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전기가 들어왔을 때 놀아줘야 한다고 늦게까지 TV를 봤더니만 -_-; 오늘 좀 늦게 일어났다.

 

아침으로 어제에 이어 또 팬케이크 주문해 먹고,

 

 

쭈욱 늘어놓은 수많은 망고가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익어가고 있길래(하루에 4개씩 먹어치우기로 했는데 -_-;) 또 먹어주시고(이렇게 몰아먹으니 이 귀한 망고가 살짝 질려오기까지 한다. 하지만 처음 한 입을 물 때마다 매번 그 맛이 환상이라 느끼고 있다는 ^^;)

어제 지어놓은 밥과 두루치기를 완전 싹싹 긁어 아작내어 주시고(우와, 진짜 맛있게 잘 먹었다),

그간 찬물이라고 고양이 버전으로 견뎌왔는데 어제 샴푸도 한 통 샀겠다, 오늘 완전 냉수 마찰욕으로 한 번 끼얹어주시고(결정적으로 또 물이 제대로 나오질 않고 있다 -_-), 

그저 볼레로드를 산책 삼아 슬쩍 돌아다녀 보다가,

또 숙소에서 뒹굴거리며 컴 가지고 놀아주시다가,

근사한 저녁거리 사냥을 위해 동네를 두리번거린다.

 

오늘 낙점을 무르온 곳은 숙소 바로 앞의 피닉스(불사조?) 레스토랑. 흠… 해산물 전문이라이거지? 볼레로드의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의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에 비해 이 곳은, 지가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하고 당당히 들어갔다 흠칫 놀랄 정도로 조용하고 살짝 우아하기까지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덕분에 조금 쫄기도 했다). 혹시 여기, 무지 비싼데 아냐? 

 

다행히 그렇게까지 비싼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상 가격대에 비해 조금 높았던터라 주문을 마친 뒤 나는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숙소로 돌아가 돈을 더 가지고 와야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그야말로 격식을 제대로 차린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처음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서도 포스가 느껴졌고, 코스마다 접시를 바꿔준다거나 혹은 스테이크 접시마저 덥혀서 서빙해온다거나 하는 점에서 우리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니까 맛 역시 그만큼 제대로 된 것이었는데 - 비록 묻지 않고 미디엄으로 구워오긴 했다만 - 여하간 에티오피아에서 먹어본 고기 중 가장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김원장이 주요리와 함께 주문한 와인마저도 딱 입맛에 맞아 마치 뭔 기념일이라도 맞은 느낌이더라(이게 대체 얼마만에 먹는 와인이란 말이냐).

 

 

 

다시 말해 멋진 볼거리가 없이도, 그저 맛난 먹거리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재발견한 날이랄까. 여하간 내가 진짜 호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 오늘의 일기는 정말 한 일이 없는 만큼이나 내용도 없다. 그저 먹어치운 목록의 나열일 뿐. -_-; 여하튼 불사조 식당에서 Fillet in green pepper sauce 47비르, Grilled fish 47비르, White wine 두 잔 30비르에 택스 7%를 더하여 총 133비르를 지불했다(팁 5비르가 절로 꺼내지던 ^^;). 1비르를 우리 돈으로 대략 100원으로 계산하면 총 13300원 되시겠다. 홍홍홍.  

 

@ 오늘의 영화 : <가문의 부활> 내용이 산만하고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시리즈 1, 2편은 그럭저럭 볼 만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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