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기상

오전 5시 20분 터미널을 향해 출발. 한낮에 배낭메고 걸을 때는 죽겠두만, 달 뜬 밤에는 선선하니 걸을만 하구나.

오전 5시 30분 터미널 도착. 일본 여자애가 하나 벌써 앉아있다.

오전 5시 50분 루위에서 살랄라 올 때 함께 왔던 백인 아저씨를 또 만나다. 스위스인으로 현재 동남아와 카타르, 두바이, 오만을 거쳐 4개월째 여행을 하고 있는 중. 예멘에서 1주일 가량 보낸 뒤 스위스로 돌아간단다.

오전 6시 탑승 시작

오전 6시 20분 예멘을 향해 출발!

오전 8시 못 미처 Thumrait에서 아침을 먹는다며 휴식

 

 

 


<샤루칸이 반가워서 한 장>

오전 10시경 오만측 국경 도착. 승객들의 여권을 거두어감.

오전 11시 30분 모든 수속이 끝나고 예멘측 국경을 향해 달리다.

오전 11시 35분 예멘측 국경 도착. 마찬가지로 여권을 거두어 갔다가 외국인인 우리 넷(한국인 둘, 일본인 하나, 스위스인 하나)만 따로 사무실로 호출. Welcome to Yemen을 외치는 그들의 첫인사에서 파키스탄의 정겹던 그들이 생각나더라. 그들이 묻는대로 예멘에서의 행선지를 대충 얘기하자 금고에서 꺼낸 -_-; 초록색의 예쁜 스티커 비자(1인 30불/한 달 유효)와 영수증 받음. 영수증을 받고 보니 아랍어로 5000예멘 리알이라고 쓰여진 것 같다. 5500리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쨌거나 예멘 리알을 미리 준비했다면 달러를 쓰는 것보다 유리.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모든 수속 완료. 예멘땅에 들어서다. 오오, 이런. 예멘이 이렇게나 못 산다니. 거의 충격에 가깝다.

오후 1시 20분 국경 근처의 마을 도착. 점심시간.

오후 2시 재출발.

그리고... 검문과 화장실 타임이 마찬가지로 잠깐씩 주어지다가...

우리가 가져온 정보에 의한 예상 도착 시간이었던 오후 6시가 훌쩍 넘어가고,

이제나 저제나 도착하나 했던 세윤에 떨어진 시간은,

자그마치 깜깜한 밤 9시(예멘은 오만보다 한 시간 느리기 때문에 예멘 시간으로는 오후 8시지만 어쨌거나 실제 총 소요시간은 15시간)!!!

 

아니 누가 12시간 걸린다고 했어? 어쩌면 비자 수속과 점심 시간을 제외한 순수 주행 시간만 놓고 이야기 한건가? 처음 표를 예매할 때 도착 시간이 언제야? 하니 직원이 밤 9시라고 하길래, 풋, 콧방귀를 뀌며 얘가 나보다도 모르네, 했었는데 완전 제 꾀에 제가 넘어갔네.

 

그래도 눈만 빼꼼 내놓은 채 excuse me, 하며 나를 불러 우유와 초코바를 두 개씩 챙겨주던, 나이를 짐작조차 할 수 없도록 온통 까맣게 두른 닌자 언니들과, 해가 지기 시작하는 완벽한 타이밍과 어우러져 커다란 산을 넘어 Wadi Hadramawt를 향해 내려갈 때 펼쳐지던 믿지 못할 광경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견디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비경이 여기 있었다).

첫 눈에 들어오는 오만과 예멘의 차이점을 잠깐 언급해 보자면,

-오만 남성은 원피스를, 예멘 남성은 투피스를 주로 입는다.

-영어 간판이 싸악 사라진 예멘. 게다가 유리창이 없는 독특한 가게의 구조상 이젠 얼굴 들이밀고 무슨 가게인지 직접 확인해 봐야한다.

-예멘에는 서남아시아인들이 안 보이고 그 자리를 파리들이 메우고 있다.

-그간 이용했던 오만 식당에는 의자가 있었는데 오늘 들렀던 예멘의 한 식당에는 의자가 없고(바닥에 둘러 앉아 먹는다) 패밀리룸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아예 여성과 남성이 따로 식사를 하는 시스템(물론 모든 식당이 이런 것은 아니다).

-소문대로 허리에 잠비아라 부르는, 두르고 다니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이는 크기의 칼을 차거나 살벌한 총 ^^;을 든 예멘인들이 제법 많다.

 

예멘인의 얼굴에서 더욱 흑인의 그것이 보인다. 예전에 김원장이 농담처럼 “여행가서 외국인들 볼 필요 없어.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중국 사람들이랑 비슷하고, 중국 사람들이랑 티벳 사람들이 비슷하고, 티벳 사람들은 네팔 사람들과 비슷하고, 네팔인들은 인도인들과 비슷하고, 인도인들은 파키스탄인들과 비슷하고...”라며 이야기를 이어가곤 했었기에 아프리카 대륙이 코 앞인 예멘에서 아프리카 흑인들의 얼굴이 간혹 비쳐보이는 것이 정말 신기하면서도 흥미롭다. 그러나저러나 오만을 여행하다 와서인지 예멘의 경제적 수준이 넘나 심각하다. 마치 말라버린 인도 같다. 아니 인도보다도 초록색이 드물어서인지, 오히려 더욱 척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못 사는 나라들을 꽤나 다녔다 싶었는데, 이 곳도 앞선 최빈국들과 비교해 볼 때 결코 만만치 않은 나라구나. -_-

 

@ 예멘 입국시 비자를 받으면서 겪었던 이야기 하나. 내가 먼저 비자를 받았는데 스티커 비자에 내 이름을 아랍어로 적어넣어야 했다. Kang으로 쓰여져 있는 내 성을 ‘칸즈’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단언컨데 처음이었다 ^^;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하랴 싶어 그냥 그러려니 냅뒀는데 아마 예멘 비자상 아랍어로 쓰여진 내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면 ‘칸즈 와이우나’쯤으로 발음하지 않을까 한다.

이어 김원장 차례였는데 Choo을 큐로 발음하는지 슈로 발음하는지 묻더라. 유어 네임 이즈 슈나일? 하고 묻는데 나도 모르게 풋, 웃음이 났다. 그런데 담당 직원이 우연히 김원장 여권 속에서 이란 비자를 발견하더니 그 비자상의 아랍어(파르시?) 이름을 찾아낸다(그러니까 이란 비자에도 우리 이름이 쓰여져 있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거의 완벽한 발음으로 김원장의 이름을 읊더라.

막상 이렇게 쓰고 나니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당시엔 그게 왜 그리 신기했을까 -_-;

 

@ 국경 마을에서 남아있던 오만 1리알당 예멘 500리알로 환전하다. 1예멘 리알은 대략 우리 돈 5원 미만인 셈.

 

@ 론리플래닛에 Sayun이라 표기되어 있어 사윤, 이라고 발음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Seiyun, Sewoon 뭐 가지각색으로 표기하고 세이윤, 세윤 등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 같다. 어차피 영어를 쓰는 나라가 아닌데 영어 철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눈치코치로 알아서 행동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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