속도로 도로를 내달린다. 중간 휴게소에서 한 번 정차하고 꾸벅꾸벅 졸다 깨다 바하리야에 도착. 바하리야 버스 정거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던 정영선님의 남편분, 모하멧까지 일사천리로 만날 수 있었다.

 

알고보니 오늘이 바로 이집트의 섬머타임이 시작되는 날이었단다(나는 5월 1일부터라고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4월 마지막주 금요일부터라나?). 이로 인해 우리 둘을 제외한 다른 한국분들은 차를 놓치는 바람에 현재 미니버스를 잡아타고 바하리야로 오고 있는 중이라고. 아하, 그래서 아까 예매를 하고도 버스 좌석을 잡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었나 보다. 우리는 모하멧과 함께 곧 도착할 예정이라는 한국분들을 기다린다. 30분 정도 기다리자 미니버스에 구겨져 탄 그들이 도착했는데 척 보기에 푸릇푸릇한 젊은 청춘들이다. 그것도 쌍쌍 ^^ 아… 좋을 때군, 좋을 때야.

 

그들과 함께 정영선님 댁으로 가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들은 우리와 단지 5분 차이로 버스를 놓쳤다더라.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 역시 버스표를 예매하고도 섬머타임이 시작되는지 몰라 표는 표대로 날리고 결국 그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예까지 왔는데 미니버스 좌석이 불편해서 매우 고생스러웠다고 한다. 조금 서둘렀던 우리가 얼떨결에 운이 좋았던 셈이다. 그리고 내가 쌍쌍으로 생각했던 그들은 모두 서로 모르는 사이로(이 아줌마의 막나가는 오버라니 ^^;) 여성분들 둘은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함께 이집트를 여행하기로 한 사이고, 함께 온 남성분들 둘과는 카이로의 유명 배낭여행자 숙소에서 만났다고 한다. 거기에 남성분들 중 한 분은 일본인이기까지 ^^; (그런데 다른 한 분의 일어 실력이 워낙 유창하신지라 그와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 정영선님이 차려주시는 맛난 점심(현지식이라고 하시는데 거의 우리 입맛이더라는)을 먹는데 그들 따로 한 상, 우리 따로 한 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결국 팀대로(=한 차량) 상을 받은 셈이 되는데 한창 나이인 그들과(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도 아주 한창은 아니두만 ㅋㅋ) 늙은 우리가 같은 양의 상을 받자니 좀 미안해서 그들에게 우리 몫의 빵을 나눠 넘겨주었더니 정영선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얼른 빵을 더 가져다 주셨다. 식사를 하면서 분위기를 보자니 그들 모두 우리보다 웬만큼 어려보이는데다가 성격들도 무난해 보인다. 김원장, 어때? 우리 오늘 저들과 따로 자? 아님 같이 자? 김원장이 같이 노는데 OK를 한다.

 

식사 후 그들이 한 차에 타고, 또 다른 차에는 우리 둘과 또 한 명의, 일명 헬퍼라는 현지인까지 더해 운전사 포함 모두 9명이 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 차의 운전사는 모하멧의 동생이라는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내 히히덕 웃음을 달고 있었던지라 마치 그가 놀러온 관광객이고 무덤덤한 우리가 여기 사는 베두인같더라. -_-;

 

흑사막과

 

 

 

 

 

 

 

크리스탈사막,

 

 

 

 

 

 

 

그리고 메아리가 울린다는 모래사막까지 차례로 들린 뒤  

 

 

 

 

 

 

 

 

 

마지막으로 오늘의 야영지인 백사막에 이르러 일몰 감상을 했다. 소문대로 앞선 사막들보다는 백사막이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긴하다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스타워즈 세트장스러웠다(대충 그림이 그려지시는지?). 

 

 

 

 

 

 

 

 

그 찬란한 빛을 조용히 잃어가는 태양을 남겨두고 우리끼리 모랫바닥에 모여 앉아 노가리를 까며 히히덕거리다보니 –민증을 까보니 역시나 김원장이 제일 늙은이다(물론 나는 두번째 ^^;). 제일 어린 일본인은 거진 김원장 나이의 반토막에 불과했고. 오히려 내가 학생일거라 생각했던 다른 한국인들 모두는 나이가 제법 든, 직딩들과 취업 준비생이었다- 어느새 드라이버겸 스태프들이 우리가 잘 곳을 꾸리고 불을 피우고 저녁도 준비해 놓았다.

 

 

 

수많은 별빛 아래 예상보다 그럴싸한 저녁상이다. 모닥불에 오랜시간 공들여 구워낸 맛난 닭다리 하나씩 뜯고 볶음밥도 제법 입맛에도 잘 맞고 말이다. 저녁 식사 이후로는 모닥불가에서 우리 차에 함께 탔던, 자칭 헬퍼라고 따라왔던 ‘그 분’의 공연이 이어진다. 베두인의 전통 악기라는 북을 하나들고 제법 근사한 목소리로 북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 분은 단순 헬퍼가 아니라 악사였던 셈이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장단과 리듬, 곡조였던지라 분위기 따라잡기 어려웠지만, 이후 흥얼흥얼 따라하기가 가능해지면서 자리에 슬슬 흥이 돋자 다른 드라이버들도 번갈아 노래를 뽑기 시작했는데 역시 우리의 ‘프로(?)’ 악사 노래가 가장 듣기 좋더라.

 

 

 

 

사막에서의 야영이라고 해서 썸씽 스페셜을 기대했건만 너무 기대를 해서인가,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던 사막에서의 야영과는 좀 차이가 있다. 지금 나를 둘러싼 환경은 상상속의 그것에 비교해 볼 때, 좀 더 환하고 좀 더 소란스럽고 좀 더 편안하다. 일행 중 누군가는 베두인의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뽑기도 하지만(젊어서 좋구나!), 우리는 (늙은이답게 ^^)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모랫바닥 위에 카페트 따위를 깔고 얇은 매트리스를 더해 마련해 놓은 잠자리에 바로 오늘을 위해 그간 내내 배낭 속에 넣어다녔던 우리 침낭을 부려 번데기마냥 들어가 누워본다. 흠, 하늘에 별이 참으로 많구나. 하지만 그 뿐, 더 이상의 감흥은 없다. 그동안 너무 좋은 곳을 많이 다녔나보다.

 

그래도 침낭 안에 누워 바라보는 달이 지평선 너머에서 떠올라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김원장은 설익은 잠에 들었지만, 내가 아직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을 본 드라이버가 팝콘을 튀겨줄 테니 먹고 자라고 한다. 중국이라면 대부분의 요리에 커다랗고 둥글게 패인 후라이팬을 사용했겠지만, 여기에서는 옥수수를 튀기는데 펑퍼짐한, 그러나 꽤나 큰 양은솥을 사용한다(그러고보니 아까 먹었던 맛있는 저녁식사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여 조리했는지 궁금해진다. 조리대의 뒤를 돌아보니 가스통이 보인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가스통을 실어와 연결하여 말 그대로 가스렌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막 한 복판에서 가스렌지라니… 너무 안 어울리는 그림이다). 거기에 기름을 두르고 마른 옥수수알을 적당량 넣는다. 뚜껑을 닫고 얼마간 기다리니 펑펑 옥수수알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갓 튀겨진 뜨거운 팝콘을 한아름 받아들고 먹다보니 짭잘한 것이 딱 집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그 맛과 동일하다(역시 사막 분위기 안 난다 ^^;). 여기가 영화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들로 가득히 수놓아진 밤하늘의 스크린을 바라보며 따끈하고 고소한 팝콘을 집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소리, 노래소리가 모닥불마냥 잦아들고 일행들이 하나 둘씩 잠자리로 기어들어온다. 드라이버는 친절하게도 각자의 침낭 안에 들어간 우리 위로 담요를 하나 둘씩 덮어준다. 이 정도라면 사막의 밤이 빚어내는 웬만한 추위에도 끄떡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이들 넷 모두 우리보다 짧은 일정과 가벼운 지갑으로 여행을 나온 이들이다. 그러니까 오늘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널럴한) 우리보다 훨씬 피곤한 일정을 감행해 온 것이다. 순식간에 이들 대부분이 코를 골기 시작한다. 김원장은 옆에서 누가 코를 골면 잠을 자지 못하는데 -_-;

 

그들의 코고는 소리와 김원장이 괴로움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소리가 섞이며 사막에서의 밤이 깊어간다.

 

 

@ 바하리야에는 현지인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분이 두 분이나 살고 계신다. 한 분은 정영선님, 다른 한 분은 이경미님이며 두 분 모두 바하리야 사막 투어를 취급하시는데, 평을 보면 양측 모두 투어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우리의 경우에는 사막 투어후 비조라는 것을 타고 룩소르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미도 트래블(미도 사파리 투어)의 정영선님(휴대폰 012-022-1227)께 미리 연락을 취했더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글 안내문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정영선님의 남편, 모하멧씨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외 다른 여러 호객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경미님(012-602-9278)의 남편분, 하마다씨(hayadam16@hotmail.com)도 나와계셨는데, 마찬가지로 인상 좋으시더라.

1박 2일 사막 투어에 사용되는 사륜구동 차량 한 대를 빌리는 가격은 600파운드로 4명 정도 타면 적당한 수준이며 여기에는 도착한 날 점심과 사막에서의 저녁, 다음날 아침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행사에 따라 가격과 포함 내역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무래도 한국인 손을 잡게 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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