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에 차에 올라타는 순간까지 갈등을 하던 ^^; 김원장, 결국 아디스아바바를 택하다. 샤샤마네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는 길이 좋아 몇 시간 안 걸린다. 만약 곧장 아디스아바바를 향해 달린다면, 항공사의 오전 근무 시간 내에(긴 점심 시간에 걸리지 않게끔) 아디스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에티오피아 시스템의 특성상 아무래도 항공권을 구입했던 여행사보다 항공사에서 일정을 바꾸는 편이 확실할 것 같아서 직접 예메니아 항공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원래의 이집트행 항공편의 출발 시간까지 거의 만 5일이나 남아있는데 우리가 항공권을 못 바꿀 확률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항공권을 못 구하는 날에는? 김원장 왈, 그럴 경우에는 아디스아바바로 마음을 틀면서 생긴 220불로 또 다른 근교 투어를 하거나 혹은 그 금액을 1/4(남아있는 숙박일)하여 하루에 55불씩 더 쓴다면 아디스아바바에서 매우 럭셔리하게 보낼 수 있을 거란다. 오호, 그거 좋은 생각이야~ 역시 머리는 하나보다 두 개가 나아~ (그러나저러나 따지고 보면 220불이 결국은 우리 지갑에서 나오는 돈인데 꽁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_-;)

 

열심히 아디스를 향해 달려왔건만, 아디스 근교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그야말로 단 5분 차이로 예메니아 항공사는 문을 닫아버렸다. 으쒸~ 그럼 1시간 30분에 달하는 그들의 점심 시간 동안 우리도 밥 먹고 오자 ^^; 오늘 우리의 선택은 아프리카에서 가격 대비 가장 훌륭한 한식당이라는 소문이 나있는 . 그래, 오늘 먹고 죽어주는거야~ 다른 메뉴에 비해 비싼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무엘님의 추천메뉴 중 하나인 두루치기를 먹어보기로 한다(두루치기 2인분 150비르).

 

 

미리 반찬으로 나온 백김치도 예술이거니와 김원장은 밥부터 주문하더니 콩나물을 세 번이나 시켜 먹네. ^^ 그리고 메인인 두루치기가 근사하게 나왔는데, 돼지고기 안 먹는 이 동네에서 어떻게 돼지를 구하셨는지, 게다가 양은 또 왜 이리 많은지, 거의 4명이 먹을만한 양의 얼큰한 두루치기가 등장을 한 덕에 배터지게 먹고도 반은 포장을 부탁해야 했다(포장을 하면서도 저녁에 먹을 생각에 어찌나 뿌듯하던지 ^^;).

 

밥을 먹고 다시 예메니아 항공으로 돌아와 가슴 살짝 두근대며 항공 스케줄을 바꾸고 싶다고 말을 꺼내니, 이런이런, 내일은 full이고, 모레는 아예 운항 스케줄이 없고, 글피인 일요일도 full이라 그냥 예정대로 월요일에 떠나는 수 밖에 없단다(설령 일요일엔 좌석이 있다고 해도 예멘에서의 트랜짓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탓에 내가 사양할 판이었는데). 내일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라도 올려주면 안 되겠니? 이에 돌아오는 답변, 이미 대기자 명단도 꽉 찼는데?

 

오호 럴수럴수이럴수가… 우리는 두루치기로 한껏 업되었던 기분이 좌절모드로 급격히 변하는 것을 느끼며 항공사 문턱을 나선다. 에티오피아의 예멘 항공 지점 말을 100% 믿어야 해? 안 믿으면 어쩔건데? 하긴, 그럼 대체 누구 말을 더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맞은 편으로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표를 구입했던 원래의 여행사가 보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행사도 들러보기로 한다. 표를 바꾸고 싶다니 1인당 100불의 변경차지가 있다는 말부터 건넨다. 그래, 이게 바로 여기선 normal이지 -_-; 그런데 뭐라고? 자그마치 100불? 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액수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공짜로도 해 줄 일을. 하지만 이미 예메니아에서 좌석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온 터라 그저 좌석 상황이나 한 번 더 체크해 줄 것부터 부탁한다. 또 누가 아나? 고새 단체 승객이 취소라도 했을지…

 

- 그럼 잠깐만 기다려. 지금 정전이거든? 우리 사설 발전기를 돌리려면 5분은 더 있어야 해.

 

컴퓨터로 주업무를 보는 여행사가 정전이라… 이것도 에티오피아니 가능한 일이겠지. 얼마간 기다리자 발전기 소리가 나고 이어서 컴퓨터가 부팅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자판을 두들기던 그녀 입에서 들려오는 희소식,

 

- 내일 좌석이 있는데… 바꿀래?

 

? 좌석이 있다고? 정말이야? 좌석이 있다니 어찌 된 일이지? 가만있자, 그럼 우리 어떻게 해야하지? 100불씩 더 내고 이집트로 가야 하나? 가만 가만, 그런데 200불이나 들여가면서 에티오피아를 황급히 떠날만한 이유가 과연 우리에게 있나?

 

- , 지난 번에 스케줄을 취소하면 30불 벌금이 있다고 했었잖아. 취소도 아니고 변경인데 정말 100불이나 더 내야해?

 

내 말을 들은 그녀, 다시 한 번 체크해 보겠다며 열라 자판을 두들기는 척 하더니 -_-; 1인당 30불 가량만 더 내라고 한다. 역시나 그랬군. 그래, 어쨌거나 알았다. 그렇다면 잠깐만 기다려줘.

 

우리는 마치 당장 돈을 가지고라도 올 것처럼 여행사를 나와 의견을 교환해 본다. 대기자까지 빠방하다더니 좌석이 고사이 풀렸구나. 다시 예메니아로 가서 확실히 바꾸자. 게다가 어쩌면 예메니아는 스케줄 변경을 해줘도 돈이 그만큼 안 들지도 몰라. ^^;

 

우리는 다시 예메니아로 돌아간다. 다시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려 데스크 앞에 앉는다. 그런데… 역시나 좌석은 안 풀려있었다. 우우~

 

- 그런데 말이지, 맞은편 여행사에선 좌석이 있다고 해서 말이지…

- 그 쪽 시스템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그래. 걔네가 너희보고 여기와서 재확인해보라고 그래서 여기 다시 온 거지? 걔네가 원래 그래.

 

? 이건 또 뭔소리인가? 그렇다면 그 쪽 컴퓨터 예약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건가? 우리는 다시 시험대 위에 놓인다. 항공사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티켓을 30불씩 더 주고 변경한 뒤 공항에서 빠꾸맞을 각오를 하고 들이대보는 방법을 택하느냐, 아니면 그냥 아디스에서 개기다 본 일정대로 떠나느냐. 김원장 표정을 보니 어느 쪽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차라리 볼레마운틴을 갔었어야 했는데… 하는 얼굴인 것 같기도 하다. -_-;

 

사람 마음이 참으로 웃긴 것이어서 몇 시간 전, 즉 오늘 아침만 해도 볼레마운틴이냐 아디스아바바를 놓고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에티오피아냐 이집트냐를 놓고 여기저기 뛰어댕기다 이집트를 못 가게 되니 자못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어쨌거나 재차 표가 없음을 확인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 8시간 이상의 롱트랜짓의 경우 예메니아에서 호텔을 제공해 주는지만을 재확인해보고 예메니아 사무실을 떠난다.

 

밖으로 나오니 머스가 아베베가 본인 사무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준다. 이제 아베베와도 정산할 시간이군. 처음 계약시 전 비용의 75%만 지불하고 이후 여행을 마친 뒤 나머지 25%를 지불하게끔 계약했었기에 아직 내가 줘야할 275불이 남아 있었는데, 아베베가 이틀을 당겨 온 우리에게 이틀치 비용인 220불을 차감해 주겠다고 했으니 우리가 55불만 더 지불하면 우리의 모든 관계는 끝나는 셈이다. 그간 아베베와 몇 통에 걸쳐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서 좀 껄끄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기에 ^^; 이렇게 대면하는 자리가 불편하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아베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를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주는터라 오히려 그가 살짝 고맙기도 했다(짜식, 프로는 프로네).

 

아베베는 이후 우리를 다시 태우고 우리가 원하는 볼레로드(아디스아바바에서는 나름 압구정동에 가까운) 근방의 괜찮은 숙소를 찾아 삼만리를 해주었다. 몇 곳을 전전한 끝에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며칠 동안 본인을 통해 아디스 근교 투어를 또 하라며 브로셔를 놓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 내일 봐~ 인사를 남기며 말이다. ㅎㅎ 그런 면에서 똑소리 나는 아베베에게는 살짝 얄미운 감정도 들었으나, 이제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순박한 머스 아저씨와는 그새 정이 들었는지 많이 아쉽다. 머스 아저씨, 건강하세요. 이외 고마움의 표현은 팁으로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_-; (100비르)

 

<머스 아저씨(?)와 김원장>

 

점심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저녁이 되어서도 배가 꺼지지 않아 볼레로드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처음 에티오피아에 도착해서 어두컴컴한 신새벽에 이 길을 달릴 땐 무척이나 화려한 거리라 생각했는데 정작 오늘 이렇게 찬찬히 걸어보니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 하기엔 2% 이상 부족한 곳이다. 어쨌거나 그래도 에티오피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곳이 바로 이 곳 아닌가! 우리는 숙소 바로 앞에서 Burger Queen(버거킹의 패러디인듯 ^^;)이라는 햄버거 전문점을 발견하고 갑자기 화악, 식욕이 도는 것을 느낀다. 정작 우리의 계획은 오늘 저녁도 아까 포장해 온 두루치기를 먹는 것이었는데 결국 즉석에서 구워내는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뚝딱해 버렸네… 어쩔 수 없이 두루치기는 살짝 덥혀두었다가 내일 점심때나 먹어야겠다. 아디스에 오니 먹을게 많아졌다는, 예상치 못했던 좋은 점이 있구나 ^^

 

@ Rainbow restaurant : 공항에서 시내 방향으로 뻗은 볼레로드(Bole road)의 일명 볼레로드 르완다라 불리우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볼레로드에는 수많은 대사관/영사관들이 포진해 있는데(아디스아바바의 공관수는 세계 몇 위를 다툴 정도로 많다), 아마도 르완다 대사관이 근처라 그렇게 불리우는 것 같다. 흔히 배낭여행자들이 묵는 피아자에서 볼레(로드)행 미니버스를 타고 가다 오른편으로 일본, 브라질, 르완다 따위의 대사관 간판이 보이면 그 곳에서 하차하여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간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던 100m쯤 가면 레인보우 레스토랑의 간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간판에서 각기 우회전/좌회전하여 직진하면 된다. 메뉴는 상당히 다양한데(심지어 짬뽕도 있는데 오히려 라면은 없는 듯) 가격은 우리나라 수준 정도이고 맛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우리는 3~4인분으로 보이는 2인분의 두루치기(150비르)에 밥 두 공기(30비르) 추가, 환타 두 병(12비르)을 마시고(여기까지 192비르) 택스 20%를 더해 총 230.40비르를 지불했다. 비싸긴 하지만 양이 많고 맛이 있었으니 만족.

 

@ 오늘의 영화 : <조폭 마누라 3> 김원장과 따로 플레이로 각자 보다. 주인공 이름이 서기? 오지호는 완전 조연이네? 이범수가 아니었으면 누가 그 자리에 어울렸을까, 생각해 보는 중이다. 현영의 통역씬은 좀 오버스러웠지만, 막판 그에 대비되는 통역씬은 (덕분에) 웃기더라.

 

@ Rita guesthouse : 볼레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숙소. 앞서 아베베와 함께 구경한 볼레로드 근처의 숙소들은 입지값을 하듯 시설에 비해 비싼 편이었으나 이 곳은 방에 TV도 있고 조식 포함 1박 200비르로 오히려 피아자에서 묵었던 바로 호텔에 비하면 훨씬 경쟁력이 있다. 다만 문제는 내가 겉모습에 현혹되어 -_-; 물을 안 틀어보고 돈을 지불했다는 것인데, 체크인을 한 그 순간부터 한 시간만, 한 시간만 더, 따악~ 한 시간만 더를 외치는 직원들만 있고 정작 물은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말로는 물탱크를 채우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결국 마당의 수도와 호스를 길게 연결해서 우리 방 화장실로 끌고 들어와 물을 써야했다. 그런데 기껏 그렇게 끌어와 힘겹게 빨래까지 하고 났더니 그때서야 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_-;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