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아토머스. 아베베가 그런 건 또 잘 가르쳤나보네(사무엘님 여행기보면 여행사 대표부터 약속시간 열라 안 지키던데 -_-).

 

우리가 가진 간단한 일정표에는 언급이 없지만 아토머스왈 아침에 아와사 fish market을 갔다가 출발한단다. 시장? 그거 좋지. 그런데 시장이라 하기엔 좀 외진 곳으로 차를 계속 몬다. 자고로 시장은 시내 중심부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아토머스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입장료마저 있단다. 얼만데? 10비르/인. 뭔 시장을 보는데 1000원이나 내야하나? 그러니 영수증도 준단다. 내 그런 영수증 따위 믿지도 않는다. 그걸로 국이라도 끓여먹을수 있간?

 

그래도 명색이 어시장이라는데 호수에서 뭐가 잡히는지 어디 한 번 보기나 하자.

 

우리가 방문한 곳은 어시장이 아니었다. -_-; 뭐랄까... 그냥 호숫가였다. 굳이 말을 가져다 붙이자면 어시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선착장 혹은 생선 하역장에 가까운 곳이랄까. 물론 아주 간혹 상인들이 도매(?)로 왕창 떼어가는 것 같기도 하더라만 여하튼 일반적인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처럼은 절대 안 보였다. 사람들은 분주히 고기를 내리고 어구를 정리하고 다른 한편에선 호수변에 앉아 그 고기들을 씻고 다듬고(이 중 압권은 계속해서 본인의 앞니를 이용해 갈갈이처럼 생선 비늘을 벗겨내던 어린 아이. 저 나이라면 지금쯤 학교에 가있을 시간이구만 -_-;) 있었으며 엄청난 무리의 새들이 이들만큼이나 정신없이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런데 이 새들이 정말 매력적이어서(원래 어딜가나 bird watching 프로그램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새에 대해 뭘 알아야 관심도 있지. 결정적으로 내가 새에 대해 약간의 포비아도 있는 것-_-;이 큰 문제. 반면 김원장은 새를 기르고 싶어한다만) 우리를 완전 사로잡은 것이다. 완전 어시장에 새보러 온 꼴이다. 어제 보았던 대머리 황새들도 근사하고, 엄청난 크기의 펠리컨들이 마치 지네가 오리라도 되는 것마냥 몇 마리씩 무리지어 호시탐탐 붉게 흘러나오는 생선 내장들을 노리고 있는 모습도 흥미롭다. 이 신선한 먹이를 노리는 존재는 물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에서 보기 힘든 맹금류들이 우리 바로 머리 위로 빠르게 날아다닌다. 멋진 부리로 바닥을 기가 막히게 훑는 저건 저어새던가? 저기저기 저 새 이름은 뭐유? 하여간 이름도 모르는 새들이 무지 많다. 그리고 이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광경이 진짜 멋지다(김원장왈 입장료가 안 아깝단다). 누군가는 노란 소변을 보고 누군가는 생선의 붉은 피를 씻어내리는 이 푸른 호수에서 아이들은 발가벗은 채 헤엄을 치고 있다.      

 

 


 

오늘 얼마나 더 가야할지 모르는데 이 곳에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어 자리를 뜨기로 한다(1시간 남짓 구경). 앞으로 입장료를 얼마나 더 내야하는진 모르지만 아무래도 현지 돈이 조금은 부족할 것 같다. 그래도 여기가 큰 도시니까 여기서 바꿔보자. 역시나 충실한 우리의 드라이버가 우리를 은행(Dashen Bank )앞으로 모신다. 이 은행도 환전하는데 좀 복잡하다. 물어물어 현지인들이 제법 줄 서 있는 창구로 가서 돈과 여권을 제출하니 뭔 코인같은 것을 주며 다른 창구로 가란다. 알려준 다른 창구에 가서야 어랏, 내 여권, 아까 그 창구에 두고 왔네, 하는데 -_-; 누군가 창구 유리 뒤에서 담당 창구 직원에게 내 여권과 돈을 다시 건네주는 것이 보인다. 나는 받아온 코인을 내고 그는 에티오피안 비르를 내어준다(100불=950.68). 우리나라 같으면 혼자서 후딱 처리할 일을 여기선 최소 세 명의 손을 거친다.

 

이번엔 한국에 전화를 해야한다(아토머스가 우리를 전화국 앞에 내려주고 본인은 주유를 하고 오겠다해서 헤어졌다. 아토머스가 내려준 전화국에선 우리를 제지하며 뒷편의 다른 건물로 가라고 하더라). 에티오피아 국제전화비가 살인적이라고는 하지만(3분에 50.5비르란다) 열흘 남짓 후면 이집트에 가 있을테니까 이집트에서 받기로 한 물건(ㅎㅎ 한국 식품과 이후 가이드북이 들어있는 우리의 보물상자 ^^)을 보내달라 엄마한테 부탁해야 한다. 아빠왈 (직장도 안 다니면서) 세상에서 제일 바쁜 여자라는 울 엄마와는 역시 통화가 어렵다. 게다가 내가 다이렉트로 번호를 눌러 연결되는 시스템도 아니고 창구 담당 직원에게 전화번호를 적어 제출하면 그 여인이 어딘가로 전화를 다시 걸어 엄마 이름과 번호를 불러주고 그 어딘가에서 한국과 연결을 해줘야만 내가 구석의 전화 부스에 들어가 수화기를 들고 신호음을 기다려 통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불통이다. 말로는 휴대폰이 통화중이라나,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틈틈히 다른 손님들의 국내 전화나 팩스 처리도 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집으로 전화해도 당근 안 받고.

 

어쩔 수 없이 근무 중일 동생에게 전화를 시도한다(내가 엄마 휴대폰, 친정 집에 이어 세번째 전화번호를 내밀자 이들이 뜻을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짓는다). ㅎㅎ 역시 성공. 전화 연결중 영어 발음이 우리와는 꽤 달랐을 에티오피아 여인으로부터 뭔 말을 들었는지 이상한 전화를 걸어온게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동생이 묻는다. “누나, 거기가 대체 어디야?” 혹시 딴 소리라도 할까봐 손목시계의 스탑워치 기능으로 3분 이내 통화 성공. 미션 완료.

 

은행에서 100불 바꾸고 국제 전화 2분 몇 초 하기를 1시간이나 걸렸다 -_-; 전화를 걸고 나오니 우리를 어떻게 찾았는지 아토머스가 차를 바로 앞에 대놓고 기다리고 있다. 말로는 근처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 일찍 와 있었다는 것 같다(아토머스의 영어 실력은 뭐랄까... 단어는 꽤나 아는데 문장이 안 되는 것이 우리네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_- 물론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은 둘째 문제다. 그건 우리 발음을 듣는 아토머스도 마찬가지일테니. 일례로 우리는 poor를 ‘푸어’라고 발음하고 아토머스는 ‘푸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화가 몇 마디 이상 진행이 안 된다).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당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 차가 보기와는 다르게 뭔 특별한 종류의 기름을 쓰는 걸까? 일단 차에 올라탄다.

 

아토머스가 맞았다. 정말 아와사의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 로칼 업체도 아니고 누가 봐도 알만한 국제 브랜드를 달고 있는 주유소들에 비축해둔 기름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나? 아토머스가 어제 지났던 샤샤마네로 가서라도 주유를 해야겠단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인 샤샤마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들어가는 곳마다 기름이 없단다(덕분에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외에 ‘없다’는 뜻인 현지어 ‘엘름’ 또한 확실히 배운다). 아마 거기는 있을걸? 누군가의 안내로 샤샤마네 외곽의 한 주유소(이미 차들이 몰려있는)에서 겨우 주유를 한다. 앞으로는 주유할 곳도 마땅치 않은지 차 위에 실어온 통들에도 경유를 담는다. 저 통들이 물통이 아니라 기름통이었구나.

 

이렇게 또 한 시간이 지났다. 벌써 11시네. 주유를 마친 우리 차는 소도(Sodo)를 향해 달린다. 뭐 아직까지 길은 괜찮다. 소도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아토머스가 안내해 준, 우리같은 외국인들만 보이는 호텔 부속 레스토랑의 가격이 또 마음에 안 든다. 스파게티 하나에 27비르, 거기에 15% 택스라... 우리 맞은편 현지인들 식당에 가볼래요~ 분위기야 호텔 레스토랑과 차이가 엄청 나지만(당근 메뉴판도 안 키운다) 같은 스파게티를 시키니 한 접시에 8비르란다(게다가 빵이나 인제라 중 택일하여 푸짐히 곁들일 수도 있다). 착하기도 하지. 좀 느끼해서 그렇지 맛은 어제 먹었던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스파게티에 비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스파게티 2인분에 환타 한 병, 19비르 지불. 거봐, 거의 ¼ 가격이잖아? (종업원도 어찌나 싹싹하게 구는지 잔돈 1비르를 안 주고 온 것을 잠시 후회했다). 

 

 

이제 차는 아르바민치를 향해 달린다. 소도 시내서부터 길은(더불어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경제 사정도)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이건 포장도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포장도 아니여~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은 여전히 원더풀이다. 아프리카의 스위스라는게 대체 어느 나라가 원조야? 우간다야, 에티오피아야? 에티오피아는 (면적으로 보아) 뻥튀기 우간다스럽다(두 나라 모두 멋지다는 소리다).

 

 

아르바민치 거의 다 와서 도르제(Dorze) 빌리지라는 곳을 방문한다. 소도와 아르바민치를 잇는 메인 도로(라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보이지만)를 벗어나 차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어쭈, 얼마나 이런 경사를 오르는거야? 차는 끊임없이 꼬불꼬불난 산길을, 물론 비포장도로를 힘겹게 오른다. 얼른 고도계를 켜본다. 바닥에서부터 족히 1,000m는 올라온 듯 싶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도르제 마을이 있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길에서 놀고 있던 동네 꼬마 아이들이 우리 차를 보고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저건 또 뭔 짓이래?

 

그 중엔 두 세살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애들도 있다. 그런데 형들 따라서 엉거주춤 춤을 춘다. 춤이 아주 귀엽다. 하지만 차를 세운다거나 창을 내린다거나 고개를 내미는 둥 더 이상의 관심을 보인다면 곧 치열한 구걸모드로 변신할 것이다. -_-; 아디스아바바를 출발한 이래로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어째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우리 차를 보고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내가 함께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함과 동시에 흔들던 손을 뭔가를 달라는 모양으로 휙 바꿔버린다. -_-; 물론 아예 처음부터 구걸 포즈로만 일관하는 아이들도 많고 반대로 끝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가며 인사를 주고 받는 경우도 많다. 나는 태반을 속으면서도 그 마지막 그룹의 아이들 때문에 계속 차창 밖을 향해 손을 흔들곤 한다. 미스 코리아도 아니면서 ^^;

 

고도계는 해발 2,500m를 가리킨다. 아토머스는 이 도르제 마을 어딘가에 차를 세운다. 둘러보니 차를 세운 곳은 도르제 부족 사람들의 한 전통 가옥 앞이다. 그리고 곧 우리를 발견한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오라, 네가 또 가이드로구나. 도르제 빌리지에 대해 안내를 해주는데 1인당 50비르란다. 뭐? 지금 장난하냐? 아와사에선 10비르였어. 그런데랑 우리랑은 차원이 달라. 김원장, 우리 어쩔까, 도르제 마을 볼까 말까? 그냥 우리끼리 가이드없이 한 바퀴 돌아보고 말까? 가이드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도르제 마을의 중심이요, 이 앞에 있는 집만큼 보존이 잘 된 전통 가옥도 없다면서 정 그렇다면 일단 본인이 안내하는 빌리지 투어를 해 보고 나중에 본인의 설명이 마음에 들었으면 돈을 지불하란다. 말이야 그럴싸하지만 경험상 그리하면 나중에 결국 그들이 원하는만큼 돈을 다 줄 수 밖에 없더라 -_-; 아무리 길어봐야 한 시간도 안 있을텐데 그리고는 어제치 숙박비에 육박하는 돈을 내라고라... 안 볼란다. 그냥 아르바민치로 가자.

 

우리가 안 보고 도로 산을 내려가려하자 그럼 2인당 50비르만 내란다. 어랍쇼, 가격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럼 볼까? 그런데 그를 따라 열 발자국쯤 걷던 김원장이 다시 망설인다. 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터무니없는 가이드료라는 것이다. 우리가 미안하다 사과하고 다시 차로 돌아가려고 하자 가이드가 김원장을 붙들고 40!을 외친다. 그래도 김원장은 고개를 젓는다. 얼마면 돼? 김원장이 30을 외친다. 가이드, 잠깐 난처한 척 하더니 그럼 그러란다. 그러면서 뒤로 돌아서며 투덜투덜 한 마디 하는게 들린다.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하나 일본인. 아마도 이런 욕이었겠지. “하여간 일본인들이란...” ^^;

 

 

 

알고보니 겉은 코끼리 얼굴 모양이지만 안에서 보면 원뿔형의 모양을 갖춘 전통 대나무 가옥이 바로 이 가이드네 집이란다. 가이드는 이 집 7남매 중 둘째고. 이젠 우리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바삐 민속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 이들의 풍경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 집 둘째의 유창한 영어로 전통 가옥을 만드는 방법이며 역사, 이들의 라이트 스타일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아까 아이들이 추는 이 곳의 전통춤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에티오피아 북부는 어깨를 주로 흔드는 춤을 추지만 이 곳 남부는 힙을 주로 흔든다고 한다. 그 역시 잠시 시연을 해보였는데 우와, 힙을 리드미컬하게 튕기면서도 너무 유연한 그의 모습이 섹시하다 *^^*). 예전에 이미 케냐 아루샤 근교에서 보았듯 이 집 역시 동물과 함께 먹고 자는, 처음 보았다면 다소 충격을 받았을 구조이다. 안방과 외양간이 한 공간에 있는 것과는 달리 부엌과 결혼한 아들이 신혼 3개월을 보내게 된다는 공간(집이라기엔 너무 부족한)은 별채로 이루어져 있다. 집에 대한 구경을 모두 마치고 뒷마당으로 돌아들어가니 아마도 여동생인가보다. 열심히 실을 잣고 있다(혹은 이제 막 시작했거나. ^^; 이 순간 가이드가 국적을 확인차 묻길래 얼결에 한국인이라 답한다. 일본인으로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ㅋ).

 

 

어머니는 또 그 뒤에서 이들의 주식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시연해 주신다. 바나나 나무 뿌리 부분을 잘라내 그 표면을 긁어내어 몇 년이었나 하여간 꽤나 긴 시간 발효를 시키면 초록색즙스러웠던 바나나 나무즙이(그러니까 이들이 주식삼아 먹는 것이 바나나 열매와는 상당부분 거리가 있다) 하얗게 변한다. 하지만 아직도 섬유질이 너무 많아 그냥은 못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먹을만큼 덜어내 잘게 다진 후 요리를 한다고.

 

 

 

 

 


 

일련의 쇼 ^^를 다 보고 마당과 같은 큰 공간으로 들어서니 기념품도 팔고 비슷한 양식으로 지은 게스트하우스 몇 채-그냥 흙바닥에 나무와 잎 따위로 지은-가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침대만 달랑 들어있어도 꽉 찰 만큼 그 크기는 매우 작지만 로컬 하우스보다는 그래도 훨씬 깨끗한 편이다. 여기서 관광객들이 자고 갈 수도 있나봐? 응, 싱글은 50비르, 더블은 100비르야.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만약 화장실이라는 게 있다면) 화장실은 당연 공동 사용일 것이고 아침을 추가할 경우 1인당 20비르씩을 더 내면 된단다. 게다가 저녁에는 마을 주민들이 전통 쇼(?)도 보여준다니(물론 그리고 또 돈을 요구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렇다면 레소토의 말레아레아 분위기일 듯) 아프리카가 처음이고 이런 전통미 철철 넘치는 곳(?)에서 하룻밤 숙박을 해보고 싶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비록 이 가이드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우리가 2인 30비르의 가격으로 후려쳐서 그런지 어쩐지 설명을 하다마는 듯 하다. 자기도 30비르 어치만 설명해주겠다는건가? -_-;).   

 

아르바민치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해진 시간이다. 오늘은 피곤해서 숙소를 더 구경다니기도 귀찮다. 그냥 아토머스가 처음 내려준 숙소(뭔 펜션. 편하게 다니다보니 숙소 이름에도 관심이 없다 -_-;)에 자리를 잡는다. 트윈룸 130비르. 역시나 메인 탱크를 열어야 (찬)물이 나온다. 하지만 와방 쫄쫄. 나름 깔끔한 곳이지만 조명도 시원찮고 더운 물도 안 나오는 곳인데 디스카운트도 안 된단다. 거기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만가지 벌레들이 뚫린 문틈으로 많이도 들어온다(하지만 대부분 날벌레들인지라 그래도 다지류보다는 덜 혐오스럽다). 덴장. 그냥 이미 세팅되어 있는 모기장을 치고 자기로 한다. 

 

늦은 시간에 아토머스가 내일 아르바민치 차모 호수인가를 구경하는데 필요하다는 보트맨을 데리고 왔다. 아베베가 준 일정표로는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르바민치를 들려 호수 구경을 한다고 되어있는데 바뀌었나보다. 이 동네 역시 또 무조건 보트맨을 끼고 관광을 해야만 하는 모양. 그것도 전날 신청해야 한다나? 보트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12인승 보트 한 대에 500비르이고 국립공원 입장료로 1인 110비르를 추가로 내야한다고 한다. 만약 내일 오전 우리 둘만 관광을 하게 된다면 반나절 하마랑 악어 구경에 7만원 이상 내라는 소리인데 우리에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우리가 하마랑 악어를 구경 못 해본 것도 아니고(이번이 아프리카 대륙 세 번째 방문이라니까 -_-;). 우리의 단호한 태도를 본 보트맨은 다른 숙소를 돌아보며 혹 내일 배를 쉐어할 관광객들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오겠다고 한다. 뭐, 그러던지 말던지.

 

잠들기 전 컴퓨터를 켜고 에티오피아 관련 글들을 읽다가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된다. 에티오피아에서 성인 남성들을 부를 때 사용하는, 미스터에 해당하는 단어가 바로 ‘아토’란다. 그렇다면 아토머스가 혹시 미스터 머스란 뜻인가? 나는 아토머스가 통째 이름인 줄 알았더니.

 

@ 오늘 길에서 바나나를 따다 파는 아이들이 있길래 아토머스에게 대신 사달라고 부탁해 보았다. 현지인이 사면 얼마나 줄까 궁금해서. 어제와 똑같이 2비르를 냈더니 14개를 건네 주더라. 어젠 5개 받았는데 -_-; 그런 작은 마을에서도 당했구나.

 

 

@ 도로변에서 누군가 이상한 수신호를 보내길래 아토머스가 차를 세웠다. 알고 보니 우리 차 바닥쪽으로 뭔 차체 하나가 일부 떨어져 땅에 질질 끌린채 달리고 있었나보다. 차 바닥으로 기어들어간 아토머스가 열심히 차를 고치는가 싶었는데 어랍쇼, 아예 그 철기둥같이 생긴 구조물을 차에서 분리해 버린 후 들고 나온다. 큼지막한데 마후라도 아니고... 저게 뭐지? 이거 없어도 주행이 괜찮아? 끄덕끄덕 하는 아토머스. 어째 좀 불안하다. -_-; 오늘밤 고쳐놓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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