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로 떠오르고 있는 기린아 예멘.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이 곳만을 목적으로 찾아오기엔 다소 쉽지 않은 입지 때문에 다른 유명 배낭 여행지에 비해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 오불당(cafe.daum.net/owtm)의 디레디레님, 박찬수님, 물오리님(한량주드님), 복마니님 등의 글들과 정보 덕택에 굳이 사나에서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마나카’나 ‘올드 사나 팰리스’ 등에 있다는 방명록을 구경하지 않아도 아직까지 그다지 무리를 못 느끼고 있다(거기 있을 퇴탕수님 정보가 조금 아쉽지만
...). 

오늘의 첫 미션은 Mr. 아민(Amin) 찾아보기. 디레디레님의 정보를 토대로 숙소에서 올드 사나 방면으로 짚어 찾아가다보니 뭐 더 찾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딱 걸렸다(명함에 www.YemenHolidayTour.com www.jinriki.net www.geocities.com/yemen_tours 세개나 소개가 되어 있어 뭐가 메인인지 모르겠다 E-mail : yemen_tours@yahoo.com, aljawhra@gmail.com 전화 967(1)297369, 핸드폰 967-711224097).

오늘이 금요일, 이 나라의 휴일이라서인지 잠이 미처 덜 깬 얼굴로 우리를 맞이한 아민은 그 눈동자 색 때문인지 여느 예멘인과는 조금 다른 얼굴. 아민의 안내로 다소 동굴스러운 ^^; 아민네 집 꼭대기에 위치한 사무실로 안내되어 사나 북부의 Shaharah, Kawkaban, Shibam, 남부의 Manakhah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민왈 북부의 그 세 곳을 묶어 짚차 한 대를 빌려 1박 2일 여행하는데 총 140불로 인원은 6명까지 조인이 가능하며(이외 샤하라 현지 숙박비와 저녁, 다음날 아침 식사는 모두 합쳐 별도로 1인당 10불) 남부의 마나카는 이틀 뒤인 일요일이 장날이니 기왕이면 그 날 방문하는 편이 좋을거라 알려준다. 그럼 내일까지는 사나에 있고, 모레는 마나카에 다녀오고 월요일에 북부 투어를 떠나면 얼추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일단 우리 둘을 월요일 투어에 신청하고 서로 인원을 더 모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 뒤 헤어진다. 
  
 

 

두번째 미션은 사나의 핵심이자 하이라이트라는 올드 사나 둘러보기. 흐음, 올드 사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란의 야즈드와도 예멘의 올드 쉬밤과도 다른, 올드 사나 고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한 곳. 약 3,000년전 구약성서 속 노아의 아들이 세운 인간 최초의 도시중 하나라는 사나. 그 고색창연한 올드 사나 안에 아직도 700년~1600년 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즐비하고 이들을 400년 이상된 성벽이 둘러싸고 있으며 이를 더욱 반짝반짝 빛내는 사람들이 그 속에 지금도 살고 있다. 여기에선 지도를 덮고 발길 닿는대로 나아간다. 그늘진 골목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매력적인 재래 시장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향긋하고 달달한 샤이를 마시는 노인들 앞을 지나 곳곳에 자리잡은 모스크들을 요리조리 스치며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코 앞에는 그럴싸한 냄새를 피워대는 꼬치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마구 손빨래를 해댄 탓인지 챙겨온 김원장의 양말 두 켤레가 벌써 모두 구멍이 나버린지라 시장 한 귀퉁이에서 중국산 양말도 사고, 이상한 모양의 과일도 하나씩 사먹어보고(먹어보고서야 이 과일이 바로 어제 저녁 생과일쥬스 가게에서 먹었던 mixed juice 재료 중 하나였음을 알게 되다), 감자 샌드위치 행상 구경을 하다가 삶은 감자를 얻어먹기도 한다. ^^; 김원장은 이 곳 남성들이 입는 하얀색 원피스를 한 벌 구입하고(1000리알이라고 하길래 얼른 살까했는데 안 입으면 혹여 짐이 되진 않을까 잠깐 멈칫해하는 김원장을 아저씨가 가격 때문이라 오해하고 알아서 500리알로 깎아주더라) 나는 자두 몇 개를 골라든다.



올드 사나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세번째 미션에 차질이 생길까봐 다음에 다시 또 오기로 하고 Bab al-Yemen을 나선다. 세번째 미션은 다름아닌 새로운 숙소 찾기. 사나에 며칠 묵을 예정이므로 보다 맘에 드는 숙소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몇 곳을 방문했는데 ;

첫번째는 Al-Ikhwa Hotel. 가이드북 말마따나 저예산으로는 최고의 옵션인 듯 싶다. 가격은 더블룸 2000리알로 어제 우리가 묵었던 에미레이트와 같다. 하지만 올드 사나에 접근하기에는 조금 입지가 부족한 편(Tel. 274908~9, 279930~1)

두번째는 론리플래닛 저자의 강추 숙소라는 Arabia Felix Tourist Hotel. 올드 사나의 외벽즈음에 위치해 있어 옥상에서 바라보는 올드 사나의 전경이 훌륭하다. 이란 야즈드에서 묵었듯 구가옥을 호텔로 전환했는지(혹은 아예 전통 건축 스타일로 호텔을 지었는지) 숙소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매우 좋다. 하지만 조식 포함 가격이 25유로(달러가 아니고 -_-;)라길래 주춤. 참, 이 집 방들을 구경하다 우연히 청소 중인 요코방을 보게 되었다. 요코가 여기서 묵고 있구나. 돈 많네 ^^;

세번째는 Ali Abdul Mogni 대로에서 Al-Ikhwa Hotel 방면으로 들어가다 초입에 위치한, 론리플래닛 소개상 중급의 Asia Tourist Hotel. 더블룸 3000리알로 무엇보다도 냉장고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김원장의 소음 걱정만 아니면 옮겨볼까 가장 심각하게 고려했던 숙소.

네번째는 Asia Tourist Hotel에서 다시 대로로 나와 타흐리르 광장 방면으로 올라다가 왼편으로 난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와디 하드라마우트 호텔. 어, 뭐야? 여기 있었네? 타흐리르 광장 맞은 편이라더니. 그러나 이 집 방 구경을 하러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시원찮다. 전혀 새로 지은 호텔스럽지 않은데? 그럼 근처에 같은 이름의 호텔이 또 있단 말인가? 도통 모를 노릇이네. 숙소 주인 아저씨는 더블룸의 경우 2000리알이 정가지만 비수기 특별 디스카운트로 1800리알에 해주겠다며 꼬시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여기 안 같아 -_-;

결국 김원장의 선택은 차라리 그냥 이 곳에 하루 더 묵자, 로 내려진다. 김원장, 그러지말고 우리 광장 한 번만 더 돌아보자. 그렇게 마지막 삼아 한 번 더 나갔던 광장 맞은편에서 결국 우리는 새로 지은 와디 하드라마우트 호텔(정식 명칭 Wadi Hadramout Tourist Hotel)을 발견한다. 매니저 아저씨가 처음 보여주는 맨 꼭대기 층의 전망 좋은 방 -아마도 이 호텔에서 제일 좋을- 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그간 묵었던 숙소 중 최고다. 가격은 30불. 광장 부근 숙소치고는 최고로 비싼 축이지만 올드 사나 내의 여타 호텔에 비하면 저렴하다. 우리 여기 최소 나흘은 묵을거야~ 그러니까 가격 좀 잘 쳐줘~ 꼬셔서 1박당 25불로 깎는다. 아슬아슬 12시 5분전, 우리는 원래 묵었던 방에서 짐을 뺀다. 마치 집 사서 이사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 숙소에 대한 정보를 주신 복마니님, 감사합니다. ^^

오늘 목표했던 세 가지 모두 이루었으니 이제 올드 사나를, 그리고 우리 숙소를 온전히 즐길 일만 남았다. 올드 사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방 침대에 누워있으려니 그야말로 날으는 양탄자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럼 김원장이 알라딘? -_-; ). 마치 만화 속 어느 한 장면에 쏘옥~하고 들어와 버린. 이거야 정말이지 아라비안 나이트가 아닌가!

오늘 밤, 아무래도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 Wadi Hadramout Tourist Hotel : 돈 아끼지 않고 제일 좋은 방을 잡은 덕에 호강하고 있다. 복마니님의 경우 3인실을 3000리알에 쓰셨다고 하니 지갑이 얇던 여유가 있던 사나에 머물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광장 맞은편이라고 하여 Al-Nasr Hotel처럼 길가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대로변에서 골목 안으로 약간 들어와 있더라(그래서 처음에 잘 안 보였던 것). Al-Nasr Hotel을 마주 보고 오른편으로(남쪽), 반대로 Al-Nasr Hotel을 등지고 있다면 대로변을 따라 왼편으로 100m 가량 내려오다보면 노란색 MTN 간판이 커다랗게 입구에 걸려있는 골목이 나타난다(Al-Nasr Hotel과 바로 붙어있는 큰 골목의 다음 골목). 그 골목을 들여다보면 바로 오른편으로 호텔 간판이 보인다. 막상 찾고보니 으리으리(?)한 새 건물로 아직 내부 시설 일부는 완성되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밤에 타흐리르 광장에서 맞은 편을 바라보면 고층 건물 상단에 반짝반짝 전구 장식을 해 둔 곳이 바로 그 곳이다. Tel 480469, 48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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