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머스에 호칭에 대한 나의 가설은 어젯밤 더욱 확실해졌다. 어젯밤 우리가 자고 있는데 아토머스가 다시 찾아왔다. 미안하지만 본인이 일정을 착각했다며(다시 말해 아베베가 준 본래 일정이 맞다는 소리) 내일 호수 구경은 이후 돌아오는 길에 하는 것으로 하고 약속했던 시간보다 1시간쯤 일찍 만나자면서(일찍 출발해야 좋단다. 갈 길이 먼가?). 그런데 아토머스가 우리 방 앞에서 계속 미스터 김, 미스터 김 부르며 우리를 깨우더라고(김원장은 그냥 김이라고만 이름을 밝혔었다). 그러니까 ‘아토’는 ‘미스터’이고 머스(아직도 정확한 발음은 이게 아닌 것 같지만)가 이름인가보다. 

 

 

 

 

 

 

 

오늘도 길이 더욱 안 좋아지는만큼 경치는 더욱 좋아지고.

 

 

 

 

 

웨이토라는 갈림길 마을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스파게티. 1인분에 15비르라길래 그냥 1인분만 주문한다. 역시나 양도 제법 되고(다만 어제 소도에서는 빵을 줬는데 여기는 무조건 인제라와 함께다) 맛은 지난 두 번의 스파게티보다도 훌륭하다. 다만 이 야외 레스토랑에 이따만한 쥐들이 신나게 뛰어다니고 뭐 그러는 건 좀 마음에 걸리지만. -_-;

 

 

인제라는 발효 음식이기 때문에 시큼한 맛이 난다. 인제라에 대한 이야기는 에티오피아에 오기 전부터 대충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음식이다. 짜파티와는 다른, 뭐랄까, 아주 얇고 부드러운 카스테라 조직과 같달까(안타깝게도 그 맛은 카스테라와 아주 다르다만). 현지인들은 대부분 막 구워낸 인제라를 둥그런 모양 그대로 커다란 쟁반에 펼쳐놓고 그 가운데 카이(캐이/까이?)라고 불리우는 반찬(?)을 올린 뒤 손으로 함께 싸먹기도 하고, 완전 채식으로만 이루어진 반찬이 빙 둘려진 인제라를 먹기도 한다. 인제라는 종종 물수건처럼 둘둘 말려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미리 구워두기도 하나보다.

 

 

     

우리는 이 곳 웨이토에서 징카 방향이 아닌 투르미 방향으로 간단다. 머스 말로는 오늘이 투르미 근교의 디메카라는 마을 장날이라 장이 파하기 전에 서둘러 가야한다는 것 같다. 그래, 그럼 물만 버리고 얼른 가자. 오호... 엄청난 화장실이다. 거의 내가 최고(?)로 꼽는 중국 오지들 수준에 육박한다(그래도 중국의 선두 자리는 아직 여전하다).

 

웨이토 갈림길에 투르미까지는 115Km라 쓰여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웨이토 외곽에도 작은 장이 열렸다. 차를 잠깐 세우고 둘러보고 싶지만 그러다간 디메카 장을 놓칠까봐 얌전히 있는다. 투르미행 길로 접어들면서 길은 더욱 안 좋아진다. 시속 30Km의 우스운 속도로 차가 힘들게 덜컹거리며 나아간다.

 

 

 

얼마나 달렸을라나. 머스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왜? 무슨 문제라도? 따라 내려보니 운전석쪽 앞 바퀴가 완전 플랫이다. 하도 앞뒤 위아래로 덜컹거리던 차였던지라 나는 펑크가 난 줄 전혀 몰랐는데...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투르미로 다가갈수록 점점 더 사막스러운 분위기)하는 가운데 머스가 땀을 뻘뻘 흘리며 타이어를 교체한다. 한낮의 햇살이 무척이나 따가운지라 머스가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진행 방향으로 좀 걸어볼까 했던 생각도 접고, 더불어 지나온 경치가 무척 좋았던지라 운전사없이 차를 렌트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던 생각도 접는다. 이런 도로라면 아무리 좋은 차라도 한 번쯤은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이렇게 척척 대처하지 못할테니까.

 

머스는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렇지, 성실한 운전사이자 정비공 노릇을 잘 해내고 있다. 그러나저러나 어제는 차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가고 오늘은 타이어 펑크라... 그럼 내일은? -_-; 차에는 더 이상의 스페어 타이어도 안 보이는데 이런 도로라면 한 번 이상 더 터져나갈 것도 같다. 그러면 그 땐 어떻게 하지? 우리가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단 한 대의 차도 지나가지 않는 길인데? 모르겠다.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걱정하자. 미리 걱정할 필요 뭐 있나.  

 

 

우여곡절 끝에 투르미 도착. 아르바민치를 벗어나면서부터 아주 가끔 보이던 반라의 여성들이 투르미에 이르자 제법 보인다. 저들이 바로 하마르(하메르)족이다. 하지만 투르미는 이따 보고 일단은 디메카부터 다녀오자. 머스도 계속 시계를 들여다본다.

 

늦어도 오후 2시 30분 전에는, 아니면 더 일찍 도착했어야 했나보다. 우리가 디메카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경. 아쉽게도 파장 분위기다. 이거 보려고 그리 열심히 달려왔건만...(차만 펑크 안 났어도... 흑) 하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다. 상반신으로는 가슴을 드러내고 하체는 동물 가죽으로 가린 반라의 여성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커피를 파는 모습이, 이들과 흥정을 벌이는,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는 또다른 부족의 모습이, 그리고 어디선가 다가와 내 양쪽 손을 꼬옥 붙들고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들 덕분에. 

 

 

-> 너무 덜커덩거려서 도무지 올리기 부담스러운 동영상 -_-;

   

다시 덜커덩거리는 길을 넘나들어 투르미로 돌아온다. 처음 투르미를 지날 때 얼핏 구경했던 Tourist hotel의 방이 너무 열악해 보였던지라 화장실이 딸린 방을 찾아 근처의 다소 고급스러워 보이는 숙소(Evangadi Lodge Campsite) 찾아가 본다. 곳에서 보여주는 4인실 독채에는 화장실이 딸려 있는데 방값이 무려 420비르라고 한다. 투어리스트 호텔은 비록 화장실이 없었어도 1박에 50비르 밖에 안 하는데... 결국 우리는 투어리스트 호텔로 돌아온다(참고로 에티오피아에서는 등급과 전혀 상관없이 모든 숙소에 호텔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듯 싶다). 이 숙소에서 이틀이나 묵어야 하는데, 열악한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은 방에서 멀고 샤워기에서는 찬물만 똑똑 감질맛나게 떨어지고 방의 아주 작은 더블 침대는 꺼져있고 천장에서는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나지만, 비가 내리니(이상하게 밤만 되면 비가 온다.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이래 계속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철 지붕에 비듣는 소리가 좋고, 물은 안 내려가는 화장실이라도 앉아서 일을 볼 수 있게끔 양변기를 가져다 놓았고, 날이 어두워지면 사재 발전기를 돌려 전기 공급을 해주기도 한다.

 

여기 말이지… 진짜 상상속 어드메의 아프리카 같네, 아프리카 같아.

 

 

@ 투르미를 찾은 외국인들 대부분이 그래도 이 투어리스트 호텔에 많이 묵는다(이 오지스러운 곳이 나름 관광지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우리처럼 4륜 구동 차를 빌려 이 곳을 찾은 백인들이 많다. 동양인으로는 우리 말고 일본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하나 있는데 그 분은 아예 혼자 차를 빌려 이용하고 있더라). 이 동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 숙소가 이 동네에서 가장 경쟁력있다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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