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너희도 싸우냐? 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지는 지인들이 있는데, 당근 우리도 싸운다(비록 자랑은 아니다만 ^^;). 그리고 여느 부부싸움이 그렇듯 처음엔 항상 별 거 아닌 게 단초가 된다. 

어제 롱런을 하고 나서 김원장은 현재 우리가 있는 세윤에서 예멘의 사나까지 곧장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한다. 그 저변에는 육체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생각보다 이 동네 날씨가 싸돌아다니기 만만치 않은지라 좀 더 빠른 시일내에 이집트에 이르는 것이 나으리라는 실리적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그간 김원장이 진료실에서 열라(?) 환자를 보고 있을 때 혼자 인터넷을 뒤지며 나름 멋진(?) 여행루트를 만들어온 내 입장에서는 그게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현재 김원장이 새로이 짠 ;
세윤-사나-(지부티)-에티오피아-(항공)-이집트 루트는
나의 ;
세윤-무칼라-소코트라(혹은 수코트라라 불리우는 섬)-아덴-사나-지부티-에티오피아-수단(육로)-이집트에 이르는 오리지날 루트와는 큰 차이(저 문장 길이의 차이를 보라)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김원장의 설득에 소코트라를 포기함으로써 루트상 어쩔수 없이 무칼라까지 동시에 놓아주어야 했다. 그런데 허가서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간 투어리스트 폴리스 사무실에서 그간 통과가 불가능했던 세윤-마립-사나의 육로 루트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새로 듣게 되니(단, 마립에서의 정차는 불가하고 무조건 통과만 가능하다고 한다) 갑자기 그 구간이 마구 땡기는 것이 아닌가! -_-; 

그러니까 내 속에는 내가 소코트라와 무칼라 등을 양보하는 대신, 김원장이 사나까지 항공 이동을 포기하고 함께 육로로 달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게다. 하지만 김원장은 본인이 어제의 긴 이동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서도 내가 또다시 10시간 이상의 논스톱 육로 이동을 하자니 그게 서운했던 모양이다(지금의 이 문장들은 물론 화해 뒤 서로의 감정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에는 투덜거리며 서로 말다툼을 벌였지만 ㅋㅋ). 

내일 모레나 운항한다는 사나행 항공권을 손에 쥐는 것(세윤-사나 국내선 편도 14500리알, 우리돈 72500원/인)으로 우리의 갈등도 곧 쫑이 났다(결과적으론 여느 때처럼 김원장이 이긴 셈). 아니, 고 전에 사막이 넘실거리는 아라비아 반도 최대의 와디 한복판에 자리한 이 곳 세윤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에까지 올랐을지 심히 의심스러운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으면서(가이드북에서 세윤 최고의 식당이라는 Al-Shaab에서. 2층이라 전망도 좋다. 생선구이 정식 2인분 먹고 우리 돈 3000원 정도를 지불. 정말 싸긴 싸구나) 이미 풀렸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지었는지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표현이 그럴싸하다. ^^; 

김원장의 평소 지론은 편하게 여행을 하는 것이 빡세게 여행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실상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김원장의 본능 역시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어한다. 그래서 김원장의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면 이성과 본능의 충돌 사이에서 쉼없이 갈등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예상하시겠지만 본능이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당근 더 많다 -_-; 

그러나저러나 이래서 앞으로 우리의 여정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 세윤의 숙소 : Rayboon Hotel. AC/욕실딸린 더블룸 1500리알/박. 가격만 놓고보면 무지 저렴하지만(에어컨이 있는데도 우리돈 7500원이니 인도보다 저렴한 것 같기도) 오만에 머물다와서 그런지 내부 수준이 실망스러웠다. 오늘 아침 그래서 겉보기에 우리 호텔보다 좋아보이는 바로 맞은 편의 무칼라 호텔과 팰리스 세윤 호텔 맞은 편의 그럴싸한 숙소들을 구경했는데, 결과는 레이뷴 호텔 승! ^^; 이 방도 머물다보니 나름 정이 간다 ㅎㅎ(그러나저러나 세윤의 숙소들을 구경해보니 오만의 그것과는 다른 예멘 건물의 건축 양식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 마디로 좁고 높게 ^^)




@ 세윤에서 환전하기 : 팰리스 세윤 호텔 뒤편의 Exchange 업소에서 1달러=199.5리알의 환율로 환전. 간판도 안 도와주고 가게들 생김새가 참으로 폐쇄적인지라 ^^;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후 영수증에서 아랍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Al Kuraimi Exchange co.라고 쓰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세윤에서 사나행 항공편 구매 하기 : 세윤의 Yemenia 사무실에서 알아본 가격은 14530, 술탄 팰리스 옆의 Universal Travel & Tourism 여행사에서는 14500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여행사에서 e-ticket 구매. 국내선인데도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가 있으라고 하더라(참고로 나는 그 순간까지 소코트라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었던지라 항공권 가격이나 알아볼까 하고 슬쩍 물었는데 무칼라-소코트라 왕복 가격이 44055리알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비싸지? -_-;)


@ 세윤의 투어리스트 폴리스 : 술탄 팰리스 외벽에 사무실이 보이긴 하는데 여기는 잠겨있고, 술탄 팰리스 옹벽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박물관 입구 맞은 편의 아주 작은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더라. 육로 이동을 위한 허가서를 받으려면 버스 티켓이 있어야 하는데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허가서가 필요 없다


@ 세윤의 인터넷 : 위치상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곳과 가장 근접한 2층의 피씨방에선 한글을 읽을 수 없다.


@ Wadi Daw’an : 내일 차를 빌려서 쉬밤을 포함해 하루 종일 구경 다녀볼까 하고 알아보니 여행사에서 자그마치 20300리알을 부르더라(개인적으로 차 주인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찔러본다면 15000리알까지 가능할거라고). 너무 비싸서 -_-; 포기

 

# 오늘의 영화 : 김관장vs김관장vs김관장
어제 예멘으로 넘어오는 차안에서 나 혼자 봤던 영화를 오늘은 김원장이 이어 보다. 평은 나와 똑같더라. 처음엔 유치하나 뒤로 갈수록 그럭저럭 볼 만하다는 것. 권오중이 쿵후 연습 많이 했겠더라. 

# 오늘의 다큐 : 걸어서 세계속으로 ‘천개의 풍경, 천개의 이야기-예멘 사나편’
1시간짜리 다큐에 컴팩트하게 예멘에 대한 많은(내가 준비해온 여행 정보들과 비교해보자니 거의 대부분을 섭렵한 듯) 것들을 담느라 PD가 애썼을 것 같다(다만 나레이션 어조가 좀 웃기다). 여기서 봐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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